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58
360화
“주인님. 잠시만요.”
다이아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범석을 호출했다. 그가 감독석 의자 맞은 편에 앉아 그녀를 바라봤다.
“응. 무슨 일이야?”
다이아나가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3라운드 전략 화면을 펼쳤다.
“3라운드에서 전략을 변경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범석이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지금은 겨우 1라운드를 끝마친 사항이었다. 3라운드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면이 있었다.
“3라운드에 관한 전략을 벌써? 지금은 2라운드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생각해야지.”
“으음. 그렇기는 하지만, 2라운드는 이전에 계획한 대로 밀고 나갈 테니 별로 논의할 것이 없어요.”
갓즈나이츠는 2라운드를 보편적인 전략으로 임하기로 미리 약속되어 있었다. 바로 몇몇 주전과 후보를 섞은 2진을 내보내, 상대의 2진과 맞붙는 일이었다. 평소에 누누이 수행해왔던 전략으로 그다지 논의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범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3라운드에서는 전략 변경이 많아?”
“많지는 않은데, 중요한 부분에서 전략이 바뀌어요.”
“뭔데?”
“리자님에 관한 것이에요. 전 3라운드에서 리자님을 중견으로 활용할 참이에요.”
범석이 턱을 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리자는 포지션의 역할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경기 경험은 아예 없다시피 했다. 자칫 그녀의 예기치 않은 실수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괜찮을까?”
“아까 프리롤을 뛰실 때 보니, 리자님은 검투 경기가 어떤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계신 듯 보여요. 빠르고 안전한 팀 승리를 위해, 대장인 1번 검투사를 붙잡고만 있던 행동이 그 예죠.”
“물론 그렇지. 하지만 프리롤로도 충분히 제 활약을 하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견에 넣을 필요는 있을까?”
“하지만 리자님이 중견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면모를 보인다면, 앞으로 저희와 만날 경쟁팀에게 데이터 혼란을 줄 수 있어요. 즉 리자 님은 프리롤 전문 검투사가 아니라, 프리롤과 중견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노련한 검투사로 인식된다는 거죠.”
그럴싸한지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갓즈나이츠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라고 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여유가 있다면 어떻게든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데이터 혼선도 그 방법의 하나였다.
“하긴 오늘 리자를 프리롤만 뛰게 한다면, 다음에 상대할 팀들이 거기에 대응하는 전략만을 들고 나오겠지.”
“하지만 리자님이 중견도 어느 정도 수행하면 두 가지 이상의 전략을 가지고 나와야 하니, 상대 팀 감독이 출전 검투사 선택에 애를 먹을 거예요. 또 전략을 급히 변경해야 하니, 훈련시간을 많이 낭비시킬 수 있고요.”
“좋아. 그럼 해도 돼. 단 2라운드에 무승부 이상을 얻을 때만 수행해. 이번 승격토너먼트는 지면 탈락이니, 모험을 걸 여유는 없어.”
“네. 알아요. 일단 오늘 승리가 중요하니까요.”
둘이 이렇게 합의를 본 이후, 2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비록 갓즈나이츠의 2진들이 주력과 비교하면 전력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플라잉 오우거즈에 비한다면 다소 강한 편이었다.
결국, 갓즈나이츠는 플라잉 오우거즈를 상대로 12분 만에 2라운드를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3라운드에서 리자는 다이아나의 선언대로 중견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중앙 시내를 분기점으로 플라잉 오우거즈 검투사들과 마주한 범석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리자를 향해 말했다.
“리자. 중견도 잘할 자신이 있지?”
리자가 다소 긴장한 눈빛을 지었다. 프리롤이야 자기 맘대로 활개치고 다니다가 상대의 마크맨과 대적하면 그뿐이지만, 중견의 자리에 있으면 동료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했다. 지금의 자신이 중견에 자리에 잘 녹아들어 갈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저 네 역할에 충실하면 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것 아니야?”
중견의 역할은 공수의 지원이었다. 팀이 공격적으로 나갈 때는 선봉과 함께 상대 팀 진영으로 들어가 승리를 쟁취해야 했고, 수세적으로 나갈 때는 후미를 도와 대장을 보호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수라는 것이다.
팀 동료의 움직임을 잘 인지해 동시에 치고 나가고 빠지는 능력이 없다면 돌격 시 멍하니 후방에 남거나 퇴각 시 홀로 적진에 남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해당 포지션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전술훈련과 경기 경험을 통해 동료와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하지만 이론대로 되지 않으니 문제죠. 언제 치고 빠져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서요.”
“으음. 넌 별로 경험이 없으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겠지. 그럼 이러면 어떨까?”
“어떻게요?”
“일단 후위중견 역할을 수행하는 거야.”
후위 중견은 방어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이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중견과 다름없지만, 방어를 염두에 두기에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후미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치고 빠지는 횟수가 적으니 경험이 미천한 리자에게 나름 적응하기 쉬운 중견 포지션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포지션은 검방 검투사가 주로 수행하잖아요. 아시다시피 전 사형과 마찬가지로 카타나를 써요.”
“그렇지. 하지만 너는 비도도 사용하잖아.”
리자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비도도 후위중견이 사용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무기였다.
“그게 후위중견과 무슨 상관인데요.”
범석이 슬며시 후미에 있는 니키타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녀의 필살기는 비격창으로 후위에서 4미터에 이르는 장창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근래에 데이터 읽혀 성과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상대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었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그대로 날아오는 창에 맞아 바로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니키타의 비격창과 함께 비도를 날려. 그럼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거다.”
눈동자를 도르르 굴린 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격창과 함께 비도가 날아간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 챙겨온 비도는 총 5개. 이중 하나만 성공해도 외견상으로 자신은 중견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었다. 킬포인트는 해당 검투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인 탓이다.
“아. 그렇군요. 무슨 뜻이지 알겠어요.”
“그래. 그럼 이번에 잘해야 한다.”
그녀의 어깨를 토닥인 범석이 진형을 빠져나가 경기장 우측 편에 섰다. 이번 3라운드에는 그가 프리롤을 수행해야 했다.
– 삐이익!
긴 호각 소리와 함께 범석이 아무 거리낌 없이 도약을 시도했다. 시내 너머에는 마크를 나온 검방 둘이 서 있었지만,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검방은 필연적으로 한손검을 들고 있기에 그가 들고 있는 창에 비해 공격 범위가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의 건너편으로 도달했을 때쯤 바로 허리를 튕겨 좌우로 창을 세차게 휘둘렀다.
휘이익. 쾅쾅.
거친 충돌음 뒤로 마크맨들이 뒤로 주춤거렸다. 이를 틈타 지면에 착지한 범석이 좌우로 창끝을 휘저으며 그녀들의 접근을 막았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일단 시내를 등지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는 좌측으로 빠르게 이동해 시냇가를 빠져 다음 마크맨들을 맞이했다.
“후후. 너희가 나를 상대하겠다고?”
그를 상대하는 자들은 다름 아닌 2번과 4번 검투사였다. 대장 보호해야 할 입장인 그녀들이었지만, 지금은 범석을 막으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를 상대함에 대게의 팀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2명의 검투사로 마크해, 시간을 끄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3명의 검투사를 투입해 그를 쓰러뜨리려고 하는 때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본진이 위험했다.
3명이 빠진 상태에서 갓즈나이츠의 본진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종종 그 3명이 범석에게 당해 해당 라운드에서 패하는 경우도 아주 많았다.
하지만 일반 검투사 2명이 범석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기존 경기 결과로 판명이 났다. 그래서 대장을 위험에 노출하는 일이 있더라도 방어에 특화된 수호검투사로 하여금 그를 마크하는 것이다. 방어만을 연마한 그녀들이라면 범석을 충분히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번 검투사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이미 범석님의 플레이는 확실히 파악했어요. 만만히 보다가는 3라운드 내내 저희와 함께 상대해야 할 걸요.”
“후후. 그게 과연 쉬울까?”
“아마 경험해 보시면 아실 거예요.”
당당히 말한 2번 검투사가 동료인 4번 검투사가 그를 한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범석이 프리롤에 나올 때를 대비해 세워둔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범석님을 쓰러뜨린다면 충분히 이번 라운드를 이길 수도 있어. 하지만 실패하면 우리 팀은 끝장이야.’
2번 검투사의 시선이 철교에서 갓즈나이츠 본진을 막고 있는 자신들 본진 쪽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그 안에는 7번 검투사가 불시의 일격을 위해 활을 꺼내 들고 있었다. 아무리 범석이라도 등 뒤에 눈이 달리지는 않을 테니 잘만 하면 저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녀는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범석의 시선을 유인했다.
차창. 쾅. 창.
연이어 터져 나오는 타격음 소리가 경기장 안을 울려 퍼졌다. 2번과 4번 검투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 범석에 달려들었다. 그가 저격 작전을 눈치채는 순간 팀은 패배였다.
“아얏!”
범석의 창끝이 4번 검투사의 옆을 스쳤다.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급히 몸을 날리며 창에서 멀어지고자 했다.
뒤이어 반월날에 의한 베기 공격이 들어올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워낙 급하게 이동했던지 몸의 균형을 살짝 흐트러뜨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를 감지한 그가 창을 크게 휘저으며 4번 검투사의 허리 부위를 노렸다.
“가랏!”
쾅하는 소리와 함께 범석의 창이 2번 검투사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십 수년간 함께 주력 수호검투사를 함께해온 그녀들은 호흡이 잘 맞았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둘의 방어태세를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멀리 7번 검투사가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며 범석의 등에 화살촉을 겨누었다. 거리도 적당했고 그의 움직임도 제한적이라 충분히 저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겨냥을 끝마친 7번 검투사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뭐야! 사형이 위험해!’
7번 검투사의 행동이 리자에게 감지되었다. 플라잉 오우거즈의 선봉들이 조직적으로 그녀를 가려주고 있지만, 어깨와 어깨 틈새 사이에서 반짝이는 화살촉은 외부에 드러나 있었다.
리자는 화급히 선봉중 하나인 5번 검투사를 가리키며 니키타에게 소리쳤다.
“니키타. 사형이 위험해! 빨리 저 얘 머리를 향해 비격창을 날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니키타가 급히 5번 검투사를 향해 비격창을 날렸다. 범석이 위험하다는 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내 길게 뻗은 장창이 오스칼과 상대하고 있던 5번 검투사의 안면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뭐, 뭐야!”
느닷없는 장창 공격에 5번 검투사가 화급히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무구는 오스칼의 거검과 맞대어 힘겨루기에 들어간 상태라, 쉬이 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실수였다.
그녀가 몸을 피하는 바람에 7번 검투사의 저격 모습이 외부로 드러났고,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 리자가 던지 비도 하나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내 7번 검투사의 헬멧 옆에서 둔탁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뺑뺑이 당겨진 활시위가 튕기며 옆에 서 있던 9번 검투사의 오른쪽 어깨에 화살이 날아갔다.
퍼퍽. 퍽.
졸지에 팀 킬을 당해 오른쪽 팔을 잃은 9번 검투사가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5번 검투사를 바라봤다. 그녀가 장창 공격을 피하는 바람에 길이 열리고 7번 검투사와 자신이 당했음을 똑똑히 봐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야! 너 뭐하는 거야! 거기서 피하면 어떻게 해!”
“미, 미안해. 나도 몰랐어.”
하지만 5번 검투사도 어쩔 수 없었다. 비격창 다음으로 비도가 날아와 7번 검투사를 해치울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좋아. 이때다!’
기회를 포착한 오스칼이 전력을 다해 5번 검투사를 밀어젖혔다. 9번 검투사와 대화하느라 그녀가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스칼은 바로 5번 검투사를 힘껏 바닥에 깔아 눕히고는 플라잉 오우거즈 본진 중앙을 향해 거검을 세차게 내리쳤다.
“잘했어. 오스칼!”
오스칼의 강력한 일격으로 상대의 진형이 크게 흔들리자 샤일라와 라피네가 힘껏 파고들었다. 이를 따라 진입해 들어가는 갓즈나이츠의 중견들로 플라잉 오우거즈 진형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빠르게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교 끝 부분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더는 버티지 못했던지, 몇몇 플라잉 오우거즈 검투사들이 뒤로 발라당 쓰러졌다.
“됐어. 지금이야! 다 쓸어버려!”
세이야의 외침에 따라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가 플라잉 오우거즈 팀 본진을 휩쓸고 지나갔다. 몇몇이 버텨보려고 했지만, 진형 자체가 붕괴하였기에 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 갓즈나이츠! 역시 대단합니다!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일거에 플라잉오우거즈 진형을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 그렇습니다. 이러면 플라잉 오우거즈. 더는 가능성이 없습니다. 라운드 스코어 2대 0의 상황. 여기에 3라운드까지 완전히 내어주기 직전까지 내몰렸으니, 멀리 이곳까지 응원 온 원정 팬들로서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일 겁니다.
– 네. 그렇겠군요. 하여간 이번 3라운드에도 리자 검투사의 활약이 컸죠.
– 물론입니다. 그녀가 범석 검투사를 저격하려는 7번 검투사를 비도를 던져 해치움으로써, 지금 상황이 왔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이번 경기가 이대로 끝나게 된다면 리자 검투사가 MVP가 될 듯싶습니다.
중계진의 대화를 들은 범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저격하려던 시도가 있었다니, 아찔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2번과 4번에 집중하느라 그동안 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덥네요. 밤이라 밖은 시원한데, 제방은 왜이리 더운지…….. 아. 전 이래서 여름이 싫어요. ㅠㅠ.
모두들 초여름 더위 조심하시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