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73
375화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 이사장 집무실로 기분 좋은 미소를 입가에 건 에스더가 전자서류를 허리춤에 끼고 들어서고 있었다. 마침 자리에 앉아있던 범석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이 맞이했다.
“에스더. 어서 와. 자 여기 앉아라.”
응접용 소파에 앉은 에스더가 그 앞으로 자리한 범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자서류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여기. 가져오시라는 회계 장부에요.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범석이 펼쳐진 전자 서류화면을 상위목록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월된 금액이 총 23억 1,566만 크랑인가?”
“네. 월드리그 승격으로 메인 스폰서인 채플린 전자에서 10억 크랑이 제공됐고, GA컵과 리그컵 수입, 후반기 일반 입장권 판매 및 저번 승격토너먼트 상금을 모두 합치니 그만큼이 나왔어요.”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지금 노리고 있는 레자리스에 대한 구매자금이 상당 부분 해결될 듯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그녀의 몸값은 18억 크랑. 근래에 다섯 개 팀이 경쟁을 보여 26억가량으로 치솟았지만, 대충 3억 크랑만 추가로 확보하면 영입할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시즌권 판매와 팀 엠블럼 상품 판매로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
“으음. 나쁘지 않군. 좋아 그럼 시즌 종료 후 지금까지의 수입은 어때?”
“아주 좋아요. 제법 수입이 크게 늘었어요.”
“그래? 얼마나?”
“일단 시즌권이 지금까지 2만 6,000매가 판매되어 현재 세금을 제외하고 총 5억 6,316만 크랑의 수입이 있었어요.”
범석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겨우 2만 6,000매가 판매되었을 뿐인데, 벌써 5억 크랑이 훨씬 넘어가는 수입이 생겼다. 역시나 월드리그다운 수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다음은?”
“팀 엠블럼이 대량으로 판매되어 현재 총 1억 4,800만 크랑의 수입이 있었어요. 작년과 비교하면 3배나 수입이 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후후후. 당연히 그래야지. 센트럴리그와 최상의 리그인 월드리그가 같을 수는 없잖아.”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호호호.”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범석이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기타 스폰서 비용은 어때?”
“네 물론 그 목록도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어요. 현재까지 1억 8,000만 크랑의 수입이 생겼거든요.”
“후후. 그렇다면 전체 수입이 거의 9억 크랑에 육박한다는 얘기군.”
“아니에요. 좀 더 늘려 잡아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또 다른 수입이 있다는 거야?”
“네. 수잔 언니가 경영하는 의료 법인에서 지난 시즌 총 1억 1,000만 크랑의 순수입이 생겼어요. 그러니 총수입이 10억 크랑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현재 갓즈나이츠가 보유한 자금은 33억 1,682만 크랑이라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레자리스를 구매하고는 남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수입이 있으면 지출도 존재하는 법, 이 목록들을 확인해야 했다.
“지출 목록은 어때?”
“으음. 아쉽지만 지출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었어요. 월드리그로 승격된 탓에, 소요되는 자금이 많아졌거든요.”
하며 에스더가 지출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목록은 뭐니뭐니해도 검투사 연봉이었다. 승격에 의한 25% 자동 연봉 상승옵션으로 말미암아 모든 연봉 검투사들에게 1억 3,713만 크랑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보유자금에 비하면 그다지 큰 부담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많이 들어가는 비용은 행사비용으로 총 6,000만 크랑이 배정되었다. 월드리그에 진출하고 수입이 많아진 만큼 관객들에게 많은 서비스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니,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스텝 연봉으로는 2,020만 크랑, 검투사 품위유지비로는 2,000만 크랑이 배정되었다. 또 경기장 대여 및 기타 운영비로 추가로 1,400만 크랑이 소요되었다.
“그럼 올해 총 2억 5,133만 크랑이 지출된다는 얘기군.”
“네. 그렇죠. 하지만 여기에 외적인 지출내용이 또 있어요.”
“뭔데?”
“엘프 학교와 엘프마켓이 건설 완료되었거든요.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으로 한해 총 2,400만 크랑이 들어가요.”
엘프학교와 엘프마켓은 갓즈나이츠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범석의 새로운 수입 창출지였다. 2,400만 크랑 정도라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럼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투입할 금액이 30억 크랑이 좀 넘어간다는 얘기군.”
“네. 맞아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범석이 현재 노리고 있는 검투사는 레자리스 하나. 현재 유용할 수 있는 자금이라면 그녀를 영입하고도 4억 크랑 가량이 남았다.
“좋아. 수고 많았다.”
에스더가 갑자기 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뭔가 긴요히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이사장님. 한가지 제안할 것이 있는데요.”
“으음. 그래 말해봐.”
“지금 치리아의 연봉이 475만 크랑이에요.”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리아는 I0급의 검투사였다. 그 정도 연봉은 충분히 받아 챙길 수 있었다.
“으음. 원래 다들 그 정도는 받지. 그런데 왜?”
“왜긴요. 치리아가 저희 팀에서는 475만 크랑의 가치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에요. 지난 시즌 그녀가 출전한 리그 경기는 전혀 없었어요.”
팔짱을 낀 범석이 심각한 시선으로 에스더를 쳐다봤다. 그 말뜻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비록 실력에 맞는 연봉이 나가지만, 팀에 필요없는 존재라면 계속 보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군. 넌 그럼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데?”
“방출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팀 자금을 다소 아낄 수 있어요.”
참 잔인한 말이었지만, 납득은 갔다. 갓즈나이츠가 자선단체가 아니고서야 계속 치리아를 끼고 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냉정해 보여도 그녀를 방출하는 편이 팀에 이득이 되었다. 그리고 리그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즉 수당을 전혀 챙기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치리아가 좀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하위급 센트럴리그 팀이나 와이드리그 팀으로 가는 편이 좋았다.
“으음. 어쩔 수 없겠지. 우리가 계고 끼고 돌 수는 없으니까.”
“네. 잘 생각하셨어요.”
범석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단 팀의 이득을 위해 치리아를 방출하기로 했지만, 그녀는 갓즈나이츠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검투사였다. 아무리 자신 휘하의 엘프가 아니지만, 안타까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치리아가 갈만한 팀이 있을까? 혹시 없으면 잠시 더 보유하고 있기로 하고.”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도 나름 뛰어난 검투사에요. 이전부터 영입제의를 해오는 팀이 있었으니, 이적해 갈 검투팀이 나올 거예요.”
“알았다. 그럼 네 생각대로 해라.”
“네. 아참 그리고 시야에 대해서도 이적을 추진할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야라면 갓즈나이츠의 후보급 수호검투사였다. 현재 C3급 실력자로 랭크되어 있었는데, 아무리 하위팀의 후보라도 C1~C0급이 주류를 이루는 월드리그에서 활용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갓즈나이츠는 후미 쪽 검투사들이 다소 모자란 편이었다.
현재 팀 내 후미 검투사는 베르티아, 비너스, 아겔리아, 캐시뿐이었다. 비록 세이야와 니키타를 돌릴 수 있다지만, 전문적인 후미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편이 나았다.
“일단 그건 잠시 기다려 보도록 하자. 이번에 레자리스를 영입하지 못하고 시야까지 이적시킨다면 우리 후미가 무척 빈약해져.”
“그래도 시야는 경기에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레자리스를 영입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후미 검투사를 영입해 그 공백을 메우는 편이 나아요. 그녀는 영입 후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더 이상의 성장성도 기대할 수 없어요.”
범석이 차분히 동조를 표했다. 에스더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C3급의 실력에 성장성도 없는 검투사를 월드리그 팀인 갓즈나이츠가 계속 보유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후미인 베르티아, 비너스, 아겔리아, 캐시는 각각 W1, C0, C1, W2급 검투사였다. 그녀들과 비교하면 시야는 너무 급수가 맞지 않았다.
“휴~ 알았다. 시야도 이번에 이적시키도록 하자.”
“네. 옳은 결정이에요.”
“그럼 이제 할 말이 없지?”
“아뇨. 아직 한 가지 더 남았어요.”
“이번에는 또 뭔데?”
“에리카에 관한 내용이에요.”
범석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에 관한 얘기가 왜 안 나오나 했다. 에리카는 I1급 검투사로 작년도 단 경기에서만 플레이했을 뿐이었다. 암만 봐도 이번 시즌에는 전혀 활용가치가 없는 검투사로 분류될 공산이 컸다.
“에리카는 내 연인 엘프라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은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갓즈나이츠는 월드리그 팀이에요. 이미 전문적인 정보 분석팀을 갖추고도 남았어야 했어요. 전에 이사장님께서 그녀는 전력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고 했잖아요. 충분히 그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긴 범석이 에리카를 영입한 데에는 검투사로서의 가치보다는 정보분석관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에스더의 말대로 이제 그녀를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됐다.
“휴~ 알겠다. 에리카에게 말해 그만 은퇴하도록 하게 하지.”
“옳은 판단이세요. 그럼 전 정보 분석팀을 만들 계획을 짜도록 할게요.”
“알았다. 그럼 이제는 된 건가?”
“네. 더는 없어요.”
범석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봤다. 비록 팀 내에서 필요없는 검투사라지만, 세 명이나 스쿼드에서 빠지게 되었다. 조만간 또 쓸만한 검투사를 영입해 채워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때 훈련캠프 전체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안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뜻으로, 분명 외부에서 침입자가 훈련캠프로 잠입해 들어왔음이 확실했다.
간혹 수잔의 의료센터를 들린 환자가 실수나 호기심으로 월담하는 경우가 있어 간혹 울려대지만, 범석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마가렛과 함께 납치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사회가 한 번 자신을 죽이려고 했으니, 두 번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캐비넷에 들린 카타나를 집어들고 황급히 밖으로 튀어 나갔다.
“침입자가 북쪽으로 도망친다! 빨리 쫓아!”
사무실 건물 앞으로 나온 범석의 시선에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황급히 뒤쫓는 경비원들과 버드 카메라가 보였다. 그는 뒤따라 나온 에스더에게 숙소 건물로 가라고 한 후, 침입자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자가 팀 내 누군가를 해하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했다.
‘뭐야. 남자가 아니네.’
침입자는 남자가 아니었다. 어둠으로 말미암아 잘 보이지 않지만, 허리까지 와 찰랑거리는 푸른색의 머리칼과 특유의 굴곡진 몸매를 보아 여성임이 확실시되어 보였다. 게다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양쪽의 귀는 엘프의 신체 특성 중 하나였다.
‘아니 도대체 엘프가 우리 훈련캠프에 왜 침투한 거지?’
이유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흑사회가 한 엘프를 꼬여 암살자로 보냈을 수도 있고, 의료 센터에 치료하러 왔다가 길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일반 엘프가 저리 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침입자의 줄행랑 치는 속도는 월드리그급 검투사에게서나 나올법한 주력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애가 저리 빨라!”
이미 경비원 엘프들은 한참이나 뒤처진 상태였다. 범석은 서서히 따라붙고 있지만, 자칫 어둠 탓에 놓쳐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침입한 엘프는 보통이 아니었다.
짜증이 난 범석이 버럭 소리쳤다. 이 밤중에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게 생겼기 때문이다.
“너! 거기 안 서!”
동시에 정체불명의 엘프가 멈추었다. 서란다고 설 자라면 분명 도둑이나 암살자는 아닐 터, 범석이 검끝을 하단에 내린 체 다가갔다.
“호, 혹시 범석님이세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고운 목소리에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휘하 엘프는 아니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너. 누구야?”
“저. 에이레네에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모습을 본 범석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에이레네가 맞았던 탓이다. 그녀는 올해 와이드리그로 강등된 드래곤나이츠 소속의 검투사였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종종 함께 뛰었고, 지난 2년간 리그에서 몇 번 봐왔기에, 그 얼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참나. 에이레네. 네가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야?”
“버, 범석님을 뵈러 왔어요.”
범석이 뒤를 쫓아온 엘프경비원들을 손짓으로 멈춰 세우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네가 나를 왜 보러 오는데?”
“긴히 할 얘기가 있거든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할 애기가 있으면 내일 낮에 매니저들과 함께 찾아와 하면 되지, 왜 이 밤중에 이 난리를 치는데?”
“그게 매니저들이 들으면 안 되는 내용이라서요.”
“그게 뭔데?”
염치가 없는지 우물쭈물 거린 에이레네가 용기를 내 대답했다.
“영입 테스트를 받게 해주세요. 제가 갓즈나이츠에 간다면 정말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니 꼭 부탁해요.”
골치가 지끈거리는지 범석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에이레네를 영입할 마음은 있었지만, 이런 식이라면 절대 안 됐다. 만약 소속팀인 드래곤나이츠 몰래 그녀에 대한 신체테스트를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갓즈나이츠는 막대한 페널티를 입게 되었다. 그만큼 지금의 사태는 중대했다.
“너. 그랬다가는 우리 팀에 무슨 불이익이 올지 모르는 것 아니겠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몰래 하면 되잖아요. 전 테스트만 받으면 꼭 범석님 마음에 들 자신이 있어요.”
범석이 엄지로 뒤따라온 엘프경비원을 가리켰다. 그녀들은 본디 외부인. 오늘 에이레네가 벌인 사태가 그녀들의 입을 통해 충분히 밖으로 새어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검투사 발전 사항에 대해 문의를 하시는 분이 계셔서 새롭게 업데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며칠 내로 올릴 테니, 기다려 주십시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