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46
348화
에이번드의 검투사들이 빠르게 철재교각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에 메르잔이 전면에 검방을 세운 채 그들의 진로를 막아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열한 접전. 검과 창끝이 난무하는 가운데 범석이 힘껏 소리쳤다.
“모두 밀고 들어가!”
명령과 동시에 일제히 전진을 시도하는 에이번드의 검투사들이 메르잔의 방어에 주춤거리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특유의 힘으로 너끈히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오늘 상대만큼은 달랐다.
메르잔은 월드리그 팀인 포레스트 오크즈 팀의 검투사가 주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능력에서 거의 대등함을 보이니, 힘으로는 상대를 압도하기 힘겨웠다.
“다들 버텨야 해! 평지까지 밀리면 더욱 상대하기 힘들어져!”
대장의 1번 검투사의 음성에 메르잔 검투사들이 굳건하게 자리를 버텼다. 뒤로 밀리다가 평지까지 내려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창을 든 범석이 사방을 휘저으며 공격을 가해올 테고, 그 뒤로 이어지는 에이번드 대표팀의 공격에 지리멸렬하게 되었다. 지금 메르잔이 노리는 전략은 범석이 나오리라고 예상되는 1, 3, 5라운드를 비기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비슷한 2진 간의 전투에서 1승을 따내어 오늘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승부를 철재가교에서 끝을 내야 했다.
그러나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후방에서 범석과 니키타가 날리는 창끝으로 힘을 집중하기가 여간 곤란 것이 아니었다.
“우리 창사는 뭐해! 빨리 니키타와 범석 님의 창을 막아!”
그러자 4번과 9번 검투사가 창끝을 세우더니, 범석과 니키타의 창을 쳐내기 시작했다.
‘이런 게임이 이상하게 흘러가네.’
중견에 서 있던 범석이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워낙 서로 밀착되어 있었던 탓에, 몸을 운신하기가 힘겨웠던 탓이다. 상대를 밀어내는 일에 힘을 보태고자 진형에 합류했는데, 이러면 프리롤을 뛰는 것만 못했다. 지금 양쪽 진영은 거의 이동 없이 고정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내가 나서는 수밖에.’
범석은 지지부진한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프리롤을 뛰기로 했다. 자신이 메르잔의 후방을 공격한다면 최소 2명을 마크하기 위해 나서야 했다.
그럼 수적 열세에서 오는 힘의 불균등이 생겨나니, 에이번드는 훨씬 수월하게 다리를 넘어갈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주변을 살피다가, 철재교각의 난간을 밟고 그대로 건너편 평지로 향해 도약했다.
“프리롤이 후방으로 왔다!”
한 메르잔 검투사의 외침에 수호검투사인 2번 검투사와 6번 검투사가 황급히 범석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가 프리롤을 뛰는 것은 예견된 바였기에, 마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장을 홀로 놔둬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를 활개치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호오. 너희 둘이 날 상대하겠다고?”
범석이 손에 든 창을 허리 뒤에 눕히고는 미소를 지었다. 2명밖에 마크를 나오지 않았음이 아쉽지만, 그래도 그의 의도는 성공한 탓이다. 지금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힘껏 밀어붙이고 있기에, 전진의 기미가 보였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도강에 성공하리라 싶었다.
하지만 역으로 메르잔 마크맨들은 잔뜩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범석을 막지 못한다면 팀이 패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충분해요. 저희는 범석님의 창술을 충분히 대비하고 왔으니까요.”
범석이 창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과연 쉬울까? 나는 창술만 있는 것이 아닌데.”
그 말에 2번 검투사가 슬며시 범석의 허리에 채워져 있는 검을 바라봤다. 그는 전투 중에 느닷없이 발검술을 펼치며 상대를 해치웠다.
이를 대비하지 않고 창술에만 연연하다가는 순식간에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근래에 범석에게 농락당한 마크맨들이, 다들 그런 식으로 무너져내렸다.
“그건 저희도 아니, 염려하지 마세요.”
“후후. 역시 월드리그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이라 좀 다르군. 한 번 기대해 보지.”
발목에 힘을 불어넣은 범석이 힘껏 그녀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막아!”
동시에 뛰어오는 2번과 6번 검투사가 큰 궤적을 그리는 창끝을 방패를 막은 후 바로 한손검을 뻗었다. 그러나 범석은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그는 곧장 튀겨져 나온 창을 지면에 닿을 듯 크게 휘두르며 마크맨들의 접근을 봉쇄했다.
검방들은 빠른 이동과 다리의 방어력에 취약점을 보이기에, 이런 간단한 휘저음만으로도 전진을 막을 수 있었다.
“후후. 자자. 오라니까.”
창을 내린 범석이 조롱하듯 손짓하며 2번과 6번 검투사의 불러댔다. 하지만 그녀들은 꿈쩍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마크맨들의 지상과제는 프리롤을 붙잡고 있는 일이기에, 적절한 기회가 생기기 전에는 함부로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세계 3대 검투사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범석이었다. 이렇듯 붙잡고 있는 일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2번 검투사가 주춤거리는 6번 검투사를 만류하며 조용히 말했다.
“도발에 넘어가지 마. 우리는 자리만 지키면 돼.”
“아, 알았어요. 언니.”
이들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사이, 에이번드의 본진은 상대를 밀어내는 내는 성공하고 도강을 완료했다. 이에 메르진이 즉각 뒤로 물러나 방진을 구성했다. 수가 하나 비는 상태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에이번드와 난전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모두 플랜 2의 도강 후 전략으로 들어간다!”
세이야의 외침에 에드번드 검투사들이 다리 입구에서 일제히 방진을 구성했다. 방어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전략이지만, 외부로 빠져나와 범석이 전투하는 장소로 빠르게 이동하는 오스칼과 라피네를 보면 대충 그 의도가 느껴졌다. 바로 상대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난전을 유도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마크맨 둘로는 범석과 오스칼, 라피네를 동시에 상대할 수 없으니, 결국 메르잔은 새로운 마크맨을 충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범석이 있는 접전지에 검투사들을 투입하다 보면 결국에는 양 팀은 모두 한데 모여 난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1번 검투사가 마크맨들을 향해 소리쳤다.
“돌아와!”
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투입된 이들은 이동 속도가 느린 검방인데다가, 이미 오스칼과 라피네가 그 뒤를 압박하며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여기서 함부로 도주를 시도하려고 했다가는 범석의 창에 등을 내어주어 손쉽게 당하는 수가 있었다.
1번 검투사는 하는 수 없이 2번과 6번 검투사를 포기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지금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 상대의 난전 전략에 빠져들었다가는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종횡무진 날뛰는 범석의 창끝에 하나둘씩 쓰러지며 종래에는 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진은 전력 차이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진형이었다. 둘 정도 빠졌다고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팀원들에게 굳건하게 진형을 유지하게 한 후 천천히 갓즈나이츠 본진을 향해 전진했다. 다소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 양쪽 본진 간의 전력은 자신들이 앞섰다.
“오스칼. 라피네. 마크해!”
예상이라도 했다는 양 2번과 6번 검투사를 오스칼과 라피네에게 맡긴 범석이 본진을 향해 내달렸다. 비록 그녀들이 마크맨들보다 실력이 다 약간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방어에 치중한다면 다소 시간을 끌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그 사이에 상대의 본진을 끝장내면, 오늘의 승리는 에이번드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범석님이 온다! 우리도 돌진해!”
세이야의 명령과 함께 에이번드의 본진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졸지에 앞뒤로 적을 맞게 된 메르잔은 전진을 멈추고 측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범석을 후위에 둔다면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동 속도가 느린 방진으로 홀로 프리롤을 뛰는 그의 스피드를 앞설 수는 없었다. 어느새 뒤로 진입한 범석이 크게 도약하며 메르잔의 방진을 향해 힘껏 창을 휘둘렀다.
퍼퍼퍽!
메르잔의 후방 검방의 방패에서 연달아 불꽃이 튀겼다. 바닥에 착지한 범석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방진 우측의 모난 부분을 향해 힘껏 창을 내리쳤다.
“버텨야 해! 절대 진형을 이탈하지 마!”
하지만 쉽지 않은 의뢰였다. 전방에서 전진해오는 에이번드의 본진의 공격과 자유롭게 이동하며 후방을 교란하는 범석으로 메르잔의 방진은 서서히 그 형태를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어딜!”
범석이 창 끄트머리를 잡고 모서리 좌측 모서리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12번 검투사를 후려갈겼다. 원심력에 의한 강맹한 기세가 가미된 공격 있었던 터라, 그녀는 방패째로 튕겨져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이를 본 레베카가 급히 진형을 빠져나와 12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을 모욕준 검투사가 눈앞에 있으니, 참지 못하고 튀어나온 것이다.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던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12번 검투사를 향해 극심한 변화를 일으키는 검끝을 날렸다.
“너. 오늘 단단히 각오해!”
당혹스러워 하던 12번 검투사의 얼굴이 크게 환해졌다. 진형에서 퉁겨져 나와 상대의 연합공격에 당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한 명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당사자는 전에 손쉽게 상대하던 레베카였다. 아무리 익숙지 못한 검방을 들고 있다지만,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12번 검투사는 방패를 들어 그녀의 검격을 막은 후, 곧바로 검을 휘저었다.
“자. 얼마든지 와욧! 당신 정도는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몇 번의 공방이 있었던 직후 12번 검투사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져가기 시작했다. 전에 상대했던 그 여인이 아니었던 탓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검세는 전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검에 담긴 힘과 스피드가 1주 전과 아주 판이하게 틀렸다. 마치 같은 검식을 사용하는 새로운 검투사와 맞붙는 기분이었다.
“다, 당신 도대체 누구에욧!”
“누구긴 벌써 잊었어!”
차가운 미소를 지은 레베카가 칼자루를 불끈 쥐고는 강하게 검격을 내질렀다. 허공에서 맞부딪치는 두 개의 검. 하지만 전과 달리 레베카의 검은 그다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신이 나는 그녀는 자신의 솜씨를 한껏 뽐내며 힘껏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얘 별것 아니잖아. 어째서 전에 내가 그리 쉽게 당한 거지?’
한창 결전을 펼치는 레베카의 얼굴에 묘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12번 검투사는 W2에 이르는 출중한 실력의 검투사였지만, 지금 꽤 고전하며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12번 검투사는 따로 떨어져 적진 안에 고립되어있는 상태였다. 언제 어디서 기습이 날아올지 모르니, 정신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에 레베카의 변화무쌍한 검격이 계속 날아오니, 쉽게 대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본진을 공격하고 있던 범석이 힐끗힐끗 계속 쳐다보며 12번 검투사에게 위협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언제든 자신에게 신경을 끄면 바로 공격을 가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지금 12번 검투사는 그녀에게만 집중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레베카의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칫. 어떻게 갑작스럽게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던 거죠?”
“후후. 본래의 힘을 되찾은 거니까. 나는 이제 과거의 내가 아니야. 이제 네게 전에 당했던 수모를 되갚아 주겠어!”
계속 뒤로 물러난 12번 검투사가 어느 정도 본진 간 전투의 장에서 멀어지자, 레베카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 모두를 전면에 놓았고, 꽤 거리를 벌려놓은 터라 기습의 위험은 없을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마음 놓고 그녀와 상대할 수 있었다.
“글쎄요. 그게 마음대로 될까요? 꽤 발전한 듯 보이지만, 아직 당신은 제 적수가 되지 못해요.”
“흥. 웃기지 마! 난 네게 절대 안 져!”
몇 합을 주고받은 후, 12번 검투사가 특유의 괴력을 이용해 힘껏 쉴드차지를 시도했다. 힘으로 레베카의 기를 죽이려는 의도였다. 그녀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12번 검투사의 신체능력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거친 방패 질에 뒤로 퉁겨져 나간 레베카가 입술을 잘근 물고 또다시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힘의 차이를 여실히 느꼈지만, 과거와 같이 어이없이 밀려날 정도는 아니었다. 검술은 자신이 앞서니 그 차이를 충분히 극복하리라 생각했다.
“이얏!”
레베카의 변형검이 공중을 수놓았다. 12번 검투사는 가슴 쪽에 밀착한 방패로 계속 쳐내면 공격의 기회를 엿보았다. 자신의 애병인 양손 검을 들고 나왔다면 접전을 통해 쓰러뜨릴 수 있을 보였지만, 현재 들고 있는 검방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편이 나았다.
‘기회는 온다. 그때가 오면 반드시 저 개조인간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어. 다시는 내게 기어오지 못하도록 말이야.’
두 눈을 번뜩이며 레베카의 행동을 살피던 12번 검투사가 갑작스럽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녀의 변형검이 방패를 스치더니, 크게 반동하며 엇나간 것이다. 레베카의 검은 제어하기가 쉽지 않아,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했다.
“이때다!”
12번 검투사가 힘껏 검을 내치할 때 갑자기 오른쪽 허리로 작은 타격이 전해져왔다. 당했나 싶어 깜짝 놀란 그녀가 검을 멈칫거리는 찰나, 검을 수습한 레베카가 방패를 피해 옆으로 파고들며, 왼쪽 허리를 그대로 갈라버렸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쓰러지는 12번 검투사가 오른쪽 측면으로 굴러다니는 작은 조약돌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이 조금 전 자신의 허리를 타격했던 물건인지는 인지하지는 못했다. 근처에는 그녀를 공격할 만한 그 어떤 존재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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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기온이 제법 쌀쌀합니다.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시고요. 즐거운 주말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