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24
426화
훈련 캠프로 돌아온 범석은 아론이 마련한 자료와 자신의 논리력을 총동원해 작당 3인방의 의도를 파악해 나갔다. 그 작자들이 뭘 노리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취할 행동지침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가렛에게서 중대한 정보가 날아왔다.
– 영상 속에서 알렌과 협상을 진행했던 20대 남자는 바로 피터라는 자에요.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사실 그자는 바로 이브라힘 회장의 친손자예요.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을 지은 범석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할아버지의 위광으로 에이션트 워리어즈에서 일하나 보지.”
– 아니요. 그 사람은 지금 에이션트 워리어즈 직원이 아니에요.
“뭐 직원이 아니야? 직원도 아닌 사람이 왜 협상 권한이 있는 건데? 분명히 협상하는 장면을 내가 봤다고.”
화면 속의 마가렛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다만 뭐?”
– 특이할 점은 피터라는 자가 현재 세노사이드를 기반으로 두고 있는 와이드리그 팀인 퀸 블레이즈 팀 단장이라는 거예요.
“퀸 블레이즈?”
– 네. 이브라힘 회장이 최근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신생팀인데, 갓즈나이츠와 같은 개인회사 성격의 검투팀이에요. 그리고 그 외에도 이브라힘 가문의 손자들로 여러 개인회사 성격의 검투팀을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 말에 범석이 경악에 찬 얼굴을 했다. 이제야 대충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전에 이브라힘 회장이 이제 검투계의 대세는 개인회사 성격의 팀이 될 것이라고 넌지시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비가 바로 그 팀인 것 같았다. 개인 회사 성격의 팀은 여러모로 자금을 아낄 수 있기에, 기존의 팀에 비해 짭짤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고, 엘프 검투사들의 절대적인 충성심으로 성적도 아주 좋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신이 보유한 갓즈나이츠였다.
‘그래. 개인회사는 손주의 소유이기에, 스폰서를 통한 상속으로 마음껏 돈을 퍼부을 수 있어. 아니 이미 마쳤을지도 모르고. 아마 이브라힘 회장은 퀸 블레이즈를 통해 티엘라를 구입한 후, 에이션트 워리어즈에 임대를 보내려고 하는 걸 거야.’
그렇다면 주인을 얻은 티엘라는 고질적인 단점이 고쳐나갈 것이고, 중간에서 막대한 이득 챙길 터였다. 또 에이션트 워리어즈에 임대함으로 많은 연봉을 얻음과 동시에 후보나 2진급 검투사를 임대할 수 있었다. 그럼 퀸 블레이즈의 성적은 가파르게 오르며 센트럴 리그 진출 전망을 밝게 할 수 있으니, 이브라힘 가문은 추가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티엘라만 그런 식으로 영입할까?’
퀸 블레이즈는 가문과 손자의 팀이니, 이브라힘 회장으로서는 애정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싶어할 테고, 티엘라 외 다른 S급 검투사도 끼워 넣고 싶어할 터였다.
그럼 당연지사 이롤리타도 노린다고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프리시카와 달리 나이가 어려 오랫동안 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가문에 막대한 부를 쌓게 해줄 수 있었다.
‘그럼 프리시카는?’
프리시카는 퀸 블레이즈가 가져가기가 좀 어려웠다. 그녀는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대표 검투사였기에 개인적인 의도로 돌린다면 주주들이 크게 반발할 테고, 결정적으로 나이가 많아 투자 대비 수입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범석이 다시 마가렛을 보며 얘기했다.
“마가렛. 프리시카의 계약 사항에 대해 알아봤어?”
– 네. 예상대로 그녀는 조만간 주인을 얻을 것 같아요.
“후후. 역시 그랬단 말이지? 그런데 어떤 식으로 주인으로 얻지?”
– 몰래 해킹해 그녀의 계약서를 살펴 본 결과,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내년 여름에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팔리게 되어 있어요.
예상과 전혀 빗나가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하긴 이득을 추구하는 인간의 행동패턴이라는 것이 빤했다. 최대의 이득을 얻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선택의 폭은 최대 이득을 얻는 하나의 길로 귀결되게 되었다.
‘프리시카는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넘긴 후, 그 주인과 계약을 맺어 다시 에이션트 워리어즈로 데려오겠다는 심산이겠지. 이브라힘 회장 아주 머리를 잘 썼는데.’
범석은 이 모든 사태의 중심으로 이브라힘 회장을 주목했다. 바로 이브라힘 계파가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부채상한선제도가 그 이유였다.
부채상한선제도가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모든 월드리그 프로 검투팀에 이득이 되었다. 출혈 경쟁이 줄어들게 되니, 검투사들의 몸값과 연봉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해당 팀에게 이득이 되었다. 또 자금 압박도 적어질 테니, 팀을 경영하기에도 좋았다.
여기에 오랜 시간이 흘러가면 팬들의 팀에 대한 열성으로 강팀과 약팀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검투계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터였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프로 검투팀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했다. 자칫 잘못 자금을 운용하다 보면 필요한 검투사를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 이번 이적 시장에서 이브라힘 회장에게 큰 호재로 작용했다.
부채상한선제도로 경쟁팀이 몸을 사리게 되니, 경쟁력에서 크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레스트 엘프즈로 정작 이번 이적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그들이 검투사를 팔고 나자빠져 있으니,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한 번 이걸로 이브라힘 회장을 엿먹여 봐?’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투계의 초거물 인사인 이브라힘 회장을 치다가는 갓즈나이츠가 남아나지를 않았다. 게다가 전에 몇 번 도움을 받을 터라 영 껄끄러운 면도 있었고, 자신을 엿먹인 건 그 수하인 제이드와 빈센트 감독 그리고 줄리앙이었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작살내고, 이브라힘 회장의 계획을 분쇄하는 것이었다.
범석이 마가렛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마가렛. 수고 많았다. 나 잠시 생각할 것이 있으니, 이만 끊자.”
– 네. 알겠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마가렛이 화면에서 사라지자, 범석이 고민에 들어갔다. 바로 작당 3인방을 아작낼 계획을 짜기 위해서였다.
‘상황으로 보아, 분명 어딘가에 키워드가 있어.’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노리는 스쿼드가 완성되는 순간, 이들은 프리시카, 이롤리타, 레비아, 티엘라 등의 막강한 4각 편대를 완성하게 되었다. 반면 남은 S급 검투사들은 라카미, 마델, 보르미아가 고작이었다.
이들을 줄리앙과 빈센트 감독이 나눠 가진다면, 절대 에이션트 워리어즈와의 전력 차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라카미는 현재 33살로 은퇴를 했다가 주인을 얻고 다시 돌아온 케이스였다.
운만 좋다면 몇 해 더 사용할 수 있지만, 얼마후 노환을 겪고 검투사 생활을 종지부 찍을 가능성이 아주 컸다.
당연히 삼각 연합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한 부분에서는 반드시 충돌을 빚게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즉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자신의 패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일단 티엘라와 이롤리타는 아니야.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에,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어. 그럼 결국 프리시카가 협상의 패라는 얘기군.”
프리시카는 S2급 검투사로 영입했을 때 가장 전력향상이 컸다. 그녀가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향후 5~6년 간의 우승 향방이 결정되기에, 그 누구도 양보하고 싶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그녀는 내년 여름에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진출하며 주인을 얻게 되었다.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장이 마련되었으니, 현재로서는 전혀 싸울 이유가 되지 못했다.
즉 범석이 이 셋을 동시에 보내버리기 위해서는 프리시카를 자신이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프리시카는 그만 생각하고, 다른 목표물을 정해볼까?’
프리시카가 핵심 패이기는 하지만 범석은 뒤로 젖혀두었다. 내년 여름에나 벌어질 일을 벌써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에 대해서는 올겨울에 열리는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서 나가, 혹여 나오는지만 확인하면 그만일 뿐이었다.
“그럼 역시 티엘라겠군.”
그가 올겨울에 데려올 아이로 티엘라를 선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단점만 손보면 몸값 대비 효율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또 이번 이적 시장에 나올 그 누구도 마찬가지지만, 티엘라를 영입하면 삼각 연합에 커다란 균열을 안겨 줄 수 있었다.
힘이 균형추가 깨져버리니,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급한 마음에 다른 연합이 노리는 검투사에게 찝쩍거릴 수도 있던 까닭이다. 월드리그 우승의 향방이라는 대의 앞에 연합이란 명분은 한낱 종잇장에 불과했다.
어차피 내년 여름에는 깨어질 연합, 올해 깬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고민스러운 점은 어떤 방식으로 그녀를 영입하느냐였다. 그녀를 영입할 때는 모두가 방심한 틈에 전광석화처럼 채가야 했다.
아니라면 갓즈나이츠는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물량 공세를 막을 수 없었다.
‘자. 그럼 슬슬 나의 그녀를 데리러 가볼까?’
생각을 마친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태도 잠잠해졌으니, 요시아를 데려올 때가 된 것이다. 공짜는 일단 먹고 봐야 했다.
“이런 어서 오게. 범석 군. 에스더 양. 다들 잘 왔네.”
범석과 에스더가 방문하자, 빈센트 감독이 손수 자신의 집 앞까지 마중 나왔다. 물론 그 옆에는 거래를 위해 요시아와 허버트도 자리하고 있었다. 범석은 잔뜩 고무된 요시아에게 살짝 윙크로 인사하고는 감독을 향해 걸어갔다.
“감독님. 이거 다시 뵙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런데 자네. 근래에 꽤 바쁘게 보내더군.”
“아. 프리시카 건 말입니까?”
“맞네. 하여간 자네 재주도 좋아. 가장 알토랑 한 아이를 꿀꺽하려 하다니 말이야.”
범석이 한쪽 입술을 살짝 삐쭉거렸다. 시커먼 속이 다 보이는데, 저리 너스레를 떠니 얄미워 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본색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머리를 긁적인 그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프리시카를 영입할 팀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집 문을 연 빈센트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하여간 부럽네. 그 프리시카를 영입하다니 말일세.”
“글쎄요. 그런데 워낙 높은 가격을 불러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알고보니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내부 사정이 좀 복잡하더군요.”
범석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선 그가 가벼운 투로 말했다.
“뭐. 그래도 자네가 원하는 금액 인근에서 협상이 완료되겠지. 현재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기댈 곳은 갓즈나이츠가 유일하니까.”
“물론 그렇겠죠.”
빈센트가 뒤따라 들어오는 에스더, 허버트, 요시아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범석군. 어차피 요시아는 거래가 정해져 있으니, 계약은 저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잠시 담화나 나누지.”
“뭐 그리하도록 하죠.”
“자. 그럼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세.”
“네. 알겠습니다.”
범석이 에스더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빈센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거실 겸 응접실 소파에 앉고는 빈센트를 바라봤다.
“그런데 빈센트 감독님. 채플린 위스퍼는 검투사 영입이 잘 되어 갑니까?”
거실 수납장에서 위스키와 마른안주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빈센트 감독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과연 어떨까?”
“아.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 저는 솔직 담백하게 다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거야 언론에 다 노출된 내용이 아닌가?”
순간 범석의 눈가가 반짝거렸다. 언론은 아직 프리시카에 영입에 관해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었는데, 빈센트 감독은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방금 들어오며 말한 내용을 착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미리 들었을 가능성도 아주 농후했다.
하지만 오히려 저 늙은 여우가 실수하는 척, 자신의 동향을 떠보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다. 자신이 내용을 알고 있으면 이번 연합의 의미가 사라지니, 감시의 눈길을 보내오는 것일 수도 있었다.
결국, 범석은 바로 치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언론이라뇨? 전 언론에다 프리시카를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해 놨는데요.”
“그런가? 이런 아무래도 자네가 방금 한 말과 착각한 모양이군. 나이가 있으니, 간혹 내가 정신이 가물가물하네.”
빈센트가 추호의 당혹함도 없이 맞받아치고 있었다. 이에 범석이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수작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만약 두루뭉술 넘어갔다면, 그는 자신에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을 터였다.
‘하여간 저 늙탱이는 정말 조심해야 해. 말을 오래 섞어봐야 하나 좋을 것이 없어.’
범석은 요시아만 영입하면 올겨울 다시는 빈센트 감독을 보지 않기로 했다. 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봐봐야 자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마다 지뢰를 깔아놓으니, 등골이 섬뜩해서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그가 표정을 가다듬고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에이.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빠져나갈 생각하지 마시고, 궁금하니 좀 말씀해 주시죠. 어차피 전 프리시카에 집중하느라, 다른 검투사에는 별로 신경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후후. 얘기한 작자가 바보지. 게다가 어차피 프리시카는 자네 손에 쥐어지기로 예정된 아이가 아닌가? 정보의 질 자체가 틀리지.”
범석이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저희 사이에 너무 치사하게 구는 것 아니십니까?”
“프로에 치사한 게 어디 있나? 이기면 그만이지.”
그는 할 말이 많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불만을 토로하는 일은 3인 연합의 계략을 깨고 나서 해도 충분했다.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일단 빈센트 감독을 안심시키는 일에 주력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이번 장도 마지막으로 갑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길었습니다. 들어가는 내용이 많아서요. 이제 범석이 공략만 시작하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