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34
436화
“그래. 내 생각도 그랬지. 그런데 말이야 갓즈나이츠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심회 전체로 생각하니 얘기가 달라지더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우리 일심회에 가입된 검투 팀이 총 80군데 정도 되는 것 잘 알잖아? 이 중 에어리어 리그 팀이나 와이드 리그 팀도 많으니, 이들을 돕는 차원에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싶다. 좀 성장치가 떨어져도 검술이 받쳐준다면 프로 활동하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잖아.”
우거지상을 쓴 줄리앙이 탁자에 양손을 짚으며 벌떡 일어섰다. 하이에나 그룹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한 성장 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던 그가, 저리 말하니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너! 지금 나 협박하는 거지!”
“내가 무슨 협박을 한다고 그래? 그냥 어떨까 물어보는 거지. 우리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같이 좀 나눠 먹자.”
그의 능구렁이 같은 말투에 줄리앙은 확신했다. 범석은 지금 노리는 바가 따로 있었다.
“대체 원하는 바가 대체 뭐야? 네가 신인 드래프트에 끼어들면 우리가 곤란하다는 사실을 잘 알잖아! 가뜩이나 이번에 S급 검투사을 하나도 영입 못 해 짜증 나 죽겠는데…….”
배시시 웃은 범석이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이쯤 협박했으니 이제는 본론을 꺼낼 때였다.
“더도 덜도 말고 메이런과 헨리 회장님 표 2장만 줘. 그럼 앞으로 4년간 내가 직접 신인 드래프트에 찝쩍대는 일이 없을 거다. 단 여성 검투사만 한두 명은 빼고.”
줄리앙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역시나 이거였다.
“야! 이 산 넘어 자식아! 그럼 진작에 솔직히 말해야 할 것 아니야!”
“하하하. 솔직히 말하면 네가 주겠냐? 어때 싫어 말어?”
줄리앙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범석을 경쟁자를 삼는 것보다야, 표 두 장을 주는 편이 나았다. 여성을 몇몇 뺀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사람 중에 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휴~ 좋다. 그렇다 치고 4년 후에는 어쩔 건데?”
“뭐. 간단하지. 이번에 우리가 떨어지면 4년 후에 또 표 좀 줘. 그럼 또 연장해 줄게. 후후후.”
“올해 개최권을 얻으면?”
“글쎄. 그럼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사실 나는 성장성 좋은 여성 검투사 외에는 관심 없거든. 다른 일심회 회원의 용의는 아직 모르지만…….”
쌍심지를 켠 줄리앙이 그를 쏘아봤다. 어차피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니면서 재를 뿌리겠다고 협박하니, 얄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일심회 회원들도 딱히 신인 드래프트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범석 이외에는 아예 드래프트 장소에 나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갓즈나이츠를 모토로 삼고 있기에, 엘프 유망주를 찾는 일에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바로 하렘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팀을 운영하는 목적이 취미였기에, 그만 범석의 저질스러운 사상에 물들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원한다면 신인드래프트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일심회 회원들이 영입하는 유망주들의 주요 공급처가 바로 범석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여간 범석 이 자식과 적대하면 이득이 되는 역사가 없어. 암만 봐도 놈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신상에 좋을 것 같다.’
줄리앙이 포기한 듯 자리에 풀썩 앉았다. 아무래도 범석에게 협조하는 편이 신상에 좋기 때문이다. 하이에나 그룹의 성장 목표도 있지만, 훗날 자신도 범석에게 기대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일심회 회원들이 보유한 검투 팀의 성장은 무서웠다. 범석이 꾸준히 유망주를 대주기도 하지만, 소속 검투사들의 활약의지가 대단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기존 팀들의 생각은 우려를 넘어선, 공포였다.
이 세상이 법치주의 국가인 이상, 이들을 크게 제지할 수 없는 일, 언젠가는 자신들의 주도권을 개인회사 성격의 검투 팀이 차지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탓이다. 이에 취해야 할 전략은 간단했다.
경기에 열정을 다하지 않는 엘프들로 개인회사 성격의 검투 팀들을 상대했다는 결국 몰락이 자명하니, 자신들도 변해야 했다.
이미 이런 상황을 감지한 이브라힘 회장은 후계자들을 키우는 차원에서 퀸 블레이즈를 비롯한 여러 개인 회사 성격의 팀을 만들었고, 가문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하이에나 그룹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인간 검투사들을 영입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고,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아버지인 헨리 회장의 명령으로 줄리앙 자신이 개인회사를 만들 계획에 있었다. 아마도 조만간 범석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찾아올지도 몰랐다.
“알았다. 그럼 꼭 약속 지켜라?”
“후후. 염려하지 마라.”
자리에 풀썩 앉은 줄리앙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가 근래에 시행하고 있는 사업은 어떠냐?”
“무슨 사업?”
“거 뭐냐? 엘프 학교와 엘프 마켓을 운영하고 있잖아.”
“아. 매년 적자지 뭐. 아마도 내후년까지는 돈만 퍼부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줄리앙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 범석이 엘프 학교와 엘프 마켓을 운영하는 목적은 유망주를 조기에 발견해 훈련 시켜서, 여러 개인 팀에게 판매하는 데에 있었다. 범석의 능력으로 볼 때 무척 수입이 좋을 공산이 컸다.
“아니 왜? 너라면 꽤 돈을 벌 줄 알았는데.”
“그렇기는 한데, 근래에 사업방향을 바꿨거든.”
“어떻게?”
“전에는 엘프 학교에서도 영입해올 참이었는데, 암만 봐도 엘프 공장 쪽의 엘프를 직접 데리고 오는 편이 나을 듯 보여서 말이야. 어차피 엘프 학교도 운영하고 있는데, 그러는 편이 훨씬 낫잖아.”
턱을 괴며 골똘히 고민하던 줄리앙이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엘프 공장은 엘프를 만들어내 엘프 학교에 판매하는 업체인데, 대개 대규모 생산이 이루어졌다.
당연히 전 세계에 점조직처럼 퍼져있는 엘프 학교에서 유망주를 찾는 것보다 이쪽에서 찾는 편이 훨씬 인력 낭비가 덜했다. 게다가 엘프 공장이나 엘프학교나 유망주를 찾을 가능성은 동일했고, 결정적으로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바로 한 단계 이상의 유통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는 사실과 엘프 학교에서 유망주를 찾는 다른 프로팀들의 경쟁 때문이었다.
“하긴 그렇겠네. 확실히 엘프 공장에서 찾는 편이 훨씬 낫지. 다만 문제는 3년간의 교육이 필수라는 점이겠지.”
“그렇지. 그래서 당분간은 수입이 없다.”
줄리앙이 넌지시 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런데 괜찮은 애들 많냐?”
“글쎄.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직 인력이 없어서 영입한 숫자가 얼마 안 되거든.”
“그래 모두 몇 명 정도 모았는데?”
“대략 70여 명?”
“으음. 꽤 적네?”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성장성이 800대가 넘는 아이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니까.”
줄리앙이 경악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성장성이 800대 라면 센트럴 리거급 이상으로 성장한다는 뜻이었다. 범석이 보증한다면 1,000만 크랑이라도 아깝지 않을 터, 그는 최소한 7억 크랑을 벌어들였다고 할 수 있었다.
“저, 정말이냐?”
“엉. 내가 다 확인해봤어. 그리고 다행인 점은 성장성이 900대를 넘고 괜찮은 특성이 가진 애들도 좀 있다는 거다.”
“야. 걔들 나에게 팔아라.”
범석이 다급히 자신의 팔뚝을 잡는 줄리앙의 손을 뿌리쳤다.
“안 돼. 우리 애들은 개인 회사 성격의 팀에만 팔 거다. 너희는 해당 사항이 없어.”
“염려하지 마. 곧 나도 개인 회사 성격의 팀을 보유할 거다.”
“무슨 소리야? 네가 왜 개인 회사 성격의 팀을 보유해? 다크 하이에나즈는 어쩌고?”
“걱정하지 마라. 다크 하이에나즈도 내가 당분간 계속 운영할 거다.”
“그럼 새로 만들어질 개인 회사 팀은 어쩌고?”
“그건 이사장으로만 있으니 되는 일이니, 다른 단장을 세워야지. 솔직히 이사장이 할 일이 있겠냐?”
하긴 프로팀의 이사장은 명함뿐이지, 단장이 일을 다했다. 범석이야 검투사 영입 탓에 어쩔 수 없이 나설 상황이라지만, 원래는 에스더가 전반적인 팀 운영을 책임져야 옳았다.
“하기야. 나도 근래에 검투사 영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에스더에게 일임하고 있지. 뭐. 그래도 되겠네.”
“그럼 팔아주는 거지?”
“글쎄? 그건 좀 차분히 생각해 보자. 사실 우리 일심회 회원 줄 것도 모자라거든.”
줄리앙이 버럭 소리쳤다.
“너. 치사하게 이러기야! 전에 나도 일심회에 들어간다고 했잖아!”
“그거 농담 아니었냐?”
“농담은 무슨 농담이야. 사실 내가 갈 데가 어디 있겠냐?”
“그래? 그럼 들어오고 나서 얘기해. 그럼 쓸만한 애로 하나 싸게 건네줄 테니까. 한 900대에 능력치 상승 특성 있는 애로 말이야.”
그 정도면 대만족이었다. 잘만 키운다면 훗날 최소 수십억 크랑의 몸값을 하는 검투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뭐. 그렇다면 괜찮지만……. 그런데 네가 웬일이냐? 그런 아이를 넘겨주고 말이야.”
“그야 내가 모든 엘프들을 데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 지금이야 괜찮지만, 무분별하게 내 휘하로 들이면 나중에 대책 없다. 차라리 3년간 잘 키워서 비싸게 팔아먹는 게 이득이지.”
줄리앙이 수긍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개인 회사 성격의 가장 큰 단점은 한 개인이 엘프 검투사를 끝없이 자신의 휘하에 둘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하이에나 그룹도 상위에 랭크 시킬 서너 팀만 개인 회사 성격으로 만들고, 나머지 하위팀은 기존의 주식회사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러면 상위팀을 제외하고는 엘프들이 열심히 경기에 뛰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따지고 들면 전혀 아니었다. 주인을 얻으려면 상위팀에 가야 하므로, 하위팀 검투사들은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성적은 상위팀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후후. 하긴 그렇기는 하겠네.”
범석이 슬며시 시간을 바라봤다. 목표한 바를 이뤘으니, 또 다른 곳에 들릴 시간이 되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애매했다. 저녁때 전략 회의가 있어서 오후 7시까지는 들어가 봐야 하는데, 현재 시각이 4시 반이었다. 2시간 반으로는 설득 시간이 약간 모자랐다.
“으음. 이런 안젤라 여사님께 갈 시간이 모자라네.”
“안젤라 여사님? 거기도 가게?”
“응. 그쪽 표도 얻어내야지. 자그마치 세 표인데. 하하하.”
안젤라의 영향권 안에 있는 표는 지역표 하나. 그리고 그녀 본인과 그녀를 따르는 위원 한 명을 합쳐 총 셋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게 여의치가 않다는 점이다.
줄리앙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런데 표를 얻어낼 수 있겠냐?”
“응. 너도 알잖아. 내가 안젤라 여사님과 친하다는 것 말이야.”
“그렇기는 한데, 데레사는 아니지 않냐?”
“그게 뭐 어때서? 알아보니 데레사 그 애, 안젤라 여사에게 꼼짝도 못한다고 하더라.”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안젤라 여사가 이번 표결의 모든 권한을 데레사에게 일임했다.”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쪽 표만 얻어내면 그는 10억 크랑 상당의 후원금이 들어올지 몰랐다. 데레사라면 자신을 최대한 배제하려 들 터, 표를 얻는데 큰 난관이 예상되었다. 그녀는 현재 자신과 마가렛에 대한 암살미수로 감옥에 갇힌 루카스 회장의 딸이기도 했기에, 큰 앙심을 품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안젤라 여사가 왜?”
“지금 병 중이라, 산 좋고 물 좋은 한적한 곳으로 요양을 떠났거든.”
“어디가 아픈데? 난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들을 리가 없지. 종종 벌어지는 연례행사니까.”
“연례행사?”
“그런 게 좀 있다. 안젤라 여사가 좀 남자를 밝히냐? 그래서 아프다는 소문이 퍼지면 전화 연락도 안 된다.”
범석이 다급히 전자수첩을 꺼내더니 안젤라에게 전화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전자수첩이 꺼져 있다는 아리따운 여성의 전자 메시지 음성뿐이었다. 입술을 잘근 깨문 그가 푹 인상을 구겼다. 그렇다면 6억 크랑이 하늘로 날아갔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젠장 아무 남자면 되는 거야! 나중에 두고 봅시다. 안젤라 여사.’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앞으로 날아갈 6억 크랑도 그렇지만, 안젤라가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화가 난 것이다. 아무리 근래에 바빠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리 배반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거 미치겠네!”
“한 번 계속 연락해 보다가, 안 되면 포기해. 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
범석이 고개를 흔들어댔다. 6억 크랑을 이대로 허공으로 날려보내기에는 좀 아까운 면이 있었다.
“절대 포기 못 해. 반드시 데레사의 표를 내 것으로 만든다.”
“후후. 제발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저번 이적 기간에도 네게 라카미를 팔기 싫다면서 몸값을 40억 크랑으로 올렸잖아.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에이션트 워리어즈가 37억 크랑에 사갔고 말이야. 데레사가 네게 표를 준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그의 말대로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범석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최소한 한두 가지의 약점이 없지는 않은 법. 잘만 파고든다면 길이 보일 듯도 싶었다.
“줄리앙. 그래서 네가 내게 안되는 거야.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왜 진작부터 포기하는데. 잔말 말고 너는 손에 장을 지질 준비나 해라. 내가 며칠 후에 아주 멋진 소식을 전해줄 테니까.”
“크크크. 그래. 제발 좀 그래라.”
웃음 흘려대는 줄리앙이었다. 범석의 말은 틀리지 않지만, 데레사는 예외였다. 아직 증거는 없어서 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녀는 흑사회의 스파이일 가능성 큰 여인이었다. 그를 도울 리가 없었다.
이에 범석이 줄리앙의 어깨를 툭툭 치며 하직 인사를 하고는 급히 자리를 떠나갔다. 저녁 전략 회의 시간에도 참여해야 하고, 데레사를 설득할 계획도 세워야 했다.
============================ 작품 후기 ============================
신작을 쓸 자료를 검색하는데, 계속 신작 소잿거리가 막 튀어나네요. 이거 영 곤란하네요. 그거 다 쓰려면 몇년은 걸릴 텐데요. 아무래도 웬만한 건 커트 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