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60
362화
“아무래도 그놈이 우리가 모르는 정보조직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데레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범석을 살펴본 결과 정보조직과의 만남은 전혀 없었다. 있었으면 벌써 자신이 루카스에게 보고했을 터였다.
–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는데요.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놈에는 뭔가가 있어. 그러니 혹시 의심나는 부분이라도 있으면 모두 다 말해봐라.”
그녀가 턱을 괴더니 골똘히 고민하더니, 한 조직을 떠올렸다. MR보안으라는 기업으로 루카스의 질문에 가장 부합하는 존재였다.
– 만약 그자에게 정보조직이 있다면 MR보안일 가능성이 커요.
“그래? 어째서?”
– 일단 퇴직 경찰들이 그곳에 많이 근무해요.
“으음. 그건 렉스터 경감이라는 작자 때문이 아닐까? 경찰 관계자이니, 동료 경찰들을 우선하여 채용한 것이겠지.”
– 네. 그럴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퇴직 경찰들이니, 현역 경찰들과 친할 것 아니에요? 그럼 여러 경찰 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잖아요.
딴에는 그렇기도 했다. 과거의 동료가 정보검색을 부탁하는데, 현역 경찰이 거절을 표하기란 어려웠다. 여기에 술 한잔이나 돈 몇 푼만 얹어준다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듯싶었다.
“하긴 그렇겠군. 의심이 갈 만해.”
– 그리고 얼만 전에 알았는데, MR보안은 전문 크래커들을 다수와 관계를 맺고 있어요. 자주 만남을 갖고 긴밀한 대화를 나눈다고 해요. 뭐 네트워크 보안 쪽 업무도 하기에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요. 게다가 대부분 전과가 있는 범죄인이고요.
그 말에 루카스의 두 눈이 번뜩거렸다. 전직경찰에 이어 전문 크래커들까지……. 확실히 범석의 정보조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왠지 심증이 갔다.
그와 경제인단체에게 당하면서 루카스는 혹시 상대에서 전문 해커들을 고용하고 있나 의심해, 흑사회 조직원들에게 네트워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언질을 준 바가 있었다. 그만큼 지금까지 털려나간 정보가 극구 믿을 수 있는 조직원이나 협조자만이 취급할 수 있는 고급자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MR보안은 경비 및 보안 회사였다.
아무리 좋은 보안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범죄자들을 고용하다니 뭔가 이상해 보였다. 그들이 해당 보안프로그램을 특성을 이용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루카스가 진지한 눈빛을 하고는 데레사를 응시했다.
“좋아. 그럼 내가 자금을 지원해줄 테니, MR보안에 대해 철저히 알아봐라. 알았지?”
– 네. 알겠어요. 그런데 아버지. 원래 일심회에 대해서는 당분간 주시만 하기로 한 것 아닌가요?
“그러기로 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 어째서요?
“조금 전에 마이어 명예회장과 통화해 봤는데, 아무래도 이번 일은 범석이 수작을 부른 것 같다. 그리고 일전에 경제인단체에게 당한 일이나, 지금 놈들의 움직임 모두가 범석이 뒤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아무래도 자세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고개를 주억거린 데레사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 그래서 맞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거죠?
“일단 법적으로 대응해야겠지. 해킹이나 불법적 정보유출은 엄연한 불법이니까.”
– 그런데 그자가 그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을까요? 그 정도의 조심성도 없었다면 저희가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그리고 만약 저희가 그 사실을 알아도 증거가 없으면 법적인 대응이 불가능해요. 또 설령 증거가 있더라도 새어나간 정보가 저희 흑사회에 민감한 자료라면 저희가 역으로 당해요. 무슨 뜻이지 아시겠죠?
루카스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 데레사가 말한 대로 그 정보들이 흑사회의 분식회계나 비리 사실이 담긴 자료라면 여간 곤란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지금 검찰 상당수와 경찰 쪽이 모두 놈들 편이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흑사회만 피를 보는 꼴이 될 수 있었다.
‘확실히 데레사의 말이 맞아. 잘못하다가는 우리만 당해.’
마브사의 건이나, 메이링 제약사의 건만 보더라도 그 가능성은 매우 컸다. 만약 무턱대고 사법기관을 통해 범석을 치려 했다가 그런 정보들이 수두룩 관계기관에 넘어가게 되면 여간 곤란하지가 않았다. 데레사의 조언대로 이번 일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이 좋았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 일단 조사해 봐야죠.
“그리고?”
날카롭게 눈을 빛낸 데레사가 입을 열었다.
– 심증이 굳혀지면, 제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루카스가 당혹스러운 듯 주변을 살폈다. 그 어떤 경우라도 데레사가 언급한 내용은 외부로 새나가서는 안 됐다.
“무슨 소리냐!”
–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 흑사회는 그자로 말미암아 위기에 처해 있어요. 다른 방도가 있을지 모르지만, 가장 빠르고 확신한 방법은 그자를 제거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너무 위험해! 잘못된다면 너와 나는 끝장이다.”
– 이대로 있어도 끝장이에요. 벌써 브라암 화학을 빼앗긴 상태잖아요. 그리고 아버지의 윈드 하우스를 비롯한 흑사회의 여러 기업이 위험하고요. 그자가 확실히 경제인단체를 뒤에서 조정하고 있다면, 일단 우연한 사고로 위장해 제거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번 위기가 사라지지는 않아!”
– 네. 계속 경제인단체와 맞붙는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저희가 다소 머리를 숙이는 쪽으로 협상에 임한다면, 이번 전쟁을 끝낼 수도 있어요. 단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방해꾼이 없어야겠죠.
루카스가 갈등에 빠졌는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지금은 흑사회의 위기상황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미 브라암화학을 빼앗겼고, 자신을 비롯한 여러 조직원의 기업이 위험한 상태였다. 모두가 경제인단체와 루이스 부회장의 친목회원들의 암묵적인 동맹으로 벌어진 일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중 하나와는 관계회복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마이어의 말처럼 범석이 경제인단체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면 분명 방해가 들어올 테니,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터였다.
위험하지만 한 번 해볼 만한 시도였다. 그가 없다면 경제인단체와 루이스부회장 친목회와의 끈을 끊을 수 있고, 운만 좋다면 협상을 통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듯도 보였다.
아무리 경제인단체가 흑사회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들도 기업인이었다. 속으로는 막대한 자금이 소모될지도 모르는 이번 전쟁을 끝내고 싶어할 터였다.
“좋다. 한 번 생각해보지. 단 마이어 명예회장이 말한 대로 놈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라고 인식되었을 뿐이다. 그 이외에는 쓸데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꼴이니 허락하지 못한다. 알았지?”
– 네. 옳으신 판단이에요.
“그럼 조속히 놈과 MR보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내게 알려라.”
– 알겠어요. 그럼 전 이만 조사에 착수하러 가볼게요.
“그래.”
통신이 끊기자 루카스가 긴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 푹 쉬려는 것이다. 근래에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심신이 무척 지친 상태였다.
갓즈나이츠는 승격토너먼트 2차전에서 레드 리프즈를 2승 2무로 이기고 대망의 3차전에 올라섰다. 이로써 갓즈나이츠가 남겨둔 경기는 모두 2회. 이 중 1승만 올리면 바로 월드리그 진출이었다.
월드리그는 프로검투의 가장 상위의 리그였기에, 위에서 강등되어 내려오거나 위로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매해 3팀의 공백이 무조건 있었고, 이번 승격 토너먼트에서 3위 이상을 차지한 팀이라면 월드리그 진출이 확정되었다. 지금 갓즈나이츠가 4강전에 진출했으니, 승격할 확률은 4분지 3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으음. 4강전 상대가 페이언 레인져스라…….’
날이 우중충한 정오. 범석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다음 상대 팀 자료를 보며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바로 이르스 센트럴리그에서 1위로 올라온 페이언 레이져스 대한 내용이었다.
페이언 레인져스는 페이언시티를 기반으로 한 검투팀이었는데, 과거 9회의 월드리그 우승을 거머쥔 유서깊은 명문팀으로 이었다. 지금이야 월드리그와 센트럴리그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그래도 이번 대회 승격예상순위 2위에 오른 강팀이었다.
‘하필 모두 궁술에 능할 것이 뭐람.’
갓즈나이츠의 최대단점은 방패를 다룰 줄 아는 검투사가 그다지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근래에 들어와 상당수 영입하기는 했지만, 12명 모두를 채우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페이언 레인져스 팀의 장점이 모든 소속 검투사가 궁술에 능하다는 것이다.
방패도 없는 상황에서 수없이 많은 화살이 쏟아져 들어오면 여간 곤란하지 않은데, 리마시티 콜로세움은 중간에 시내가 있어 철교까지 돌아가는 수고를 해야 했다. 물론 점프해 도강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끝이었다.
공중에서 화살 공격을 받으면 피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단 모든 보조 무기를 버리고 방패를 들라고 해야겠지. 아무리 우리 팀 애들이 방패에 능숙하지 못하지만, 제 몸 하나 가리는 법을 모르겠어?’
이 계획의 맹점은 전투가 시작되면 방패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거운 무구를 한 손으로 들고 휘두르면 스피드나 파워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페이언 레인져스가 선두 몇몇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 다음 다시 화살 공격을 날려버리면 크게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을 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취재하고 온 에이번드 지역 내 기자들의 정보로는 지금 페이언 레인져스 팀이 이 전략에 대한 훈련을 강도 높게 한다고 했다. 분명 갓즈나이츠는 화살 공격에 크게 고생할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범석이 생각하는 승리 확률은 고작 6할 정도.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지금껏 붙은 2팀보다는 확실히 낮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훈련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페이언 레인져스 팀의 저리 나오니, 갓즈나이츠로서는 그에 대응하는 전략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그때 그의 품 안으로 요란한 호출음이 들려왔다. 전자수첩을 꺼내보니 마가렛의 번호였다. 그녀는 현재 MR보안의 사장으로 있었다.
“여보세요.”
– 버, 범석님?
이상하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여기에 영상은 화면도 송신되지 않고 있었다. 의아했던 범석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야? 영상화면도 켜지 않고?”
– 자,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그래서 전자수첩이 고장 났어요.
“사고? 어떤 사고?”
– 제가 탄 플라잉 카가 운행 중에 문제를 일으켰어요.
범석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플라잉 카는 하늘을 날기에, 한 번 사고가 일어나면 어김없이 큰 인명피해가 났다.
“크게 났어? 혹시 어디 다친 거야?”
– 다치지는 않았는데, 차가 크게 파손되어서 나갈 수가 없어요.
“그럼 뭐해! 먼저 경찰이나 소방서에 신고했어야지!”
– 그, 그게 전자수첩의 터치 액정이 나가 숫자키를 누를 수가 없었어요.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찰에게 할 수 없으면 자신에게도 할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래? 그런데 나한테는 어떻게 했어?”
– 그, 그래도 다행히 외부 입력 버튼은 멀쩡해 미리 번호가 입력된 범석님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일부 전자수첩에는 간단한 화살표시 키와 통화키가 외부 물리 버튼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 다행이네. 지금 어디야. 내가 경찰과 소방서에다 신고한 후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 그, 그러지 말고 범석님만 오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그쪽에다 연락해야 고장 난 차 문을 열 것 아니야.”
– 하지만 지금 제 차 안에는 종이로 된 중요 정보자료가 잔뜩 있어요. 저희 일심회가 그간 처리한 내용과 흑사회의 비리 내역이 담긴 자료에요. 그리고 지금 차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는 옆에 조그만 바위가 끼어있어서 그래요. 이것만 치우면 되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경찰과 소방서에 연락할 이유가 없잖아요.
범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딴 자료들을 종이에다 기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왜 그런 자료를 종이로 남겨놓는 건데?”
– 그게 해킹에 제일 안전하니까요. 그리고 종이는 태우면 바로 사라지지만, 전자 데이터는 그렇지 않아요. 전문 장비로 살피면 대다수 데이터를 살려낼 수 있어요.
입술을 잘근 깨문 범석이 바로 말했다.
“알았다. 지금 어디야?”
– 네. 리마 시티 인근에 있는 하이런산 중턱이에요.
하이런산이라면 여기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플라잉 카로 가면 5분 안에 도착 가능했다.
“그럼 지금 출발할 테니까. 통신 끊지 마. 알았지?”
– 네. 알았어요.
긴 한숨을 내신 범석이 급히 이사장실을 떠나갔다. 내일 페이언 레인져스와의 시합이 있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당한 마가렛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용 플라잉 카를 타고 급히 하이런 산으로 향했다.
“어디 있냐?”
하이런 산 상공을 배회하는 범석이 차창을 내려다보며 사고 난 마가렛의 차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이 산은 산맥처럼 이어지지 구릉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 수색할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는 10분도 되지 않아 중턱 바위에 처박힌 플라잉 카 한 대를 찾아냈고, 곧장 지면으로 하강했다.
“야. 너 운 좋았다. 저곳에 추락했는데, 몸 하나 다치지 않고 말이야.”
– 네, 네. 아주 운이 좋았어요.
“하여간 다행이네. 곧 내가 내려가서 꺼내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 네.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뭘. 다 그런 거지.”
범석이 살포시 웃으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생명의 은인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 도움만 되어도 마가렛의 호감도가 꽤 상승할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플라잉 카가 지면에 내려서자마자 바로 밖으로 튀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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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너무 더워요. 오늘 글을 쓰는데, 평소보다 2배 가까이 걸리네요. 계속 이러면 안되는데요. ㅠㅠ.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