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자. 이제부터 나를 비롯한 에르피나, 레이미, 오스칼, 스테파니는 승부대결을 위해 쉰다. 그리고 엠마!”
벤치 한 구석에 앉아있던 엠마가 화들짝 일어섰다.
“네, 네!”
“다음 4, 5라운드에 출전시킬 테니 준비하도록 해.”
그녀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자신 같은 초보를 이런 중요한 경기에 출전시키다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저, 정말 제가 출전해도 되나요? 아시다시피 전 검을 잡은 지 겨우 두 달이 됐을 뿐이에요.”
“상관없어. 우리 비너스도 너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많이 출전하고 있잖아.”
비너스는 방어에만 치중한 듀얼실더였다. 단순한 방패 막기 동작만을 수행하면 되니 그 짧은 시간에도 경기에 나갈 만큼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엠마는 얘기가 틀렸다. 복잡한 초식과 다양한 기술을 요하는 검술을 익혀야 했으니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오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훈련한 내용은 단지 기본적인 검세 동작과 몇 번의 대련이 고작이었다.
“저와 비너스는 얘기가 틀리죠. 전 검술을 익히고 있잖아요. 아직 중요한 나갈 만큼 실력을 쌓지 못했어요.”
“괜찮아. 4, 5라운드는 이길 마음이 없으니까. 그러니 마음 편히 경기에 임해.”
우물쭈물하던 엠마가 결국에 가서는 고개를 주억였다. 무척 부담스럽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니 참가해도 무방할 듯싶었다. 그리고 검투계 대제전인 GA컵의 4차전에서 뛴다는 사실은 큰 영광이었다. 출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흑사회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크게 면을 세울 수 있었다.
“네. 알았어요. 열심히 할게요.”
헬멧을 쓴 엠마가 자신의 롱소드를 정성스레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에 범석은 출전 횟수가 적은 팀원들만을 골라내 새롭게 출전명단을 작성했다.
“자자. 부담은 갖지 말되 열심히 해. 져도 괜찮지만 아마추어인 우리가 이만한 자리에서 활약할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야.”
4라운드에 나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오늘의 경기가 자기 PR을 위한 최적의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잘만 하면 프로로 나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라운드와 달리 방어진형이 아닌 공격 형태로 싸워도 되니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었다.
그녀들은 팀을 위해. 그리고 관람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을 주인을 위해 경기장 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휴~ 역시나군.’
하지만 본연의 실력은 투지로도 어쩔 수 없었다. 주력이 빠진 갓즈나이츠는 약하기 그지없었다. 엠마를 시작으로 하나씩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더니,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패전의 멍울을 안아야했다.
힘없이 되돌아온 그녀들은 범석의 보챔에 또다시 5라운드에 출전했고, 이번에는 더더욱 빠른 시간 안에 패해버렸다. 결국 양팀은 무승부가 되어 오늘 경기의 승패를 승부대결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좋아 승부대결이다.’
범석은 에르피나, 레이미, 오스칼, 스테파니를 이끌고 경기장 한 가운데 나와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만연하게 미소가 피어있었는데, 왠지 자신감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바로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시간이 온 때문이었다. 이미 지난 활약으로 경기 MVP는 따 놓은 당상이지만, 그는 이번 대결에서 상대 출전 검투사 5명을 혼자서 쓰러뜨려 언론과 팬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크게 어필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선봉의 자리에 자처하고는 가장 먼저 상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들고 있던 카타나를 어깨에 걸친 범석이 짝 다리를 짚으며 다가오고 있는 킹 크랩즈의 3번 검투사에게 눈길을 주었다.
“여어. 어서와. 첫 번째 재물.”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그녀가 발끈 소리쳤다.
“당신 대단한 줄 알지만, 전 그리 만만한 자가 아니에요! 아까는 경황이 없어 당했지만 지금은 다를 테니, 각오하세요.”
“에고 무섭네. 그런데 각오하는 건 어렵지 않는데, 과연 그 실력이라는 것을 볼 수 있을 런지는 모르겠다.”
발끈한 3번 검투사가 들고 있는 롱소드를 힘껏 쥐었다. 그리고 승부대결 시작신호와 함께 검을 치켜들고 범석에게로 뛰어갔다.
“?!”
짧은 외침과 함께 롱소드의 궤적이 범석의 허리 부근에 다다랐다. 그는 이를 가볍게 카타나를 내려 막고는 3번 검투사의 가슴 부위를 어깨로 밀쳤다.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난 그녀가 곧바로 몸을 추스르며 검을 깊게 찔러갔다.
휘리릭.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쏘아져 오는 검끝을 몸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만으로 피한 범석이 들고 있던 카타나로 3번 검투사의 허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퍽.
불쌍 사납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그녀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범석을 쳐다봤지만, 그의 시선은 다음 출전자인 2위인 6번의 등번호를 단 킹 크랩즈의 검투사를 향하고 있었다. 이미 쓰러뜨린 상대에게 신경을 쓸 만큼 그는 연민이 많지 않았다.
“뭐해! 안 나오고! 시간 없다! 나 빨리 가서 저녁 먹어야 해!”
6번의 검투사는 투명 안면실드 사이로 긴장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팀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가 범석에게 2번의 공격에 당해버렸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이기에 이 자리에 나왔지만, 개중 가장 떨어지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 당신은 누구죠? 어째서 당신 같은 분이 아마추어 머물고 계신건가요?”
삐이이익!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범석이 시작신호와 함께 검을 치켜들었다. 한 번 검을 맞대어 힘겨루기를 한 후 떨어진 이들은 여러 번의 검격이 오가는 접전을 펼쳤다. 안되겠다 싶은 6번의 검투사가 방어에만 치중한 탓이다. 이기지 못할 바에야 그의 힘을 최대한 빼게 해 후위 주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창. 차창. 창.
금속이 타는 냄새와 함께 시뻘건 불꽃이 사방에 튀었다. 극도로 밀리기는 했지만 6번 검투사는 범석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민첩과 검술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던 탓에 그녀는 여러 번 그의 검격을 허용하고는 한쪽 팔과 다리하나를 못쓰게 되었다.
범석은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도 안 되는 것이 갖은 발악을 하며 자신을 귀찮게 굴고 있던 까닭이다. 이제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를 방패삼아 자신의 검을 막기까지 하고 있었다.
“어쭈. 발악하네.”
“저, 저는 2위이니까요.”
2위의 역할은 강한 상대를 맞이하면 5분을 버텨 무승부를 이끌어내든지 그도 안 되면 체력을 소모시키는 일이었다. 지금의 전술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는 범석도 잘 알고 있는 사실. 더 이상 군소리 하지 않고 사정없이 검끝을 뿌렸다.
쿵.
그의 칼자루에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6번 검투사가 땅을 굴렀다. 충격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휘청거리며 겨우 일어서더니 머리를 마구 내저었다. 이때다 싶은 범석이 검을 짧게 휘두르며 그녀의 오른팔을 베어버렸다.
털컹 땅위로 떨어지는 롱소드. 이제 양팔 모두를 사용할 수 없는 6번 검투사는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범석의 공격을 막아낼 마지막 수단까지 사라져 버린 탓이다.
“잘했다.”
가볍게 칭찬 한 마디를 던진 범석이 카타나를 강하게 내리쳤다. 자신에게 20여 합의 검을 휘두르게 할 정도의 투지가 대견하게 느껴진 것이다.
물리력반응슈트의 작용에 경직이 된 6번 검투사는 풀썩 쓰러지며 나머지 동료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자신은 여기까지이니 뒤를 부탁한다는 듯이 말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구경을 하던 관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다 이긴 경기가 승부대결까지 이어져 혹시나 지는가 싶었는데, 자팀의 선봉주자가 일방적인 공세로 벌써 둘이나 되는 킹 크랩즈의 검투사를 쓰러뜨렸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승리는 맡아놓은 당상이었다.
“자. 다음 나와야지.”
이번에 나온 9번 검투사였다. 긴 창을 다루는 거구의 엘프였는데, 헬멧 이마부위에 원뿔을 붙여놓은 터라, 그 모습이 기괴했다. 그녀는 범석의 앞에 서고는 힘을 과시하듯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자 바로 곧바로 무구를 버리고는 그를 향해 테클을 걸었다. 실력으로 안 되니 강인한 근력으로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해 시간을 끌려는 의도였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그를 이번에 해치우지 못하면 팀은 패전의 멍울을 안아야만 했다.
“바보 같은 것.”
하지만 범석은 체술 또한 자신있어하는 분야였다. 몇 번이나 무투사 케릭을 키워봤고, 심심할 때면 필드에 나가 몬스트들과 레스링을 하며 놀았다. 그는 바로 9번 검투사의 양팔을 부여잡고는 업어치기를 했다. 그리고 바로 당황한 채로 쓰러져있는 그녀의 목줄기를 검으로 과감히 그어버렸다.
경직 상태에 빠져든 9번 검투사를 놓아둔 채 범석이 다시금 다음 상대 검투사들을 노려봤다. 이제 저들은 14번 검투사와 1번 검투사만이 남은 상태였다. 그녀들은 안면가리개 사이로 긴장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다. 1대1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로 홀로 맞서야하니, 절망감이 든 탓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서서히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섰다.
와아아아! 와아아!
승부대결에서 범석이 홀로 다섯의 킹 크랩즈의 대표검투사들을 모두 쓰러뜨림으로 인해서 시합은 끝이 났다. 실로 놀라운 일로서 지역 일간지에 대서특필 될 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상대로 이겼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범석이라는 검투사는 승부대결에서 몇 번의 손짓만으로 에어리그 소속의 프로검투사 다섯을 모두 차례로 쓰러트렸다.
당연히 기사들로서는 갓츠나이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와 팀원들은 행사진행요원에 의해 콜로세움 한 편에 마련된 기자간담회장으로 안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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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원래는 37편으로 끝을 내려고 했는데, 요번 편이 대략 2페이지 분량이 남아 있어서 하는 김에 마저 작성하고 이렇게 올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퍼펙트월드는 일단 여기서 작업을 중지하고, 요청에 따라 킹판월에 집중할까 생각중입니다. 모두들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아참 추가로……… 스테파니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신 모양인데요. 갸는 ‘입단 테스트’쳅터에서 잠시 이름만 언급된 인물로 다른 주인을 섬기고 있는 엘프입니다. 조만간 사라질 인물이니 별로 신경쓰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