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00
402화
“그게 말이 돼? 채플린 위스퍼팀이 걔를 놓아줄 이유가 없잖아?”
“아니요. 있어요. 이적 시장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그리될 거예요.”
“아니 그 이유가 뭔데?”
다이아나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 혹시 요시아가 언제 채플린 위스퍼로 이적 온 줄 아세요?”
“글쎄다. 관심을 두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대략 2년 반 전이에요. 즉 그녀가 27살 때인 전성기 때였죠.”
“그런데?”
“그런데 당시에 그녀는 세계 27위에 올랐을 만큼 뛰어난 검투사였던 반면, 채플린 위스퍼는 센트럴리그에서 머물고 있었죠.”
이쯤 되자 범석은 요시아에 대해 언뜻 들은 기억이 났다. 전에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채플린 위스퍼의 단장인 레베카가 찾아와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당시 경쟁팀에 출중한 검투사가 가세한다고, 크게 속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군. 하지만 네 말의 초점이 뭐냐?”
“간단해요. 요시아가 채플린 위스퍼에 갈만한 아이가 아니었다는 얘기죠. 만약 어느 센트럴리그 팀이 주인님을 영입한다면 가시겠어요. 물론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라는 직분이 없을 때 말이에요?”
말도 안 되기에 범석이 손사래를 쳤다. 영광스러운 월드리그의 활동을 접고 하위리그로 가고 싶은 검투사는 없었다.
“천만금을 주면 모를까? 내가 센트럴리그 팀에 왜 가냐?”
“하지만 요시아는 갔잖아요. 그녀는 주인 없는 검투사이라 연봉을 받을 입장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범석이 살며시 팔짱을 끼며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확실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세계 27위까지 올랐던 검투사가 연봉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영광을 버리고 하위리그로 진출한다? 뭔가 다른 이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령?”
“바로 은퇴시기 조율이죠.”
그말에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렇군. 엘프라면 빨리 은퇴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충분히 하위리그로 갈 수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올겨울에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확신하지?”
“사실. 저도 확신은 못해요. 하지만 이런 경우 상당수가 30살 은퇴를 기점으로 하기에, 대충 그럴 가능성이 커요.”
범석이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팔리는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거물급. 매물이 그리 많을 리가 없었다.
이에 겨울철과 여름철에 단 한 번씩만 열리는데, 그 날짜가 대개 애매했다. 바로 동절기 시장이 열리는 시기가, 검투계의 겨울 이적 시장이 거의 끝이 나는 1월 중순 무렵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자금을 움켜쥔다고 친다면,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손만 빨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면, 함부로 그녀의 영입전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대충이라는 말로는, 그녀의 영입에 집중할 수 없어. 만약 시장에 안 나온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지나가게 돼.”
“그런데 확실히 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하며 다이아나가 은근슬쩍 레베카에게 시선을 주었다. 레베카는 과거 채플린 위스퍼의 단장으로 요시아의 영입에 적극 관여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당시 계약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득력 있는 방법이었기에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베카는 자신의 여인. 다소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어차피 팀을 떠날 검투사의 신상명세를 알려주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 그렇군. 레베카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었네.”
“네. 그렇죠.”
범석이 2라운드 출전을 위해 장비를 점검하던 레베카를 불렀다.
“레베카. 잠시 이쪽으로 와볼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레베카가 다가왔다.
“네. 무슨 일인데요.”
“혹시 너 요시아에 대한 계약 사항을 알아?”
레베카가 천천히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녀를 영입한 일은 자신이 단장이 된 직후 가장 성공적인 영입 사례였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세계적인 검투사를 팀에 영입함으로써 채플린 위스퍼는 상당한 전력향상을 이루어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데요?”
“궁금한 점이 있어서 그런데. 혹시 그 아이 다가올 겨울에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나와?”
그녀가 경악에 찬 시선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요시아의 월드 워커 옥션 마켓 판매예정일은 자신과 일부 팀 관계자만 알고 있는 일급비밀이었다.
30살이라면 노환만 겪지 않는다면 기술적으로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시기. 만약 다른 팀에 알려진다면 그녀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을지 몰랐다. 이는 채플린 위스퍼 팀에게 좋지 못한 일, 팀으로서는 극구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지? 요시아가 말했나?’
하지만 이내 레베카가 고개를 흔들었다. 가장 입을 다물고 싶어하는 자가 바로 요시아였기 때문이다. 미연에 알려지게 된다면 다른 검투팀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입을 시도할지 몰랐다. 그럼 주인을 얻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 그건 왜 물으시죠?”
“아. 그런 정보가 있어서 그래. 맞아 틀려?”
알고 있다면 어쩔 수 없었다. 레베카가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네. 맞아요.”
“오. 그런단 말이지. 이거 재미있어졌는데.”
레베카가 화급히 범석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영입 관련 사항는 채플린 위스퍼팀 내 특급 비밀이었다. 비록 갓즈나이츠에 와 있지만, 이런 고급 정보가 팀 내 누군가에 의하여 새어 나갔다면 반드시 색출해야 했다.
“그런데 범석님. 그 얘기 누구에게 들었어요?”
“아. 다이아나에게서 들었는데.”
레베카가 황급히 다이아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이아나감독. 그 내용을 어디서 들은 거야? 혹시 우리 팀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어?”
“아니요. 유추했어요. 요시아 정도 되는 검투사가 센트럴 리그팀에 갈 때는 그 정도 옵션 계약이 있는 것은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요? 세계적인 명성과 실력을 갖췄는데, 일부로 하위 팀에 갈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보유팀은 적당한 몸값만 챙겨준다면 팔았겠지만요. 그리고 올겨울이 오면 그녀는 정확히 30세. 그녀가 은퇴할 수 있는 최적의 나이죠.”
“그, 그래?”
“네. 그 정도 예상은 웬만큼 이 계통에서 구른 엘프들은 다 잘 알아요. 다만 모두를 위해 쉬쉬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웬만한 프로팀 관계자도 대충 어느 정도 알아요. 그래서 레베카 님도 아시는 줄 알았는데요? 채플린 위스퍼팀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가요?”
레베카가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다른 검투계 관계자도 알고 있다면 정말 위험했다.
사실이라면 정말 막아야 할 일이었다. 요시아가 다른 월드리그 팀에 간다면 채플린 위스퍼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한 번도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서 프로팀으로 직행한 엘프검투사를 본 적이 없었다.
“정말이야? 그런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지. 나는 월드 옥션 마켓에 진출한 엘프들이 주인을 얻는 데 실패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당연한 얘기죠. 제가 방금 웬만한 프로 팀 관계자도 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 판매하는 팀이라고 가만히 있겠어요? 월드 워커 옥션 마켓과 판매 계약을 맺을 때, 한 가지 옵션을 끼워 넣는 거죠.”
“어떤 옵션을 넣는데?”
“간단해요. 구매자가 해당 엘프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조항이죠. 그럼 어쩔 수 없이 대부분 프로팀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해요.”
납득이 갔는지 레베카가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 말대로 하면 절대 다른 프로팀에 넘어가는 일은 결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를 시도한다면, 첫째로 주주들이 용납하지 않았다. 팀 재산이 개인에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약간은 불안했다. 그리고 그 염려하는 상황이 지금 이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요시아가 갓즈나이츠에 온다면 채플린 위스퍼로서는 상당히 애매한 처지에 빠져들었다.
갓즈나이츠가 올해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몇몇 출중한 검투사만 추가해 넣는다면 강력한 우승 경쟁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겠네. 그런데 아예 프로 진출을 막는 조항을 넣는다면 더 확실하지 않을까?”
“그건 안돼요. 부호들이 비싼 값에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엘프선수들을 구매하는 이유는 허영심이에요. 과거의 명성도 중요하지만, 현역을 계속 뛰면서 얻는 자랑거리를 포기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현역을 뛰면 연봉을 받을 수 있으니, 투자한 금액을 어느 정도 뽑을 수 있고요. 사실 최강의 검투사가 시장에 나왔을 때, 실제 몸값보다 더 많은 돈을 얻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바로 30살 이전에 시장에 내보내는 관례 때문이에요. 그럼 몇 년간 현역으로 뛰면서 얻는 명성과 연봉으로 주인을 뿌듯하게 해주거든요. 아마 레베카님이 말씀하신 그 조항을 넣는다면 아무리 요시아라도 1억 크랑 이상 받지는 못할 걸요. 완전한 퇴물로 취급받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부호인 채플린 위스퍼로서도 안될 말이었다. 족히 수억 크랑을 받을 수 있는 엘프검투사를 다른 검투팀에 넘기기 싫다고, 똥값으로 팔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건 팀으로서 막대한 손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프로팀 관계자에게는 절대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넣으면 되겠네.”
이 말에 범석이 묘한 시선으로 레베카를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자신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베카 혹시 요시아를 갓즈나이츠에 팔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너 알고 보니 정말 치사하다. 나보다 가문이 좋다 이거지?”
당혹스러운 얼굴을 한 레베카가 손을 마구 흔들어댔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 앞에서 인정할 수는 없었다. 하여간 범석은 장래를 약속한 사내였다.
“아, 아니. 그건 아니에요. 그냥 걱정돼서 한 말이에요. 그녀를 에이션트 워리어즈 팀 같은 우승 경쟁팀이 데려가면 큰일이잖아요.”
“아닌 것 같은데. 나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그런 조항을 넣을 필요는 없잖아.”
곤란해하는 레베카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다이아나가 말했다.
“후후. 레베카님이 말씀 주신 모든 조항은 안돼요.”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안돼?”
다이아나가 뜬금없다는 시선을 던진 레베카를 보며 얘기했다.
“그 조항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요. 제가 말씀드린 첫 번째 조항은 엘프 보호법의 엘프 행복권을 근거해 끼워 넣을 수 있지만, 레베카님이 말씀 주신 내용은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잖아요. 아니 도떼기시장 말고, 세상 천지에 아무런 법적 이유도 없이 구매자를 가리는 시장이 어디에 있어요? 그건 법적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 적합한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그쪽에서 소송을 걸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그리고 솔직히 다른 프로 검투팀이 바보는 아니잖아요. 레베카 님 말처럼 하면 더 좋은데, 왜 안 하겠어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워커 옥션 마켓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는 이상, 해당 팀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요.”
삐쳤는지 범석이 레베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그래도 정 안된다면 개인자격으로 가면 돼지. 팀 관계자 딱지야 잠시 떼면 되는 일이고. 내가 이사장인데 뭘 못하겠어.”
“네. 그래도 되고요.”
범석과 다이아나의 동시 공격을 받은 레베카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거 자칫 잘못하다가는 미래의 남군에게 미움을 받는 수가 있었다. 어차피 안되는 일, 여기서는 조용히 있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 마디 뼈있는 말을 툭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하긴 레베카는 채플린 가문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하여간 요시아의 영입이 실패하면 다 레베카 네가 뒤에서 작업을 벌인 것으로 생각하겠다.”
레베카가 다급히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 그건 아니에요. 요시아가 갓즈나이츠에 들어오면 저로서는 당연히 반길 일이죠. 영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같은 팀에서 함께 뛰었던 아이이니 저도 의지가 되니 좋죠.”
범석이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정말?”
“호호호. 당연하죠. 제가 왜 방해를 하겠어요. 저는 찬성이에요.”
범석이 팔짱을 끼며 은근히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뭐.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지. 흐음. 하여간 레베카 너 2라운드 출전해야지. 준비 안 해?”
시계를 본 레베카가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거 가문을 위해 수작을 부리다가 본전도 못 건진 그녀였다.
“아, 아. 그렇네요. 그럼 빨리 가서 준비할게요.”
자리로 돌아간 레베카가 다시 장비를 손질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구내방송에서 알려오는 멘트에 부리나케 입장 터널로 나갔다.
2라운드는 거의 압도적인 채플린 위스퍼 팀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기껏 하위급 월드리거와 일부 주전 검투사들로 구성된 갓즈나이츠의 2진이, 월드리그 중상위급 이상 전력을 갖춘 상대를 맞이해 승리를 얻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범석의 실망감에 휘하 엘프들이 힘을 냈는지, 방어로 일관하며 거의 막판까지 버텨냈다. 아무리 아멜리에가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선전에 고무된 범석이 순수 더그아웃 출입문까지 나가 밝은 표정으로 그녀들을 반겼다.
물론 레베카는 빼고 말이다. 혹시 그녀가 요시아의 영입을 방해할 수 있으니, 무언의 협박이 필요했다.
============================ 작품 후기 ============================
어제 태풍 불었는데, 다들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저희 집은 피해가 없었습니다. 집 근처의 배수시설이 잘 되어 있고, 이번 태풍이 다른쪽으로 빠져나가서인지, 바람도 크게 영향이 없어서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