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29
431화
범석이 티엘라를 영입한 소식은 지역 언론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에 전 세계의 스포츠들이 앞다투어 갓즈나이츠 캠프를 찾아왔고, 열띤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거물급 검투사가 상당수 풀리기는 하지만, 여태껏 거래되었다는 소식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이번 이적 시장의 신호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언론들이 긴밀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휴~ 이 짓도 참 힘드네.”
나른한 오후. 일단의 기자무리들과 씨름을 마친 범석이 집무실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기자들로 그는 훈련할 시간조차 할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아주 상쾌했다. 이번 일로 작당 3인방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니, 그리 고소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의 품 안에서 요란한 호출음이 울려댔다. 전자수첩을 꺼내 번호를 확인해본 범석이 입가에 잔뜩 미소를 지었다. 바로 제이드였던 탓이다. 그는 열댓 번 벨이 울리도록 가만히 놔둔 후, 성의를 봐서 받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통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범석 씨! 티엘라 건 어떻게 된 겁니까!
대뜸 소리부터 지르는 제이드였다. 그는 이롤리타도 노리고 있지만, 티엘라의 영입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었다.
아직 언론지상에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티엘라를 개인회사 성격의 퀸 블레이즈 단장인 피터에게 넘길 계획에 있었었다. 이를 통해 단점만 극복하면 어느 S급 검투사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도 극히 싸 얻어질 이득은 이롤리타를 훨씬 능가했다.
“뭘 말입니까?”
– 어째서 갓즈나이츠에서 티엘라를 데려간 겁니까?
“그거야 언론에 밝혔다시피 그녀의 몸값이 싸기 때문이죠. 포레스트 엘프즈의 얘기를 들어보니 제이드 씨가 너무 하셨더군요. 그녀를 42억 크랑에 사시려고 했다니요. 이건 도둑 심보죠.”
–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그녀는 다른 팀으로 가면 실력이 크게 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단점이 그만큼 많으니까요. 42억 크랑도 많이 쳐준 겁니다.
범석이 귀를 후비며 넌지시 그를 바라봤다.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저희 팀은 다르지 않습니까? 주인을 얻은 엘프가 그런 단점을 못 고칠 리가 없으니까요.”
– 그, 그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저희 팀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저희 팀은 필요로 52억 크랑이 넘는 금액을 제시했고, 그쪽은 아니니 42억을 크랑을 제시한 것이고, 여기에 티엘라의 몸값을 더 받아 챙기고 싶은 포레스트 엘프즈는 저희를 선택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본주의 원칙입니까? 당연히 별문제 없죠.”
– 그걸 제가 모르겠습니까!
“그럼 됐죠. 안 그렇습니까?”
부글부글 속이 끓어올랐지만, 제이드가 표정을 차분히 만들었다. 티엘라를 이번 이적 시장에서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노리는 제일 타켓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손에 거머쥐어야 했다.
– 조, 좋습니다. 다 이해하죠. 그런데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녀를 저희 팀에 팔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그건 어렵지 않을까요?”
– 돈 문제라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70억 크랑을 드리겠습니다.
만족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범석이 고개를 흔들어댔다.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였다.
“제가 안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녀는 벌써 제 휘하 엘프가 됐거든요.”
제이드가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나 해 제시한 패가 여지없이 쓸모없게 변해버렸다. 한 번 주인을 섬겼으니, 거래는 불가능했다. 물론 연봉 형식으로 트레이드는 가능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거래는 완전 판매였다.
– 아니 그사이를 못 참고 주인의식을 치렀다는 얘기입니까?
“후후. 네. 그러니 양해해 주십시오.”
한숨을 푹 내리 쉬고 고개를 저은 제이드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십시오.”
– 혹시나 해서 묻는데, 갓즈나이츠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티엘라를 데려간 연유를 뭡니까?
“글쎄요.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고나 할까요? 그쪽에서 어떻게 치고 들어올지 예상을 할 수 없으니까요.”
– 하지만 저희와 갓즈나이츠 간의 금액 차이는 10억 크랑이 넘었습니다. 그 정도라면 별로 안달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보통은 그랬다. 제시한 몸값이 25%나 차이가 나면 그 갭을 줄이기란 아주 어려웠다.
포레스트 엘프즈의 트레이드 담당자인 알렌이 에이션트 워리어즈에 단 한 번 연락해 보고 통화가 안되자, 범석에게 티엘라를 넘긴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보다 큰 자금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범석을 잡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만큼 한 검투사를 영입할 때에는 그만큼 해당 검투사의 적정 몸값과 가치를 파악하고 난 이후에나 트레이드를 진행시켰다.
“네. 그렇죠. 하지만 그쪽에서 더 큰 금액을 제시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최소한 저는요.”
–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셨죠?
“그건 제이드 씨가 더 잘 아시리라고 생각되는데요?
뻘쭘한 그가 헛기침을 터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제가요? 무슨 말씀인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그럼 프리시카의 예를 들면 알기 편하겠네요. 제가 티엘라를 구입한 이유에는 프리시카의 영입이 물 건너갔다는 사실이 크게 한몫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체할 자원이 필요했고, 그녀가 낙점된 겁니다.”
– 무, 무슨 소리십니까? 프리시카는 제가 잘 알아서 갓즈나이츠에 넘기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며 화면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이제 작업을 걸 때가 도래한 것이다.
“후후후. 아이 제이드 씨도 참. 저는 그리 순진한 호구가 아닙니다. 프리시카를 제게 팔 생각이 없다는 사실쯤은 다 알고 있으니, 그렇게 연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 그, 그건…….
당혹해하는 제이드를 향해 범석이 충고에 가까운 한 마디를 던졌다.
“시치미 떼지 않으셔도 다 이해합니다. 원래 세상이라는 것이 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제이드가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는 듯 보여, 아주 가벼운 인생의 조언을 말씀드리죠. 누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누군가의 뒤통수를 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상대는 옆에 있는 누구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그, 그게 무슨 뜻입니까?
“에이. 다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그럼 전 할 말을 마쳤으니 이만 끊겠습니다. 급한 볼일로 나가봐야 해서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냉큼 화면을 끊은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제이드에게 운을 띄웠으니, 이제 또 만나러 갈 사람이 생긴 것이다. 바로 개 주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플라잉 카를 타고 메어린 시티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품 안에서 또다시 호출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제이드이면 가차 없이 끊으려고 했던 범석이 차분히 통신을 연결했다. 이번에는 다른 인물이었다.
– 자네 제이드 놈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빈센트 감독의 입에서 고성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연유를 대충 알던 범석이 차분한 표정으로 그를 응대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제이드 그놈이 내게 방금 전화했네. 이제부터 전쟁이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말일세.
“아. 그런가요? 그런데 그 작자가 왜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을까요?”
– 자네.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겠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후후.”
순간 빈센트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를 지그시 노려봤다. 노기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자신이 범석을 탓할 계제가 아니었다.
– 설마 점박이 똥강아지 그 자식인겐가?
“뭐 글쎄요? 제이드 씨 본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원래 방귀 뀐 놈이 오히려 성질 낸다는 격언도 있지 않습니까?”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제이드 그놈은 아니야.
하긴 저 늙은 여우 같은 빈센트가 이런 간단한 수작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자신이 티엘라를 영입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볼 대상이 바로 에이션트 워리어즈였다.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럼 누굴까요?”
– 똥강아지 그 자식뿐이 더 있겠는가!
“글쎄요. 걔는 아닌 것 같은데요. 워낙 소심해서요.”
그의 변에도 빈센트는 못 믿는 눈치였다. 이번 일을 아는 사람은 자신과 제이드, 그리고 하이에나그룹의 망나니였다. 여기서 자신과 제이드를 빼면 역시나 남는 작자는 하나였다. 과거의 심성 탓에 연합을 구축하면서 불안 요소라고 인지하고 있었는데, 기어이 사단을 내고 말았다.
– 거짓말하지 말게. 분명 놈과 짜고 우리를 물 먹인 게지.
“뭐. 정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고요.”
– 그럼 이거 한 가지만 말해보게. 자네 에이션트 워리어즈에 방문한 후, 포레스트 엘프즈 관계자를 만난 것이 우연이었나?
정확한 맥을 찔러오는 빈센트 감독이었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인정을 해버리면 획책하고 있는 작당 3인방의 분열계획을 성사시킬 수 없었다.
이들의 연합 사실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언제 알았느냐에 따라, 배신 여부가 판가름나게 되어 있었다. 후에 알았다면 범석이 충분히 유추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우연을 과장한 만남이었다고, 인지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극구 부정하자니, 빈센트의 눈칫발이 우려되었다.
“글쎄요. 세상에 살다 보면 그런 우연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 호오. 그래서 우연히 파파라치를 피하려다가 차에 내리고 또 때마침 버스비가 없어서 때마침 에이션트 워리어즈 훈련 캠프에서 죽치고 있다가, 포레스트 엘프즈 관계자를 만났다는 얘기인가?
“바로 그겁니다.”
– 예끼. 이 사람아.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왜요? 말이 되잖습니까?”
– 뭐가 말이 되는가! 버스비가 없다고 그 황량한 체육부지에 그냥 서 있었다는 사실을 내가 믿을 것 같은가?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제이드가 있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가 뭐에 있는가?
범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군요. 제이드 씨한테 돈을 꾸면 되었네요. 깜빡했습니다.”
– 게다가 자네는 프리시카의 건도 알고 있었네. 그건 어떻게 변명을 할 텐가?
이쯤 되자 범석이 작당 3인방의 분열이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프리시카에 대한 얘기를 알았다는 것은 누군가의 배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야. 제이드 씨가 표정이 하도 이상해서, 설마 했죠.”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제이드 그놈이 그딴 실수를 할 놈이 절대 아닐세.
이제 끝을 맺어야겠다고 판단한 범석이 빈센트 감독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렇다면야 저야 할 말이 없죠. 하지만 세상사 다 속고 속이며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감독님께서 저를 속였듯 저도 감독님을 속였고, 또 다들 자신의 팀의 승리를 위해 속고 속인 것이고요. 어차피 우승컵은 단 하나. 연합했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웬만하면 정정당당히 겨루시죠. 후후후.”
빈센트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정말 이번 일은 후회가 됐다.
위협적인 갓즈나이츠의 성장을 막기 위해 같은 생각을 하는 두 팀과 손을 잡았는데, 이거 손해만 막급하게 발생했다. 족히 10억 가까이 되는 요시아를 똥값에 팔았고, 정작 막아야 할 범석은 이번 이적 시장의 핵심 중 하나인 티엘라를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상승시켰다.
하지만 전략이 실패했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갓즈나이츠를 견제하는 일은 물 건너갔으니, 제이드의 공격을 막는 일과 배신자 척결에 사력을 다해야 했다.
– 하긴 그렇겠지. 하지만 한 번 이겼다고 우리 채플린 위스퍼를 녹록히 보지 말게. 싸게 검투사를 영입하겠다고 몇몇 팀과 손을 맞잡았지만, 그렇다고 영입 자금이 모자라지는 않으니까.
“물론 그러시겠죠. 그래서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알겠네. 그럼 이만 끊지.
“네. 수고하십시오. 그럼 콜로세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통신을 끊으려는 빈센트가 이제야 범석이 타고 있는 플라잉 카와 외부로 지나치는 구름을 보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그런데 자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아. 메이런 시티로 갑니다. 긴히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요.”
그 말에 이를 으득 간 빈센트가 그대로 통화를 끓어버렸다. 메이런 시티는 다크 하이에나즈의 연고지였다. 범석은 지금 똥강아지를 만나러 가는 중임이 분명했다.
“자. 그럼 우리의 배신자를 처단하러 가볼까?”
다크 하이에나즈에 도착한 범석이 마중을 나와 있던 줄리앙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얘기를 듣지 못했는지, 그의 표정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빤히 아는 범석은 불쌍해 보였지만, 지체없이 놈의 목줄기를 부여잡고 헤드락을 걸어버렸다. 측은은 측은이고 배신은 배신이었다.
배신의 삯은 바로 처절한 응징이었다.
“범석아! 갑자기 왜 이래!”
“몰라서 물어! 극구 연합하자고 말하고 감히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채플린 위스퍼와 짜고 내 뒤통수를 쳐!”
팔뚝에 머리가 낀 줄리앙이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봤다.
“뒤, 뒤통수를 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썅! 오는 동안 제이드 씨와 빈센트 감독이 다 불었어! 어디서 감히 시치미를 떼!”
“저, 정말이냐?”
“그럼 내가 멀쩡한 밥 먹고 쉰 소리를 하겠냐!”
더욱 헤드락이 강해지자 줄리앙이 숨이 콱콱 막히는 듯 버럭 소리쳤다. 그도 사실 할 말이 많았다.
“야!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너도 배신했잖아.”
“내가 무슨 배신을 해!”
“이롤리타와 보르미아의 건으로 요시아를 싸게 사갔잖아!”
뜨끔한 범석이 살짝 팔뚝의 힘을 풀었다. 확실히 자신도 줄리앙을 조금 속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강하게 헤드락을 걸며 짙은 분노의 음성을 터뜨렸다. 사실 줄리앙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협작을 걸어올 때부터 이미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배신은 무슨 배신이야! 네가 내 뒤통수를 치기 위해, 접근한 것을 내가 모를 것 같아!”
이후 줄리앙은 하루 온종일 범석에게 해드락이 걸린 채로 훈련 캠프를 돌아다녀야 했다. 이런 물리적인 복수로는 모자라지만, 나머지는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채플린 위스퍼가 해결해 줄 터이니 상관없었다. 다크 하이에나즈로서는 그들 팀의 자금력을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참 운수 안좋은 날입니다. 안경은 깨지고, 이마도 깨지고. 휴~ 이놈의 술이 웬수죠. ㅠㅠ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