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12
414화
“허버트 씨. 혹시 트레이드 담당자가 된 지 얼마 안 되셨습니까?”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옵니까!”
“그야 제 말뜻을 못 알아들으니 하는 말이죠.”
그제야 빈센트가 허버트를 자중시키고는 범석을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몇 번의 이적 협상을 거치며, 그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를 인사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네. 그럼 이유를 말해 보겠나. 왜 요시아를 3억 크랑에 팔면 우리가 큰 이득을 얻는다는 게지?”
“간단합니다. 지금 손해나는 부분에 대해서 채플린 위스퍼는 다른 쪽에서 복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쪽? 어느 쪽?”
“이롤리타와 보르미아의 영입 말입니다.”
그 말에 빈센트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클라크를 통해 이번 데빌 스프릿즈에 대한 얘기를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롤리타 얘기까지 알려졌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아는 작자는 단장과 자신. 그리고 몇몇 그룹 관계자가 전부였다.
“자네도 역시 데빌 스프릿즈 사건에 관해 알고 있는 모양이군.”
“후후. 그런 큰 거래를 제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롤리타에 대한 얘기는 어디서 들었나? 우리는 그녀까지 영입할 자금이 없네. 아무래도 헛소문을 들은 모양이군.”
범석이 피식 웃었다. 아울라를 통해 지금 채플린 위스퍼의 보유자금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저런 속임수에 넘어갈 그가 아니었다.
“빈센트 감독님. 그런 말에 넘어갈 제가 아닙니다.”
“넘어가고 자시고 간에 우리는 돈 없네.”
“좋습니다. 그럼 요시아에 대한 제의에서 이롤리타 건을 빼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빈센트가 이를 악물었다. 저리 말하니 더는 발뺌할 수가 없었다. 지금 범석이 요시아를 3억 크랑을 부른 이유는 이롤리타와 보르미아의 영입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 가격에 넘기라는 소리였다. 그녀들의 몸값은 상당하므로, 경쟁이 붙으면 거래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었다.
“좋네. 자네가 그리 말하니 인정하기로 하겠네. 그런데 이롤리타의 건은 어떻게 알았나?”
“정보 출처에 대한 일은 비밀입니다. 이건 인간적 도리의 문제라서요.”
“그래? 혹시 레베카인가?”
“그녀는 절대 아닙니다.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베카에게서 들은 바는 없습니다.”
빈센트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베카는 채플린 가문의 일원이자 전대 채플린 위스퍼 단장이기는 하지만, 현재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만큼은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라고, 주문한 적이 있었다. 실수로라도 범석의 귀에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긴 레베카양이 이번 이적 건을 알 리가 없겠지. 그럼 좋네. 일단 자네의 제의를 들어보고 요시아의 판매 건을 결정하겠네. 한번 말해 보게나.”
“이롤리타는 90억 크랑. 보르미아는 75억 크랑. 그 이상으로는 절대 거래가를 올리지 않겠습니다.”
빈센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저 금액이 배려해준 가격이라니,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네. 90억과 75억 크랑이면 과거 프리시카의 거래가 보다 높은 것 알고 있나?”
그 말도 틀리지 않았다. 프리시카가 전 소속팀에서 에이션트 워리어즈를 판매될 때 가격은 74억 크랑이었다. 90억과 75억 크랑이면 당시 그녀의 거래가 보다 각각 16억과 1억이 많은 금액이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자금을 배려해준 금액이라고 하지?”
“당연하지 않습니까? 프리시카는 당시에 S3급이라고 하지만, 나이 어린 유망주였고 지금은 과거의 상황과 다릅니다.”
“뭐가 다르다는 게지?”
“설마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사실 근자에 검투사들 몸값은 채플린 위스퍼가 다 올려놓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월드리그의 상위팀들이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계속 자금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즉 그 아이들의 몸값이 얼마나 오를지 예상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는 겁니다.”
빈센트가 진하게 코울음을 울어댔다. 확실히 채플린 위스퍼가 그간 막대한 돈을 뿌려 시장의 분위기를 흩트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고, 또 이번 이적 시장은 몇 년간 월드리그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아마도 이롤리타와 보르미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 분명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럼 요시아를 3억 크랑에 넘기시는 겁니까?”
빈센트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전히 범석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요시아를 싸게 판매함으로 채플린 위스퍼가 이롤리타와 보르미아의 이적에 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조건은, 갓즈나이츠가 강력한 경쟁자라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비로써 성립되었다. 그저 말뿐이라면 허황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그 전에 자네가 증명해야 할 사실이 있을 텐데?”
“갓즈나이츠의 자금력 말입니까?”
“알아들어 먹으니 다행이군. 맞네.”
“저희는 현재 11억 크랑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빈센트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쏘아봤다. 11억 크랑을 가지고 S급 검투사 둘을 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네. 지금 나하고 장난치자는 겐가?”
“아니요?”
“그럼 뭘 믿고 이딴 말을 짓거리는 겐가?”
“여기에 갓즈나이츠는 부채가 없으니까요. 또 원한다면 30억 크랑 이상의 자금을 형성시킬 수 있고요.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습니까?”
빈센트가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갓즈나이츠의 자금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아무리 갓즈나이츠가 월드리그에서 가장 자본금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하여간 월드리그 팀이었다. 부채가 없는 상황에서 돈을 꾸고자 한다면 100~200억 크랑은 쉽게 장만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프로 스포츠팀치고 빚이 없는 팀은 없었다.
“으음. 부채가 없다? 사실인가?”
“물론입니다. 저는 빚이라면 딱 질색인 사람이라서요.”
“그래? 이거 정말 대단한 일이군. 빚 없이도 갓즈나이츠를 월드리그로 올렸다니 믿기지가 않네.”
“뭘요. 그게 다 빚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채가 없으니, 수입금이 은행권으로 흘러들어 가는 일도 없었고, 그래서 충분한 자금으로 유망주들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감독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갓즈나이츠는 연봉과 팀 운영비가 적고, 주주 배당금은 더더군다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모두가 한데 모이니, 그런 일도 가능해지더라고요.”
빈센트감독이 납득이 간 듯 바로 수긍했다. 확실히 갓즈나이츠의 운영방식은 특이했다. 여러모로 자금 지출이 적으니, 그만큼 검투사를 영입하는데 유리했다. 여기에 범석은 지금껏 검투사 영입에 실패한 전적이 없었다. 그만큼 많은 자금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군. 그럴 수도 있겠어.”
“믿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 이야기가 편하겠군요.”
“그런데 말이네. 그 자금 여력을 가지고 이롤리타와 보르미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지? 그녀만 영입한다면 갓즈나이츠의 전력이 크게 상승할 텐데 말일세. 나로서는 그 점이 의문이군.”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의 채플린 위스퍼와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야망을 꺾기 위해서는 다른 상위팀과의 공조가 필수인데, 자신이 이롤리타나 보르미아에 욕심을 부린다면 그 연합이 유지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거래되는 S급 검투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터였다. 90억 크랑과 75억 크랑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될 정도니 다른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괜히 무리해서 검투사를 영입하기보다는 이 사태를 잘 조율해 시장에 나온 S급 검투사들이 균등하게 나뉘도록 하는 편이 나았다. 그럼 결국에 가서는 성장성이 좋은 갓즈나이츠가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되고,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 될 수 있었다.
당연히 범석으로서는 돈도 별로 안 들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빈센트 감독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입을 뻥끗하는 순간 채플린 위스퍼와는 협정을 맺은 동맹관계가 아니라, 서로 적으로 돌변하게 되었다.
“사실 노릴 만한 검투사가 이롤리타와 보르미아 뿐이 아니니까요.”
“후후. 이번 시장에 나올 다른 S급 검투사를 노리겠다는 얘기인가?”
“굳이 콕 집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대충 그렇겠죠.”
“만약 내가 이번 거래를 거절한다면?”
“그럼 예정대로 이롤리타나 보르미아 중 하나는 제 휘하 엘프가 될 겁니다. 제가 한 명에만 집중한다면 채플린 위스퍼는 둘 모두를 데려갈 수는 없을 테니까요. 아니 설령 모두를 데려갔다고 해도, 빈센트 감독님께서 입으실 피해는 결코 10~20억 수준이 아닐 겁니다.”
빈센트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 이건 협박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부로 지금의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범석이 정말 작정하고 덤빈다면, 채플린 위스퍼가 입을 피해는 막대했다. 확실히 요시아를 통한 갓즈나이츠와의 동맹도 고려해봄 직했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전혀 말이 되지는 않는군.”
“윈윈이라는 표현이 더 옳은 표현이겠죠. 서로 득이 되는 거래니까요. 자 그럼 3억에 요시아를 제게 넘기시겠습니까?”
빈센트감독이 장고의 고민에 들어갔다. 과연 범석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인 탓이다. 지금 채플린 위스퍼에게 자금 적으로 가장 큰 경쟁자는 갓즈나이츠였기에,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범석이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방해를 놓는다면, 채플린 위스퍼로서는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분명히 저놈 말대로 10~20억 차원이 아닐 게야. 반면 요시아를 넘겨 줌으로 받을 피해는 기껏해야 단지 몇억뿐이야.’
그럼 선택은 아주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손해도 손해지만 이번 이롤리타와 보르미아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채플린 위스퍼의 확고한 우승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로서는 범석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은 감독이라는 것이다. 원하는 검투사와 팔아야 할 검투사를 팀 경영진에 얘기할 수는 있지만, 거래 금액에 대해 터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에는 오고 가는 자금이 막대해 더더욱 그러했다.
그가 슬며시 허버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검투사 트레이드에 대해 1차적으로 결정할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허버트. 자네의 생각은 어떻지?”
허버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머리와 귀가 있기에, 범석의 제의가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지금은 수억 크랑의 손해와 수십억 크랑의 손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무엇이 합리적인 결정인지 모르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지로 결정 내릴 수는 없었다.
자금 규모가 크니, 좀 더 윗선의 허락이 필요했다.
“휴~ 글쎄요. 제가 결정할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시아를 3억 크랑에 넘는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막대한 자금을 손해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나도 아네. 난 자네의 의견을 물어보는 걸세.”
“저라면 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수십억보다는 수억이 낫겠죠.”
“그렇다면 단장께, 자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겠나?”
“이야기는 해보겠지만, 결과는 확답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해하는지 빈센트가 더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범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로서는 결정 내리기 어려울 듯 보이네. 아무래도 이번 협상은 여기서 마쳐야 할 듯싶으이.”
“네. 어려운 결정이니,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연락해주십시오. 이번 겨울 이적 시장 기간은 아주 짧으니까요.”
“알겠네. 내가 경영진들을 보채보겠네.”
“그리고 차후에 채플린 위스퍼가 수상쩍은 일을 벌인다면, 이번에 손을 잡는 일은 없던 것으로 하고, 그대로 원안대로 가겠습니다. 명심해 주십시오.”
“좋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네.”
범석이 식사를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설령 식사를 마치지 않았어도, 분위기상 지금은 나가야 옳았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좀 더 머물다 가지. 뭘 그리 급하게 가는가?”
“영입할 검투사가 변경될지도 모르니, 빨리 가서 새로운 영입 전략을 짜야죠. 지금은 한 시도 아쉬울 때이니까요.”
“하긴 그렇겠군. 그럼 잡지는 않겠네.”
가볍게 목례로 모두에게 인사한 범석이 부리나케 빈센트의 거처를 빠져나오며 쌩끗 미소를 지었다. 이롤리타와 보르미아는 원래부터 버리려고 했던 패. 이를 통해 요시아를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득의양양해진 모습으로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로 돌아갔다.
유난히도 화창한 날씨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긴 호선을 그리며 플라잉 카 한 대가 날아가고 있었다. 안에 탄 이는 범석. 목적지는 리얼 히로어즈의 연고 도시인 라벨로 시티였다. 그는 이곳에서 루이스 부회장과의 만나기로 한 상태였다.
도심의 유흥가에서 내린 범석이 내비게이션을 켜고 길을 찾기 시작했다. 루이스 부회장과 만나기로 한 장소인 낡은 다방을 전에 가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워낙 길이 혼잡하고 외진 곳이라 쉬이 찾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얼마 후. 허름한 다방 앞에 선, 범석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종업원으로 보이는 엘프의 인사를 받은 범석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이스 부회장이 왔나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텅 빈 다방의 전경을 보더니, 멀리 구석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직 루이스 부회장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다방 엘프가 다가와 친절히 말을 걸어왔다.
“손님 뭘 드릴까요?”
“일행이 있으니, 주문은 나중에 하지. 그냥 지금은 물 한 컵만 줘.”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종업원 엘프가 이내 물컵을 가져와 범석의 앞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그럼 즐거운 되십시오.”
종업원 엘프가 돌아가고, 범석이 물이 가득 담긴 컵을 거의 비워버릴 때쯤, 또 다른 일행이 다방으로 들어왔다. 루이스 부회장과 수행 엘프인 데이지였다. 그들은 범석이 일어서자, 다가와 반가이 인사를 건넸다.
============================ 작품 후기 ============================
정말 땀이 앞을 가리는 날씨 입니다. 샤워를 해도 그때뿐입니다. 이거 더위로 정신이 몽롱하니 글도 제대로 안써지네요. 휴~ 빨리 날씨가 풀려야 할 텐데요.
그럼 모두들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