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31
433화
“모두 후퇴해!”
호러 베레스즈의 대장 검투사의 입에서 뜻밖의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을 주로 삼는 이들 팀에 있어서 후퇴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전방이 막혀 도강은 어려웠고, 주변의 숲을 기반으로 범석과 티엘라, 리자가 치명적인 기습전을 펼치며 벌써 동료를 둘이나 해치웠던 탓이다. 어이없는 패배를 면하기 위해서는 이 자리를 떠나야 했는데, 유일한 방법이 바로 뒤로 물러서는 일뿐이었다.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는 12번 검투사의 옆으로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비도 하나가 날아갔다. 그녀는 사위를 경계하고 있던 탓에 어렵사리 나마 피했지만,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화살 공격은 막지 못했다. 비도에 신경 쓰느라 미처 숲 속에 숨어있는 티엘라의 저격시도를 보지 못한 것이다.
“자. 전열을 가다듬어!”
철교를 빠져나온 호러 베레스즈의 검투사들이 거의 스텐드 담 쪽까지 물러나서는 추행진을 구성했다. 갓즈나이츠가 빠져나오는 대로 돌진을 감행하기 위해서였다.
동료를 셋이나 잃은 상태에서 아주 우매한 전술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들의 본능은 항시 공격에 맞춰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호러 베레스즈의 성장 전략은 호쾌한 공격전을 통해, 시합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일이었다.
이로써 이들의 인기는 거의 우승권 팀에 가까웠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전력 면에서 갓즈나이츠에 밀린다고는 하지만, 돈을 위해 공격 본능을 지울 수는 없었다.
“자. 우리도 돌격 준비를 한다.”
숲을 빠져나온 범석이 본진에 가세했다. 리자와 티엘라도 돌아와 각자의 자리에 서서 공격 준비를 마쳤다. 끝을 뾰족이 세운 양 팀의 진형은 점점 거리를 좁히며 공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긴장했지만 범석의 시선에는 불안감은 없었다. 정면충돌을 벌인다고 해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우위에 있는 갓즈나이츠가 패하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탓이다.
“돌격해!”
먼저 공격을 감행한 쪽은 호러 베레스즈였다. 역시나 한 범석이 미소를 입가에 걸고 호응하듯 공격 명령을 내렸다.
“우리도 간다!”
이내 중간 지점에서 격돌한 양 팀 검투사들을 손에 쥔 무구를 종횡무진 휘저어 대며, 격렬한 전투를 벌여나가기 시작했다.
선두의 주축은 뭐니뭐니해도 티엘라였다. 그녀는 샤일라와 라피네를 이끌고 중앙을 돌파하며 호러 베레스즈 진형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이 뒤를 따라들어간 범석과 요시아가 동료 중견들과 함께 힘껏 밀어붙여 상대 진영을 분단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런. 이러다가는 다 당해!’
뿔뿔이 흩어진 자신들 진형을 본 호러 베레스즈의 대장 검투사가 이를 악물었다. 갓즈나이츠의 위력을 여실히 실감한 탓이다. 티엘라와 요시아라는 강력한 공격옵션 장착으로 갓즈나이츠는 자신들로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팀으로 거듭나 있었다. 하는 수 없었던 그녀가 동료에게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모두. 적 대장을 요격한다!”
양쪽으로 갈라져 있던 호러 베레스즈가 크게 우회하며 대장인 아겔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최후의 발악으로 대장 암살을 시도할 참이었다.
그녀는 현재 C0급 검투사로, 갓즈나이츠의 유일한 약점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겔리아가 C0급에 랭크된 이유는 전투력이 미약했기 때문이지, 생존률이 낮아서가 결코 아니었다. 바로 듀얼 쉴드와 빠른 발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세이야와 레자리스등의 강력한 수호 검투사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이내 호러 베레스즈는 기습은 불발로 그치고, 오히려 뒤늦게 전투에 뛰어든 갓즈나이츠의 선봉과 중견에 포위되는 꼴이 되었다.
“모두 해치워!”
범석은 모두에게 명령을 내리는 가운데, 9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범석의 첫 번째 공격을 막아냈지만, 뒤이어 달려들어 오는 티엘라의 검격에 허리를 타격 당하며 차디찬 대지에 무릎을 꿇었다.
이에 흥분한 관객들이 자리에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잘했다. 갓즈나이츠! 호러 베레스즈를 끝장내버려라!”
“이때가 기회다! 빨리 경기를 끝내!”
범석과 티엘라 페어의 위력은 막강했다. 이 둘이 연합해 질러대는 강력한 일격에 호러 베레스즈의 검투사들은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무너져갔다. 그리고 고무적인 사실은 성과 대부분을 티엘라 가져갔다는 데에 있었다. 이미 그녀는 이번 라운드를 통해 홀로 6킬을 올린 상태였다.
결국, 호러 베레스즈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갓즈나이츠의 위력 앞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으로 대장인 1번 검투사가 당하는 동안 갓즈나이츠가 본 피해는 기습으로 후미인 세이야의 한쪽 팔을 못 쓰게 된 것이 고작이었다.
– 이거 갓즈나이츠 너무 강해졌는데요. 특히 오범석 검투사와 티엘라의 연합 공격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순식간에 호러 베레스즈 검투사들이 썰려버리는데 대책이 없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에 해설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 네. 그렇습니다. 특히나 이번 라운드에서 티엘라가 얻은 성과가 아주 고무적입니다. 1라운드 현재 벌써 6킬을 올렸습니다. 오늘 벌어지는 에이션트 워리어즈 경기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 결과만으로 볼 때 그녀는 11위에 올라있던 레비아를 젖히고 S급 검투사 문턱에 이를 것 같습니다.
– 하하하. 이거 재미있는 일이군요. 티엘라가 조만간 다시 S급 검투사에 등극할지도 모른다니 말입니다. 이거 전 소속팀인 포레스트 엘프즈나 그녀를 노렸던 다른 팀들이 꽤 배 아파하겠습니다.
– 아. 네. 하여간 티엘라의 이번 이적은 크게 성공한 듯 보입니다. 전 소속팀에서는 감독과 불화로 경기력에 많은 제약이 따랐는데, 이제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갓즈나이츠에 왔으니 말입니다. 거기다가 고질적인 단점까지 고쳤으니, 앞으로 티엘라가 얼마만큼 올라설지 자못 기대됩니다.
– 하하하. 네. 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팬들의 환호와 중계진의 호평 속에 더그아웃으로 의기양양 돌아온 갓즈나이츠의 팀원들이 벤치에 앉아 푹 쉬었다. 예상대로 1라운드가 싱거울 정도로 일찍 끝나 2라운드에도 주전이 출전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아나는 평소와는 달리 티엘라와 요시아, 젤소미나를 비롯한 몇몇 검투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2진으로 교체해 2라운드를 대비했다. 현재 갓즈나이츠의 가용 전력은 총 28명. 아직은 타 팀과 비교하면 그 수는 적지만, 나름 충분한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기회가 생긴다면 유망주를 출전시켜, 경기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었다. 2진급들은 미래에 갓즈나이츠의 주력 혹은 교체자원이 될 소중한 자원이었다.
긴 휴식 후, 2라운드에 출전할 검투사들이 입장 터널로 나아가자, 범석이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후후. 다이아나. 호러 베레스즈에서 급했던 모양인데.”
범석이 미소 짓는 이유는 호러 베레스즈가 2라운드에 주력을 그대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그들이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로서는 그다지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2라운드에 출전한 갓즈나이츠 검투사도 생각처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에요. 호러 베레스즈가 이번 경기를 통해 승점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라운드 이상을 이겨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1라운드는 너무 빨리 끝났으니까요.”
“그런데 설마 우리가 지지는 않겠지?”
“글쎄요. 최소한 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 갓즈나이츠는 강하니까요.”
현재 갓즈나이츠는 전력은 S1급으로 범석이 있었고, W0급으로 티엘라, 샤일라, 니키타, 요시아, 레자리스등이 있었다. W1급은 리자, 카젤라, 세이야, 베르티아 등이 있었고, W2급으로는 라피네, 오스칼, 젤소미나, 제르미아, 이피스, 헤르세, 캐시, 에이레네등이 포진해 있었다.
여기에 W3급으로 레베카와 마틸다, 비올렛, 렌카, 레이메이, 헤스티아, 비너스등이 있었고, C0급은 고작 엠마와 아겔리아, 린등 고작 셋이었다.
오늘 경기에 참여한 W2급 이상의 검투사는 총 18명. 아무리 2진이라도 주로 W1~W2급의 검투사들이 포진한 호러베레스즈에 밀릴 리가 없었다. 아니 티엘라와 요시아등의 W0급 이상의 검투사가 몇몇 포함되어 있으니, 전력상으로는 우위에 섰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주력이 대거 빠졌다고 해도 패배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았다.
“후후. 하긴 그렇겠지. 게다가 우리 홈은 만만치 않을 장소니까.”
“네.”
이후 경기가 시작되자, 범석이 화면을 주시했다. 자신이 없이 티엘라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활약했을 때야만 진정한 그녀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좋아. 나쁘지 않아.’
지금 호러 베레스즈 팀은 평지에 멈춰선 채로 갓즈나이츠가 진입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1라운드의 패전으로 초반 철교 공격이 얼마나 무모한지 뼈저리게 느낀 모양이었다. 이에 갓즈나이츠 본진은 철교를 빠져나와 방진을 구성한 상태였고, 티엘라는 숲에 웅크려 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흐르는 정적. 양 팀은 주시만 할 뿐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갓즈나이츠는 방진을 구성하고 있었던 터라 공격할 이유가 없었고, 호러 베레스즈는 상대의 전력이 자신들보다 약간 우위에 있기에 쉽게 공세를 펼칠 수 없었다.
“호러 베레스즈. 뭐하냐! 돌진만 한다는 그 배포는 어디로 갔냐!”
“크크크. 1라운드에 패하더니, 겁쟁이가 된 거냐!”
관중들의 야유가 호러 베레스즈에게 퍼부어졌다. 보다 수세적인 쪽은 방진을 채용한 갓즈나이츠였지만, 홈 팬들이 선전하는 응원팀을 야유하는 법은 없었다.
곧 호러 베레스즈는 천천히 전진을 시작하며 갓즈나이츠의 본진을 향해 다가갔다.
“자. 모두 조심해. 언제 저격이 날아올지 모른다.”
호러 베레스즈가 주의를 기울이는 상대 검투사는 단연 티엘라였다. 그녀의 궁술은 세계 최강. 방심하다가는 저격당해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티엘라가 있는 곳은 숲 속이기에, 마크맨을 보내기도 어려웠다. 정글전에 능하기에 보내봤자 맛있는 먹잇감을 보내주는 꼴이 되었다. 그렇다고 안전하게 서넛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본진의 약화를 초래하니 갓즈나이츠의 총공세를 버텨낼 수가 없었다.
이런 호러 베레스즈의 머뭇거림을 본 세이야가 모두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모두! 추행진을 바꾼다!”
적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급격한 진형의 변경은 꽤 위험한 시도였으나, 그녀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검투 경기는 기세 싸움. 상대가 주눅이 들어있다면 공세의 끝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는 공격을 통해 상대를 밀어붙여야 했다.
“갓즈나이츠가 진형을 변경한다. 돌진해!”
일제히 내달리는 호러 베레스즈의 선봉 검투사들의 발밑으로 화살 하나가 정확히 와 박혔다. 티엘라가 성급히 움직이는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이다. 이 사이에 진형 변경을 마친 갓즈나이츠가 총공격을 감행했다.
“과감히 돌진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이윽고 한데 뒤섞인 양 팀은 치열한 접전을 벌여나갔다. 그렇지만 기세를 탄 갓즈나이츠가 다소 우위에 있는지, 호러 베레스즈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를 틈타 숲 속에 숨어있던 티엘라가 조용히 시위를 당기더니, 살짝 옆으로 삐져나온 7번 검투사를 락온했다.
여지없이 튕김과 함께 빠르게 날아간 화살 하나가 정확히 7번 검투사의 오른쪽 가슴을 강타했다. 어이없는 눈빛을 서서히 경직되어 가는 그녀를 본 1번 검투사가 이를 악물었다.
티엘라의 특기인 저격이 시작되고 있음을 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딱히 그녀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팀원 중에서 궁을 다루는 자가 있지만, 티엘라를 접전을 벌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궁술의 실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가 상대는 숲이라는 엄폐물이 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두다가는 어떤 피해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1번 검투사가 4번 검투사를 향해 소리쳤다.
“너는 티엘라를 상대해!”
“알았어요!”
등에 매달린 활을 뽑아 튀어 나가는 4번 검투사. 그렇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화살에 복부를 그대로 타격 당하고는 천천히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에 어찌할 바를 몰라 1번 검투사가 전전긍긍 대는 사이에, 갓즈나이츠의 본진이 일방적으로 돌진해오며 기어이 호러 베레스즈 진형을 허물어뜨렸다.
“안 돼! 진형을 유지해!”
그러나 한 번 무너진 진형을 회복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내 오스칼이 거검을 휘두르자 갈라진 틈은 더욱 넓혀지고, 라피네와 니키타의 쏜살같은 진입 속에 진형이 완전히 양단 났다.
이내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화살 공세에 움츠러드는 호러 베레스즈 팀의 검투사들이, 밀려오는 갓즈나이츠의 중견들에 둘러싸여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홈에서만큼은 프리시카를 뛰어넘는 공포의 대명사인 티엘라의 위력이 리마시티 콜로세움에 펼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자! 가랏!”
팀원의 선전에 더그아웃에 있던 범석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 소리를 질러댔다. 우려에도 불과하고 티엘라가 혼자서도 선전을 펼침에 고무된 것이다. 지금 그녀의 활약으로 호러 베레스즈는 철저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다이아나가 다가와 운을 띄웠다.
“이제. 주인님이 쉬어도, 홈 경기는 걱정이 없겠어요. 티엘라가 저리 잘해 주니 말이에요.”
“그래. 이제 시즌 중에도 편히 좀 쉴 수 있겠다.”
범석이 밝은 표정으로 대꾸하고 있었다. 그는 그간 팀 승리에 기여하느라,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특히나 강팀을 상대하면 무리를 하며 경기를 수행하는 바람에, 체력 손실이 상당했다. 그래서 종종 가다 시즌 중에 종종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마다 팀이 좋지 못한 성적을 얻어 상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티엘라의 가세로 홈에서 약한 팀을 만났을 때만큼은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갓즈나이츠의 우승 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주인님. 승리한 우리 팀원들을 맞이하러 가요.”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에 메아리쳤다. 갓즈나이츠가 이번 2라운드에서도 승리를 따낸 것이다. 범석과 다이아나는 수고한 팀원들을 마중하기 위해 직접 입구 밖까지 마중을 나갔다.
이날 갓즈나이츠는 범석이 출전한 3라운드에서까지 승리를 따내며, 셋트 스코어 3승으로 호러 베레스즈를 간단히 제압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 작품 후기 ============================
이제 여름이 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날씨도 나름 시원해지고, 학생들이 개학이라며 푸념을 떠네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