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37
439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자리에 앉은 범석을 바라본 데레사가 가볍게 운을 띄웠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신 거죠?”
“뭐. 달리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저 안젤라 계파 쪽에서 저희 에이번드를 지지해 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에이번드를요?
“네. 그렇습니다.”
“글쎄요.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 하죠? 이미 예전에 루이스 부회장님께서 어머니를 찾아와 부탁하셨는데요. 그래서 아르칸 지역을 지지하기로 굳게 약속하셨고요. 아무래도 범석 씨가 좀 늦으신 듯 보이네요.”
접대성 미소를 지은 범석이 살며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야. 제가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을 때의 얘기입니다. 안젤라 여사님이라면 저의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건 범석 씨 생각이고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째서입니까? 데레사 양도 저와 안젤라 여사님과의 관계를 모르실 리가 없으실 텐데요?”
데레사가 살며시 눈을 치켜떴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직접 어머니와의 관계를 늘어놓을 줄은 몰랐다.
“그야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는 공사의 구별이 철저하신 분이시니까요. 저희 어머니는 상대가 누구든, 안젤라 계파의 이득에 반하면 철저히 치시는 분이죠. 그건 딸인 저도 마찬가지예요.”
“후후. 아 그러신가요? 하여간 안젤라 여사님의 새로운 면모를 말씀 주셔서 감사드려야겠군요.”
“네. 그러니 다른 말 마시고 이만 돌아가시죠.”
“하지만 데레사 양 본인의 생각이 백 퍼센트 맞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 속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기야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아르칸 지역에 대한 저희의 지지 철회는 절대 없어요. 즉 우리가 이 자리에서 벌이는 대화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얘기에요.”
범석이 지그시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왜입니까?”
“어머니께서는 저를 대리로 이 자리로 보내며, 아르칸 지역을 지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어요. 저는 그 의지에 따라야 해요.”
“하지만 연락을 하셔서 재문의를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데레사양은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자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보이는데요.”
“그건 안 돼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병환 중이시라, 연락을 받지 못해요.”
범석이 과장된 몸짓으로 데레사에게 말했다.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혹시 안젤라 여사님이 어느 병원에 묶고 계시는지 말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오늘이라도 병문안을 가려고 합니다.”
데레사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집에서 잘 요양하고 계시니까요.”
“허허.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 심각한 상태에 계신 분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머물고 계신다고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정말 그렇다면 데레사 양이 잘못한 겁니다. 여기에 계실 것이 아니라 얼른 병원에 모셔갔어야죠.”
그녀가 범석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누가 그 정도까지 아프시데요!”
“그럼요?”
“고된 업무에 치여 잠시 쉬고 싶으신 것뿐이세요. 그렇게 중증은 아니시란 뜻이에요.”
“아. 그렇다면 무척 다행이군요. 전화 연락 정도는 받으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이런 날 전화를 넣으며, 어머니께서는 불같이 화를 내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화를 내시면 제가 다 감당할 겁니다.”
입술을 잘근 깨문 데레사가 주변에 모인 인물을 향해 고개를 휘저었다.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일행 모두가 일어서서 테이블에서 멀어지자마자 바로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어머니는 아프신 것이 아니에요.”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지금까지 절 속였단 말씀이십니까?”
“그 점은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어머니 명이라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해해주세요.”
“뭐. 이해한다고 치고 대체 안젤라 여사는 어디에 계신 겁니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집도 병원에도 계시지 않는 것이에요.”
범석이 팔짱을 끼며 그녀를 노려봤다.
“제가 알고 싶은 내용은 안젤라 여사가 어디 계시는가입니다. 직접 찾아뵙고 용의를 물어야 하니까요.”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제가 이렇게 부탁하는데도요?”
“네. 정말 미안해요. 실은 저도 어디 계시는지 몰라요. 행선지를 말씀해 주시지 않고 가셨거든요.”
긴 한숨을 내쉰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휴~ 그렇습니까? 그럼 데레사 양께서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죠. 그럼 안젤라 여사의 행방은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데레사 양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되니까요. 그럼 이만…….”
그때 데레사의 손이 범석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범석의 정보력은 일류급. 자칫 자신의 계획이 철저히 무산될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범석을 자리에 앉히고는 작게 속삭였다.
“그건 안돼요.”
범석이 진중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봤다. 왜 자신을 막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지금 행동은 좋은 징조였다.
“그건 왜죠?”
“지금 어머니께서는 여행 중이세요.”
“훗. 안젤라 여사님도 참 한가하시군요.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여행이라뇨? 하여간 잘 됐습니다. 찾아뵙고 지원을 부탁하면 되겠군요.”
“그, 그러지 마세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 에이번드는 안젤라 여사의 지원이 극구 필요한 시점이라서요.”
“그건 염려하지 마세요. 제가 어머니와 상의를 해보겠어요.”
“아니 어떻게요? 방금 어머니의 행선지를 모르신다면서요?”
“그래도 연락은 가능해요.”
범석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안젤라 여사님을 찾는 일이 뭐에 어렵다고요.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데레사 양이 얘기하는 것과 제가 얘기하는 것이 틀리니까요.”
“그렇기야 하지만……. 좋아요. 그럼 제가 에이번드를 돕겠어요. 그럼 저희 계파의 세 표가 에이번드로 가게 될 거예요. 어때요?”
범석이 한쪽 눈썹을 조용히 위로 치켜세웠다.
“데레사 양이 저희를 지원한다고요? 어머니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말입니까?”
“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범석 씨를 아끼는 마음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에이번드를 지지하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리라 생각돼요.”
“뭐. 그렇다면야 나도 불만이 없지만……. 하지만 안젤라 여사는 꼭 뵙고 싶군요. 그러니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범석의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만약 안젤라가 죽지 않고 감금상태에 있다면, 이번 일을 우려해 당장에 죽이려 들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젤라의 생사 여부를 대충이라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절대 필요했다.
데레사가 계속 막는다면 그녀가 살아있을 공산이 아주 커졌다. 또 빠져갈 말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였기에 그다지 위험이 없었다. 바로 검투계 인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도는 밀월여행 건이었다.
이 핑계로 안젤라와를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그녀는 안전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데레사가 다급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솔직히 말할 수밖에요.”
“네. 말씀해 보시죠.”
“지금 어머니는 밀월여행을 떠나셨어요. 그것도 남자와요. 아마 그 자리에 범석 씨가 나타나시면 매우 놀라실 거예요.”
범석이 심호흡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흐음. 역시나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설마 알고 계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안젤라 계파의 지지보다는 안젤라 여사님의 밀월여행에 대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문을 들으셨다고요? 어디서요?”
떨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데레사의 눈은 반색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에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서 반가운 모양이라고 생각한 범석이 옳다구나 착잡한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이런 모르셨습니까? 알아보니 검투 계 인사들 대다수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전 줄리앙에게 들었고요.”
“으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숨겨서 정말 죄송해요.”
“휴~ 그게 데레사 양 탓이겠습니까?”
데레사가 은근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래서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어쩌긴요. 가만히 놔둬야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범석 씨를 위로하는 뜻에서 제가 안젤라 계파의 모든 표를 에이번드에게 드리겠어요. 괜찮으시겠죠?”
‘훗. 아예 철저히 접근을 막겠다는 뜻이군.’
범석이 표정을 밝게 만들었다. 이로써 안젤라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던 것이다. 데레사가 앙심을 품은 자신에게 주지 않아도 될 표를 주겠다는 얘기는, 자신이 안젤라를 찾는 일을 철저히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혹여 표를 얻기 위해 그녀를 찾아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녀가 일주일 전에 죽었다면 모든 조처를 했을 터, 자신을 도와가면서까지 굳이 막을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계속 행방불명 상태라면 안젤라 여사에 신상에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이 되고, 결국 경찰이 나서게 되었다.
‘그래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일로 불안감을 느껴 안젤라 여사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데레사의 시선이 그녀에게 가지 않다고 막아야 해.’
그럼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안젤라 여사를 찾는 일이야 렉스터 경감과 마가렛으로 충분하니 자신이 계속 데레사를 따라붙으면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도록 혼을 빼놓아야 했다.
“그렇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그럼 이제 볼일이 끝나신 건가요?”
범석이 양손을 살며시 휘저어댔다. 그녀와 이대로 헤어진다면 안젤라 여사의 안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아닙니다. 사실 데레사 양에게 할 얘기가 좀 더 있었습니다.”
“제게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
“흑사회 잔당을 처리하는 일에, 청년 기업 연합회의 도움을 받았으면 해서요.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여기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던 데레사가 흔쾌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요. 무슨 얘기 신데요.”
역시나 그럴 줄 알았던 범석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녀가 만약 안젤라 여사를 어찌한 범인이라면 자신의 돌발 행동을 감시할 필요가 있었고, 흑사회 공략에 대한 일이니,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자신의 요청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그가 주변을 돌아보더니, 작게 말했다.
“사람이 많아서 이곳에서 말하기가 좀 어렵겠군요. 자리를 옮겼으면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감사합니다. 그럼 조용한 호텔 내 카페로 이동하시죠. 마침 제가 봐둔 곳이 있습니다.”
“네.”
범석이 일어서자, 데레사가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한 후,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차와 음료 과자를 파는 장소인데, 룸이 있어서 대화하기 아주 좋은 장소였다.
그와 데레사는 카페 종업원의 안내로 푸른색 문이 인상적인, 룸 안으로 들어섰다.
“자. 앉으시죠.”
“네. 그런데 무슨 얘기기에,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중요한 일인가요?”
“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자못 궁금한 표정을 지은 데레사가 자리에 앉고는 그를 바라봤다.
“대체 무슨 얘기인데요?”
범석이 그녀의 정면이 아닌 바로 옆좌석에 앉은 후, 의자를 끌어 몸을 바짝 붙였다.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기에, 데레사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버지의 원수이자 흑사회의 몰락시키려는 적이었기에, 이런 밀착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이런 기색을 눈치챘지만, 범석이 뻔뻔스럽게 대답했다.
“정말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흑사회에 관한 얘기가 아닙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혹시 아까 대화를 나눌 때 뭔가 제게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뭐가 말인가요?”
“안젤라 여사가 밀월여행을 떠났는데, 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지 않습니까?”
데레사가 차분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황이 없어서 자세히 생각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그의 행동은 이상했다. 안젤라가 다른 남자와 밀월여행을 떠났다고 한다면, 응당 크게 화를 내며 날뛰어야 옳았다. 물론 그도 몇몇 인간 여인과 사귀기는 했지만, 보통 남자라는 동물의 욕심은 끝도 없었다.
“그렇군요. 확실히 이상하군요. 그런데 왜죠?”
“그건 제가 안젤라 여사님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다른 남자와 밀월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 호텔 숙소에서 환호성까지 질렀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데레사의 표정이 묘하게 비틀어졌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실은 안젤라 여사가 아닌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범석의 진득한 시선을 받은 그녀가 슬금슬금 의자를 옆으로 물렸다.
“그, 그럼 사랑하면 되지 않나요? 범석 씨가 다른 여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또 사귄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범석이 가증스러울 정도로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여인은 틀립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죠.”
“그, 그게 누군데요?”
“설마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데레사가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머니인 안젤라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사랑할 수 없는 여인은 자신이 유일했다. 아무리 다부다처제를 법에서 허락하고 있지만, 동시에 장모와 딸과 결혼하는 일은 패륜이라 철저히 막고 있었다.
“서, 설마 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데레사 양을 보고 한 눈에 반했습니다. 윤기 넘치는 검은 머리카락이며 그 도도한 자태. 그리고 그 재기 넘치는 지적인 모습까지, 제가 원하는 여인상 그대로였습니다.”
데레사가 당혹스러운 듯 더욱 그에게서 멀어졌다. 범석이 자신을 사랑하다니 말도 되지 않았다. 그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원수였다.
============================ 작품 후기 ============================
박지성 축구하네요. 1대 1입니다. 다음에서 중계하고 있으니, 참고해 주십시오.
그럼 전 이만 축구보러 가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