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27
329화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듯 내리고 있었다. 집무실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범석이 영상 통화를 통해 누군가와 긴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화이트엔젤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아울라였다.
“흑사회의 레퍼드 기획사 매수상황은 어때?”
– 호호호. 아주 적극적이야. 주당 2,300크랑에 올려놔도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데. 아예 작정을 한 모양이야.
그 말에 범석이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주당 830크랑 주식이 2,300크랑 선에서 팔려나간다면 근 3배에 가까운 이득을 챙긴다는 말이었다.
일심회의 펀드가 1,300만 주 가지고 있었으니, 주가 총액이 근 300억 크랑 가까이 이른다는 얘기였다. 물론 경영권 방어지분을 위해 상당수 놔둬야 하기에 수입률이 크게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는 변함없었다.
“후후. 그래? 이거 이번에 꽤 돈을 만지겠네.”
– 아마 그럴거야. 이번 거래가 끝이 나고 나면 화이트 엔젤 펀드를 200억 가량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거야.
흐뭇하게 웃은 범석이 대답했다.
“이거 나쁘지 않은걸. 그나저나 이번 일로 개미들이나 기관들이 입을 피해는 없겠냐?”
– 당연히 없지. 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우리가 시장에 나온 주식을 거의 싹 쓸어모았잖아. 지금 우리 주식을 가진 기관은 LHN, 윌킨스, 히어로투자증권 밖에 없는데, 2%, 2%, 1%씩밖에 되지 않아. 그리고 이 지분은 주식 거래를 위해 예치하고만 있기에, 판매는 절대로 하지 않아서 별 의미가 없고. 뭐 개미들이 7%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 흑사회가 초반에 비싼 값에 흡수해갔어. 그들에게 이득을 주면 주었지, 손해는 보게 하지 않았다는 얘기야. 게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흑사회가 알아서 주가를 올렸으니까 우리는 아무 책임 없어. 호호호.
“그래? 다행이네. 그럼 지금 우리 펀드가 가진 지분이 얼마나 남았어?”
– 아직 많이 남았어. 어제부터 팔기 시작했으니까. 한 55% 정도?
그렇다면 지분 보유율은 일심회의 개인과 펀드가 80%, 기관 5%, 우리사주는 3%, 흑사회 또는 일부 개미가 12%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중 기관 5%와 우리 사주 3%는 우호 지분이니, 레퍼드 씨를 지지하는 총 지분이 88%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계속해서 팔아. 절대 방어 지분율은 넘기지 말고. 알았지?”
– 내가 누군데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해.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
“후후. 그렇겠지. 그럼 너만 믿는다.”
– 알았어. 염려하지 마. 그럼 바빠서 이만 끊는다. 지금도 계속 입질이 들어오거든.
“그래. 알았다. 그럼 수고해라.”
통신을 끊은 범석이 등받이에 편이 상체를 기대고 앉아서 피식 웃어댔다. 나중에 속았다는 사실을 격노할 루카스 회장의 얼굴이 떠오른 탓이다. 근래에 그는 흑사회를 골려주는 맛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범석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인정상 차마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옆에 있던 인터폰을 들어 실내 훈련장을 연결했다. 하여간 흑사회의 공격이 본격화됐으니, 이번 일 처리를 계속 미적거리며 뒤로 미룰 수만은 없었다.
화면에 다이아나의 모습이 나타나자, 그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이아나. 에르피나 좀 내 집무실로 보내줄래?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그의 심각한 표정을 바라본 다이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 것이 왔다고 느낀 탓이다. 에르피나는 노화로 인한 신체능력 저하로 작년부터 가을부터 그다지 좋은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 네. 알겠어요. 곧 보내겠어요.
“그래. 고마워.”
다이아나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나서 얼마 후, 누군가 이사장실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에르피나임을 직감한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문 앞까지 나아갔다.
“에르피나. 어서 와.”
그녀가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주, 주인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으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자. 저리로 가서 앉지.”
“네. 알았어요.”
에르피나는 긴장했는지 몸을 약간 떨고 있었다. 항시 주인인 범석을 바라봐 왔기에, 근래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엘프에게 있어서 주인으로부터 쓸모를 다했다는 말을 듣는 일보다 더 서글픈 일은 없었다.
그가 시선을 발끝까지 내리고 있는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에르피나. 우리가 만난 지 몇 년째지?”
“횟수로 6년 째요.”
“꽤 오래됐네. 그동안 지내는데 어려움은 없었냐?”
에르피나가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엘프는 어떤 주인을 만났던지 간에 그 생애는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범석은 신경질 난다고 주먹을 휘두르는 난폭함도 없었고, 부호이기에 생활에 불편함도 없었다.
“없었어요. 무척 행복했어요.”
“으음. 그래.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로서는 어땠어?”
에르피나가 지난날 갓즈나이츠에서 뛰던 때를 연상했다. 그녀는 작년 한 해 신체저하로 문제가 좀 있었지만, 그간 대장으로서 또 후미로써 좋은 성적을 내며, 성공적인 검투사생활을 해왔다고 할 수 있었다.
갓즈나이츠가 아마추어 팀으로 시작해서 6년 만에 센트럴리그의 강팀으로 성장한 데에는 에르피나의 공이 아주 컸다.
“즐거웠어요. 팀원들도 모두 좋았고, 주인님을 위해 뛸 수 있어서 기뻤고요.”
“후후. 그래? 다행이다.”
그녀가 물끄러미 범석을 쳐다봤다.
“주인님. 그런데 저를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어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가 난감해하며 즉답을 회피했다. 에르피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잘못 말하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었다.
“글쎄. 이거 갑자기 그렇게 질문해오니, 대답하기가 어렵네.”
에르피나가 기운이 빠졌는지 귀를 축 늘어뜨렸다.
“역시 은퇴 얘기군요.”
“뭐. 그리 말하니 솔직히 말하지. 확실히 은퇴가 맞다. 하지만 내 사정 탓에 그만두는 것이지, 네가 못나서가 아니다. 사실 넌 아직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은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네게 중요한 일이 맡기기 위해서다.”
그녀의 귀가 슬며시 위로 치켜져 올라갔다. 은퇴를 논하지만, 자신이 주인인 범석에게 쓸모를 다했다는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시키시려는데요?”
“너. 근래에 내가 흑사회와 한바탕 붙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네. 알아요. 잠자리에서 누누이 말씀 주셨잖아요.”
“그런데 지금 일심회에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일반 회원들의 충성도가 극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흑사회와의 전면전을 앞둔 상황에서 이는 극히 위험한 일이니, 반드시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에르피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투 팀도 승리를 위해서는 팀원간의 단합심은 무척 중요했다. 일심회라고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됐다.
“네. 그래서요?”
“그런데 이들을 조직에 충성하게 하려면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그 중 하나를 네가 맡아줘야겠다.”
“뭔데요? 말씀만 주시면 제가 열심을 다해 도와드리겠어요.”
“바로 이득을 주는 거지. 다행히 새로 들어온 일심회 조직원들은 전부 검투팀을 경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성장성이 뛰어난 검투사를 소개 혹은 싸게 판매해 준다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 같다.”
대충 범석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그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에르피나는 검투사 생활을 해오기도 했지만, 유망한 검투사를 찾는 일도 꾸준히 해왔다.
“그럼 저보고 유망주 찾는 일에 매진하라는 뜻인가요?”
“그래. 하지만 지금까지보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업무를 맡게 될 테니,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거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밝게 웃은 에르피나 마구 고개를 끄덕여댔다. 주인인 범석을 돕는 일이라니 어떤 일이든 기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네. 열심히 할게요. 맡겨만 주세요.”
그가 응접용 탁자 위에 전자서류 화면을 띄우더니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좋다. 그럼 네가 할 일을 설명해줄 테니 잘 들어라.”
“네.”
범석이 서류의 첫 번째 항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이번 일에 있어서 나는 30명 정도의 전문 스카우트를 고용할 참이다. 넌 그들을 거느리고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유망주를 찾아와야 한다.”
“아니 스카우트를 30명씩이나요? 그 정도 수라면 월드리그 팀보다 많잖아요? 좀 과한 지출이 아닌가요?”
그가 서류 한 장을 넘기더니 다음 내용을 설명했다.
“아니. 이 정도 수로도 한 참 모자라다. 네가 찾아야 할 유망주는 프로 검투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엘프 학교에 다니는 모든 엘프도 포함된다.”
에르피나가 경악한 표정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매년 사회에 진출하는 엘프의 수는 수천만 정도, 30명으로 이들 모두를 일일이 찾아다니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금 그의 말처럼 투입되는 인원이 한 참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그렇다면 주인님의 말씀이 맞아요. 30명 가지고는 세계 모든 엘프학교를 찾아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일단 지금은 우리 하이른 중앙정부 쪽부터 찾아 나가라.”
하이른 중앙정부 쪽 하나로 국한된다면 찾아가야 할 엘프학교가 8분지 1로 주니, 한결 부담감이 덜했다. 그래도 만여 곳 이상이 넘어가니 까마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에르피나가 천천히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휴~ 그래도 인원이 부족해요. 좀 더 많은 스카우트가 필요해요.”
“어쩔 수 없다. 새로 시작하는 하는 사업이니, 더는 자금을 지출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긴다면 차후에 인원을 보충할 테니, 지금은 그 인원으로 어떻게 해봐라.”
“네. 알겠어요. 그런데 또 하나 문제가 있어요.”
“뭔데?”
“엘프 학교에서 엘프를 사오려면 특별 구입 허가증이 필요해요.”
특별 구입 허가증은 엘프 학교에서 엘프를 사오는 데 필요한 허가증을 말했다. 이는 법상으로 엘프 시장이나 엘프 학교 사업 면허를 취득한 점포 혹은 기업만이 얻을 수 있었기에, 프로 검투팀인 갓즈 나이츠로서는 입수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따로 법인을 만들고 운영하며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다른 프로 검투팀도 이런 식으로 엘프 검투사를 조달하고 있으니, 그라고 못할 것도 없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라. 한 5,000만 크랑을 들여 엘프 시장과 엘프 학교를 운영할 참이다.”
“그렇군요. 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범석이 다음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사업은 일심회 신규조직원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수입 사업이자 우리 팀에 미진한 2군과 8세 이하 팀을 정상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네가 데리고 온 엘프들을 가르칠 코치진을 새롭게 뽑을 테니, 레이나와 상의해 교육 프로그램도 짜놓도록 해. 알았지?”
“네. 알겠어요.”
“좋다. 그럼 그리 알고 이만 나가보도록 해.”
“네. 그럼 수고하세요.”
밝은 음성으로 대답한 에르피나가 종종걸음으로 이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꼼짝없이 퇴물 취급을 당하나 했더니, 이제 자신은 주인인 범석이 계획한 새로운 사업의 중추가 되었다. 정말 죽다 살아난 기분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에 범석이 이사장실 창가에 가 먼 하늘을 바라봤다.
‘이번 사업이 제발 잘돼야 할 텐데…….’
그가 이번 사업에 투자해야 할 비용은 대략 잡아도 1억 크랑이었다. 며칠 후 팀 내로 들어오는 세이야의 몸값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좀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일심회의 단합을 위해, 또 새로운 수입 창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이번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갓즈나이츠를 모방한 개인사업 프로검투팀을 휘하에 둘 수가 있었다.
성장성이 좋은 검투사를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범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흑사회의 공격에도 많은 회원이 참여할 테고, 공격의 창끝이 그만큼 날카로워질 것이었다.
그리고 범석은 이 사업을 통해 지금 갓즈나이츠의 문제점도 해결할 참이었다. 아무리 일심회 회원들에게 유망주를 싸게 판다고는 하지만, 엘프 시장에서 엘프를 사오는 가격은 그리 높지 않으니, 이 차이는 갓즈나이츠의 새로운 자금줄이 될 터였다. 또 여기에 일부 출중한 검투사를 8세 이하 팀과 2군에 넣어 양성해 나갈 테니 현재 듣고 있는 최악 2군 팀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작년 한 해 갓즈나이츠의 2군은 모든 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며, 리그 꼴찌에 랭크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2군은 서서히 잘라내고, 유망주로 채워나가야 했다.
며칠 후. 그로우 렌서즈 팀에 찾아갔던 에스더가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바로 세이야를 19억 4,750만 크랑에 최종적으로 트레이드 완료했다는 전언이었다.
이로써 갓즈나이츠는 또 한 명의 월드리거급 검투사를 팀 내로 들여 보다 강한 전력으로 다음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고, 차후에 팀 내 에이스가 될 귀중한 자원을 얻게 되었다.
이에 기분이 들뜬 범석이 일찌감치 주차장으로 나가, 새로운 팀원을 마중했다.
“범석님!”
에스더가 타고 온 플라잉 카가 지면에 안착하기 무섭게, 세이야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은발이 휘날리도록 뛰어오더니, 범석을 향해 껑충 뛰어 안겨왔다. 이제 주인이 될 그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범석이 자신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세이야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후후. 그래 잘 왔다. 그동안 잘 지냈지?”
“네. 그런데 범석님 너무하셨어요! 어떻게 저를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요! 전에 그냥 팀으로 돌아갔을 때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아세요!”
그녀의 투정에 범석이 보상차원에서 살며시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로서도 그 점은 참으로 미안했다.
============================ 작품 후기 ============================
아. 이제 슬슬 갓즈나이츠의 스쿼드가 채워져 갑니다. 에르피나가 빠졌지만 벌써 24명이네요. 아마도 리자와 니키타가 돌아오는 후반 리그 때는 꽤 강한 전력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강하지만요. 하하하. 하지만 아직은 많이 모자란것 같습니다. 지금 주력 중에서도 몇몇은 2군이나 다른 팀으로 이적가야 하니, 까마득합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