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6
36화
GA컵 4차전 경기를 치루기 위해 범석을 비롯한 갓즈나이츠팀원들은 리마시티콜로세움으로 찾아갔다. 오늘 대전을 벌일 상대는 카라스코시티에 연고를 둔 킹 크랩즈라는 검투사팀이었다. 그들은 작년도 에이번드 에어리그에서 11위를 한 강팀으로, 범석도 큰 난관이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승률을 5할 정도로 잡았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지만, 몇몇 엘프들을 제외하고는 상대에게 전력을 밀리고 있으니 쉬이 승리를 점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도 범석의 생각일 뿐 세간의 평가는 갓즈나이츠가 패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마추어팀들을 상대로 모두 3전승으로 올라왔다고는 하나, 프로팀에게는 힘들다고 예상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오늘의 베팅 비율은 6.3 대 1로 갓즈나이츠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었다.
‘후후. 이기면 스포츠도박으로만 250만 크랑을 번다는 얘기지.’
이뿐만 아니라 검투협회에서 주는 승리 수당 120만 크랑까지 받게 되니 총 370만 크랑의 수입을 얻는다는 소리였다. 물론 지면 베팅 비용을 생각해서 -50만 크랑이지만,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만큼 얻어지는 이득이 아주 컸다.
와글와글.
더그아웃에 도착한 범석은 군데군데 모여 있는 관중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1000석이나 되는 리마시티콜로세움에 저 정도 인원이 차있다면 족히 2만 가까이는 관람하러 왔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4차전부터는 아마가 아닌 프로의 룰을 적용받던 탓에 홈 어웨이 방식을 채용했다. 즉 저 관중에 대한 수입이 모두 자신에게 들어온다는 소리였다. 7차전까지는 입장권이 150크랑이니 총 합치면 300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크크크. 역시 뭘 해도 대도시에서 해야 한다니까.’
리마시티는 에이번드 지역정부의 핵심도시로 인구 780만 명이 살고 있었다. 게다가 올해 봄에 유일한 프로팀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이 아마추어리그로 떨어져 근 일 년 간은 무주공산이 되었다. 여기서 내년 봄 열리는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프로로 입성하게 되는 날이면 많은 검투팬들을 확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홈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면 그만큼 프로에 진입했을 때 보다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슬슬. 준비를 해볼까.”
탈의실로 향하던 범석이 문뜩 더그아웃 벤치 맨 끝에 앉아있던 엠마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직 갈만한 마땅한 팀을 찾지 못했는지, 아직까지 갓즈나이츠팀에 머물고 있었다. 다만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터라, 팀에 동화되지 못하고 저리 동떨어진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범석은 슬며시 그녀의 옆에 엉덩이를 가져다 붙였다.
“여어. 엠마 뭐해?”
“아, 아. 범석님.”
“궁상맞은 표정 좀 짓지 마. 팀을 떠날 때까지는 너도 갓즈나이츠팀의 검투사야. 좀 어울리고 그래. 내가 우리 엘프들에게 말해 놓을 테니까 편안히 지내.”
“아, 아니 괜찮아요. 지금 이대로가 편해요.”
범석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계속 이 상태라면 여러모로 좋지 못했다. 가라앉은 기분 탓에 호감도 상승도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그녀로 인해 팀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분위기를 호전시켜야 했고, 가장 좋은 방법은 엠마가 빨리 적당한 팀을 찾아 떠나는 일이었다. 그러면 원정 데이트로 호감도를 올려 공략을 완료할 수 있었고, 다시 팀으로 복귀시키면 만사해결이었다.
“그런데 아직 이적할 팀은 못 구했어?”
미안한 표정을 지은 엠마가 주춤주춤 옆으로 물러났다. 그만큼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염치가 없었다.
“네. 여러 군데 알아보고는 있어요. 그런데 아직 마땅한 팀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 이상하네. 흑사회에서 막대한 지원을 해주니, 꽤 많은 팀이 원하고 있을 텐데.”
“……..”
말 못할 사연이 있는지 엠마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말하기 싫은 내용을 억지로 캐물을 수도 없는 일. 범석이 그녀의 어깨를 위로하듯 톡톡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여간 나가라고 보채지 않을 테니까. 그 동안은 편히 있어.”
“네.”
이내 탈의실로 들어가 슈트를 갈아입은 그가 몸을 풀며 앞으로의 시합에 대비했다. 엠마의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에는 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만 했다.
‘반드시 주력들이 포함되는 1, 3, 5라운드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야 해. 우리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2, 4라운드는 당연히 패할 테니까.’
하지만 1, 3, 5라운드를 모두 이긴다는 사실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뭐 차례로 1대 1로 승부를 겨룬다면 범석과 에르피나, 오스칼이 있기에 충분히 해볼 만했다. 하지만 검투경기는 단체전이었다. 스쿼드가 빈약한 갓즈나이츠였기에, 주력 검투사들이 철저한 견제를 당한다면 어이없이 무너져버리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었다. 이미 3차전을 거쳐 오는 동안 충분히 데이터가 쌓였을 테니, 오스칼과 데이지 에르피나 등에게 집중 마크가 들어올 것이 자명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야.’
그 동안 범석은 활약다운 활약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의 킬데스 전적은 2/0로 종합점수가 2점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점수는 자신의 팀에서도 수없이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1라운드에는 견제가 들어오지 않을 터, 마음껏 활개를 칠 수가 있었다.
‘문제는 3, 5라운드야. 1라운드에서 활약을 펼치면 나에게도 견제가 들어올 테니까 말이야.’
범석의 실력 정도로만 둘 정도는 해 볼만 했다. 하지만 셋이 넘어간다면 얘기가 전혀 틀려졌다. 아무리 출중한 기량에 빠른 스피드를 지니고 있지만, 사방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오는 3개의 검을 제대로 막아낼 수는 없었다. 뭐 고만고만한 실력자라면 모르겠지만 오늘의 상대는 프로검투사들이었다. 분명 조직적이고 정교한 검격을 뿌려댈 터, 그로서도 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2승 1무 2패까지만 되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데…….’
원래 2승 1무 2패면 그 경기는 비기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GA컵은 토너먼트 경기라 다음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부를 가려야했다. 이에 대회규정에서 5라운드가 끝난 직후 양 팀이 비기면 승부대결을 펼쳐 완전히 결착 짓도록 했다.
그런데 그 승부대결이라는 것이 갓즈나이츠에게 아주 유리하다는 점이었다. 각 팀에서 각각 5명씩의 대표검투사가 나와 한 명씩 차례로 대결을 펼치는데, 상대팀 모두가 행동불능상태에 빠지면 이기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주력이 강한 그의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많았다.
– 곧 경기가 시작될 것이오니 모든 출전 검투사는 입구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장내 방송 멘트가 흘러나오자 1라운드에 출전할 범석과 갓즈나이츠 팀원들이 입구 근처의 터널로 나갔다. 그리고 입장 신호와 함께 경기장 중앙을 흐르는 냇가까지 걸어갔다.
삐이이익!
– 경기시작입니다!
시작 신호와 함께 오스칼을 비롯한 갓즈나이츠의 선봉진들이 중앙의 냇가를 단번에 넘어 돌진해 들어갔다. 이에 킹 크랩즈 검투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을 흐트러뜨렸다. 약팀은 대게 방진을 짜 방어를 하며 상대를 하나씩 쓰러뜨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갓즈나이츠는 예상과 달리 자신들이 강팀이라고 시위하는 양 공격 진영을 짜 먼저 공격해오고 있었다. 방진에 대비했던 그녀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온다! 작전 변경이다!”
쾅하는 소음과 함께 킹 크랩즈의 진이 크게 흔들렸다. 오스칼의 혼신의 힘이 담긴 거검을 직격으로 맞았으니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프로답게 돌파는 허용하지 않았다.
“집중해서 막아! 오스칼이라는 얘는 보통이 아니야!”
킹 크랩즈의 3번과 12번의 등번호를 단 검투사가 튀어나오더니 오스칼을 마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검은 크고 강력하지만 검속이 느린 편이었다. 마구 활개 치게 나두면 진영에 큰 타격을 입히지만, 이렇듯 견제하며 빈틈을 노린다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범석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가 바로 오스칼과 스테파니 사이를 파고들더니, 3번 검투사의 허리를 스쳐지나갔다.
퍽!
강렬한 격타음과 함께 등번호 3번의 검투사의 몸이 허물어져갔다. 그녀는 자신의 뒤로 달리는 범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믿지 못할 표정을 지었다. 비록 오스칼에게 집중하느라 약간의 빈틈을 보였지만 일격에 자신을 행동불능 상태에 빠질 정도로 자신은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 오범석검투사. 대단합니다. 킹 크랩즈의 3번 검투사를 일격에 잠재우고 종횡무진 돌진해 들어갑니다!
킹 크랩즈 진영 앞에 도달한 범석이 견제를 하듯 검을 휘둘렀다. 따로 떨어진 12번 검투사를 고립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녀만 없애면 12대 10으로 갓즈나이츠가 이번 라운드를 쉬이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그의 의도를 알았는지 헤라가 긴 창을 깊게 찔러 오스칼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12번 검투사의 복부를 강타했다.
“범석님 해치웠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범석이 뒤로 빠지더니 오스칼이 그 자리를 메우며 기괴한 검풍을 일으키며 킹 크랩즈 진영을 유린했다. 작전이 실패해 2명의 검투사를 잃은 그들은 이판을 비기기라도 원하는 양 바로 방진을 짜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모두. 제자리를 사수해. 절대 밀려서는 안 돼!”
그러나 그 외침은 음산한 소리를 내뿜는 오스칼로 검에 묻혀버렸다. 내리치는 일격에 진이 반으로 갈라지며 스테파니가 돌진해 들어갔다. 그 다음으로 중견들이 파고들며 완전히 벌려 버리자, 킹 크랩즈의 검투사들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방어만으로는 절대 오스칼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때다 싶은 범석이 고함을 질렀다.
“따로 떨어져 나온 얘들을 확실히 처리해! 아직 시간 많다!”
스테파니가 마침 몸을 피하지 못한 7번의 검투사를 청룡도 끝에 걸릴 갈고리로 잡아채고는 넘어뜨렸다. 이를 본 범석이 바로 검으로 내리쳐 해치우고는 멀리 뒤로 주춤거리는 킹 크랩즈의 대장을 향해 대시해 들어갔다.
“대장이 위험하다. 수호검투사들 막아!”
급히 달려오는 2번과 4번의 검투사가 그의 앞을 방패로 막아섰다. 그렇지만 이는 킹 크랩즈팀의 실책이라 할 수 있었다. 범석에게 3명에게 검투사가 할당되었으니, 나머지 6명이서 11명의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들을 막아내야 했다. 아무리 그녀들이 프로였지만 2배에 가까운 전력을 제대로 상대할 수는 없었다. 차츰 하나 둘씩 정리되더니 종래에는 후미를 제외한 모든 킹 크랩즈 검투사들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헉헉.”
범석이 숨을 가쁘게 몰아세우며 후미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검방 검투사라 공격력이 약하다지만, 혼자서 셋을 상대 하기란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
그는 뒤로 다가오는 다른 갓즈나이츠팀 검투사들에게 인계하고는, 물러나 휴식을 취했다. 체력수치가 유달리 떨어지는 범석으로서는 계속 이어질 라운드를 대비해 스테미너를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
“뭐. 어차피 나머지 우리 애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그가 빠짐으로서 이제 11대 3이 되어버렸다. 검방이 아무리 방어에 특화되었다지만 4배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킹 크랩즈의 대장검투사는 오스칼의 거검을 정통으로 허리에 맞고는 하늘을 날았다.
삐이이익!
– 대, 대단합니다! 말, 말도 안 됩니다! 예상을 깨고 1라운드는 갓즈나이츠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었을까요!
– 네. 그건 킹 크랩즈의 검투사들이 오범석검투사에게 휘둘려서 그렇습니다. 초반에 오스칼을 마크하러 들어간 2명의 검투사가 오범석검투사의 돌진에 둘 모두가 당해버린 터라, 수적으로 밀리게 되었죠.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킹 크랩즈는 또 한 번의 실수를 했습니다. 저 막강한 괴력의 오스칼검투사 앞에서 방진을 짠 것이죠. 누누이 말해 왔지만 그녀를 그냥 놔두면 진은 이미 무용지물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반드시 마크가 들어갈 필요가 있……
와아아아! 와아아아!
해설자의 장황한 설명이 묻혀버릴 정도로 팬들의 함성소리는 컸다. 비록 갓즈나이츠가 아마추어라지만 리마시티를 연고로 둔 검투사팀이었다. 예상을 깨고 연고팀이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킹 크랩즈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따냈으니 통쾌하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잘했다! 갓즈나이츠! 계속 그렇게만 해!”
“이번 경기 꼭 이겨라!”
범석과 갓즈나이츠팀원들이 팬들의 응원에 일일이 화답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한 편 동쪽 편에 위치한 2000명의 원정팬들은 자팀의 어이없는 패배에 못마땅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야유를 보냈다. 이에 킹 크랩즈 검투사들은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조용히 경기장을 떠나갔다. 프로인 자신들이 아마추어 팀에게 완패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되지를 않았다.
—–
다음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