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27
429화
“무슨 옵션 말씀이십니까?”
“지금 협상으로 모든 결정을 보자는 겁니다. 즉 바로 도장을 찍자는 얘기죠.”
“그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니 아직 이적 기한이 일주일이나 남지 않았습니까? 그리 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천만의 말씀. 범석이 바로 고개를 흔들어댔다. 만약 그랬다가는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경쟁이 붙어 티엘라의 몸값이 어디까지 올라설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오늘이 아니라면 그녀를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예상이었다.
“전. 급합니다. 이 시간 이후에 다른 검투사 영입에 대한 최종 결정이 있어서요. 지금 당장 티엘라를 사지 못한다면, 저희의 거래는 없습니다.”
알렌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조건은 아주 만족스럽지만, 당장에 계약하자니 망설여졌다. 시간만 있다면 이번 그의 제의 통해 티엘라를 노리는 다른 검투 팀을 자극해, 더욱 많은 자금을 챙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거 곤란하군요. 정말 시간이 없는 겁니까?”
“네. 그쪽도 사정이 있어서,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단장님께 연락을 넣어서, 뜻이 어떠신지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네. 그러시도록 하십시오.”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알렌이 조심스럽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는 커피숍을 나가 비상구 층계로 빠져나가더니,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지금부터 통화할 내용은 아무도 들어서는 안 됐다.
주변이 조용함을 파악한 그가 조용히 전자수첩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 뚜뚜. 지금은 통화가 불가능합니다. 상대가 통화권 밖에 있는 상태입니다.
들려오는 아리따운 여성의 목소리에 급히 수첩을 닫은 알렌이 간이 화면을 살폈다. 안테나 표시가 끝까지 올라있음을 보니, 안내 멘트처럼 자신의 문제가 아님이 확실했다.
“젠장. 이 작자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다급한 표정을 지은 알렌이 제이드의 얼굴을 연상하며 욕지거리를 터트렸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니, 짜증이 났다.
보통 때는 연락만 하면 냉큼 받더니, 오늘은 왜 이런지 몰랐다. 하는 수없이 그가 연락처 목록을 뒤지더니, 에이션트 워리어즈 사무실 번호를 찾았다.
무선이 안되면 유선으로 하면 되었다.
그러나 전화해 결과 모든 연락처가 연결되지 않았다. 어이가 없던 그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작자들 대체 지금 뭐하는 거야. 통화가 안돼. 통화가. 하여간 티엘라는 그들과 인연이 없는 모양이군. ’
하는 수 없이 알렌이 단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리를 빠져나오는 명분으로 단장의 의사타진을 들었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딱히 제이드와 얘기해 봐도, 좋은 조건을 들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지금껏 그와 잦은 만남을 통해 몸값을 협상했지만, 42억 크랑에서 더는 발전이 없었다. 그런 짠돌이가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10억 크랑 이상을 더 얹어준다는 보장이 없었다.
괜히 같은 계파원이라고 에이션트 워리어즈에 신경 쓰다가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자신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는 10여 분간 단장과 통화를 하더니, 이내 모든 결정을 끝마쳤다. 그리고 돌아와 범석의 앞에 앉고는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좋습니다. 55억 크랑 인근이라고 한다면 단장님도 만족한다고 합니다.”
“하하하. 옳으신 판단입니다.”
테이블 아래의 두 주먹을 불끈 쥔 범석이 슬며시 에스더를 바라봤다. 이제부터는 그녀가 활약해야할 시기였다. 그녀는 몇 번의 담소로 55억을 52억 2,500만 크랑으로 깎은 후, 티엘라에 대한 모든 거래를 완료하였다.
얼마 후. 이들이 담소를 나누는 현장에 격양된 얼굴을 한 티엘라가 급히 뛰어들어왔다.
“제가 정말 갓즈나이츠에 가게 되나요!”
이런 그녀를 본 알렌이 포근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갓즈나이츠가 엘프인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 맞다. 이미 계약은 마친 상태다.”
티엘라가 녹색 머리칼이 찰랑거릴 정도로 급히 걸어오더니, 그가 내민 전자 계약서를 확인했다. 그 안에는 자신이 양도되는데 양 팀이 합의를 봤다는 내용과 전자 사인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은 완전히 갓즈나이츠 검투사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울상인 표정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그럼 범석 님이 제 주인님이 되는 건가요?”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악수를 청하는 손이 무안할 정도로 티엘라가 그를 확 끌어안았다. 감격에 겨워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정든 고향팀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울적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었다.
“고마워요. 범석 님. 앞으로 잘할게요!”
“후후. 그래.”
흐뭇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티엘라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전에 확인한 적이 있었지만, 실상 자신의 연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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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티엘라.
구분 : 엘프(21년).
소속 : 갓즈 나이츠 GC.
명성 : 68342.
악명 : 432.
H유무 : 무.
스테미나 : 10000/10000.
사회성 : 96, 근력 : 100, 체력 : 100.
민첩 : 100, 균형감각 : 100, 지능 : 100.
정신력 : 100. 판단력 : 100, 재주 : 98.
운 : 100.
현재기량/잠재능력 : 99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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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가이아의 현신.
특이 사항 : 포레스트 엘프즈의 핵심급 검투사였음. 최근 전 소속팀의 자금문제와 감독과의 불화로 판매가 결정되고, 3개의 팀과 영입 협상이 벌어졌지만, 결국 갓즈나이츠로 판매됨. 최고의 활의 명수이며, 검술도 무척 뛰어남. 프리롤과 중견, 선봉의 소양이 있음. 극히 물을 싫어한다는 것과 대부분 지형에 대한 훈련이 거의 되지 않은 단점이 있지만, 숲 지형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적응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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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역시나 대단한 능력치는 변함없군.’
티엘라는 사회성과 재주를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극에 달해 있었다. 994나 되는 잠재능력은 이미 다 개발이 된 상태였고, 명성도 극히 높아 관중을 끌어들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리라 보였다.
게다가 나이가 21살밖에 되지 않아 오랫동안 현역으로 뛰게 될 것이었고, 특성이 아주 예술이라 앞으로 새롭게 단장할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큰 활약이 예상되었다.
그녀의 특성인 ‘가이아의 현신’은 대지와 20m 이상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민첩, 균형감각, 판단력을 각각 +10를 올려주고, 발동 시 모든 능력치를 150분간 +10을 해주는 옵션이 달려있었다.
범석이 자신에게 안긴 티엘라를 떨어뜨리고는 상냥하게 말했다.
“자. 그럼 빨리 돌아가자. 오늘 네가 할 일이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티엘라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제 주인을 얻는데, 뭔들 못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범석이었다.
“네. 뭐든 시켜만 주세요. 범석 님을 위해 완벽하게 열성을 다할게요.”
“후후. 그래.”
흐뭇하게 웃은 범석이 알렌과 오펜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고, 에스더와 함께 급히 자리를 떠나갔다. 리마 시티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에 리마시티 콜로세움이 재단장을 마친 터라, 그곳에서 티엘라와 긴밀히 할 일이 있었다.
‘후후. 다들 수고가 많네.’
리마 시티 콜로세움은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훈련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새롭게 추가된 숲 지형에 대한 적응훈련을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20번째 리그경기가 벌어지니, 서둘러 홈 지형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가 티엘라를 데리고 더그아웃 앞에서 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다이아나. 고생이 많다.”
무심코 그를 바라본 다이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붙던 티엘라를 봤던 탓이다.
사실 그녀는 범석이 티엘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휘하 엘프가 배신하리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혹시나 실수로 내뱉거나 그 비슷한 뉘앙스를 흘려대면 크게 곤란해지기에, 지금껏 범석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갓즈나이츠의 팀 감독인 다이아나에게는 기자들이 자주 찾아와 질문을 던지고는 했기에, 정보가 새어나갈 가능성이 작게나마 있었다.
그녀가 급히 범석에게 다가서며 질문을 퍼부었다.
“주, 주인님. 티엘라가 저희 팀에 오는 건가요?”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왔다. 지금 돈을 건네줌과 동시에 양도 계약을 마치고 오는 길이거든.”
반색한 다이아나가 밝은 미소로 티엘라를 맞이했다. 그녀는 숲 지형의 대가. 새롭게 단장한 리마 시티 콜로세움에서 크게 활약할 가능성이 아주 컸고, 숲 지형에 취약한 팀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었다. 현재 갓즈나이츠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검투사라면 단연 그녀를 꼽을 수 있었다.
“어서 와 티엘라. 앞으로 잘 부탁해.”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언니.”
범석이 티엘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티엘라. 그럼 지금부터 훈련에 참가해라.”
“지, 지금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짓는 티엘라였다. 빨리 주인의식을 치르고 싶은데 훈련이라니, 엘프에게 이만한 시련도 없었다.
이를 충분히 눈치챈 범석이 조용히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주인의식은 저녁때 치러줄 테니까.”
“네.”
“그럼 더그아웃에 있는 아무 훈련용 슈트와 무구를 준비해서 훈련에 참가해라.”
“알겠어요. 그럼.”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티엘라가 더그아웃으로 냉큼 들어갔다. 주인 될 자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었고, 새롭게 단장한 리마시티 콜로세움 지형에 흥미를 느낀 탓이다.
이제 숲 지형과 인연이 없나 실망하고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전혀 아니었다. 지금 리마시티 콜로세움에는 상당한 넓이의 숲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의 몸에 맞는 훈련용 슈트를 착용한 티엘라가 곧 숲 지대에서 훈련하고 있는 팀 동료를 향해 달려갔다. 이를 지켜본 범석이 훈련하는 팀원들에게 명령하는 다이아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지금 한창 티엘라의 등장을 팀원들에게 알리는 중이었다.
“다이아나 어때?”
“아주 다행이에요. 티엘라가 들어왔으니, 이제 주인님과 리자 님에게만 의지할 필요가 없잖아요. 솔직히 이번에 숲 지형이 들어가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왜? 나를 못 믿겠어?”
다이아나가 다급히 양손을 흔들어댔다.
“그게 아니라, 주인님이 빠지는 경기에서는 대책이 없잖아요. 또 주인님께서 모든 라운드를 뛰시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리자 님을 빼고는 다들 넓은 숲 지형에 그리 익숙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하긴 그렇겠네. 나라고 모든 경기를 뛸 수는 없겠지.”
“네. 그런데 이제 티엘라가 들어왔으니, 그 모두가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도 만만치 않은 숲 지대 전투의 대가니까요. 다만…….”
범석이 약간 우려의 표정을 짓는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다만, 뭐?”
“티엘라에게는 단점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점이 약간 걱정이에요.”
“후후. 물을 무서워하고 다른 지형 전투에 약하는 점 말이야?”
“으음. 네. 다른 지형 전투에서 약한 것은 훈련만 거친다면 쉽게 고칠 수 있다지만, 물 지형이 문제에요. 경기 장면을 봤을 때, 그녀는 절대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살며시 미소 지은 그가 다이아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 점도 염려하지 마라. 다 고칠 수 있으니까.”
“어떻게요?”
“그건 나중 보면 알아. 너는 그저 관리실에다 중앙 시내의 수온 좀 높이라고 하면 돼. 그럼 다 해결돼.”
“정말요?”
“그래.”
중앙 시내의 수온을 올리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범석이 하는 일이니,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미심쩍었지만 다이아나가 관리실에 연락을 넣었다.
이때 입구를 통해 몇몇 기자들이 튀어나왔다. 갓즈나이츠의 훈련 장면을 취재하다가, 티엘라의 등장을 어렴풋이 확인한 것이다. 멀어서 확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맞는다면 대박이었다.
“오 범석 씨! 방금 훈련에 참가한 엘프가 포레스트 엘프즈의 티엘라입니까?”
대여섯 명의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범석이 싱긋 웃었다. 내일쯤 언론에다 대대적으로 공표하려고 했지만, 기자들이 의외로 빨리 냄새를 맡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 추호의 숨김도 없이 대답했다.
“네. 티엘라가 맞습니다.”
격양된 표정을 지은 한 금발의 기자가 대뜸 물었다.
“혹, 혹시 신체측정만을 하러 온 것은 아니겠죠.”
“후후. 아닙니다. 완전이적입니다. 오늘 계약서에 사인하고 몸값까지 지불했습니다.”
그 말에 기자들의 손이 빨라졌다. 설마 했는데, 이거 특종 중의 특종을 거머쥐었다. 티엘라가 갓즈나이츠에 영입되었다면 소식이 전해진다면, 지역민이 깊을 관심을 표하며 자신들의 기사를 볼 터였다.
한 적발의 기자가 다급히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라카미와 마델의 영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었다. 티엘라를 영입한 이상 그는 더는 검투사를 영입할 의사가 없었다. 다가올 여름에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 풀릴 프리시카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아껴야 했다.
하지만 굳이 사실대로 토로할 이유가 없었다. 그 아이들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갓즈나이츠도 영입전선에 뛰어들 필요가 있었다.
“그녀들의 영입은 계속 추진할 생각입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 티엘라를 영입한 계기를 설명해 주십시오. 팬들이 무척 좋아할 겁니다.”
“네.”
하며 범석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에이션트 워리어즈 팀에 사죄하러 갔다가, 우연히 포레스트 엘프즈 관계자를 만나게 된 일. 그녀의 몸값이 싼 듯 보여 구매를 고려해 본 일. 그리고 그동안 라카미와 마델의 거래가 지지부진해, 보험 차원에서 먼저 그녀를 사들였다는 점까지……. 그는 거짓과 진실을 잘 섞어가며 기자들에게 한편의 잘 꾸며진 소설을 읊조렸다.
============================ 작품 후기 ============================
에고에고 술을 먹고 왔더니, 정신이 없네요. 깜빡 잠들뻔하기도 했습니다. ^^;;;;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