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4
34화
1차전 상대인 슈퍼터틀즈를 손쉽게 쓰러뜨린 갓즈나이츠는 2, 3차전도 3전 전승으로 승리를 했다. 특히나 3차전 상대인 에이션트 티라노즈팀은 같은 세미프로팀이지만 6명이 과거 프로에서 활동했던 전적이 있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래서 도박 베팅률도 1.3 대 1로 갓즈나이츠가 질 것이라는 쪽의 여론이 우세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며 갓즈나이츠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이에 각 프로팀의 스카우트및 관계자들이 그의 팀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오스칼을 비롯한 몇몇 검투사들이 구미가 당긴 모양이었다.
‘후후후. 242만 크랑이라……. 이거 꽤나 쏠쏠한 걸.’
범석은 3주 동안 통장에 쌓인 돈을 살펴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3차전까지 도박으로 인해 번 돈이 73만크랑. 입장 수입료는 99만크랑. 승리배당금이 70만 크랑해서 총 242만 크랑의 수입을 얻은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겨나간다면 수입은 더욱 늘어날 터였다.
– 주인님. 로메오거리에 도착했어요.
아론의 말에 범석이 자리를 일어섰다. 오늘 렉스터경위와의 약속에 가기 위해서였다. 전에 육상대회서 번 돈으로 엘프를 하나 장만해 신고식 겸 여러 중요한 대화를 나누자고 자신과 소유 엘프들을 점심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자 내리자.”
어느 복잡한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범석이 전자수첩에 나온 위치정보를 확인하고는 엘프들과 함께 중식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장림원’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고풍스러운 문 앞에 서고는 이내 안으로 들어섰다.
“으응. 의외로 괜찮네…….”
그저 자장면에 군만두를 파는 일반 중식당을 예상했던 범석은 주위에 풍광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벽면은 황금색 벽지로 도배되어있었고, 중국풍의 그림과 조형물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인체의 굴곡을 살려주는 섹시한 치파오를 입은 엘프들이 식탁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고, 실내를 퍼지는 그윽한 요리의 향기는 침을 샘솟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렉스터경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근처를 지나는 엘프종업원을 불렀다.
“이봐. 렉스터경위님이 불러서 왔는데, 그분 아직 안 오셨어?”
“혹시 실내에 안계신가요?”
주위를 다시 한 번 훑어본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없네.”
“그럼 룸에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하며 치파오를 입은 엘프종업원이 전자수첩을 꺼내 공중으로 화면을 띄었다. 그는 나열된 3개의 영상을 살펴보더니 이내 가장 중간의 것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곳에는 캐주얼 정장을 입은 렉스터가 한 금발의 엘프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 계시네. 어디야?”
엘프종업원이 우측 벽면에 나있는 검은색 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2번방에 들어가시면 돼요.”
“응. 알았어. 고마워.”
“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2번 문을 들어간 범석이 궁상맞게 앉아 있는 렉스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렉스터 경위님. 저 왔습니다. 오늘 무슨 날입니까? 꽤 깔끔하시네요.”
“후후후. 네 덕분에 돈 좀 벌었으니. 이제 럭셜리 해져야지.”
범석이 그의 앞좌석에 앉자 레이미를 비롯한 엘프들이 그 주위에 포진하며 앉았다.
“아참 전에 돈 벌면 경찰직 때려치운다고 하셨는데, 그만 두셨습니까?”
렉스터가 저번 춘계리마시티육상대회에서 도박으로 번 돈은 총 1700만 크랑이었다. 자그마치 일반급 엘프를 17명이나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원래는 그만 두려고 했지. 그런데 말짱 황이 되어버렸잖아. 쳇!”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엘프를 대량으로 사서 기동타격대로 키운 다음, 그 돈으로 평생 놀고먹는다고 하지를 않았습니까?”
“젠장. 그게 말짱 꽝이 되어버렸다는 얘기야. 저번 TNB은행 사건 너도 알지?”
TNB은행이라면 과거 세계 금융계열 3위에 해당하던 거대은행이었다. 고위간부인 마르코 렉스라는 자의 불법행위로 큰 빚을 지게 되어 얼마 전 쫄딱 망했는데, 이로 인해 전 세계경제가 지금의 위기에 봉착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다만 그 은행 사건과 렉스터가 경찰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은행이랑 경위님과 무슨 관계인데요?”
“전에 육상대회에서 배팅을 위해 적금을 깨버린 후에는 관계가 없었는데, 최근에 생겨버렸어. 그 자식들 때문에 새로운 법안이 연방국회를 통과해 버렸거든.”
“무슨 법안인데요?”
“공공기관 및 은행 등에는 주인이 현직에 머무르고 있거나 5년 내 근무한 사실이 있으면 절대 그 휘하의 엘프를 채용할 수 없다는 법안이야. 휴~ 한마디로 새됐다고 할 수 있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범석이었다. 당시 TNB은행이 망하는 데는 마르코 렉스라는 자가 자사에서 근무하는 소유엘프에게 명령해 거대 자금을 불법계좌에 이체시킨 사실이 매우 컸다. 이런 그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렉스의 행위가 감사에 드러났을 터였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 이를 막는 법안을 들고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경찰도 공공기관의 일종. 이 법안에 따라 렉스터가 지금 경찰을 그만두더라도 향후 5년간은 휘하의 엘프를 기동타격대에 취직시킬 수는 없었다. 면전에 대고 웃을 수가 없었던 범석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
“큭. 그런데 옆에 있는 엘프는 누굽니까?”
“어. 헤라라고 하는데 과거 데블 스테이크이라는 프로팀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검투사다. 지난 워커옥션마켓에서 구입했지.”
다소 미심쩍은 눈빛을 짓는 범석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기로 렉스터는 상당한 축구광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수사과에 근무하는 그가 공짜로 VIP석에서 축구를 관람할 수 있다는 현혹에 넘어가, 상을 당해 휴가를 떠난 후배대신 며칠 동안 리마시티메인스타디움 상주할 정도였다. 그런데 자신의 엘프를 검투사 출신으로 산다? 도저히 믿지 못할 말이었다.
“설마요. 경위님은 축구광이시잖습니까? 축구선수를 사면 샀지. 설마 검투사출신을 샀겠습니까? 이거 못 믿겠는데요?”
“야. 생각해봐라. 축구선수와 검투사중 누가 경찰 진압봉을 잘 휘두르겠냐? 난 내 엘프를 기동타격대로 키우려고 했지. 동네 조기 축구팀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야. 뭐 나중에는 생각해 봄직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
하긴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전투를 수행하는 기동타격대로 축구선수출신보다는 검투사가 훨씬 어울렸다.
“쩝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건 그렇고, 경위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뭐긴. 너한테 부탁 좀 하려고 왔지?”
프로검투사 출신의 엘프를 데리고 오늘 자신에게 부탁을 하러 찾아왔다면, 그 다음 수순은 청탁이 분명했다.
“혹시 헤라를 저희 팀에 넣어달라는 겁니까?”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사실 우리 헤라가 다시 한 번 검투사로 뛰고 싶어 하더라고. 어차피 경찰기동타격대 건은 물 건너갔으니, 이 아이 하고 싶은 걸 시켜야지. 아마 너한테도 큰 도움이 될 걸. 수사관 생활을 하며 키워온 안목으로 고르고 고른 아이이니까.”
그의 안목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검투사출신이라면 아무래도 쓸모가 많을 터였다. 그가 헤라의 모습 이모조모를 살피고는 정보창을 열었다.
‘오. 이거 뭐야. 나쁘지 않는데?’
그녀의 능력치는 평균 60대를 넘고 있었다. 나이는 35세로 좀 많은 편이지만, 노화가 진행이 늦은 탓인지 에어리어리그 주전 프로급의 신체능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범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정보창을 닫았다. 근래에 여러 일로 바빠 워커옥션마켓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사이 저런 괜찮은 엘프가 나왔던 것이다. 분명 에르피나와 같이 수작을 부려 프로팀을 빠져나온 엘프가 확실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는 렉스터를 바라봤다. 만약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자신이 헤라의 주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경위님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이렇게 서로 돕고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역시 너밖에 없어. 하여간 고맙다.”
“아참. 그런데 혹시 포지션이 어디입니까?”
“검투경기에도 포지션 같은 것이 있냐? 그냥 막 싸우면 되는 것 아니야?”
여전히 축구밖에 모르는 그였다. 결국 헤라가 직접 나서서 넌지시 자신의 포지션을 말했다.
“무기는 롱스피어를 쓰고요. 주로 중견을 맡았어요. 선봉도 가끔 섰고요.”
롱 스피어는 긴 창을 의미했다. 공격력은 검보다 약하지만 넓은 면적을 카버할 수 있던 탓에, 선봉이 분단시킨 적 진영을 보다 널찍하게 흐트러뜨릴 수가 있었다. 마침 쓸 만한 창사가 없었던 범석으로서는 극구 영입해야할 존재였다.
그는 렉스터를 향해 영입조건을 제시했다.
“좋습니다. 연봉 35만 크랑 어떻습니까?”
35만 크랑이면 렉스터의 연봉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그녀를 42만 크랑에 구입했던 그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1년 반만 뛰면 본전을 찾고도 남았다.
“야. 아마팀인데 그렇게나 많이 줘도 되겠냐?”
“많긴요. 프로출신인데 그 정도는 받아야죠. 저희 팀이 프로로 올라가면 더 올려줄 의향도 가지고 있습니다.”
“캬. 역시 너는 멋진 놈이다. 배포가 쎄. 사내자식이 당연히 그래야지. 하하하.”
이러는 사이 엘프종업원들이 갖가지 요리를 가져와 식탁에 나열하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탕수육을 물론이요, 깐풍기, 탕수황화, 고추잡채, 양장피, 팔보채에 최상급 고급요리 측에 끼는 상어지느러미 탕까지 식탁을 푸짐하게 메웠다. 워낙 종류별로 많이 깔린 터라, 어느 요리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야. 이거 너무 쓰시는 것 아닌가요?”
“뭘 쓰긴. 기껏해야 4000크랑이 겨우 넘어갈 뿐인데. 네가 나한테 해준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 자 이거 받아. 내가 한 잔 따르지.”
고량주를 손에 쥔 렉스터가 뚜껑을 따고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범석은 황송한 듯 양손으로 받아들고는 잔을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건네받은 술병을 렉스터의 잔에 기우렸다.
이를 본 오스칼이 침을 꼴딱꼴딱 넘기며 손을 비벼댔다. 그 동안 범석의 명령으로 입에도 대지는 않고 있지만 실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 이런 낌새를 느낀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고량주 병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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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