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59
361화
‘후후. 리자가 또 한 건을 했군. 이제 됐어.’
범석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활약으로 리자는 팬들과 여러 검투사 관계자들에게 각인 받게 되었다. 이제 그녀로 팀 엠블럼 제품이 무수히 팔려나갈 것임은 물론, 이번 월드리그로 향하는 토너먼트 경기에서 상대 팀에 많은 위협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자. 그럼 가볼까?”
범석이 2번 검투사를 향해 창격을 날렸다. 강렬한 회전력이 담겼기에, 창끝 막는 그녀의 한손검이 크게 튕겨져나갔다. 이어서 역으로 휘두르는 범석의 창대 끝이 2번 검투사 다리 사이를 파고들더니 복숭아 뼈 부위를 강타했다.
“아앗!”
2번 검투사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곁에 있던 4번 검투사가 지원을 나와 범석을 막는 바람에 무사했지만,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급히 몸의 중심을 잡은 그녀가 4번 검투사를 도와 범석을 상대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본진을 바라봤다. 자신들은 어찌 되었든지 간에 그를 잘 봉쇄하고 있지만, 다른 동료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들은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의 파상 공세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본진은 6명밖에 남지 않았어. 이대로라면 패배할 거야.’
하지만 딱히 그녀가 손쓸 방법은 없었다. 자신들이 범석을 포기하면 플라잉 오우거즈 진영은 순식간에 무주공산으로 변모할 터였다. 그렇다고 가지 않자니, 대장인 1번 검투사가 위험했다. 동료 여섯이서 갓즈나이츠 검투사 11명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그녀가 마이크로 통해 4번 검투사에게 은밀히 말했다.
“우리 돌아간다. 대장이 너무 위험해.”
“괜찮겠어?”
“어쩔 수 없어. 6명으로는 제대로 된 방진을 구성할 수는 없어.”
“하긴 그렇겠지.”
그 말에 동조한 4번 검투사가 본진 쪽으로 등을 돌린 채 서서히 뒷걸음질을 쳤다. 6명이 방진을 구성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대장이 밖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집중 공세로, 당할 수도 있으니 자신들이 드러난 부위를 메워줄 필요가 있었다.
‘호오. 나를 두고 돌아가겠다고. 이 맹랑한 애들을 봤나?’
희미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통신으로 리자를 불렀다. 지금 본진 쪽은 극히 유리한 상황이니 한 명 정도는 빠져도 되었다. 그녀는 포지션에 그리 적응하지 못했으니, 자신을 도우러 와도 좋았다. 괜히 남아있다가 중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
이내 리자가 무리에서 빠져나와 2번 검투사의 등 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비도가 남아있었으면 바로 스로잉 공격을 통해 잡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그쪽으로 한 명 간다! 조심해!”
본진 동료의 외침으로 리자의 공격을 인지한 4번 검투사가 2번 검투사 등 뒤에 찰싹 붙고는 방패를 높이 치켜세웠다.
카캉. 쾅.
허공에서 맞붙는 무구들의 향연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플라잉 오우거즈의 마크맨들은 리자와 범석의 동시 공격에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점점 더 수세에 빠져들며 결국 몸을 제대로 운신할 수 없는 지경까지 빠져들었다.
리자의 검격을 간신히 방패로 막은 4번 검투사가 짧고 간결하게 검을 뻗어 공격했다. 위협적이기보다는 접근을 막고자 하는 견제용 일격이었다. 하지만 리자는 전혀 물러남 없이 그대로 치고 들어와 4번 검투사의 팔뚝을 부여잡고는 그대로 엎어 쳐 버렸다.
“꺄아아악!”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진 4번 검투사. 이를 본 2번 검투사가 급히 도움을 주려 했지만 범석이 창끝을 쭉 뻗어 그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 사이 리자는 4번 검투사의 허리를 부위를 검으로 내리쳐 행동불능 상태에 빠뜨리고는 크게 몸을 회전해 2번 검투사의 방패에 강력한 킥을 먹였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고 뒷걸음질을 치는 2번 검투사의 등판을 향해 범석이 바로 창끝을 그어 버렸다.
“후후. 끝이나 다름없군. 이제 저쪽 본진도 거의 궤멸상태이니까.”
바닥에 쓰러져 몸을 경직시키는 2번 검투사와 갓즈나이츠 검투사에게 휩싸여 하나씩 쓰러져가는 플라잉 오우거즈 팀 본진을 바라본 범석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경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었으면 만약의 역전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승리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리자. 시합을 끝내러 가자.”
“네. 사형.”
이들이 본진 간의 격전지로 향하는 사이, 경기는 종료되었다. 라피네의 쌍검이 대장인 1번 검투사의 안면을 타격한 것이다. 범석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와 관중의 함성을 듣고는 다시 더그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넓고 침침한 방 안. 한 사내가 통신 화면을 공중에 띄우고 지팡이를 턱을 기댄 한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잔뜩 적의가 묻어있었는데, 만약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기세에 눌려 얼굴을 들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화면 너머에 있는 노인은 차분한 미소까지 지으며 그를 응대하고 있었다.
– 그래. 루카스 회장. 내게 무슨 일로 연락을 준 게지?
날카로운 눈을 한 루카스가 노기를 잔잔히 흘리며 말했다.
“마이어 명예회장님. 이거 이번에는 제가 단단히 당했습니다.”
– 후후. 뭘 말인가?
“레퍼드 기획 건 말입니다. 저희는 성심성의껏 회장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오시다니 도저히 용납되지가 않습니다.”
마이어가 주름진 얼굴을 살며시 긁으며 말했다.
– 자네도 내가 흑사회를 골탕 먹으려고 손을 잡았다고 생각하나?
“그럼 아니란 말입니까!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 후후. 바보가 아니라면 쪼다겠군.
그 말에 모욕감을 받은 루카스가 얼굴을 벌겋게 붉혔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 장난이 아니야. 난 내가 느낀 대로 말했을 뿐이네.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일의 내면에는 자네가 모르는 검은 손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네. 나도 경제인단체의 여러 원로에게 격려 전화를 받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네.
“흥. 설마 제가 들은 정보가 거짓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시겠죠?”
이마에 깊은 주름을 만든 마이어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닐세. 누구에게 전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언급한 정보는 진실이 맞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난 진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일세.
묘한 뉘앙스에 루카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 그건 말해줄 수 없네. 난 경제인 단체이고 자네는 흑사회니까. 단 한 가지 말해 줄 수 있는 건. 난 곧 아들놈에게 모든 경영권을 물려준 후, 칩거에 들어간다는 사실일세. 아무리 봐도 나도 이제 늙은 것 같네. 고 젊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다니 말일세.
“젊은 놈이요?”
– 아주 무서운 놈이지. 뱀 같은 혀로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자네를 아주 바보로 만들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흑사회가 나를 통해 일으키려는 경제인 단체 내 분란도 일거에 잠재웠지.
루카스는 그가 범석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데레사를 통해 들은 정보와 지금의 대화 내용을 접목해보면 바로 나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후자의 말은 인정할 수가 없었다. 진실이기는 하지만, 이를 인정하면 마이어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지금까지 대화해 본 결과 그도 범석에게 당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회장님을 통해 경제인단체의 분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 후후. 자네. 나를 바보로 아는가? 데레사 고년이 경제인단체 회원들에게 레퍼드 기획 건을 보고한 사실을 내가 모를까 봐? 그리고 나도 조금 전에야 안 일을 자네가 어떻게 그리 상세하게 알고 있겠는가? 우리 경제인 단체 회원들이 입이 그리 싼 편이 아니거든. 분명 그 젊은 놈이 언급한 청년기업연합회 내 스파이가 바로 데레사고, 그 아이가 떠벌렸겠지.
루카스가 마구 손사래를 쳐댔다. 데레사가 정체가 발각되었다가는 경제인단체의 고급 정보를 기대할 수 없었다.
“아니. 데레사를 끌어들인 건 바로 마이어 명예회장님 의사가 아니셨습니까?”
– 그렇지. 내 측근 중의 한 명이 그 아이를 추천해 주었지. 그래서 그 측근을 당장에 잘라버릴 예정이네. 분명 흑사회의 첩자일 테니까 말일세.
“회장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마이어가 비릿한 웃음을 흘려대며 말했다.
– 끌끌끌. 걱정하지 말게. 데레사 고년에 관한 얘기는 입도 벙긋하지 않을 테니까. 안젤라 고년의 여식이니, 증거도 없이 함부로 나불댔다가는 괜히 나만 노망난 노친네로 오인을 받겠지.
루카스가 감사하다는 입 밖으로 내뱉을 뻔할 정도로 안도했다. 이로써 자신의 딸이자, 고급 정보원을 지키게 되었다.
“휴~ 애꿎은 오해십니다. 저희는 마이어 명예회장님에게 그 어떤 수작도 벌이지 않았습니다.”
– 후후. 뭐 그 말. 믿어주는 척은 하지. 그나저나 자네도 고생이 많아. 괜한 놈 건드려서 그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일세.
루카스가 이를 바득 갈았다. 범석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혈압이 거꾸로 올랐다.
“젊은 애송이일 뿐입니다. 이번 경제인단체와의 싸움이 끝나는 즉시 저희 흑사회가 쓴맛을 단단히 보여준다면 바로 꼬리를 내릴 겁니다.”
– 자네.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군. 흑사회가 당장 쳐야 할 놈은 바로 그놈이야. 그놈이 우리 경제인단체를 뒤에서 움직이며 흑사회를 공격하는 것이거든. 그리고 놈이 있는 이상 흑사회는 절대 우리 경제인 단체를 못 이겨.
“그, 그게 무슨 뜻입니까?”
–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자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니까. 그럼 훗날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만 여기서 끊겠네. 그럼 잘 있게.
그 말을 하고 난 마이어가 매정하게 화면에서 사라졌다. 루카스는 지금의 의문을 풀기 위해 다시 통신을 넣었지만, 호출음만 들려올 뿐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다시는 자신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깨달은 루카스가 포기하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도대체 마이어 명예회장이 말하려는 내용이 뭐였지? 경제인 단체가 정말 범석 그놈의 손에 움직인단 말인가?’
그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경제인 단체가 어떤 단체인데, 한낱 애숭이의 손에 놀아날 수 있겠는가? 마이어가 뭔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미심쩍은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까지 그와 대화해 본 결과, 데레사가 물고 온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느껴졌던 것이다. 마이어가 정말 범석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자신들이 경제인단체의 분란을 조장하려는 계획은 그에 의해 막혔다는 뜻이 되었다.
‘그놈이 한 말이 진실로 인식되었다는 얘기는 현재 경제인단체가 최소한 놈과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 돼. 그리고 데레사의 말로는 버밀리언 회장의 후계자인 파일러가 범석에게 찾아가 레퍼드 기획 건에 대해 사죄를 청했다고 했어. 그런데 그 자존심 강하고 싸가지 없는 파일러가 그딴 짓을 할 리가 없다는 거야. 그저 미안해서? 이건 말도 안 되지. 뭔가 놈의 힘이 긴밀히 필요했거나, 눈치를 살펴야 할 입장인 거야.’
이쯤 되자 뭔가 범석과 경제인단체 간의 관계가 대략 짐작이 갔다. 파일러가 사죄하러 찾아가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 그의 힘을 빌려 조직 내 경쟁자인 마이어회장을 치려 했음이 자명해 보였다. 그렇다는 얘기는 최소한 범석이 경제인 단체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그럼 놈이 단순히 경제인 단체와 루이스 부회장 친목회원들의 연결고리만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그러고 보니 데레사의 말로는 안젤라 그 멍청한 여자도 범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어. 그리고 버밀리언 사 인수 사건 때도 놈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순간 루카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범석이 그간 벌인 일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LHN과의 충돌 사건. 레인보우그룹 인수 사건. 그리고 최근에 벌어진 레퍼드 기획 건까지……. 특히나 LHN과 레인보우그룹 인수 건은 범석이 경제인 단체나 다른 도움 없이 홀로 해결한 사건이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해. 놈은 계속 우리를 가지고 놀았어. 어떤 사건이 터져 나오든, 놈은 먼저 선수를 쳐서 나를 곤란하게 했어.’
루카스는 문뜩 범석이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던 대단한 정보조직을 가졌는지 의심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다른 거대조직에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수없이 반복되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즉각 데레사에게 통신을 넣었다. 현재 범석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그녀였다.
잠시 후 화면 속에서 데레사의 모습이 비쳤다. 침대 위에 누워 부스스한 얼굴을 한 그녀는 당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아버지.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자고 있는데 깨워서 미안하다. 아주 중요한 일로 네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연락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데레사가 방 안의 불을 켜고 책상 옆 의자에 앉았다.
– 아 네. 말씀하세요.
“네가 근래에 범석 그놈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
데레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범석과 경제인단체와의 연계는 흑사회로서 아주 위협적이기에, 그녀가 범석에 대한 모든 일을 맡고 있었다. 데레사는 경제인 단체의 일원 중 하나이자 범석과 나름의 친분 있는 안젤라의 딸이기에 이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 네. 맞아요.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그자에 대한 정보자료 일체와 사태 파악에 대한 모든 일을 일임해 주셨잖아요.
“그래. 그래서 묻는 건데, 놈이 누군가와 긴밀히 접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냐?”
– 글쎄요. 그런 일은 없는 듯 보이는데요. 그런데 대체 그런 건 왜 물으시는 거죠?
침음성을 흘린 루카스가 진지한 시선을 그녀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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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제가 신년 첫날인 듯 느껴지는데, 벌써 6월의 한복판입니다. 어렸을 때는 시간 정말 시간이 안가나 푸념했는데, 지금은 너무 시간이 잘가 안타깝습니다. 에고에고. 이러다가 또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또 내년인데요. 휴. 이제 반 남은 올해 정말 알차게 보내야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시간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