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29
331화
마침내 55/56년도 하이른 센트럴리그 개막경기가 펼쳐지는 날이 왔다. 갓즈나이츠의 첫 번째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같은 에이번드 지역이지만, 다른 도시인 허비 시티였다.
오늘 원정경기의 상대가 바로 과거 빈센트가 감독으로 있던 드래곤 나이츠였던 것이다. 작년 범석이 빠진 상황에서도 2승을 올렸던 리그 내 약체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으음. 첫 상대로는 적당하군.’
손에 든 직선 형태의 작은 검을 손질하던 범석이 슬며시 전광판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익숙한 이름이 출전 명단에 올라있었던 탓이다.
드래곤나이츠의 전 에이스이자 선봉인 일리스와 대장인 멀시, 중견인 이자벨라와 같은 중견이자 현 팀 내 에이스인 에이레네 등등 오늘 출전하는 상대 팀 검투사 대부분이 4년 전 월드컵에 출전할 당시 같은 에이번드 대표팀으로 뛰던 동료였다.
‘하지만 봐 줄 수는 없지. 올해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니까.’
말이 쉬워서 우승이지, 20개 팀 중 가장 선두에 서려면 그만한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한 게임 한 게임 사력을 다해 치러 차곡차곡 승점을 쌓고, 경쟁팀과 붙었을 때는 철저히 무너뜨려야지만, 그제야 우승의 영광을 얻는 것이다. 친분 있는 팀이라고 봐줬다가는 올해 목표가 크게 틀어지게 되었다.
살짝 더그아웃 내의 시계에 눈길을 준 범석이 서로 다른 형태의 두 검을 검집에 꽂고 허리에 착용했다. 이제 곧 경기가 벌어진 시간이었다. 그는 입구 쪽으로 걸어나가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자자! 곧 경기가 시작된다! 1라운드 출전자 모두 따라와!”
범석이 입장 터널로 나가자마자 출전 준비를 알리는 방송 멘트가 떨어졌다. 그는 입구에서 뒤따라 나오는 검투사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전의를 가다듬도록 했다.
잠시 후 입장신호가 떨어지자, 범석을 선두로 갓즈나이츠 주력 검투사들이 경기장 안으로 나아갔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양 팀 검투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 모두가 일어나 환호하며 손뼉을 쳐댔다.
“드래곤 나이츠! 반드시 승리해 올해도 살아남아야 한다!”
“갓즈 나이츠! 드래곤 나이츠는 약체다! 마음껏 쓸어버려!”
팬들의 응원은 거의 반으로 갈려있었다. 허비시티와 리마시티는 1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는 지척이라, 갓즈나이츠의 응원단도 만만치 않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장 중앙으로 나아가는 범석은 갓즈나이츠의 응원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그때 한 여인의 청명한 목소리가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사형! 잘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팀 관계자 지정석에 앉아있던 리자였다. 배가 불러와 경기에는 참가할 수 없었지만, 응원은 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허리에 찬 직선형태의 한 손 검을 매만졌다. 리자가 왔으니, 오늘은 이 검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범석은 지난해 그녀를 가르치며 자신의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약점을 여럿 발견했는데, 일부러 고치지 않고 있었다. 검투 경기에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문제점이지만, 생사를 다투는 다른 게임에서는 유용하기에 고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뭐. 이 게임만 하고 게임을 그만둘 것도 아닌데 고칠 필요가 없지. 그리고 해결할 방법도 없는 것도 아니고.’
범석이 고육지책으로 들고 나온 해결책은 바로 중원식 검술이었다. 무협게임에서는 파워 보다는 변화와 기교를 중시하는 검술이 보편화 되어 있었다.
상대하는 무인 대부분이 갑옷을 착용하지 않았을뿐더러, 검기나 검강을 활용해 검의 절삭력이 크게 높였기에, 강력한 일격을 내지르지 않더라도 효과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짧고 간결한 일격을 즐기던 그로서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검술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리자에게 호통하며 단점을 지적해줬는데, 자신이 그런 실수를 범하면 그만한 망신도 없었다.
‘에휴. 뭐 어쩔 수 없지. 리자에게 수모를 당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리고 검술의 다양성으로 경쟁팀의 데이터 분석도 피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만만치 않게 무협 게임을 즐겼던 그로서는 많은 문파의 무공을 두루 섭렵하고 있었다. 기본 무공인 삼재검법과 육합검법, 팔로검법부터 해서, 각 문파의 비급에 속하는 태극혜검과 달마삼검, 태청검법에, 양의 검법까지……. 아마 경기당 하나씩의 검술을 펼쳐 보여도 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중원식 검법을 선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만 절정무공 이상의 검술은 내공의 힘을 빌려야 펼칠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초식이 있었지만, 이도 상관없었다. 개조신체의 힘과 스피드로 충분히 카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자. 오늘은 뭘로 할까? 일단 기본 검술로 하는 편이 낫겠지.’
경기장 중앙에 도착한 범석이 슬며시 진영을 빠져나와 프리롤 자리에 섰다. 중원검술은 변화가 심하고 검술을 펼치는 데 필요한 공간이 넓기에, 해당 문파 무술에 걸맞은 진법을 운용하지 않는다면 조직적인 움직임이 어려웠다. 차라리 프리롤을 뛰며 마크맨을 상대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그가 왼쪽 허리에 착용하고 있던 직선 형태의 한 손을 검을 뽑아들었다. 인간 팔만한 길이에 폭이 좁은 검이었데, 오늘 선보일 삼재검법을 비롯한 수많은 중원검술을 펼치기에 아주 적당한 무구였다.
그런데 이 장면을 목격한 중계석이 제법 시끄러웠다. 주로 카타나를 사용하던 그가 오늘 다른 형태의 검을 들고 나오니 제법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 아! 오랜 부상을 딛고 근 일 년 만에 처음 출전한 오범석 검투사가 오늘 아주 엉뚱한 무기를 꺼내 들고 나왔습니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나운서의 질문에 해설자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검투사든 자신의 주력 무기가 따로 있는 법인데, 범석의 주무기가 바로 카타나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검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
프리롤을 뛸 때에는 주무기를 사용한다는 검투계의 정설을 봤을 때, 그의 지금 행동은 이상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리롤은 팀 진형과 전술에 녹아 들어가지 않기에,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무구를 드는 것이 옳았다.
– 글쎄요. 왜 오범석 검투사가 저런 생소한 무기를 꺼내 들었을까요. 홀로 프리롤을 뛰는 검투사가 보조 무기를 들 필요는 없는데요.
– 혹시 주무기를 교체한 것은 아닐까요?
그 말에 해설자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주무기란 해당 검투사가 다년간 경기를 해오며 손에 익은 무기를 말했다. 마음대로 쉽사리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알려진 바로 오범석 검투사는 주무기인 카타나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검투사입니다. 검방을 착용할 필요가 있는 방진에서도 카타나만을 이용할 정도인데, 쉽사리 주무기를 바꿀 수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 그럼 저건 뭔가요?
– 아마도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려는 의도인 듯 보입니다. 사실 오범석 검투사는 카타나에 너무 의지했습니다. 덕분에 팀 내 여러 전술에 녹아들어 가기 어려웠고, 프로롤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슬며시 범석을 바라본 아나운서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글쎄요. 기존의 카타나나 저 직선 형태의 한손검이나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 아닙니다. 기존의 카타나는 비록 작지만, 양손으로 다룰 수 있는 무구이고 지금의 한손검은 손잡이가 짧은 것으로 보아 한 손 전용으로 보입니다. 즉 방패를 착용하기 위한 준비단계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도 좀 모양은 이상했지만, 아나운서가 간신히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검방을 들기 위해서는 한손검을 잘 다뤄야만 했다.
– 뭐. 굳이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겠군요. 하지만 일단 생소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니 일단 두고 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오범석 검투사의 의도를 재단하기는 어렵죠.
중계석에서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는 사이에, 범석의 앞으로 두 명의 드래곤나이츠 검투사가 섰다. 바로 일리스와 에이레네였다. 그녀들은 모두 C0급의 검투사로 출중한 기량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범석을 막기에는 크게 역부족이었다.
그가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이거 반가워.”
굳은 표정을 지은 일리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과거에도 대단한 기량의 검투사였지만, 신체능력을 발전시킨 지금은 거의 대적불가의 검투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네, 네. 오랜만이네요.”
그녀들을 휘휘 둘러본 범석이 충고하듯 말했다.
“그런데 너희 둘로 되겠어?”
“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갓즈나이츠의 다른 검투사들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가 이해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드래곤 나이츠의 전력은 센트럴리그급이 15명에 나머지들은 와이드 리거급으로 채워져 있었다. 반면 갓즈나이츠는 월드리거급 전력이 11명에 센트럴 리거급이 10명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해볼 차이가 아니었으니, 모험을 걸지 않고는 이길 공산이 전혀 없었다.
“뭐. 그렇기는 하겠네. 이거 계속 빈센트감독님이 팀에 남아 있었다면 오늘 참 재미있는 경기에 펼쳐졌을지도 모르는데, 이거 아쉬워.”
동감인지 일리스가 즉답했다.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입맛을 다신 범석이 슬며시 검방을 들고 있던 에이레네를 쳐다봤다. 4년 전에 봤을 때 그녀는 대표팀 후보급에 속하는 그저 그런 검투사였다. 그런데 그간 성장을 거듭하며 소속 팀 내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갓즈나이츠 팀원들의 빠른 성장과 출중한 검투사 영입으로 여전히 대표팀 후보에 머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범석은 그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잘만 키운다면 쓸만한 검투사로 성장할 듯 보였기 때문이다.
‘자 한 번 봐볼까?’
그는 막간을 이용해 에이레네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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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에이레네.
구분 : 엘프(12년).
소속 : 드래곤나이츠 GC.
명성 : 14832.
악명 : 4.
H유무 : 무.
스테미나 : 10200/10200.
사회성 : 90+10, 근력 : 91+10, 체력 : 92+10.
민첩 : 92+10, 균형감각 : 95+10, 지능 : 87+10.
정신력 : 90+10. 판단력 : 93+10, 재주 : 87+10.
운 : 85+10.
현재기량/잠재능력 : 90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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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이기적인 여제.
특이사항 : 드래곤 나이츠의 에이스임. 신체능력은 거의 완성되었지만, 검술능력 미비로 아직 월드리거 급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중견과 후미의 소양이 있으며 검방을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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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신체능력이 거의 다 개발됐는데, 여전히 성적이 이렇다니……. 이거 너무 건성건성 경기에 임하는 것 아닌가?’
에이레네는 현재 12세로, 그 나이에 C0급에 올랐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의를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그녀의 성적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사실 에이레네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실력의 차이가 무척 컸다.
‘하긴 어쩔 수 없겠지. 특성이 저 모양인데…….’
에이레네의 특성인 ‘이기적인 여제’는 모든 능력치가 +10이 되는 쓸만한 옵션이 껴있었는데, 이게 좀 발동 조건이 애매했다. 열성을 가지고 그 일에 매달려야지만, 능력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 같은 날 이외에는 능력치 상승은 없었고, 전체적인 개인 성적은 그다지 도드라지지 못했다. 아마도 갓즈 나이츠에서 영입하지 않는 한 계속 저 상태에서 머물 듯 보였다.
범석이 정보창을 닫고 에이레네에게 말을 걸었다.
“에이레네. 오늘 열심히 해라.”
그녀가 안면 실드 사이로 굳은 표정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할 참이었다. 만약 오늘 뛰어난 실력을 보여 갓즈나이츠에 영입된다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었다.
“네. 꼭 범석님께 제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각인시켜 드리겠어요.”
“그래. 기대해 보지.”
범석이 보법을 밟으며 검을 역으로 쥔 채로 반대쪽 손바닥을 정면으로 쭉 내밀었다. 삼재검법의 기수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검투계에는 이런 검술을 사용하는 자가 지금껏 없었기에, 일리스와 에이레네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범석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으음. 과거에 사라진 검술을 펼쳐 보이려는 거야. 그러니 단단히 주의하도록 해. 생소한 검식이라 자칫 쉽게 당할 수도 있으니까.”
친절한 설명에 일리스와 에이레네가 자신의 검을 중단을 세우고, 범석의 공격에 대비했다. 아주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그가 저리 말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윽고 경기장 안으로 전자음이 섞인 긴 호각소리가 들려오자 범석이 천천히 왼발 무릎으로 높이 들어 길게 한 걸음을 뻗은 다음 검을 정자세로 쥐었다.
“자. 간다!”
그가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앞으로 전진하더니 경악해하는 일리스의 복부를 오른발로 힘차게 걷어찼다. 그녀는 검에 주시하느라 발의 공격을 미처 보지 못했기에,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이에 그가 그대로 검끝을 세우고는 쓰러진 일리스의 가슴을 향해 내질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검이 날아간 곳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던 에이레네의 복부였다. 급격히 방향을 틀어 주마관산(走馬觀山)의 초식을 펼친 것이다.
그녀는 놀라 급히 상체를 뒤로 젖혔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오른쪽 허리가 열림을 확인한 범석이 교룡출소(蛟龍出水)의 초식으로 그대로 오른팔을 찌른 것이다.
============================ 작품 후기 ============================
완연한 봄날입니다. 저희 집 앞 은행나무는 무성한 푸른 잎사귀를 펼치며 봄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봄날의 나른함 탓이지 왜이렇게 졸린지 모르겠습니다. 근래에 약을 먹어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요새 목에 염증이 생겼거든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