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11
413화
“자. 이리로 앉게.”
“네. 감사합니다.”
식탁 앞 걸상에 앉은 범석이, 숟가락을 들고 요시아가 요리해서 가지고 나온 야채 스프를 한 입 떠서 맛을 음미했다. 제법 괜찮은 맛이었기에,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시아. 요리 잘하네. 느끼하지도 않고, 야채의 내음이 아주 잘 배어있어. 나중에 주인에게 사랑받겠어?”
“뭘요. 아직 많이 배워야 해요.”
“아니다. 아주 맛있어. 웬만한 요리집 저리가라인데.”
“과, 과찬이세요.”
볼에 홍조를 뿌린 요시아가 뒤돌아서서는 스테이크를 가지러 가기 위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에 범석이 그녀의 뒤태를 곁눈질로 살피고는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간은 증명사진과 슈트 입은 모습만을 봐서 몰랐는데, 상당한 여체를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라면 자신의 엘프로 맞이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모습을 살핀 빈센트가 입가에 넉넉한 미소를 걸며 말했다.
“아무래도 꽤 마음에 드나 보이?”
“네. 그렇죠.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엘프니까요. 그나저나 요시아에게 저를 보여도 괜찮겠습니까?”
“암 괜찮지. 얼마 후면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가는 아이인데, 자네를 본다고 문제 생길 리는 없지.”
“으음. 그렇겠군요. 갓즈나이츠에 가지 않아도 다른 주인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또 일찍 주인을 맞이한다고 문제 생길 일은 없겠지.”
따뜻한 스프가 담긴 수저를 멈칫거린 범석이 슬쩍 빈센트를 쳐다봤다. 대략 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빈센트는 자신에게 요시아를 팔려 하고 있었다.
“그렇죠. 엘프는 주인 얻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니까요. 특히나 요시아는 30세가 되는 지금까지 홀로 지냈으니, 한시라도 빨리 주인을 모시고 싶어할 겁니다.”
“암. 당연하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차피 데려갈 아이. 굳이 워커 옥션 마켓을 거치지 말고 자네가 지금 우리에게서 사가는 편이 어떻겠나?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허버트를 데려다 놓은 걸세. 협의만 본다면 바로 넘기게 말일세.”
범석이 혀로 바짝 마른 입술을 적셨다. 드디어 본격적인 작업이 들어오고 있던 탓이다.
‘젠장. 이제 확실해졌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저 영감탱이가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아니라면 아까 통화에서 요시아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이리 끌고 와서 내 눈앞에 선을 보일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안 거지?’
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바짝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번 이적 시즌 동안 계속 빈센트에게 휘둘리게 되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난관을 헤쳐나와야 했다.
“후후. 어차피 원하던 아이. 가격만 맞는다면 못할 것도 없죠.”
빈센트가 의외라는 시선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갓즈나이츠가 이번 이적 시장에서의 자신의 야망을 망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자금이 필요했다.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사도 되는 요시아에 대해, 이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오. 그런가? 이거 역시 자네 배포는 대단하군. 제법 몸값이 나가는 요시아를 이렇듯 선뜻 사가려고 하다니 말일세. 아무래도 주머니가 든든한가 보이?”
“글쎄요. 제 배포가 큰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요시아를 구매할 만큼의 자금은 있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빈센트가 거하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요시아가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가지고 나온 틈을 타, 생각해볼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범석의 태도는 예상과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이놈이 무슨 생각으로 요시아를 산다는 거지?’
범석이 요시아를 사가면 근 10억 크랑의 자금이 소모되었다. 현재 갓즈나이츠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앞으로의 이적 시장에서 뿌릴 돈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함부로 사겠다고 나서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빈센트 감독이 요시아가 가져온 스테이크 요리를 손수 받아들었다.
“요시아. 수고가 많네. 이거 괜히 불러서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군.”
요시아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왜 오늘 갑자기 요리해달라고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녀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준비를 했다. 이제 얼마 후면 주인을 얻게 되니, 하루하루가 기쁠 수밖에 없었다.
“아니에요. 언제고 꼭 감독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어요.”
“이런 고마울 때가 다 있나. 덕분에 이 늙은이가 호강하는군.”
“뭘요. 감독님께서 저를 선택해 주지 않았다면, 30살 이전에 주인을 얻게 되는 일은 꿈에 가까웠어요. 저는 그 보답을 하고 싶은 거예요.”
“후후. 우리 요시아. 마음 씀씀이도 예쁘군. 누가 주인이 될지 모르겠지만, 땡잡은 게지. 암.”
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요시아가 식탁에 마지막 요리를 배열했다. 그리고 빈센트의 옆에 공손히 섰다.
범석이 힐끔 그녀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요시아. 너는 밥 안 먹냐?”
“전 숙소에 돌아가서 먹을 예정이에요.”
“그래? 그럼 이만 돌아가.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중한 얘기를 나눠야 하거든.”
그러자 빈센트가 돌아서려는 요시아를 손짓으로 다시 불러냈다. 하여간 요시아의 존재는 범석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자네. 매정하게 왜 이러나? 지금 같이 자리하고 있으니, 함께 식사도 나누어야지. 그리고 요시아도 관계된 얘기이니, 옆에서 듣는다고 하등 나쁠 일은 없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같이 하도록 하죠. 전 요시아가 따로 식사한다기에, 보내려고 했죠. 지금은 점심치고 꽤 늦은 시간이니까요.”
“그런가? 그럼 허락한 것으로 알겠네.”
빈센트가 눈짓을 주자, 요시아가 주방으로 들어가 스프와 스테이크를 가지고 나와 범석의 옆 식탁에 배열하고는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 놓여있는 빵조각 하나를 집어들더니,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대략 감을 잡았던 탓이다.
타 팀의 관계자가 오고 자신과 연관된 얘기라면, 이적 협상일 공산이 컸다. 요시아가 비록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가기로 예정되어 있지만, 목표한 바가 주인을 얻는 일이기에 갓즈나이츠에 영입되도 상관할 바가 못 됐다.
아니 계속 월드리그 검투사로 활동할 수 있으니, 아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를 썰던 빈센트가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
“범석군. 그럼 아까 우리가 하던 얘기를 계속 나누지. 자네 우리 요시아를 언제부터 관심을 보냈지?”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한 요시아가 조신한 자세를 유지했다. 현재로서는 그가 주인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니,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빵을 집어 반으로 가르던 범석이 스프에 찍더니, 무심코 얘기했다.
“글쎄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감독님의 채플린 위스퍼와 붙을 때였을 겁니다.”
“으음. 그래? 그런데 요시아가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팔릴 줄은 어떻게 알았지?”
“다이아나에게 들었습니다.”
다이아나라면 과거 빈센트가 드래곤 나이츠에서 감독으로 있던 시절 데리고 있던 아이로, 지방의 워커 오션 마켓에서 팔리지 않아 범석에게 100만 크랑 가량에 판매했다.
“그렇군. 다이아나는 제법 똑똑한 아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알았다고 하던가?”
“으음. 요시아 같은 세계적인 검투사가 한낱 센트럴 리그 팀에 갔다고 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군요. 가령 조기 은퇴조건 같은 것 말입니다.”
“하기야 요시아 같은 아이가 센트럴 리그 팀으로 갈 일은 없겠지. 훌륭한 선경지명이야. 역시 내 제자다워.”
“후후. 그래서 제가 감독님에게서 사간 것 아닙니까? 그 정도의 가치는 하니까요.”
“훗. 내가 알기에는 그 이상의 가치는 한 것으로 보이는데?”
틀리지 않은 말이었기에, 범석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녀를 구입한 가격은 100만 크랑. 다이아나는 그 가치를 훨씬 상회 하는 엘프였다.
“하긴. 다이아나의 가치는 100만 크랑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죠. 확실히 감독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알고 있다니 참 다행이군. 혹시 내게 고마운 마음이 없나?”
“글쎄요. 제가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듯 보이는데요.”
“누구?”
“후후.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바로 아놀드 씨죠.”
순간 빈센트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생의 짐짝을 잊고 있을 리가 없었다. 드래곤 나이츠 시절 그가 쓸데없이 나서는 바람에, 이적 협상에서 큰 손실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자 옆에 있는 허버트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아놀드 씨가 대체 누굽니까?”
“드래곤 나이츠의 트레이너 담당자 일세.”
“아. 감독님께서 전에 계셨던 검투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허버트가 범석과 빈센트의 표정을 살피더니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날렸다.
“대단하신 분이셨나 봅니다. 감독님과 범석 씨가 함께 언급할 분이니까 말입니다.”
“휴~ 한 편으로는 대단한 작자였지. 내가 애써 키워놓은 드래곤 나이츠를 나락으로 빠뜨린 놈이니까.”
범석이 씽긋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은인이나 다름없습니다. 갓즈나이츠의 성장 기반의 상당수가 그분에게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이에 허버트는 아놀드가 대략 어떤 작자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데리고 있던 자에게는 원망을 받고, 경쟁팀 인사에게 은인이라는 지칭을 받는 자라면, 보지 않아도 빤했다.
“그, 그렇군요. 아무래도 제가 몰라도 되는 사람 같습니다.”
“아니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작자일 걸세. 트레이드 담당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만 골라 하는 놈이니까. 그놈을 잘 관찰해서 반대되는 행동만 하면 자네 정도의 인사라면 이 계통에서 크게 성공할 걸세.”
“하하하.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저도 인정합니다.”
범석과 빈센트에 동시 발언에, 허버트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어떤 작자이기에, 검투계에서 안목 있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그들이 저리 말하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빈센트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화제를 돌렸다. 아놀드를 떠올리니, 밥맛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자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지. 범석군. 자네 요시아를 얼마에 구매할 생각이지?”
“에이. 감독님도 참. 모르는 사람처럼 왜 이러십니까? 언제 제가 먼저 몸값을 말하는 것 봤습니까? 전 손해나는 짓 절대 안 합니다.”
빈센트가 팔짱을 끼며 은근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확실히 거래에서 먼저 값을 얘기하게 되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후후. 하긴 자네가 손해날 짓을 할 리가 없겠지. 그럼 내가 먼저 제시해도 되겠나?”
“그럼 저야 좋죠.”
“한 8억 정도면 어떻겠나?”
범석이 스테이크를 썰던 칼을 멈칫거렸다. 요시아는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나간다면 대략 10억 크랑 가까이 받을만한 검투사였다. 실력도 뛰어난데다가, 나이도 은퇴 검투사치고는 어린 탓이다. 그런데 지금 빈센트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먼저 몸값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뭐지? 이롤리타의 보르미아를 영입하기 위한 자금을 미리 장만하기 위해서인가?’
납득이 가는 이유였지만, 저 빈센트 감독이 취할만한 전략이 아니었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휘하 검투사를 제값에 팔아넘기려는 경향이 몸에 배어 있었다. 뭔가 중대한 다른 이유가 없다면, 이런 행동을 먼저 취할 인사가 아니었다.
‘확실히 뭔가 이유가 있어. 아니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의 빈센트 감독의 행동이 너무 구차해. 아무래도 이번 거래를 거시적 차원에서 임하려는 모양이야.’
거시적 차원이라면 이롤리타, 보르미아의 영입과 이번 요시아의 거래를 연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빈센트 감독이 자신을 철저히 견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만약 여기서 범석이 요시아를 사간다면, 양 팀은 서로 16억 크랑의 자금적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다.
양손을 깍지 낀 범석이 빈센트 감독에게 비릿한 미소를 날렸다. 그렇다면 자신도 생각이 있었다.
“후후. 8억이라…….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8억이 비싸? 자네 요시아가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가면 얼마에 팔릴지 모르지는 않겠지?”
“그야 대략 10억 가까이에 팔리겠죠.”
“아는 작자가 그런 말을 하는가? 8억이라면 자네가 2억가량을 이득 본다는 얘기일세.”
범석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하지만 경매의 가격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대략 10억 크랑에 팔린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그 밑으로 거래될 가능성도 아주 많죠.”
“그렇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도 팔릴 공산도 만만치 않지.”
범석이 손에 든 수저를 내려놓고는 진중한 투로 얘기했다.
“빈센트 감독님. 자꾸 왜 이러십니까? 다 알만한 분이 이러시면 제가 곤란하죠. 프로세계의 거래가는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 당사자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특히 이번 건은 더욱 그렇죠.”
“뭐. 그야 그렇겠지. 그럼 자네가 원하는 가격을 말해 주게나.”
범석이 그 자리에서 손가락 세 개를 폈다.
“3억 크랑입니다. 이 정도도 아주 선심을 써준 편입니다.”
빈센트가 콧방귀를 끼고는 바로 먹던 빵을 내려놓았다. 요시아를 3억 크랑에 사가겠다는 얘기는 거래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없었다.
“훗. 3억 크랑이라……. 혹시 자네 나와 장난을 치자는 겐가?”
“아니. 전혀요.”
“그렇다면 어째서 3억 크랑이라는 금액이 나오지?”
“그야 그 가격에 거래되면, 채플린 위스퍼는 막대한 이득을 취하니까요.”
그러자 옆에 있던 허버트가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 만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신으로서는 범석의 발언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범석 씨! 요시아를 3억 크랑에 파는 행위가 왜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는 겁니까! 당연히 손해지요!”
그말에 범석이 가소롭다는 듯이, 허버트를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시원해지겠거니 했는데, 영 아니더군요. 여전히 푹푹 찝니다. 암만 봐도 이번 여름은 좀 고생할 듯 보입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