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85
387화
한참 동안 울창한 정글 위를 지나온, 한 플라잉 카 앞으로 거대한 도심지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파피란 시티. 타비뇽 광역정부의 중심지, 인구 881만명을 자랑하는 거대 도시였다.
곧 그 차량은 도심 중앙의 번화가 쪽으로 향하더니, 하늘 높이 우뚝 솟아올라 있는 콜로세움 앞마당에 서서히 안착했다.
“에리카. 여기가 파피란시티 콜로세움이지?”
“네. 맞아요. 자. 이제 가시죠.”
콜로세움의 웅장한 외관을 살펴본 범석이, 먼저 걸음을 옮기는 에리카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출입허가는 확실히 받아났겠지?”
“네. 입구관리소에 출입증 맡겨놓았다고 하니, 받아가시면 돼요.”
“그래. 그럼 빨리 가보자.”
범석이 급히 걸으며 에리카를 앞질러 갔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몇 시간. 그 안에 이곳 파피란시티 콜로세움을 세세히 살펴봐야 했다.
이곳은 내일 결전을 벌일 포레스트 엘프즈의 홈 콜로세움으로, 입장터널 입구를 제외한 모든 경기장이 숲으로 되어 있어, 확실히 살펴봐야 했다. 아무리 범석이 정글전에 도가 텄다고는 하지만, 지형을 모른다면 애를 먹게 되어있었다.
게다가 상대 팀 검투사들은 매번 이곳에서 홈 경기를 치르기에 지리적으로 빠삭했다.
‘포레스트 엘프즈. 진짜 골치 아픈 팀이란 말이야.’
포레스트 엘프즈는 사기적인 앞마당도 걱정이지만 팀 구성원도 만만치 않았다. S3급 검투사인 리프리스를 비롯한 티엘라, 로렐라이, 미라즈, 카렐리아, 모이아, 제리스등 6명의 W0급 검투사가 포진되어 있었고, W1급 검투사도 9명이 되었다.
아주 막강한 전력으로 이들은 이곳 홈에서는 천하무적 그 자체였다. 포레스트 엘프즈가 작년도에 홈에서의 승리 확률은 100%. 아멜리에가 있는 채플린 위스퍼와 자키드가 있는 다크 하이아나즈, 그리고 프리시카가 있는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모두 여기서 깨져나갔다는 뜻이었다.
범석으로서는 당연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입구 관리소에 도착한 그가 내부에서 서류작업을 하던 엘프 관리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출입증을 받으러 왔는데…….”
“출입증요? 실례하지만, 어디서 오셨나요?”
“갓즈나이츠에서 왔다. 그리고 나는 오범석 검투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엘프 관리원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검투계의 유명 인사를 이처럼 가까이서 대면하는 일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엘프즈 검투사들이 자주 들리기는 하지만, 그녀는 입구 관리를 맡고 있기에 대부분 멀리서 넌지시 바라본 것이 고작이었다. 바로 검투사 출입구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엘프 관리원이 서랍에서 출입증 한 뭉텅이를 꺼냈다. 대충 봐도 수십 장에 이르렀다.
“아, 아. 오범석 검투사님이군요. 그런데 두 분뿐이신가요?”
“그래.”
“다른 분들은요? 저는 갓즈나이츠 검투사 전원이 온다고 들었는데요.”
물론 처음의 계획은 그랬다. 워낙 난감한 지형이었기에, 다이아나가 미리 소속 검투사 모두에게 경기장 내부를 살펴보게 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에리카에게 넉넉히 30명분의 출입증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런데 범석이 이 사실을 알고 일정을 전면 취소시켰다. 차라리 그 하루를 미숙한 방패훈련에 매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기로 했는데, 쓸데없는 듯 보여서 나만 왔다.”
엘프 관리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파피란시티 콜로세움의 험악한 지형은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내일 경기가 펼쳐지는데, 고작 한 명이 와서 살피기만 한단다.
패하려고 작정을 했는지 아니면 오만함의 극치인지 모르겠지만, 둘 다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갓즈나이츠는 전력 면에서도 포레스트 엘프즈에 한참 뒤떨어지는 데다가, 시차 적응과 기후라는 난제까지 안고 있었다.
“지,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아니. 정말이다. 그러니 출입증은 둘만 주고 나머지는 관리사무소에 다시 가져다줘.”
“뭐. 정 원하신다면 그리하겠는데요.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네요. 보통 다른 팀은 전날 출입증을 한 장이라도 더 받기 위해 난리를 치는데요. 혹시 내일 경기를 포기하신 건가요?”
“훗. 아니. 반드시 이길 거다. 그래서 나만 온 거다.”
범석이 오늘 다른 팀원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이유는 바로 숲에 대한 낯선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괜히 오늘 지형을 살폈다가, 그 자신감에 숲에 들어가는 날이면 때 몰살이었다.
대충 지형을 파악했다고 정글전을 수행할 능력이 생긴다면, 범석이 이리 걱정하지도 않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는 나무가 없는 입구 터널 근처에서 방어로 일관하는 편이 승률을 올리는 길이었다.
이를 모르는 엘프 관리인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갓즈나이츠는 지역 연고팀인 포레스트 엘프즈의 경쟁팀이었다. 굳이 걱정하며 계속 권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도 딴에는 파피란 시티를 터전으로 살고 있었다.
“뭐. 원하시면 2장만 드리죠. 하지만 사무소에 넘기면 나머지 출입증을 받지 못할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
“응. 상관없다.”
“그럼 여기 받으세요.”
“고맙다. 그럼 이따 또 보자.”
두 장의 출입증을 받아든 범석이 에리카와 함께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갔다.
다시 사무를 보던 엘프관리원이 불연 듯 무언가 떠올라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지만, 그가 내부로 완전히 들어간 터라 부르는 것을 포기했다. 안에 포레스트 엘프즈 검투사 하나가 찾아와 훈련에 매진한다는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범석은 허가를 받아 들어가는 것이었고, 그 포레스트 엘프즈 검투사는 인간적인 부탁으로 들어갔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들어오면 즉시 나오기로 했으니, 그녀가 나설 이유가 없었다.
“으음. 이거 생각보다 더 빽빽한데.”
원정팀 입장 터널을 통해 경기장 내부로 들어선 범석이 턱을 괴며 주변 경관을 살폈다. 이거 생각보다 배치된 나무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형지물을 익히는데 애로점이 발생할 테니 아무래도 오늘 눈이 빠지도록 이 근처를 돌아다녀야 할 듯싶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지. 후후후.’
범석이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나무가 많을수록 그 외 사물을 구별하기 어려우니 암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가 뒤를 따라온 에리카를 바라봤다.
“에리카 나는 숲에 들어갈 테니까. 넌 여기 기다리고 있어.”
“네. 알겠어요. 그럼 전 더그아웃에 있을게요.”
“그래. 그편이 좋겠다.”
범석이 숲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입구에서 허리를 굽히더니 수풀이 자라난 지면을 매만졌다.
‘흐음.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었군.’
오늘은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 그럼 이런 습기는 매일 주기적으로 뿌리는 물이 분명해 보였다. 나무나 풀은 수분이 없으면 성장을 어려움을 겪었다.
범석이 시계를 바라봤다. 지금 시각이 오전 10시쯤임을 봤을 때, 경기가 시작되는 3시에는 대충 땅이 메마르리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파피란 시티가 남반부라 겨울이지만 적도 부근에 있기에 날씨는 따듯한 편이었다.
다시 자리에 일어선 그가 입구 주변을 살피더니, 슬그머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경기장 중앙까지 길게 뻗은 자연스러운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숲에서 활동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방향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특이점. 이런 확실한 특이점이라면 대략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거 특이점 하나를 벌써 찾았군. 아마도 검투사들이 입장하는데 만들어진 것 같아. 아주 운이 좋았어.’
검투 규정상 경기가 시작될 때, 양 팀 검투사들은 항시 중앙 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간격은 15미터이고, 프리롤과 마크맨 3인에 한해서는 그 위치를 벗어날 수 있었다. 즉 이 길은 바로 검투사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니, 경기장 중앙을 가르는 표식이라고 인지해도 하등 틀리지가 않았다.
그는 길을 따라 숲의 중앙 쪽으로 걸어 들어가며 자라난 나무들의 나무를 살폈다. 뿌리도 깊게 박혀있고, 뻗어나온 가지도 튼튼해 타고 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쳇. 이러니 원정온 팀이 다 나자빠지지. 나무 위에서 화살로 기습을 해대는 데, 버틸 재간이 없지.’
포레스트 엘프즈들의 무기 구성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검과 활을 잘 다루고, 방패와 창을 쓰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창과 방패는 숲을 이동하는데 방해가 되는 바람에 아예 철저히 배제한 것이고, 활을 사용하는 이유는 매복 후의 기습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포레스트 엘프즈의 후미와 대장들도 특이하게 검과 활을 착용하고 싸웠다.
중앙에 도착한 범석이 하늘 높게 자라난 거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는, 둘레를 재보았다. 두 아름 정도의 길이였으니, 이제껏 여기서 본 나무 중에 가장 크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럼 여기가 정중앙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런 큰 나무를 경기장 외곽에 배치할 수 없으니까.’
범석이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파피란 시티 콜로세움만의 특성 때문이었다. 이곳 경기장은 수풀로 우거져 있기에, 관중석에서 전투장면을 직접 감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경기장 허공에 홀로 그램 화면을 띄워 실황중계를 하는데, 이런 높은 나무가 중앙이 아닌 사방에 들쑥날쑥 자라 있다면 그 영상화면 또한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시야를 별로 가리지 않는 중앙이 아니고야, 이런 나무가 자라나도록 내버려 둘리가 없었다. 그리고 중앙이라고 해도 굳이 이 거대 나무를 박아놓을 이유가 없었다. 약간이지만 화면을 가리기 때문이다.
분명 필요에 의해서 심어놓은 것이 분명했다.
“후후. 확실해. 이 나무는 포레스트 엘프즈 검투사들이 방향을 알기 위해 배치해놓은 특이점이 틀림없어.”
범석이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쉽게 나무의 외형을 살필 수 있는 관중석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나무가 전후좌우 형태가 모두 같을 수는 없는 법. 가지가 뻗어나온 방향이나 그 크기를 확실히 인지한다면, 확실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끼이익.
순간 그가 잠시 멈칫 서고는 딴청을 부렸다. 근처 나무에서 비롯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탓이다. 분명 바람의 영향으로 가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었으니, 도둑고양이나 다른 인간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또 전자는 아니었다. 육중한 무게로 가지가 휘어지는 소리였으니, 도둑고양이일 리가 만무했다.
‘관리인인가?’
관리인이라면 몰래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접근해서는 안 됐다. 게다가 소리죽여 나뭇가지를 밟으며 나무를 타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는 몸을 가볍게 풀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한 번 암살 위협을 받은 터라, 이런 사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잡아서 정체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다시 한 번 기이한 소리를 들은 범석이 바닥에 떨어진 조약돌을 몇 개 줍더니, 슬며시 근처 나무에 몸을 숨기고는 높이 도약했다.
‘자. 누군지 확인해 볼까?’
그는 방금 소리가 들려온 방향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튕겨 돌을 던졌다. 그리고 툭 하는 나무둥치 두드리는 소리가 난 직후. 그쪽으로 향해 서서히 이동하는 인영을 한 명을 발견했다. 무성하게 자라난 나뭇잎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포레스트 엘프즈 슈트를 껴입은 여인처럼 보였다.
덕분에 다소 경계심을 풀렸지만, 조심성은 잊지 않았다. 범석은 차분히 나뭇가지에 앉고는 잠시 대기의 시간을 가졌다.
정글전의 명수끼리 붙으면 먼저 기척을 내는 쪽이 지게 되었다.
“어라. 범석님이 어디 가신 거지?”
나무를 타던 녹색 머리칼의 엘프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숲 적응 훈련 중에 범석의 모습을 확인하고 호승심에 몰래 뒤쫓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탓이다. 뭐 워낙 수풀로 빽빽이 놓칠 수는 있는 일이지만, 이곳은 그녀의 앞마당과 같은 곳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놓치면 놓쳤지, 자신이 놓쳐서는 안 됐다.
‘혹시 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몸을 숨기신 것이 아닐까?’
순간 녹색 머리칼의 엘프가 고개를 마구 가로저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따라붙었기에, 그가 알아챘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를 옮기며 범석을 수색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 두 개쯤을 건넜을 무렵. 근처로 또다시 기척이 들려왔다. 범석과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빤히 알고 있었기에, 녹색머리칼의 엘프가 옳다구나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여기도 안 계시네. 어디에 있는 거지?”
하지만 방금 소리가 난 지역에는 아무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던 그녀가 다시 자리를 옮기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목을 옥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뭇가지에 걸린 줄 알았지만, 목 사이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과 까칠한 피부로 아님을 금세 알았다. 그녀는 지금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나뭇가지와 사람의 팔뚝은 구별할 수 있었다.
“너. 누구지?”
사늘한 남성의 목소리에 그녀는 상대가 범석임을 알아챘다. 홈 콜로세움이 이곳에서 자신을 이처럼 농락할 수 있는 상대는 그뿐이었다. 팀 동료이자 S3급 검투사인 리프리스도 여기서만큼은 자신에게 한 수 접어줘야 했다.
“버, 범석님. 저, 저. 티엘라에요.”
티엘라라면 전에 채플린 별장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적으로 만난 엘프였다. 당시 숲 지형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주의를 기울인 적이 있었는데, 막상 상대해보니 별것 아니라 지금껏 신경을 끄고 살았다. 다만 근래에 들어와 월드리그에서 만나게 되는 바람에, 이름과 얼굴 정도는 기억하게 되었다.
“뭐야. 티엘라잖아. 난 또 누구라고.”
범석이 옥죈 팔뚝을 풀자, 티엘라가 슬그머니 그를 바라봤다.
============================ 작품 후기 ============================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네요. 이제 M이론이 진실일 가능성이 훨씬 커졌으니, 이거 잘만 하면 재미난 세상이 올수 있겠습니다.
아참 그런데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물질은 시간이 정지된다는 가설은 거짓이 되나요? 힉스 입자는 모든 물질에 중력을 부여하는 입자. 빛 입자도 중력이 있다는 뜻 아닙니까? 그리고 빛 입자는 이동하는 동안 시간이 정지 되지를 않고요. 아니면 우리 지구가 8분 전의 빛을 받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거 궁금하네요. 아시는 분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