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루아콜로세움은 꽤나 작아보였다. 지름 100M의 경기장은 일반적인 규격과 동일하지만 스탠드 관람석은 20000명의 관객이 겨우 들어갈 정도이니 그럴 만도 했다. 110000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리마시티의 콜로세움을 보아왔던 그로서는 아담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주인님. 곧 마루아콜로세움 북쪽 광장에 착륙할 것에요. 내리실 준비를 하세요.
아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범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은 GA컵 1차전이 열리는 날. 자신들에게는 첫 시작이 되는 날이니, 기합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상대는 범석의 팀에게 전혀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무리 GA컵이 아마와 프로를 통합한 장이라고는 하나, 아마팀인 갓즈나이츠에게 첫 경기부터 프로 검투사팀과 붙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일단 에어리어리그 팀과 붙는 4회전까지는 아마추어팀끼리 서로 경합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오늘 맞붙는 상대는 슈퍼 터틀즈라는 검투사 팀으로 아마추어경기 전적 승률이 4할도 안 되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대부분 세미프로 이상에, 프로이상의 능력을 지닌 검투사가 7명이나 있는 범석의 팀에게는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았다.
“자자. 오늘은 첫 시합이다! 상대는 별 것 아니지만, 절대 방심하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해!”
“옛!”
“옛!”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들 역시 GA에 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검투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니 이곳에서 좋은 활약만 한다면 프로팀으로 스카웃 되는 일도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들의 꿈은 주인을 위해, 당당한 프로로 거듭나는 일이었다.
“착륙하면 모두 내린다! 먼저 1층부터 내리고 2층은 그 후에 내린다.”
출입문이 열리자 오스칼을 선두로 갓즈나이츠팀원들이 각자의 짐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맨 마지막으로 내린 범석은 구경나온 몇몇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마루아콜로세움 북쪽 출입구로 들어갔다.
“갓즈나이츠 검투사팀이십니까?”
마중 나온 행사요원을 향해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대기실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행사요원의 안내로 갓즈나이츠팀원들이 도착한 곳은 전면이 두터운 유리창으로 막혀있는 더그아웃이었다. 범석은 중앙 맨 앞좌석에 짐을 내려놓고는 잠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스탠드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대략 4천명의 관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휴. 꽤 많이 왔네. 아마추어들의 경기에는 승리하는 쪽이 입장 수입의 7할을 가져가게 되니까. 이기면 28만 크랑을 벌게 되잖아. 좋아 아주 좋아.’
현실이라면 단지 아마추어들이 붙는 경기에 저리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스포츠도박이 활성화 되었다는 설정이 있었다. 아마추어 경기에도 많은 도박 금액이 걸려있는 만큼 도박사들의 호응도는 아주 좋았다.
그는 이번에 전광판 한쪽에 마련된 베팅관련 문구를 살폈다. 17 대 1. 갓즈나이츠 쪽에 걸린 금액이 17이라면 오늘 상대인 슈퍼터틀즈에게는 1이 걸려있었다. 즉 해당 엘프들을 모두 동원해 50만 크랑을 건다고 해도 기껏해야 3만 크랑도 벌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아니 그 큰 금액이 걸림으로서 배당이 더욱 작아지니 기대수입은 훨씬 떨어질 터였다.
‘무서운 도박사 놈들. 언제 우리 팀 전력을 파악하고 저렇게 베팅 후려쳐 버렸냐? 아쉽네.’
하긴 검투사협회 전산망에 검색만 하면 검투사의 모든 경력이 다 나오는데, 도박사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한 푼이라도 아쉬운 범석은 약간의 돈이라도 벌기 위해 자신의 엘프들을 모아 베팅하게끔 했다. 어제 치사한 흑사회 놈들의 수하들로 보이는 작자들이 지원팀 선정에 오류가 있다는 등 갖은 변명을 다해가며 1500만크랑을 다시 빼간 것이다.
‘이 놈의 흑사회 자식들 두고 보자. 아무리 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하루도 안돼서 한 푼도 남김없이 다 빼가.’
범석은 곧 탈의실에서 슈트를 착용한 다음 잠시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오늘 출전한 검투사는 선봉에는 오스칼과 스테파니외 1인. 중견은 자신과 레이미, 히나 외 3인. 후미는 에르피나를 대장으로 비너스와 폴리아가 수호검투사로 나갈 예정이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중견에 흑사회 출신의 엠마가 명단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흑사회의 작태가 괘심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홀대할 수는 없었다. 에마의 성장가능성이 탐이 나니, 꼬셔서 자신의 팀으로 들여놓기 위해서였다. 공략을 해 호감도만 100으로 만들어놓으면, 그녀는 범석의 포로가 되어 그 어떤 말이라도 듣게 되었다. 설명 흑사회를 나오라고 해도 따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엠마는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그 앞에 나아갔다.
“버, 범석님. 정말 제가 나가도 되나요?”
“음. 그래. 나는 네들 흑사회처럼 쪼잔하지 않다. 네가 우리 팀에서 나가는 그날까지 약속한 바는 지킨다. 그러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해.”
그 말을 한 범석이 속으로 크게 웃었다. 호감도 오르는 소리가 연신 귓가를 때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고, 고마워요. 최선을 다할게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경기경험을 쌓는 일에 주력을 해. 그게 너에게 더 도움이 될 거다.”
“네. 알겠어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경기 전 전략을 검토하는 사이. 장내 방송에서 검투사들의 입장을 종용하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 곧 경기가 시작되겠으니 갓즈나이츠팀과 슈퍼 터틀즈 검투사들은 입장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입고 있던 은빛의 슈트를 다시 한 번 체크한 범석이 더그아웃 뒤쪽으로 난 쪽문을 열어, 출입구 터널로 나아갔다. 더그아웃에서는 직접적으로 경기장 외부를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기는 하나, 따로 출입문이 나있지는 않았다. 그는 외부의 빛이 미치지 않는 터널 안에 자신의 주전검투사들을 도열시키고는 대기를 했다.
– 양 팀 모두 입장해 주십시오!
방송이 나오자마자 선봉인 오스칼을 선두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경기장 내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로 터져 나오는 환호소리. 단지 도박을 위해 찾아온 객들이지만, 출전하는 검투사들을 응원할 매너쯤은 가지고 있었다.
“파이팅! 갓즈나이츠! 네들한테 돈을 걸었으니까 지면 안 된다!”
관중석 가장 앞좌석에 앉은 한 청년의 외침에 범석이 응대를 했다.
“나도 우리 팀에게 돈 걸었어! 절대 안 져!”
목소리가 컸던지 그 근처에 앉아있던 관중들이 왁자지껄 웃어댔다. 범석은 손을 흔들고는 움푹움푹 발이 들어가는 지면을 바라다보았다. 모든 콜로세움은 지름 100m의 경기장의 규격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그 지형을 어떻게 만들지는 홈팀과 관련기관의 의향에 따라 달랐다. 리마시티콜로세움 같은 경우는 거의 평지에 중앙에 냇가가 흐르는 모양인 반면, 이곳 마루아 콜로세움은 전 지대가 모래사장으로 되어있었다. 덕분에 리그전을 치르다 보면 홈팀이 자경기장의 지형적 이점을 살려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슈퍼터트즈와 우리의 전력 차는 지형적 이점으로 극복할 수는 없지.’
콜로세움 중앙에 도착한 범석과 갓즈나이츠팀원들이 슈퍼터틀즈의 검투사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냈다. 검투는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이기는 경기이니만큼 초반 기세싸움은 그날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경기시작 1분전입니다. 준비하십시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삼각 형태로 진을 갖추었다. 추행진으로 가장 빠른 이동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술을 어떻게 해서든 빠른 시간 내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곧이어 허공에 떠있는 전광판에서 시합개시를 알리는 전문이 뜨며,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익!
– 1라운드 경기 시작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슈퍼 터틀즈의 진형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들은 방진을 짜며 막아서려고 했지만 선두의 선 오스칼이 과감히 검을 휘두르자 종잇장 찢어지듯 진이 흐트러졌다. 이 사이를 파고든 스테파니가 들고 있던 청룡도에 달린 고리로 15번을 단 슈퍼터틀즈 검투사를 잡아채고는 넘어뜨렸다.
“잘했어 스테파니!”
뒤이어 범석이 빠르게 달려가 바닥에 쓰러진 15번 검투사를 안면에 카타나를 먹였다.
그녀는 서서히 굳어져가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갓즈나이츠팀이 강하는 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미 자신의 팀원들은 늑대들에게 이리저리 몰리며 사냥당하는 양 때와 같은 꼴이 되어있었다.
삑!
– 1라운드 경기가 끝났습니다! 시작한지 2분도 안 되는 시간입니다. 슈퍼 터틀즈 검투사들 너무 어이없이 당했는데요.
– 그러게 말입니다. 거의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군요. 하여간 갓즈나이츠 대단합니다. 특히 선봉에 있는 오스칼양의 힘은 과히 괴력이군요. 칼 한번 휘둘러서 저 튼튼한 방진을 흐트러뜨리다니요. 이번 라운드의 수운 갑은 당연히 오스칼양입니다.
장내 해설자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오스칼이 범석에게 다가가 귀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가 오늘 MVP가 자신의 엘프들 중에 나오면 극진한 애정표현을 해준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오늘 경기 MVP는 맡아놨으니 오늘 밤이 기대가 되었다.
“주인님 저 어땠어요.”
“후후. 그래 잘했다. 다음에도 이렇게만 해.”
잠시 더그아웃에 들어간 범석은 2라운드에는 대기하고 있는 교체검투사 7명을 모두 경기에 투입시켰다. 검투경기는 치열한 결투를 벌이는 경기. 그 어느 스포츠와 비교해 봐도 체력소모가 극심했다. 그래서 라운드마다 항시 검투사를 바꿀 수 있게끔 해. 체력 회복의 시간을 주었다. 결국 이번 2라운드는 범석을 포함한 모든 주력을 뺀 나머지로 시합에 임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력의 차이는 커, 슈퍼터틀즈팀을 5분 만에 완파하고는 3라운드로 넘어갔다.
– 3라운드 시작입니다.
3라운드 시작소리가 들리자마자 오스칼이 또다시 날뛰었다. 이번 라운드만 활약을 한다면 오늘은 MVP는 자신이었다. 그녀는 거검을 마구 휘두르며 수퍼터틀즈의 검투사들을 추풍낙엽처럼 베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6킬의 전적을 올린 오스칼은 바닥에 쓰러져 꼼짝 못하는 상대를 뒤로하고 득의양양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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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