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01
403화
“휴~ 그럼 또 나가 볼까.”
3라운드 시작시각이 가까워져 오자, 범석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표정에는 긴장감과 다부짐이 깊게 묻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멜리에를 또 상대해야 하는 일이 약간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녀 혼자라면 모를까, 1라운드의 상황이 똑같이 벌어진다면 그는 크게 고전하게 되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다이아나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주인님. 이번 라운드의 전략은 잘 아시죠?”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금 팀원들과 함께 심도 있게 토론하며 머릿속에 새겼기 때문이다.
“물론. 잘할 테니, 염려하지 마라. 설마 내가 그런 간단한 작전 하나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겠냐?”
“하긴요. 그럼 주인님만 믿을게요.”
“후후. 그래.”
다이아나의 어깨를 토닥거린 범석이 더그아웃 밖을 나가 입장 터널에 섰다. 그는 먼저 나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을 일일이 바라보고는, 목청껏 소리쳤다.
“다들 이번 작전 잘 알지!”
“넷!”
“좋다. 그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따라야 한다. 알았지?”
“넷!”
팀원들의 다짐을 받은 범석이 줄 앞으로 가서 상대 쪽 입장 터널을 바라봤다. 이번 작전의 목표가 바로 저 음영이 깔린 터널 안에 있었다. 얼마 후 구내방송에서 입장을 종용하는 멘트가 흘러나왔고, 그는 팀원들을 이끌고 경기장 중앙으로 나아갔다.
‘으음. 요시아가 7번이었지.’
경기장 중앙에서 채플린 위스퍼팀 검투사들과 마주한 범석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요시아를 보기 위해서였다.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정보확인은 필수였다. 그는 슈트 가슴에 ‘7’의 마크가 그려져 있는 한 엘프검투사를 확인하고는 정보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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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요시아.
구분 : 엘프(29년).
소속 : 채플린 위스퍼 GC.
명성 : 39742.
악명 : 56.
H유무 : 무.
스테미나 : 8872/10000.
사회성 : 95+10, 근력 : 100+10, 체력 : 100+10.
민첩 : 98+10, 균형감각 : 98+10, 지능 : 97+10.
정신력 : 98+10. 판단력 : 100+10, 재주 : 90+10.
운 : 95+10.
현재기량/잠재능력 : 97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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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가이아의 가호.
특이 사항 : 과거 데빌 스프릿즈의 핵심급 검투사였다가, 2년 반 전 채플린 위스퍼로 이적해 옴. 중견에 대한 전문 소양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창을 주무기로 함. 올겨울에 있을 은퇴에 고무되어있지만, 오랜 기간 활동해온 검투사 생활을 접는다는 점에 아쉬워하고 있음. 그래서 마지막 피날레를 위해 사력을 다해 이번 시즌에 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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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 대단한데. 요시아. 반드시 우리 팀에 영입해야 해!’
한마디로 만족 그 자체였다. 나이가 있기에 언제 노환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상당한 능력치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재주를 제외한 대부분 스텟이 95 이상을 넘어가고, 극에 다른 수치만 해도 셋이나 되었다.
그리고 특성인 ‘가이아의 현신’은 입이 벌어질 만큼 실로 대단했다. 대지에만 발을 딛고 있으면 모든 능력치가 +10이 될 뿐만이 아니라, 발동 시 자신과 소속된 조직원 모두의 스테미너를 +200 회복을 시키는 엽기적인 기능이 있었다.
물론 스테미너 회복을 시키는 기능은 리미트 타임이 일주일이라는 페널티가 있지만, 이만 해도 범석으로서는 크게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모자란 스쿼드로 지쳐있는 팀원들의 원기를 채울 수 있으니, 체력 저하로 주요 검투사가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줄일 수 있었던 탓이다.
– 오범석 검투사. 경기가 곧 시작되니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심판진의 요청에 범석이 화급히 정보창을 내리고 뒤로 물러섰다. 경기 시작 전에 거리를 좁히는 행위는 반칙에 속했다. 계속 여기 머물고 있다가는 경고를 받을 수 있었고, 이에 불응한다면 경기진행 방해로 심판들의 상의하에 퇴장까지 당할 수 있었다.
경기장 외곽에 있는 심판석에 미안하다며 손짓한 범석이 갓즈나이츠 진형 맨 앞에 섰다. 그리고 허리에 찬 쌍검을 뽑아들고 양손에 거머쥐었다.
“모두 준비해! 시작 직후 바로 돌진할 테니,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알겠지!”
“넷!”
뾰족이 끝을 세운 봉시진 형태를 이룬 갓즈나이츠의 진형이 천천히 밑으로 깔리고 있었다. 돌진을 위해 무릎을 굽힌 탓이다.
어느새 전광판 초침은 ‘0’에 가까워졌고, 경기장은 정적이 감돌았다.
– 삐이익! 경기 시작!
시작 신호와 함께 범석과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앞을 향해 내달렸다. 뒤이어 날아오는 4개의 채찍에 그와 샤일라, 니키카가 힘껏 검과 창을 내질렀다.
“다들 돌진해 들어간다! 목표는 하나다!”
범석을 비롯한 모든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시선이 아멜리에를 향했다. 이번 라운드의 작전은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그녀를 쓰러뜨리는 일이었다.
다소 무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갓즈나이츠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만약 운 좋게 큰 피해 없이 아멜리에를 쓰러트린다면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1라운드에서 돌파를 당한 적이 있던 터라, 채플린 위스퍼팀 검투사들이 주의를 기울이며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접근만 불허하면 우리가 확실히 이겨! 다들 집중해!”
아멜리에는 범석과의 싸움을 회피하려는 양, 계속해서 채찍을 날려댔다. 그와의 격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하는 편이 좋았다.
1라운드 종료 후 그를 자신보다 우위에 두는 팬들의 반응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와는 싸울 수는 없었다. 자신이 범석보다 못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백프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칫 자신이 그에게 당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팀은 큰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휘리리릭!
허공에 기이한 곡선을 수를 놓던 채찍이 편촉을 세우며 빠르게 범석을 향해 하강했다. 끝 부분에 날카로운 금속 촉이 달렸기에,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에 그가 황급히 채찍을 쳐내고는 계속 앞을 향해 질주했다.
“아멜리에! 자 간다!”
“선봉 뭐해! 빨리 범석님을 막아!”
범석이 접근에 성공하자, 아멜리에가 선봉인 살리비아와 에미레스, 카네로아를 향해 소리쳤다. 자신이 쌍검을 뽑을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어서 도착한 샤일라와 니키타에게 가로막히는 바람에 그를 막지는 못했다.
잠시 뒤로 물러나 있던 범석이 니키타의 등을 밟고는 그대로 점프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아멜리에! 이제 너는 끝이다!”
“천만의 말씀이에요! 제가 범석님에게 당할 것 같아요!”
둘의 쌍검이 교차하는 하는 가운데, 청명한 금속음 터져 나왔다. 아멜리에가 간신히 검을 뽑아 그를 막았던 것이다. 덕분에 바닥에 착지하는 범석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좀 더 빠르게 진입에 성공했으면 이번 일격에 그녀를 해치울 수도 있었다.
그는 바로 맞부딪친 검을 떼고는 잠시 뒤로 물러났다. 이오니스와 랜드라가 급히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주인님을 도와서 전진해!”
그러나 선봉들을 밀어붙이며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로, 그녀들은 감히 범석을 공격하지 못했다. 이들의 목표가 아멜리에 임을 알았던 탓이다. 이오니스가 황급히 자신의 스승 앞에 서더니 소리쳤다.
“스승님. 피하세요! 아무래도 저들이 스승님을 노리는 듯 보여요!”
이미 그건 아멜리에도 잘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검투사 생활을 해오며 자주 당했던 터라, 팀 내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챘다. 그러나 전혀 후퇴할 마음이 없었다.
이대로 자신이 물러난다면, 팀 진형이 와해가 되며 끝도 모를 나락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첫째로 상대 진형과 범석 사이에 갇힌 선봉을 모두 잃게 되었다.
이때는 힘으로 상대의 예봉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었다.
“아니야! 여기서 물러서면 우리가 당해! 그러니 모두 돌격해서 우리 선봉을 구해!”
아멜리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채플린 위스퍼 검투사들이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적진에 고립되었던 살리비아와 에미레스, 카네로아가 힘을 내어 생존을 위한 투쟁을 계속 벌여나갔다. 약간만 버티면 이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쳇. 역시 아멜리에야. 우리가 노리는 바가 뭔지 알면서도 겁 없이 돌진해오다니 말이야. 하지만 나쁘지 않지. 우리의 목적은 어떻게든 그녀를 쓰러뜨리는 것이니까.’
그래도 범석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목표인 아멜리에가 전혀 피하지 않고 있음은 반갑지만, 뜻밖에 찾아온 호기를 이대로 놓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갓즈나이츠가 채플린 위스퍼의 선봉을 제거한다면, 아무리 아멜리에가 있더라도 이번 라운드의 승리는 자신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모두 힘을 내! 반드시 아멜리에를 쓰러뜨려야 한다!”
충돌을 빚는 양쪽 진형을 바라보며 범석이 모두에게 소리쳤다. 아멜리에가 전면에 나서서 자신과 맞서는 중이니, 잘만 하면 제거가 가능해 보였다. 아무리 뛰어난 검투사라도 12명에게 노림을 받는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이윽고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상대의 선봉을 옆으로 튕겨내고는 아멜리에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돼. 막아!”
아멜리에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들은 이오니스와 랜드라가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범석을 비롯한 갓즈나이츠의 전진을 그 둘이 막을 재간이 없었다. 바로 니키타와 샤일라에게 밀리며 길을 열어주게 되었다.
이때 노출된 아멜리에를 본 렌카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려 태클을 걸었다. 세계적인 검투사인 아멜리에가 이런 육탄 공격 하나 피하지 못할 선싶지만, 지금 양 팀 검투사들은 한데 모여있는 상태였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 몸을 회피할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멜리에는 카렌을 향해 힘껏 검을 휘둘렀다.
행동불능을 시키면 태클을 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범석에게 가로막히며, 렌카의 자살 공격이 여지없이 먹혀들었다.
“아멜리에 언니가 위험해! 모두 상대를 밀어내!”
“지금의 기회다!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가!”
극한으로 밀집된 양 팀의 충돌지점에 서 있던 범석은 몸을 옴짝달싹 못한 채, 서서히 앞으로 밀려 쓰러져갔다. 앞에 렌카와 함께 쓰러져 있는 먹이가 보이지만 검을 내지를 여유공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긴 손 하나 끄덕 못하는 이 상황에서 공격은 어불성설이었다.
‘젠장 할. 이거 마음대로 안 되네.’
동시에 양 팀 검투사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채플린 위스퍼의 중앙이 무너져내리자, 힘에 못 이겨 차례로 앞으로 엎어진 것이다. 승패를 가늠하지 못하는 순간. 이제 이 승부는 운에 달렸다고 할 수 있었다. 먼저 허우적거리는 상대방에 검을 찔러넣는 팀이 이기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범석의 초반 운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이었다. 바로 밑에 깔린 상대 팀 검투사가 바로 아멜리에였던 탓이다. 그는 겨우겨우 손을 움직여 그녀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넣었다.
‘좋아! 이겼다! 하하하! 아멜리에를 쓰러뜨렸다!’
서서히 관절이 굳어가는 아멜리에가 경악한 시선으로 비릿한 미소를 보이는 범석을 쏘아봤다. 아무리 압착이 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자신이 행동 불능화되고 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헛웃음을 흘려대더니, 이내 입가에 긴 호선을 그렸다.
범석도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지, 몸을 경직시키며 쓰러지고 있었다. 옆에 쓰러져 있던 랜드라가 그의 목 부위를 검으로 찔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었고, 양 팀 검투사들은 차례로 쓰러져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누가 이기는 거야?”
“글쎄. 다들 엉켜 쓰러져 있어서 알 수가 있어야지.”
관중석이 웅성웅성 대는 가운데, 양 팀의 후미 간의 접전이 벌어졌다. 그녀들은 후방에 처져 있었기에, 이런 어이없는 난전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쓰러져 있던 검투사 중 몇몇이 일어나, 그 싸움에 가세했다.
“자. 반드시 이기자!”
“다들 모두 힘을 내!”
아멜리에의 위에 넘어진 채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범석이 가자미를 뜨며 전황을 살폈다. 에이스들은 물론 양 팀 검투사 대부분이 난전 속에서 행동불능 된 상황이라, 갓즈나이츠의 승리 가능성도 적지않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력상으로 다소 밀리고는 있지만, 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무사했다면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채플린 위스퍼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제발 이번 라운드만큼은 우리가 이겨야 하는데…….’
하지만 천운은 범석을 버렸다. 그렇게 바랐건만, 채플린 위스퍼의 수가 하나 더 많았던 탓이다. 갓즈나이츠에서는 세이야, 베르티아, 레자리스, 제르미아, 카젤라가 무사한 반면, 저들은 무려 여섯이나 남아있었다.
덕분에 곧 전세는 채플린 위스퍼에게 기울었고, 한참 후 갓즈나이츠는 3라운드에서도 패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우와아아아! 우와아아아!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 소리를 들으며, 행동불능 상태에서 회복된 범석이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3라운드 전패 상황이 그리 달가운 리가 없었다. 이런 스코어는 철저한 패배를 당했다는 방증이었다.
그가 뒤이어 일어서는 아멜리에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멜리에. 다음 시합은 이번과 다를 거다.”
그녀가 자신의 슈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대꾸했다.
“글쎄요. 그게 과연 쉬울까요? 오늘 경기 결과를 보면 잘 아실 텐데요. 3라운드 전패가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지는 않으시겠죠?”
“후후. 변명할 수 없는 스코어라는 사실도 잘 알지. 하지만 갓즈나이츠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팀이다. 그러니 기대해도 좋다.”
“네. 기대 정도는 하죠. 하지만 저희도 항시 발전하는 팀이에요. 결코, 갓즈나이츠가 따라잡지는 못할 거예요.”
“후후. 그래? 나도 그러기를 빌겠다.”
그 말을 남긴 범석이 순순히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패자가 말은 언제나 구차한 법이니, 더 입을 나불거려봐야 자신의 면만 깎게 되었다. 지금은 돌아가 팀 전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신경 쓰는 편이 좋았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바람의 마도사를 봤는데, 재미있네요. 옛날에 읽던 소설을 다시 꺼내 보는 맛도 제법 쏠쏠합니다. 좀 종이가 빛을 바래 눈은 좀 아프지만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