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94
396화
“이번 게임은 3전 2선승제에요. 먼저 2승을 올리는 팀이 각각 3점씩 취득할 수 있어요. 자. 그럼 밧줄을 잡으세요.”
카렌의 외침에 아멜리에와 범석이 밧줄을 잡았다. 상대편에 가장 앞에 서 있던 자키드가 교묘하게 줄을 살금살금 당기며 반칙을 벌이고 있었다. 겨우 한 뼘 정도였지만, 줄다리기는 그 정도 차이라도 승패가 가늠되었다.
뒤에서 이를 본 범석이 버럭 소리쳤다.
“자키드 씨! 줄 당기지 마세요!”
동시에 일제히 자키드의 손을 향하는 카메라 시선들. 그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딴청을 부렸다. 하지만 이미 중심선이 자신 쪽으로 넘어왔으니 어쩌겠는가? 곧바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렸다.
“다. 촬영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장면도 있어야 재미있죠. 하하하.”
이에 범석이 쫑알대듯 말했다.
“쳇. 촬영을 위해서라는 분이 카메라가 보지 않는 틈에 반칙을 범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이 진짜라니까. 일단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상,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해 이 한 몸 희생해야지.”
그 말에 범석이 불만스러웠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진정성은 보이지 않지만, 하등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쇼프로그램이라면 이런 재미가 종종 가미되어야 했다.
이때 카렌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또 게임 시작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자자. 그럼 곧 게임이 시작될 테니, 모두 준비해주시고요. 밧줄의 중앙을 중심선에 맞춰주세요.”
범석이 바로 밧줄을 당겨 밧줄 중앙에 메어져 있던 헝겊쪼가리에 중심선을 맞췄다. 카렌은 앞으로 다가가 밧줄이 공정한 위치를 와 있음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소리치듯 말했다.
“경기 시작입니다!”
동시에 양 팀의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겼다. 끊어질 듯 팽배해진 밧줄이 먼저 서서히 자키드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완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범석의 앞에는 채찍의 명수인 아멜리에가 있었다. 그녀는 양손에 잡혀있는 밧줄을 앞뒤로 비틀더니, 이내 범석에게 소리쳤다.
“범석님. 밧줄을 밑으로 내리세요! 빨리요!”
동시에 무릎을 굽혀 중심축을 내리는 범석. 서서히 상체를 올리던 아멜리아가 갑자기 몸을 푹 꺼뜨리더니, 밧줄을 살짝 놓았다. 이에 뒤로 쭉 밀리는 자키드와 프리시카. 이내 아멜리에가 양팔을 올리며, 이들의 몸을 공중으로 붕 띄웠다.
‘후후. 이제 끝이군.’
허공에 떠있는 상대편 선수를 본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아무리 자키드가 완력의 대가라고는 하나,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진 상태에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이내 범석과 아멜리에가 마구 밧줄을 당기자, 지면에 떨어진 그들은 처참한 몰골로 질질 끌려왔다.
“아멜리에. 오 범석! 승!”
카렌이 리미트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승부를 결정지었다. 자키드와 프리시카가 중심선을 훨씬 넘게 끌려갔으니, 끝까지 보지 않아도 승부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 여기서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자키드의 비참한 모습만 더 카메라에 담길 뿐이었다. 그럼 아까처럼 삐쳐서 집으로 돌아가려 할지 몰랐다.
열이 받은 자키드가 몸을 털며 일어서더니, 크게 소리쳐댔다.
“이건 반칙이야! 줄다리기에서 이런 기술을 넣는 것이 어디에 있어!”
이에 지지 않고 범석이 달려나와 따지듯 말했다.
“아니. 줄다리기에 무슨 규칙이 그리 많다고 반칙 운운하십니까? 아무리 지식 검색창을 찾아봐도 세 줄 이상 넘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뭐라고! 세상에 규칙 없는 경기가 어디에 있어!”
“누가 없다고 했습니까! 그만큼 규칙이란 것이 별것 없다는 거죠.”
“야. 그럼 총으로 상대 선수를 쏴도 반칙이 아니냐!”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세상 천지에 총으로 상대를 쏘지 말라는 규칙을 가진 경기가 어디에 있습니까!”
“없긴 왜 없어! 우리 검투 경기에는 있잖아!”
하기야 검투 경기에는 그런 비스름한 내용이 있었다. 인간의 완력만을 사용하되, 화학적, 2단계 이상의 기계적 장치가 가미된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검투사들이 활을 사용해도, 석궁 등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석궁에는 활대 이외에 방아쇠라는 기계적 장치가 추가로 가미되어 있었다.
“물론 그렇지만, 총기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 않습니까! 자키드 씨 한 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세상 어느 천지 총기를 들고 스포츠 경기에 임하는 작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규칙을 넘어 기본적인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라고요!”
이들의 싸움을 곁에서 보고 있던 스텝진들이 손으로 입을 막으며 키뜩키뜩 웃어댔다. 세계적인 검투사들이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싸움을 벌이고 있던 탓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손에든 카메라는 내려놓지 않았다. 이거 완전히 대박이었다. 자신들도 웃긴 데, 시청자들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이를 모르는지 자키드가 카렌에게 다가와 따지듯 말했다.
“카렌. 네가 판정해봐! 이게 말이나 되는 거야! 줄다리기하는데, 기술을 넣는 경우가 세상 천지에 있느냐고!”
자키드의 윽박지름에도 그녀는 고개를 흔들어댔다. 엄밀히 말하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아멜리에의 기술은 반칙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 스포츠든 기술이 없는 경기는 없었다. 줄다리기도 밧줄을 좌우 흔들거나, 구령을 넣어 모두의 힘을 한데로 모으는 기술들이 존재했다.
“자키드 씨. 이건 어쩔 수 없어요.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스포츠 경기가 세상 천지에 어디에 있어요? 아멜리에가 특별히 법률적 도덕적 문제가 있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이상, 반칙을 선언할 수는 없어요.”
자키드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자리로 돌아갔다. 더는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 우기기는 했지만, 솔직히 주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었다. 그만큼 자신의 지금 주장은 보편성이 결여 되어 있었다.
“좋아! 그럼 다시 간다! 프리시카! 이번에는 제대로 잘하자!”
“네. 알았어요.”
파이팅을 외치며 다시 밧줄을 잡는 자키드와 프리시카였다. 줄다리기는 3전 2선승제, 아직 역전할 기회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상대편에는 여전히 채찍의 명수인 아멜리에가 있었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자 다소 밀고 당기는 기미가 보였지만, 곧 자키드는 첫 번째 경기와 마찬가지로 질질 끌려다니는 개꼴을 면치 못했다.
“나 안 해! 이번에는 정말 갈 거야!”
촬영장 한 편. 자키드의 걸쭉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2번의 패배로 화가 나 길길이 날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까처럼 짐을 싸지는 않았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자신은 시청자들 앞에 속 좁은 패배한 개로 평가받기 딱 알맞았다.
이에 발맞추어 카렌이 구비 당기는 제의로 자키드를 꼬셨다.
“이번에는 정말 자키드 씨에게 유리한 경기에요. 절대로 패할 수 없는 경기죠. 그래도 가시겠어요?”
넌지시 그녀를 바라본 자키드가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뭔데?”
“마지막은 검술 시합이에요. 설명 세계 최강의 검사라고 자처하시는 분이 빼지는 않으시겠죠?”
천만의 말씀이었다. 자키드는 검술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었다. 다만 약간 꺼려지는 것은 오늘 모인 상대들이 이런 자리에서 결전을 벌이기에는 모호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자끼리의 결전은 검투계의 큰 이슈거리이니, 콜로세움에서 벌어져야 했다.
“검술 시합? 우리끼리의 검술 대결은 없는 것 아니었나?”
“네. 물론이에요. 하지만 최강의 검투사들이 모인 자리에 검술 시합을 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좋아. 어떤 방식으로 할 건데?”
“100대 4의 경기에요. 사실 오늘 촬영을 대비해 인근의 아마추어 검투사들을 대량으로 섭외해 놨어요. 즉 오늘 이 자리에서 자키드 씨 외 모두가 그들과 싸우는 것이죠.”
“으음. 그럼 우리가 함께 100여 명의 아마추어 검투사들과 싸운다는 거지?”
“네. 말인즉슨 그렇죠.”
100대 4의 경기라. 참으로 애매한 시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아마추어 검투사라고 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적 차이였다. 자신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함께 싸운다면 승부의 의미가 없었다. 이번 촬영은 내용이 달라도 엄연히 최강자를 뽑는 자리였다. 이겨봐야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헛짓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싸워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결코, 승부를 가릴 수 없을 테니까?”
“아니요. 방법이 있어요.”
“어떻게?”
“가장 많은 아마추어 검투사를 쓰러뜨리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거예요.”
자키드가 묘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자신 있는 종목이라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만, 스코어보드를 보니 딱히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지금 최고 점수를 얻은 자는 아멜리에로 현재 6점이었고, 그 뒤를 범석과 프리시카가 각각 3점을 얻은 상태였다. 현재 빵점인 자키드는 아무리 애를 써봐야, 1등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경기를 살펴보건대, 승자에게는 3점 이상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영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애를 써봐야 3점 이상 못얻잖아. 그럼 1등도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되고 말이야.”
카렌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호호호. 자키드가 저희 연예계를 모르시는군요. 혹시 막판 뒤집기라고 아세요?”
“막판 뒤집기? 그게 뭔데?”
“설명하기 복잡하니, 간단한 예로 말씀드릴게요. 오늘 순서의 마지막인 100대 4의 검투 경기에서는 쓰러뜨리는 상대 한 명당 1점이에요. 즉 자키드 씨가 모두를 쓰러뜨린다면 100점을 얻으며 1등이 되죠.”
자키드가 옳다구나 손뼉을 쳤다. 자신이 1등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에, 홀라당 넘어간 것이다. 그는 멀찌감치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범석과 아멜리에, 프리시카를 바라봤다. 일단 현 상황을 분석하고 게임에 들어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프리시카는 빼자. 검술적인 면에서 우리보다 좀 떨어지는 아이니까. 문제는 범석과 아멜리에인데…….’
범석과 아멜리에는 신체적으로나 검술 면에서 자신과 대동소이했다. 물론 속으로는 자신이 쪼매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운에 따라서는 충분히 저들이 고득점을 얻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들을 적절히 견제하지 않고서는 오늘의 승리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아멜리에가 채찍을 들고 나오면 가능성이 있어. 상대 진형을 흩트리는데 좋은 무기이기는 하지만,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인전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니까. 아마 초반 시작하자마자 얼마 못 쓰러뜨리고 아마추어 검투사들에게 포위되어 당할 거야.’
하지만 그녀는 일편일검술과 쌍검술도 있었다. 특히나 쌍검술 같은 경우는 자신에 견줄 만큼 대인전에 강했다. 편술만 생각해서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칠 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현재 6점으로 1등을 달리고 있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이니, 어떻게든 초반에 아마추어 검투사들에게 당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아멜리에는 젖혀두고. 또 범석이 문제인데.’
사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면 범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갖가지 지형지물을 이용해 상대를 쓰러뜨리는 고차원적인 전투술을 수행하는데다가, 검술 솜씨도 예사가 아니었다. 또 얼마나 생존율은 높은지, 갓즈나이츠에서 대장들 다음으로 데스포인트가 낮았다.
여기에 갖가지 무구도 극한으로 다루고, 발까지 빨랐다. 아멜리에에게 신경 쓰느라 그를 무시했다가는 거하게 뒤통수를 맞을 수 있었다.
‘젠장. 저놈은 정말 대책이 없는데. 어떻게 먼저 보내지?’
방법은 특별히 없었다. 역시나 아멜리에를 해치운 후, 반칙을 통해 아마추어 검투사들의 밥으로 넘겨주는 편이 좋아 보였다. 생각을 정리한 자키드가 호탕하게 웃으며 카렌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네 말뜻이 뭔지 알았다. 아마추어 검투사들이라고 봐야 별것 아니지. 반드시 참여해 내가 1등을 먹어주마. 하하하.”
“네. 그럼 계속 촬영 협조 부탁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뿜어대며, 자키드가 범석을 비롯한 아멜리에, 프리시카에게 걸어갔다. 자신을 의도를 알게 해서는 안 되니, 안심시켜 놓을 필요가 있었다. 만약 누군가 알아챈다면, 당하는 자는 거꾸로 자신이 될 터였다.
“자. 아마추어 검투사들! 모두 나와 주세요!”
카렌이 외치자, 방금 막 도착한 플라잉 버스 안에서 슈트를 껴입은 엘프 검투사들이 무수히 걸어나왔다. 그녀들은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4명의 최강 검투사를 향해, 급히 걸어갔다. TV에서나 볼 유명인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신기했던 것이다.
“와! 저기 봐. 오 범석 검투사님이 있어.”
“저 엘프는 아멜리에 언니잖아. 정말 대단하다.”
“아. 프리시카 언니도 와있어. 나 저분 팬이잖아.”
출연자라는 본분 탓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아마추어 검투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시선이 집중된 쪽은 프리시카였다.
이들 모두가 세노사이드에 연고를 둔 아마추어 팀에서 섭외되어 검투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범석이나 자키드 등에세 밀리고는 있지만, 과거 한때 최강의 검투사로 세노사이드의 전설적인 검투사 반열까지 오른 프리시카였다.
이쯤 되자 카렌과 스텝진들이 상황을 정리하고, 시합을 준비시켰다. 하루의 해가 그리 길지 않은 탓이다.
“자. 다들 양편으로 갈라서세요. 아마추어 검투사분들은 우측에 서시고요. 범석 씨를 비롯한 프로 검투사들은 우측에 자리하세요.”
카렌의 말한 위치에 선 범석이 주변을 훑어보았다. 지금까지야 주위 환경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촬영에 임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무리 최강 검투사가 4명이 모였고 상대가 아마추어 검투사들이라고 해도, 100명은 무리가 있었다. 지형지물을 적절히 이용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할 수 있었다.
이때 자키드가 모두를 향해 손짓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흐음. 글을 쓰다가 옥상에서 담배를 피며 하늘을 봤는데, 문뜩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왠지 저 혼자만 죽는 기분이라서요. 리그너스님야 죄가 있으니 할말은 없으시겠지만, 제가 무슨 죕니까? ㅠㅠ. 아무래도 누구 한 명은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야 겠습니다. 어제 해적님을 끌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안 통하시니 다른분을 선택해야겠죠. 연참능력 되시고 필력 되시는 분으로요…….. 아 누가 적당하려나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