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엠마! 이리 와봐.”
화들짝 놀라 멈칫거린 엠마가 검을 추스르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기어이 쫓겨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푹 숙인 채로 범석의 앞에 섰다.
“부, 부르셨어요.”
“잠깐 긴히 대화할 내용이 있으니, 나를 따라와라.”
“무, 무슨 내용인데요?”
가늘게 떨고 있는 엠마의 모습을 확인한 범석이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휴~ 걱정하지 마. 나가라는 소리가 아니니까. 전에 말했듯이 네가 떠나겠다고 말할 때가지는 내보낼 생각이 없어. 그저 궁금한 점이 있어서 좀 물어보려는 거야.”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엠마가 표정을 풀었다.
“네. 아는 내용이라면 뭐든 대답해 드릴게요.”
“그래. 그럼 따라와.”
범석이 그녀를 데리고 아론의 내부로 들어갔다. 곧 탁자를 두고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앉은 그들 앞으로 아론의 기계 팔이 음료수 잔을 배달했다. 훈련으로 목이 탔던 엠마가 슬며시 들어 올리고는 한 모금 꿀꺽 삼켰다.
범석이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엠마. 실은 너 갈데없지?”
엠마가 마시던 음료를 풋 하고 뱉어냈다. 정곡을 찔러오는 그의 말로 당황했던 것이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렇잖아. 흑사회의 자금력 정도면 호감을 표시하는 팀이 많을 텐데, 아직까지 갈만한 검투팀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 벌써 2달이 훨씬 지난 이 상황에서 말이야. 아니면 네가 프로검투사가 되는 일을 흑사회에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데는데, 보아하니 그럴 것 같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봐. 네 말에 따라 향후 팀 발전계획을 짜야하거든. 곧 떠날 것이라면 너를 빼고 플랜을 작성해야 하고, 아니면 포함을 시켜야 하니까.”
음료수 잔을 내려놓은 엠마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저, 정말 저를 팀에 잔류시켜 주실 건가요?”
“응. 원한다면 얼마든지. 나는 기분이 나쁘다고 우리 팀원을 함부로 내쫓는 몰인정한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너를 데리고 있어봐야 돈이 나가지도 않잖아.”
“그 말씀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쉽지는 않으실 것에요. 곧 어딘가에서 연락이 올 테니까 말이에요.”
의도된 방향대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 범석이 바로 정곡을 찌르기로 했다.
“아. 청년기업연합회 말이지? 한 번 왔었어. 직접적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너를 내보냈으면 하더라.”
뭔가 집히는 것이 있는지 엠마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저,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대답하셨는데요?”
“뭐. 네가 남아있겠다면 계속 팀에 잔류시키겠다고 말했지.”
“그런데. 그들이 협박을 하거나, 무슨 지원약속을 하지 안했나요?”
“전혀. 안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지.”
“그,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럴 리가 있어. 설령 네 말대로 협박을 하거나 지원약속을 했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할 내가 아니고. 그러니 너는 놈들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만 하면 돼. 그 청년기업연합회의 뭐하는 곳인지 알아야 나도 대책을 세울 것 아니야.”
우물쭈물 거린 엠마가 결심을 한 듯 기어이 입을 열었다.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주는데, 사실을 숨겨 그의 뒤통수를 칠 수는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청년연합기업회에서 연락을 받은 이상, 이미 그는 한 대 제대로 먹은 것과 다름없었다.
청년연합기업회. 한 마디로 말해 흑사회와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 중, 청년 기업인들로 형성된 모임을 말했다. 그들은 부모들로부터 얻은 막대한 지원과 재산을 바탕으로 경제계에 진출한 청년 기업가들로서, 다방면에서 흑사회와 경쟁을 하며 충돌을 빗어왔다. 바로 흑사회의 모토가 된 부모님의 지원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자부심이 그 원인이었다. 흑사회의 눈에 그들은 그저 부모님의 젖을 빠는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무시를 했다는 거지? 참나 왜 사서 싸움을 걸고 그러냐? 흑사회가 먼저 잘못했네.”
“대략.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데 흑사회의 위력은 그들의 힘을 크게 앞질렀다. 천부적인 지적능력과 오래전부터 쌓아온 막강한 경제, 정치, 언론등의 사회적 인맥은 신생 경제단체인 청년연합기업회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새끼가 다치면 그 어미가 분노한다는 것은 자연계의 만고의 진리. 본격적인 싸움은 그 이후부터였다. 사자 새끼가 약하다고 사자가 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사회적 경험과 막대한 재산, 인맥을 바탕으로 한 여러 경제인의 힘은 흑사회로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우려스러운 공격방식이 이번 경제위기를 틈타 학업성취별 무료신체개조시술제도를 폐기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뿌리를 잘라내 아래로부터 고사시키려는 의도이기에 흑사회로서는 사뭇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명분상으로는 경제인단체가 앞서겠군.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에서 매년 수십억 크랑의 자금이 소요되는 제도를 진행시키기 힘들 테니까.”
“네. 그 점이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에요. 하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얘기가 틀려져요. 무료신체개조 시술이 시행되는 국립중앙병원은 연방정부의 소유의 병원이고 무료신체개조 시술이 비싼 이유는 시술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 아닌 세금 때문이에요. 개조신체는 그 자체가 특권이기에, 연방정부에서 막대한 세금을 붙이고 있죠. 사실 실제 비용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정부로서는 그리 무리한 지출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 됐잖아. 그 얘기를 토대로 정부관계자를 설득하면 흑사회의 면을 봐서도 폐기시키지 않을 것 아니야? 보아하니 나름 막강한 인맥을 쌓고 있는 듯싶은데.”
“네. 그렇기야 하겠죠. 하지만 두 번째 명분에서는 저희가 크게 밀리고 있어요. 바로 무료신체시술을 시켜줘 봐야 하등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죠. 그래서 반박할 명분을 찾기 위해 제가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고요.”
범석은 이제야 대략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게임초반부터 본의 아니게 고래들 싸움에 끼어들어 등이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의 그는 고작 아마추어 스포츠팀을 이끄는 이사장에 불과했다.
“좋아. 그럼 놈들이 내거는 협박의 내용이 뭐야? 뭐 검투협회에 압fi력을 넣어서 대회에 참가시키지 못하게 한다든가 그런 거야?”
엠마가 바로 크게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건 절대로 불가능해요. 검투협회는 막강한 이권단체로 성장한 이 세계에서 가장 큰 메이저 스포츠협회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는 바로 팬들. 만약 그런 사태를 벌여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다면 팬들로부터 막대한 지탄을 받다가 결국에 가서는 협회장의 목이 날아가게 되죠.”
“하지만 인간일이라는 것이 꼭 법칙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잖아.”
“네. 그렇죠. 하지만 저희 흑사회가 나서면 반드시 그렇게 돼요. 만약 제가 있는 팀이 그런 불이익을 당한다면 우리 흑사회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흑사회 선배님 중 한 분이 WBS방송사의 오너이자 사장님이세요.”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엠마를 바라봤다. WBS방송은 전 세계 방송권을 지닌 민영 방송으로 그는 물론이고 이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만한 메이저급 방송사였다. 뉴스는 물론 교양, 시사까지 전국에 인지도 있는 방송프로그램이 줄을 이었고 몇 가지 드라마는 그도 즐겨보고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방송국의 오너가 흑사회란다. 이거 한 방 제대로 먹은 느낌이었다.
“큼큼. 그래 그럼 뭐가 무서워서 다른 팀이 너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거야? 통 이해가 안가네.”
“그건 제가 가야할 팀이 세미프로팀이라서 그래요. 그들은 언제나 프로진출을 원하고 있죠.”
“그래. 그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흑사회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면 그 돈으로 괜찮은 검투사를 영입할 수 있으니까, 프로진출이 그만큼 더 쉬워질 것 아니야. 안 그래?”
“네. 알아요. 하지만 경제인 단체 중 일부가 상당한 전력의 프로검투사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에요. 만약 저를 받아준다면 경쟁팀에게 막강한 전력을 임대시켜줘 반드시 승격토너먼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맛보도록 해주겠다고 협박을 놓으니, 그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죠.”
범석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는 팔짱을 끼었다. 세미프로팀의 목적은 어떻게 해서든 프로로 진출하는 것이 목적. 그 경제인 단체의 협박은 제대로 먹혀들 터였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팀에게도 해당되는 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흐음. 그렇겠군. 하지만 그건 세미프로팀에 해당될 뿐이지, 상대적으로 실력이 좋은 프로팀에게는 크게 해당되지 않잖아. 그런데 왜 너는 프로팀으로 직접 가는 방법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 그들도 돈이라면 환장할 텐데.”
“그건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아무런 경력도 없다는 점이 문제에요. 프로팀에 가봐야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뿐더러, 저를 영입함으로서 그 팀에 큰 무리가 가기 때문이죠. 얼마 전까지 은행에서 근무했던 저를 떡하니 경기에 출전시켜 보세요. 팬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하지만 세미프로팀은 일단 명목상 아마추어팀이에요. 동네 구멍가계에서 일하는 엘프도 있을 테고, 민간 기업에 다니는 엘프도 있어요. 당연히 얼마 전까지 은행에 다녔다는 경력이 문제될 소지가 없죠.”
“그야 그렇지만 돈이면 뭘 못해. 팬들도 많은 자금이 들어오면 팀이 이득이 된다는 것쯤은 알아. 전혀 이해 못할 것도 없다고.”
“네. 그렇죠. 하지만 저희 흑사회가 설득할 사람은 팬이 아니라 정부관계자에요. 정확히 꼭 집어서 무료개조신체시술 제도의 존폐를 결정짓는 존재들 말이에요. 만약 제가 프로로 활동하는 일에 작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가는, 신체개조에 대한 활용 예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에요.”
제법 복잡한 상황에 범석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거 무슨 싸움을 이리 머리 아프게 수행하나,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진흙탕이 싸움이 훨씬 받아들이기 편할 것 같았다.
“아니 씨. 다들 여인네 치마를 삶아 먹었나? 그냥 싸우면 되지. 뭘 이렇게 복잡하게 이것저것 재고 그래. 짜증나게 말이야.”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저들과 우리는 힘으로는 거의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싸움의 승패는 언제나 명분에서 결정 나요. 다만 이 스포츠계통에서는 저희가 발판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밀리는 면이 있죠. 그래서 매사에 조심해야 해요.”
고민할 것도 없이 범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저 덤비는 놈이 있으면 깨부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친근히 지내면 그뿐이었다. 어차피 지금은 게임의 한 타이틀 속. 현실이 아니었다. 하다하다 안되면 다시 리플레이를 하면 그뿐이었다. 괜히 이리저리 남들 눈치 보며 스트레스를 쌓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좋아. 무슨 얘기인 줄 알았어. 그럼 결론적으로 엠마 너는 현재로서 갈 데가 우리 팀밖에 없다는 얘기지?”
엠마가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네.”
“그럼 계속 있어. 팀의 일원으로 확실히 인정해 줄 테니까 괜한 걱정으로 팀 분위기 흐트러트리지 말고.”
엠마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저, 정말요? 그럼 계속 갓즈나이츠팀에 있어도 되나요?”
“그래. 단 나중에 배신을 때리고 다른 팀으로 무리하게 이적해 갔다가는 알지? 가만히 안 놔둔다.”
“네. 염려마세요.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놈들이 무척 방해를 걸어올 텐데요.”
“상관없어. 그딴 사소한 방해공작쯤은 힘으로 깨서 부시면 된다. GA컵을 통해서 갓즈나이츠팀이 얼마나 강한지를 너도 봤잖아. 그리고 앞으로 전력을 꾸준히 상승시켜 나갈 테니 더욱 강해질 것이고.”
그 점은 엠마로서도 인정하는 바였다. 비록 에어리어리그의 프로팀이지만 2개팀을 완파시킨 데다가 6차전에서는 작년도 리그 준 우승팀인 블랙캣츠팀을 맞이해 거의 접전 끝에 패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범석과 그 휘하 엘프들로 인한 일로, 그 결과를 지켜본 흑사회멤버들도 크게 만족을 했다.
덕분에 범석과 트러블을 일으킨 루카스 선배가 다른 대선배들에게 크게 꾸중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거의 성사된 일을 파토 냈다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범석의 호의로 흑사회는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 가장 적당해 보이는 팀에 엠마가 팀원으로 무사히 안착을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열심히 하게요.”
“후후. 그래. 너는 잠재능력이 뛰어난 아이이니, 노력만 한다면 대단한 검투사로 성장할 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화를 끝낸 범석이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제 팀 내 골칫거리 하나가 완전히 해결이 되었다. 엠마는 앞으로 갓즈나이츠팀 소속 검투사로 충실히 생활해 나갈 테고, 팀 내 분위기는 한 결 나아질 것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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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퍼펙트 연재 주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매주 2회 분량에 금요일과 월요일 각각 1회씩 올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