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68
370화
“결국. 오는군.”
범석의 예상대로 카오스힐즈는 4번과 2번, 7번 검투사를 마크맨으로 파견했다. 모두가 출중한 실력의 수호 검투사로 이들은 그와 리자의 앞을 막아서더니 서서히 서로의 간극을 넓히며 포위망을 형성시켰다.
리자가 장창을 허리춤에 눕힌 자리로 서 있는 범석의 뒤로 자리했다.
“어떻게 할까요? 제가 2번 검투사를 맡을까요?”
지금 나온 셋 중 가장 강한 검투사가 바로 2번 검투사였다.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거의 리자와 비슷한 실력을 지닌 검투사로 예측되었다. 그녀가 상대했다가는 자칫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다.
“2번만 빼고 아무나하고 상대해도 돼.”
리자가 자신의 정면에 자리한 7번 검투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럼 7번 검투사를 상대할게요. 저 아이라면 제가 빨리 제압하고 사형을 도와주러 갈 수 있을 거예요.”
“후후. 나보다 빨리? 과연 가능할까?”
그녀가 살며시 미간을 좁혔다.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물론이죠. 사형이 2명을 상대하는 동안 내가 하나를 못 해치울까 싶어서 그래요?”
“그래? 그럼 우리 누가 먼저 끝내나 내기할까?”
“좋아요. 무슨 내기를 하실 건데요?”
“밤에 봉사해 주기 어때?”
야릿한 영상을 떠올린 리자가 얼굴을 벌겋게 붉혔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아, 알았어요. 대신 나중에 다른 말하기 없기에요.”
“너나 다른 말 말라고. 그럼 시작이다.”
동시에 등을 뗀 범석과 리자가 자신이 맡은 검투사를 향해 달려나갔다. 일단 지든 이기든 즐거운 밤이 예상되지만, 같은 값이면 이기는 편이 좋았다.
“자. 간다!”
범석이 추호의 지체함도 없이 4번 검투사를 향해 크게 창을 휘둘렀다. 일단 접근을 막고자 함이었다. 장창은 사정거리가 긴 대신 접근전에 취약해 최대한 간격을 벌리는 편이 좋았다.
그는 이내 창을 휘저어 4번 검투사의 발밑 지면을 힘껏 때리고는 그 반동을 이동해 접근하는 2번 검투사의 안면을 향해 창끝을 깊게 먹였다.
휙. 창. 콰쾅.
2번 검투사가 갑작스러운 공격을 간신히 튕겨내고는 안으로 접근해 들어왔다. 이에 그가 창의 중간을 잡고는 몸을 비틀어 긴 반원형의 곡선을 허공에 그렸다.
“감히 어딜 다가와!”
창끝의 사정거리 밖으로 밀려난 2번과 4번 검투사가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고는 동시에 연합 공격을 해왔다. 하지만 뉘어진 8자 형태로 휘젓는 창끝에 감히 접근할 생각조차 못했다. 빠르게 뒤로 이동하며 쏘아대는 베기와 찌르기 공격이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었다.
곧 그녀들이 전면에 세운 방패에는 수많은 기스자국이 그려지며, 그 특유의 채광이 사라져갔다.
길게 그어지는 반월검을 고개를 숙여 피한 2번 검투사가 4번 검투사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창은 근접전에 약하니 접근만 하면 우리가 이겨! 틈을 발견하면 바로 안으로 치고 들어가!”
이 말을 들은 범석이 묘한 표정을 얼굴을 새겼다. 2번 검투사의 말에 특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근접전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좀 힘겹다 뿐이지 접근을 허용하고도 그녀들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호오. 근접전을 바란다 이거지? 좋아. 기회를 주지.’
범석이 이내 창끝의 회전을 죽이며, 그녀들의 접근을 허용했다. 덕분에 기회를 잡은 2번과 4번 검투사가 동시에 치고 들어오며 그를 향해 자신들의 검을 힘껏 뿌려댔다.
그의 시야를 가득 메운 검의 향연. 하지만 허공에만 잔상을 그릴 뿐, 결코 범석의 몸에는 스치지 못했다. 그가 적절히 창대로 검을 든 손을 쳐 궤적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범석이 이내 뒤로 물러났다가 창끝을 바닥에 찍고는 장대 높이 뛰기를 하듯 그녀들의 머리 위를 날았다.
“자. 받아랏!”
머리 위에서 긴 궤적을 그리는 창끝에 2번과 4번 검투사가 고개를 숙여 피하고는 급격하게 몸을 뒤로 틀었다. 뒤이어 긴 공격범위의 창격이 날아올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닥에 착지한 범석은 공격대신 접근을 선택했다. 오늘 그녀들을 통해 자신의 창술이 근접전에 절대 약하지 않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이다.
그는 곧 2번과 4번 검투사 사이를 파고들고는 갈지자 형태로 창을 휘저어 압박해 들어갔다. 그리고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는 4번 검투사의 방패를 발길로 힘차게 걷어차고는 짧게 잡은 창으로 2번 검투사의 안면에 일격을 날렸다.
콰쾅.
여지없이 방패를 막힌 범석의 창이 공중에서 휘돌려졌다. 그는 빠르게 2번 검투사의 옆을 스치더니 그녀의 가랑이 밑으로 창끝을 넣어 발을 걸었다. 그리고 창대를 잡은 팔 사이로 머리를 조이고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남은 손으로 발도술을 펼쳤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를 강타당한 2번 검투사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극구 바랐던 근접전에서 이렇듯 어이없게 당할 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이미 때늦은 구원을 하러 온 4번 검투사를 향해 마지막으로 고개를 젓고는 몸을 경직시켰다. 그녀 혼자서는 범석에게 상대되지 않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햐앗!”
4번 검투사의 허둥대는 검격에 범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방금 2번 검투사를 해치우는 과정에서 무리했던 탓인지 등에서 묘한 느낌의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땀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암만 봐도 핏줄기 같았다.
‘쳇. 아무래도 꿰맨 상처에서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빨리 경기를 끝내야 했다. 진통제를 투여받은 덕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자칫 바닥에 핏물이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바로 경기 중단 후 교체였다. 그럼 다시는 오늘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행운의 신에게 월드리그 승격 여부를 문의해야 했다.
‘그럴 수야 없지. 오늘 경기는 내가 끝낸다!’
범석이 힐끔 리자의 전투상황을 살펴봤다. 혹여 그녀가 7번 검투사를 놓친다면 등 뒤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승부에서 이길 요량인지 적극적으로 7번 검투사를 밀어붙이며,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4번 검투사에 집중할 수 있을 터. 범석이 세차게 땅을 박차고는 그녀를 향해 창을 연속적으로 찔러댔다.
“절대 저를 쓰러뜨릴 수는 없을 거예요!”
그의 거센 공세에 4번 검투사가 안간힘을 쓰며 버텨나갔다. 자신이 무너지는 순간, 팀이 패배할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범석이 이 자리를 벗어나 본진으로 향한다면, 이번 라운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범석도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자신이 교체되고,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승리의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웃기는 소리! 너 혼자 나를 막을 것 같으냐!”
그가 왼손에 든 검으로 4번 검투사의 방패를 가격한 후, 동시에 창으로 힘껏 후려갈겼다. 그렇지만 연이은 공격은 그녀의 검면에 막혀 애꿎은 땅에만 깊은 상처를 아로새길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범석이 바로 창을 역으로 쥐고는 4번 검투사의 안면을 향해 투척했다. 그리고 허둥지둥 피하고 있는 그녀의 허리 쪽을 향해 양손으로 잡은 카타나를 세차게 휘둘렀다.
둔탁한 방패음과 함께 몸을 휘청거리는 4번 검투사가 또다시 달려드는 범석을 향해 검끝을 날렸다. 이에 그가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짓고는 안을 파고들었다.
불안정한 자세에서 뿌린 검격이라 사방이 빈틈이었기 때문이다. 범석은 곧 그녀의 검을 든 오른팔을 양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엎어 쳐 버렸다. 그리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지는 4번 검투사의 목줄기를 그대로 긋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양 팀의 전력비는 12대 10.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경기장 안을 울려 퍼지는 관중의 함성을 들으며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리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자신보다 먼저 7번 검투사를 쓰러뜨렸음을 느꼈던 탓이다.
비록 7번 검투사가 개중 가장 약한 검투사라고는 하지만, 검방을 든 상태에서 리자에게 저리 쉽게 당할 줄은 몰랐다.
“쳇. 이건 비디오 판독을 해야 해.”
“해보나 마나예요. 전 사형의 업어치기 동작을 여유로운 상태에서 구경했거든요.”
입술을 잘끈 깨문 범석이 검을 검집에 넣고는 바닥에 꽂힌 장창을 뽑아들었다. 저리 자신 있게 말하니 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수가 하나 더 줄었음에 위안을 삼고, 경기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쩝. 좋아. 네 말이 맞는다고 치지. 자. 그럼 이제 본진으로 가자.”
“물론이죠. 빨리 오늘 경기를 끝내야 하니까요.”
범석이 본진 쪽을 향해 내달리자, 리자가 흐뭇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밤에 범석을 어떻게 부려 먹을까로 가득 차 있었다.
한 편 카오스 힐즈의 본진은 급격하게 사기를 잃고는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녀들도 눈이 있기에, 마크맨 셋 모두가 범석과 리자에게 쓰러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양 팀의 전력비는 12대 9. 거의 형세가 기울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지 1번 검투사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힘들지만 모두 힘내! 월드리그 바로 앞이란 말이야! 여기까지 와놓고 억울하지 않아!”
하지만 1번 검투사의 노고에도 팀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몇몇은 살짝 울먹거리며 경기를 거의 포기하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너무도 억울했기 때문이다.
사실 4강 전에 오른 카오스 힐즈는 월드리그 진출 가능성을 7할 이상으로 잡고 있었다. 4강 전에서 맞붙은 스노우걸즈와도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만약 패하더라도 충분히 3, 4위전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런 핑크빛 전망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모두 틀어져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범석의 부상이 그 원인이었다.
그녀들이 오늘 맞이할 상대로 예측했던 팀은 바로 페이언 레인저스였다. 이들은 궁을 전문적으로 다루기에, 방패에 특화된 자신들 팀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페이언 레인저스가 4강전에서 불의의 사고로 범석이 빠진 갓즈나이츠에 승리하며 결승전에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덕분에 오늘 3, 4위전에서 이번 대회 최강자로 알려진 갓즈나이츠와 맞붙게 됐고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르고 있었다. 정말 운명의 신이 있다면 언성을 높여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 지금이야! 여기서 경기를 매듭짓자!”
카오스 힐즈의 약세를 눈치챈 세이야가 모두에게 돌격을 명령했다. 지금 그녀들은 마크맨들의 전멸에 충격을 받았는지, 집중력을 잃고 진형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방진을 깨고 난전을 유도할 수 있을 듯 보였다.
곧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은 전력을 다해 카오스 힐즈 검투사들을 철교 밖까지 밀어내었다.
“제발 모두 밀집을 유지해!”
“선봉 안으로 파고들어!”
세이야와 1번 검투사의 외침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마침 본진 간에 격전장에 도착한 범석은 추호의 지체함도 없이 카오스 힐즈 진형 중앙을 향해 창을 힘껏 내리쳤다.
덕분에 정면에서 방패로 막은 12번 검투사가 뒤로 튕겨져나가며, 진형 측면이 움푹 파였다. 그 사이를 파고드는 리자가 6번 검투사의 방패에 힘껏 몸통박치기를 한 후, 9번 검투사를 향해 검을 맹렬한 기세로 휘둘렀다.
뒤이어 정면을 치고 들어오는 샤일라를 비롯한 갓즈나이츠 선봉으로 카오스 힐즈 검투사 일부가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됐어! 지금이야! 중견들! 이탈한 카오스 힐즈 검투사들을 해치워!”
중견들이 본진에서 분리된 카오스 힐즈 검투사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본 범석이 창을 크게 휘갈겨댔다. 상대 측의 구원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자. 이제 끝이다! 우리의 승리다!”
범석은 승리를 단언하는 언사를 거침없이 터뜨려댔다. 중견들이 착실히 카오스 힐즈 검투사들의 수를 줄여나가고 있었고, 자신과 선봉들로 말미암아 상대의 본진이 모래알처럼 흐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흥에 겨운 그는 힘차게 창을 뻗으며 1번 검투사를 공격했다. 그녀의 명령만 차단하면 카오스 힐즈는 절대 조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햐앗!”
샤일라의 거검이 1번 검투사의 안면으로 직격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간신히 몸을 피해, 무위로 그치기는 했지만, 효과가 없던 것이 아니었다. 육중한 검이 땅을 파이며 뿌려진 흙이 1번 검투사의 안면 실드에 튀겼고, 이 틈을 타 제르미아가 허리를 베어버린 것이다.
– 삐이익! 경기 끝!
구내방송을 타고 경기장에 퍼진 심판의 외침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관객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갓즈나이츠가 4라운드를 따냄으로써 오늘 경기를 승리를 이끈 탓이다. 이는 곧 응원팀의 월드리그 진출을 의미하는바, 팬들이 광분에 휩싸여 스텐드를 축제의 한 마당으로 만들어냈다.
“잘했다. 갓즈나이츠! 이제 월드리그다!”
“우리 리마시티에서 월드리그 팀이 나오다니!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다! 고맙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축전에 흥에 겨운지 샤일라가 상의 슈트를 벗어던지고는 경기장을 배회했다. 낯뜨거운 장면이라 눈살이 찌푸려질 만했지만, 관중들은 개의치 않은 듯 열렬한 응원을 보내며 그녀의 돌발 행동에 환호를 보냈다.
기분이 좋기는 범석도 마찬가지. 그도 오늘 하루만큼은 일탈하기로 하고는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온 경기장의 카메라가 범석을 향했다. 그의 런닝 뒤쪽이 흥건히 핏빛으로 물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부상 투혼으로 비롯된 월드리그 진출권. 오늘 스포츠 언론 1면을 장식하고도 남을 만한 장면이었다.
범석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에 손을 흔들며 팀원들과 함께 경기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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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겨우 끝냈네요. 아. 주말만 되면 왜이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신작 준비는 미루고 비축분부터 쌓아놔야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