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39
341화
“그렇기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경제인 단체 쪽의 지분율이 4%밖에 안 되는 것이 좀 이상한데요. 흑사회의 공격이 빤한데, 이거 같은 조직원끼리 너무한 것 아닙니까?”
범석의 질문에 마일러가 푸념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그게.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그럽니다. 이번 공격이 흑사회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대략 공감하지만, 그들이 버밀리언 사를 집어먹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은 믿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경영권 찬탈이 목적이라면 그다음부터는 피 터지는 전쟁이니까요.”
“이거 큰일인데요. 제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흑사회가 버밀리언 사를 노리고 있는 것 같던데요.”
파일러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도 정체불명 펀드들의 행동으로 보아 분명히 인수시도로 보이는데……. 일단 증거가 없어서 경제인 단체 회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중입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딱히 방도가 없습니다. 지분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식을 사모아야 하는데, 버밀리언 사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난 파밀러가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현재 버밀리언 회장이 가진 재산은 회사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가 210억 크랑 안팎이었다.
게다가 이 중 60억 크랑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단시간 내에 현금화가 불가능했다. 흑사회가 빠르게 치고 들어온다면 경영권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고작 150억 크랑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버밀리언 사의 주가가 1,910크랑이니 800만 주도 구매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이에 범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며 말했다.
“아니 그럼 2%의 지분도 못 산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버밀리언 회장님이라면 재계에서 꽤 알아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휴~ 재산 대부분이 버밀리언사 주식에 있으니까요.”
그래 봐야 1,500억 크랑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지금 범석의 옆에 앉아있는 로벤만 해도 복권 당첨으로 450억 크랑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금 일심회 주력 멤버들이 자금을 모은 화이트 엔젤 펀드에는 235억 크랑이 들어가 있었다.
즉 자금력에 한에서는 이들이나 자신들 일심회나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너무 적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버밀리언 사 회장님 아니십니까?”
“사실 저희 아버님께서 재계에서 인정받는 데에는 세계 최대 화학제품 생산회사인 버밀리언 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큽니다. 이는 저희 경제인 단체 회원이나 흑사회 조직원은 물론, 대형 사업체 경영하는 모든 경영자에게 해당하는 일입니다.”
범석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말인즉슨 버밀리언 회장이 버밀리언 사를 빼앗긴다면 그저 돈 많은 뒷방 늙은이에 불과하다는 얘기지만, 역으로는 흑사회 멤버들도 같은 처지로 몰락시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거 잘만 한다면 우리끼리라도 흑사회 주력 기업 한둘 정도는 보내버릴 수 있겠는데.’
현재 흑사회의 주력기업은 WBS방송, 메어링 제약사, 윈드 하우스 사 등을 포함한 약 30개 기업이었다. 이들의 규모도 버밀리언 사와 비슷하니, 잘만 한다면 단합된 일심회의 자금으로 한둘쯤은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아니 금융권에 협조 요청해 지지를 받는다면, 그 이상도 가능했다.
‘먼저 WBS방송이 목표하는 것이 낫겠군.’
범석이 첫 번째로 WBS를 목표하는 이유는 흑사회의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창구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인수하면 흑사회의 비리를 보호해줄 커다란 방패가 사라지게 되니, 앞으로의 공략이 편해졌다. 또 대형 방송사의 카렌 출연 거부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고, 방송 일을 잘 아는 나탈리가 있기에 사장으로 삼을 적당한 인물로 준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뭐니뭐니해도 버밀리언 사의 경영권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 일단 경제인 단체와의 연결고리를 지켜야지만, 이어질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그럼 딱히 해결방법은 없는 겁니까?”
“지금 저희 회사 주식을 사모으는 펀드들이 흑사회의 자금임을 밝혀낸다면 만사가 해결됩니다. 그럼 경제인 단체가 회원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범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수없이 자신에게 펀치를 맞은 흑사회는 최근 몸을 사리며 기밀 유지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이에 마가렛도 근래에 정보 입수가 힘겹다고 난색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건 쉽지 않을 겁니다. 저희도 흑사회가 버밀리언 사를 공격한다는 정황만 포착했을 뿐,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있습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중에 풀린 버밀리언 사의 주식이 자그마치 62%나 됩니다.”
“그 중 3.2%는 빼십시오.”
파일러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로서는 범석이 화이트 엔젤 펀드를 통해 대량의 버밀리언 사의 주식이 사들였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일심회 일부 회원이 근래에 자금을 모아 귀사의 주식 1,280만 주를 구매했습니다. 이 지분은 버밀리언 회장님의 우호지분이니, 다소 숨통이 트일 겁니다.”
파일러의 안색이 크게 밝아졌다. 첫날 이후로 버밀리언 주식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3.2%의 지분이라면 근래 주식 시장에 투척 된 주식의 2할가량이었다. 이만한 주식이 한꺼번에 흡수된다면 주가는 안정되게 되었다.
그가 감사를 표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범석의 손을 부여잡았다. 현재 버밀리언 회장의 자금을 총동원해도 1%의 지분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 졸지에 3.2%의 우호지분이 생겼다. 정말 마음이 든든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범석씨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뭘요. 저희는 어차피 같은 적을 둔, 동지 아닙니까?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죠.”
파일러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서로 도와야지요. 하지만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범석이 슬그머니 멀뚱멀뚱 앉아 있는 로벤과 아마스를 쳐다봤다. 생각해보니 이들을 소개해준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그가 다급히 아마스와 로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소개를 안 했군요. 파일러 씨. 여기 계신 두 분은 저희 일심회 조직원이신 로벤 씨와 아마스 씨입니다. 서로 인사 나누시지요.”
“아. 그렇습니까? 저는 버밀리언 사의 이사인 파일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로벤과 아마스가 부리나케 인사를 건넸다. 그 유명한 버밀리언 사의 후계자와 직접 대면을 하게 되다니, 왠지 뿌듯했던 것이다.
이들은 돈만 많을 뿐이지 사회적 지위와 유명세는 그다지 없었다. 로벤은 그저 복권에 당첨된 졸부에 불과했고, 아마스는 얼마 전까지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으로 하는 일 없이 놀고먹었던 한량에 불과했었다.
이런 자신들이 사회의 주류층 인사와 직접 면식을 익히니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로벤입니다.”
“전 아마스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범석이 이들의 약력을 추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 아마스님은 현재 프로 검투팀인 블루 스타즈팀의 이사장님이자, 현재 TL쇼핑의 1대 대주주십니다.”
파일러의 안색이 바로 급변했다. TL쇼핑이라면 세계 3대 유통회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거대기업이었다. 이런 회사의 1대 대주주라면 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이런. 대단하신 분을 제가 몰라뵈었군요. 죄송합니다.”
“뭘요. 얼마 전까지는 세월만 족치던 백수였는데요. 다 이해합니다.”
범석이 이번에는 로벤에 대해 말했다.
“이분은 프로 검투팀인 미들 핑거즈의 이사장이십니다. 몇 년 전에 월드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된 행운의 사나이십니다. 그것도 홀로 당첨이 됐을 정도로요.”
파일러의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월드 복권은 전 세계적으로 팔리는 가장 인지도 높은 전자복권으로, 매주 1등 당첨금이 400~500억 크랑에 이르렀다. 혼자 당첨이 됐다고 친다면 족히 수백억의 자산가이니, 상상치 못할 거부라고 할 수 있었다.
“하하하. 참으로 부러우신 분이군요. 전 세계인이 꿈을 꾸는 소망을 이루었으니 말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자금도 운용할 줄을 몰라 그저 적금에만 의지하는 졸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자선단체의 기부요청을 피하려고, 몇 년간 잠적한 염치없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졸부라도 재산이 수백억 크랑이 넘어간다면, 무시할 수 없었다. 적금만 부어도 매해 18억 크랑 이상의 수입이 생겼다. 세상에는 이 정도의 순수익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파일러는 로벤이 졸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복권이라는 수단으로 손쉽게 돈을 벌기는 했지만, 일반 부호들도 손쉽게 돈을 벌기는 마찬가지였다. 부호와 졸부의 차이는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리지,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느냐의 차이가 아니었다.
만약 그가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마구 돈을 뿌리고 다녔다면 정말 졸부라며 경멸했을지 몰랐다. 기부도 좋다지만, 부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었던 탓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사회에 이바지했다고 하더라도, 그자가 정작 돈이 떨어지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에, 세상이 도움을 주는 일은 없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죠. 저 같아도 도망 다녔을 겁니다.”
이쯤 되자 범석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재 버밀리언 사의 절대 우호지분은 버밀리언 일가의 18%, 경제인 단체의 4%, 그리고 일심회 주요회원 지분 3.2%로 대략 25%가 약간 넘어갔다.
아주 불안한 수치로 외부의 적절한 도움이 없다면 흑사회에게 버밀리언 사가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컸다. 하지만 거부에 속하는 일심회의 다른 회원들이 버밀리언 사의 주식을 사들인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솔직히 로벤만 적극 나서도 5% 정도의 추가적인 우호지분 획득이 가능했다.
그가 로벤과 아마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로벤 씨. 아마스 씨. 혹시 다른 일심회 회원들과 함께 버밀리언 사 주식을 사주실 의향이 없습니까?”
그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지금까지 대화를 들어보니, 버밀리언 사의 주식이 꽤 매력적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언론에 비리 사태가 터져 나오기는 했지만, 파일러의 여유를 보니 아무 일 없이 넘어가리라 생각되었다. 그럼 폭락한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테고, 지금 주식을 사들인 주주들은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게다가 이도 아니더라도 흑사회의 적대적 M&A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경영권 탈취를 위한 주주총회를 대비해야 하기에 주식을 팔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주가 상승분에 대한 혜택은 있을 듯 보였다.
문제는 흑사회였다. 여기서 일심회의 이름으로 주식을 구매해 버밀리언 사를 밀어주는 경우, 그들과 적대 관계가 성립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 좀 그게……. 저도 뭐 사고는 싶지만……. 흑사회가 마음에 걸립니다. 사실 흑사회가 보통 조직이어야 말이죠.”
범석이 눈짓을 주자 파일러를 다급히 대화의 전면에 나섰다. 이들을 설득한다면 버밀리언 사의 경영권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해를 입을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흑사회는 저희 경제인 단체가 맡을 테니까요. 한 번만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절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범석이 덧붙여 설명했다.
“맞습니다. 사실 나와서 하는 말인데, 흑사회가 저희 일심회를 칠 방법은 연방 검투 협회를 통한 수작밖에 없습니다. 다른 부분은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스가 물끄러미 범석을 쳐다봤다.
“어째서죠? 흑사회의 힘은 막강하지 않습니까?”
“물론 막강하죠. 하지만 저희들 연합에 비해서는 약자에 불과합니다. 이미 재력 면에서는 저희가 훨씬 앞서고 있고, 인맥 부분에서는 저희가 완전히 평정한 상태입니다. 다들 아시죠? 저희 회원 중에 렉스터 경감님이 있는데, 지금 연방경찰청의 실세라는 점 말입니다.”
그 점은 로벤과 아마스도 쉽게 동조할 수 있었다. 경찰과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그에게 연락하면 만사가 다 해결되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 쪽은 여기 경제인 단체가 친분을 쌓고 있는 인사들이 실권을 잡고 있습니다. 지금 버밀리언 사를 공격하는 검찰은 흑사회의 동조하는 얼마 안 되는 작은 세력에 불과할 뿐이죠. 그리고 연방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은 루이스 부회장의 친목회원들이 꽉 잡고 있을뿐더러, 주요 정치인들도 저희 연합 쪽 라인이 훨씬 많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미약한 존재라고 생각하시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일심회에 들어오신 이상, 그 누구도 감히 여러분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자신감이 드는 로벤과 아마스였다. 범석의 말대로라면 정말 자신들이 흑사회에 꿀릴 것이 없다고 생각됐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금의 연합이 우세하다는 데에 굳이 놈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힘의 역학관계는 상대적이지, 절대적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자라도 더욱 강한 자가 나타나면 바로 약자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럼 안심해도 되는 겁니까?”
“으음. 솔직히 말한다면 연방 프로 검투계가 좀 걸립니다. 엥그리 봄즈가 장난을 치면 여간 골치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다른 부분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경제인 단체와 손을 잡고 있는 이상, 하등 문제 생길 일은 없습니다.”
로벤과 아마스가 서로 시선을 마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굳이 이들이 흑사회에게 겁을 집어먹을 필요가 없었다.
쿠퍼 일파를 통한 공격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미 그 공격은 시작되었다. 아니 지금의 검투 사업을 무난히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흑사회를 반드시 쳐야 할 듯싶었다.
“좋습니다. 미력하나마 저희도 이번 일에 협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힘써주신다면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범석과 파일러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비록 로벤과 아마스가 재계에 그다지 영향권이 없다지만, 돈의 가치는 아주 정직한 법이었다. 누구든 3크랑이 있으면 얼마든지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을 수 있듯이 말이다. 이들이 도움을 준다면 앞으로 흑사회와의 싸움이 한결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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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드디어 흑사회에 대한 연합라인이 완성됐습니다. 아마도 경제인단체가 전면에서 싸우고 일심회와 루이스 부회장 친목회원들이 지원하는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범석은 이제 보다 많이 검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