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31
333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최상의 무기는 검이 아닌가요?”
검도 좋은 무기였다. 하지만 범석은 창도 좋았다.
일반 게임에서는 창은 많이 무시되고 있었다. 바로 무기의 재질과 형태 때문이었다.
창은 목재로 된 자루로 인해 타격 시 파손도 자주 일어났고, 마나검이나 검기에 너무도 손쉽게 두 동강이가 났다. 그리고 무게가 많이 나가고 길다는 이유로 중심을 잡기도 어려운데다가, 검사가 내부로 파고들어 공격을 가해오면 창사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제외한다면 창은 훌륭한 무기로 변모했다. 특유의 길이를 이용해 상대보다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으음. 병기마다 장단점이 있어서 뭐가 좋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창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적인 무기야. 한 예로 검투계 최대의 방어진이 원형진임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원형진은 세 명의 창사를 비롯한 대장을 배치하고 나머지 검방이나 창방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는 형태의 진형을 말했다. 이에 진입만 성공한다면 손쉽게 대장까지 닿을 수 있을 만큼 밀집도가 약하지만, 중앙에 배치된 창사들로 돌파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들이 한데 모여 창끝을 들이대면 돌진을 멈추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겪어보면 다 알겠지만, 창끝을 면전 앞에 둔 검사는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렇기는 하죠. 창끝의 압박감은 상당하니까요.”
“그래. 맞다. 그런데 그 원인은 바로 길이에서 나와. 역 지렛대의 원리로 창사는 짧은 움직임으로 창끝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검사는 그렇지 못해. 게다가 창사는 거리만 유지한다면 검사의 공격에 안전하고 말이야.”
“하지만 검사가 내부로 파고들어 공격하면 창사는 큰 위험에 빠지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계속 거리만 유지할 능력이 있다면, 창사를 결투에서 크게 유리한 위치에 선다. 그리고 특별히 안으로 파고든 검사의 검격을 막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에이 그게 쉽나요?”
“쉽지는 않지. 하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어떻게요?”
범석이 슬며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과거 그는 삼국지 게임도 한 적이 있었다. 그 게임도 여기서와 마찬가지로 기나 마나 같은 사기적인 능력이 없기에,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승부가 판가름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의형인 여포와 함께 전쟁에 참여해 무로써 중원을 통일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그가 경험한 삼국지 게임이 창술을 정수를 보여줬다며 세간의 찬사를 받은 유명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 내 가장 뛰어난 창법을 보유한 자는 다름 아닌 여포였고, 범석은 그에게 창술을 배웠다. 뭐 차후에 다른 게임에서는 기나 마나의 존재로 창술의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기에 초반 몬스터 잡는 일이나 보조 무기로만 활용했지만, 생각해보니 이 게임에서는 다를 듯 보였다.
마나와 기가 존재하지 않고 튼튼 재질의 봉대로 창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파손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여포의 무용을 이 게임 내에 펼쳐 보일 참이었다.
“나에게는 봉선 창법이 있거든.”
“봉선 창법이라요?”
“그런 것이 있어. 현대의 찌르기 위주의 창법과 달리 베기나 근거리 막기 같은 기술들이 접목된 세련미 넘치는 창법이지.”
레베카가 범석의 창끝 아래 달린 반월 모양의 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래서 창에다 작은 반월검을 부착해 달라고 하신 건가요?”
“그렇지 베기의 효율을 높이려면 날이 있는 편이 좋으니까.”
“그렇군요. 그럼 혹시 지금 보여줄 수 있나요?”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봉선 창법은 초식이 불분명한 자유분방한 창법이었다. 대련 상대가 없으면 그다지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다.
“글쎄. 대련 상대가 마땅치 않아서 말이야.”
“제가 하면 되잖아요.”
범석이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레베카는 현재 팀 내 경쟁에서 밀려 2군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시합도 나가지 못해, 채플린 스포츠 이사 일과 채플린 위스퍼 단장 일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그냥 창법으로도 손쉽게 이기는 데, 굳이 그녀를 상대로 봉선 창법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됐다. 너로는 안 돼. 너 검을 손에서 놓은지 제법 됐잖아.”
“그렇지 않아요. 계속 틈틈이 검술 수련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실전 감각이 없을 것 아니야?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나중에 경기를 통해서 봐라. 곧 스노우 걸즈랑 한 판 붙게 되니, 그때 되면 볼 수 있을 거다.”
스노우걸즈는 갓즈나이츠와 함께 이번 시즌 하이른 센트럴리그의 우승을 경쟁하는 강팀이었다. 지지난 시즌 월드리그에서 강등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몇몇 출중한 검투사를 더 영입해 세간에서는 그들을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벌어질 승격토너먼트 대회의 1순위 진출 팀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센트럴리그의 승격 경쟁팀 중에서도 경쟁력이 가장 높아, 내년도 월드리그 진출 가능성을 가장 높이 점쳐지고 있었다. 갓즈나이츠도 사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크게 당할 공산이 컸다.
하지만 레베카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아무리 비교 대상이 강팀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그들의 밑으로 잡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범석의 말이 곱게 들릴 리가 없었다.
“설마 제가 스노우 걸즈 팀의 일원보다 못하다는 건가요? 저는 한때 범석님을 몰아붙였던 검투사라고요.”
하긴 그렇기는 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당시 범석은 괴이한 변화를 일으키는 변형검이 당혹스러워 좀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달랐다.
이미 그의 능력치는 900대를 넘어섰고, 특성을 활용한다면 수준급 검투사의 신체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녀의 변형검술을 막을 방법도 알고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창은 길이가 길었다.
솔직히 범석은 레베카가 자신에게 덤비면 접근조차 못 해보고 창끝의 제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저리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바득바득 우기는데.’
이 상태라면 호감도가 다운될 공산이 아주 컸다. 여자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동에 민감을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레베카도 틈난 난다면 공략해 볼 의향이 있던 범석으로서는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결국, 범석은 대련을 허락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를 쓰러뜨리는 데에는 별로 시간이 들지 않았다.
“좋아. 대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우리 팀에는 네가 다루는 변형검이 없다. 괜찮겠냐?”
“걱정하지 마세요. 저 화물차에 저희 팀으로 가는 변형검도 있으니, 그걸 쓰면 돼요. 범석님은 슈트만 빌려주시면 돼요.”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베카의 체형은 엠마와 거의 비슷하기에 같은 슈트를 써도 별문제는 없었다.
“자. 그럼 검을 들고 따라와라.”
“네. 고마워요.”
레베카가 싱글벙글 미소 지으며 화물차로 뛰어갔다. 오랜만에 수준급 검투사와 대련을 하게 되니 기대되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아멜리에와 자주 검을 나누었지만, 최근에는 팀에서 철저히 관리하기에 불가능했다.
“많이 기다리셨죠.”
레베카가 범석이 서 있는 대련 장소로 화급히 뛰어오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강자와의 대련에 앞서 마음을 다잡느라 다소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상관없다. 그런데 준비는 다 했냐?”
레베카가 슈트의 이음새를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네. 아무 문제 없어요.”
“그래. 그럼 앞에 서라.”
“네.”
짧게 대답한 그녀가 길게 호흡을 내쉬고는 범석의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구경을 나온 팀원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범석이 몇몇 팀원들을 콕콕 집더니 말했다.
“엠마. 젤소미나 나와.”
그녀들이 앞다투어 나오자 레베카가 뜬금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그녀들은 왜요?”
“아까 네가 봉선 창법이 뭔지 보여달라고 말했잖아.”
“네. 그랬죠. 그래서 제가 대련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봉선 창법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너 혼자로는 안 돼. 뭐 대련만 원한다면 저들을 다시 들여보내겠지만, 내 창술의 진수를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대로 해.”
레베카가 분한 듯 칼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1대 3 대련을 펼쳐야 한다니, 수치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련의 목적을 봉선 창법의 진수를 보기 위함으로 못 박았으니, 이대로 물릴 수도 없었다. 일단 1대 3의 대결에서 철저히 그를 쓰러뜨린 후, 다시 단독 대련을 신청하면 되었다.
“조, 좋아요. 그럼 대신 엠마씨와 젤소미나씨의 작전 지휘는 제가 하도록 해주세요.”
“그건 네 마음대로 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레베카가 젤소미나를 자신의 옆에 세우고, 엠마를 그 뒤 중간에 세웠다. 삼인 구성의 역 삼각진형으로 대 창사 공략 진형 중에 하나였다.
앞의 두 사람은 창사의 창끝을 흩트리고 뒤에 있는 동료가 기회를 포착하면 내부로 파고들어 근접전에 돌입하는 전략을 쓸 때 활용되는데, 킬러 본능이 뛰어난 엠마가 포함되어 있기에 사용하게 되었다. 그녀는 치고 들어갈 시기와 버틸 시기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역삼각진형의 위력이 배가 되었다.
레베카가 엠마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엠마 씨. 기회다 싶으면 확실히 치고 들어가세요.”
“네. 알겠어요.”
엠마가 손에 든 검을 꽉 쥐고는 전의를 불태웠다. 비록 3대 1의 대련이지만, 그녀는 오랜만에 벌어지는 범석과의 결전을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를 흡족한 미소로 바라본 레베카가 젤소미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젤소미나 씨는 저와 함께 창끝을 흩트려야 해요. 알겠죠?”
“네. 염려 마세요. 검사가 3대 1로 창사에게 지면 그만한 수치도 없죠. 반드시 이길 거예요.”
배치를 마친 레베카가 검을 힘껏 쥐자, 이들 옆으로 다이아나가 다가왔다. 모두가 훈련용 슈트를 착용하고 있기에 심판이 없이는 승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범석이 창끝을 중단에 세우자 팔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대련 시작!”
동시에 레베카가의 몸이 움찔거렸다. 시작과 동시에 생기는 약간의 빈틈을 노려보려고 했는데, 그만 범석의 창끝에 전진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향하는 창끝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언제 뻗어 나올지 모르니, 감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젤소미나가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범석이 창끝이 번갈아 이동하며 그녀들의 전진을 막기에 전진이 불가능했다. 이제 기습전이 물 건너간 상황. 레베카가 모두를 향해 외쳤다.
“이제 통상 전략으로 나가요! 젤소미나 씨는 창끝을 흩트리는 데 집중하시고, 엠마 씨는 빈틈을 노리세요.”
곧이어 종횡무진 휘둘러지는 검이 연속적으로 창대와 부딪히자 요란한 타격음이 일어났다. 하지만 레베카의 의도와 달리 창끝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가격을 당해 창끝이 휘어지기가 무섭게 범석이 뒤로 물러나며 다시 제자리로 돌렸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들은 계속 한 걸음씩 전진을 하고 있지만, 범석과의 거리는 전혀 좁히지 못하는 형세였다.
‘쳇. 역시 범석님이야. 창을 쓰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야. 하지만 경기장이 끝없이 펼쳐지지 않는 이상, 진입할 타이밍은 올 거야.’
레베카는 야외 훈련장 끝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뻥 뚫려있어 계속 물러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경기장 선을 나갔다가는 장외로 인정받아 범석이 패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그가 뒷걸음질을 멈출 시기는 반드시 오게 되었다.
“자! 모두 계속 검을 휘둘러요!”
기세 좋게 검을 휘두르는 레베카와 젤소미나를 향해 범석이 묘한 눈빛을 건넸다. 암만 봐도 자신을 바보로 여기는 듯한 느낌이 진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펼치는 창술은 봉선 창법이 아닌 일반 병사들이나 쓰는 평범한 것이었다. 자신이 뒷걸음질을 친다고 그녀들이 좋아할 계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할까? 확 밀어붙여?’
현재 범석이 상대하는 레베카, 엠마, 젤소미나의 전력은 고작 월드리거급 하나에, 센트럴 리거급 둘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그녀들을 특징을 낱낱이 잘 알고 있는데 반해, 봉선 창법은 오늘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기술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쉬이 그녀들을 쉬이 해치울 수 있었다.
‘뭐. 어차피 보여 주기로 했으니까.’
범석이 창대를 쥔 손을 느슨하게 풀며 서서히 회전을 넣기 시작했다. 일단 감을 익혀보려는 것이다. 봉선 창법의 진수를 보이기 위해서는 창의 특성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크게 뒤로 물러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이제 간다!”
순간 창끝이 바닥에 한번 강하게 튕기더니 탄력을 받으며 휘몰아치듯 레베카를 향해 날아갔다. 느닷없는 강력한 일격에 그녀는 잔뜩 긴장한 자세로 막았지만, 역부족인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워낙 회전력이 강해 완벽히 막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창끝의 노림에서 해방된 젤소미나가 높게 검끝을 세우며 그를 향해 달려나갔다.
“선배님! 저를 잊으셨네요!”
“후후. 잊기는.”
봉을 넓게 잡은 범석이 뒤로 크게 점프하며 그대로 젤소미나를 향해 창을 끌어당겼다.
그때 타격음과 함께 다이아나의 판정이 터져 나왔다. 젤소미나가 범석의 창에 오른쪽 어깨를 베인 것이다. 뒤에서부터 끌어당겨 지면서 베기에 들어가는 반월검을 그녀는 볼 수 없었다.
“젤소미나. 오른팔 부분 행동불능 상태!”
긴장한 표정을 지은 젤소미나는 오른팔의 힘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런 호기를 놓칠 범석이 아니었다. 그대로 안으로 파고들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엠마 씨 함께 막아요.”
젤소미나는 자신들 파티의 에이스. 그녀가 순순히 당하게 둘 수 없었던 레베카가 엠마와 함께 범석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그가 스스로 거리를 좁혀와 쉽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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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서 예약시스템으로 올립니다. 12k 분량이니 그 밑으로 나오면 댓글 남겨 주십시오. 돌아와서 재업을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