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44
446화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의 오후였다. 범석과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리마 시티 콜로세움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오늘이 리그 컵의 향방을 결정짓는 5차전 홈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비록 3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런 자리에 섰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십 만에 이르는 프로 검투사 중, 월드 리그 컵대회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는 자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던 탓이다.
“자자. 모두 긴장 풀고, 시합에 대비해라!”
더그아웃에 들어선 범석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오늘 상대는 월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리얼 히어로즈. 아무리 갓즈나이츠가 근래에 강해졌고 홈의 이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방심했다가는 패배할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 앉은 모습을 본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에 착석했다.
‘으음. 아주 잘 풀렸어. 잘만 한다면 이번에 리그 컵을 들어 올릴지도 몰라.’
리얼 히어로즈는 막강 그 자체였다. 이들은 세계 검투사 순위 6위에 오른 에우리네를 비롯해 11명의 W0급 검투사가 있었고, 상당수의 W1급 검투사도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가 루이스 부회장의 상향 평준화 전략으로 비롯된 일로, 약점이 그다지 없기에 상대 팀으로서는 대적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범석은 이번 리얼 히어로즈와의 리그 컵 결승전의 승률이 낮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비록 이들이 갓즈나이츠 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첫째. 체력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있어.’
리얼 히어로즈가 리그컵을 들어 올리기 위해 이번에 주력들을 대거 출전시키기로 했지만, 이들은 그동안 채플린 위스퍼와의 우승경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반면 갓즈나이츠는 리그 경기를 포기하고 컵 대회에 주력하고 있기에, 체력적인 면에서 다소 앞서고 있었다.
이는 확실히 갓즈나이츠의 승리에 많은 이바지를 할 것이 분명했다.
‘둘째는 리그컵 대회의 속성이야.’
리그컵은 홈경기와 원정경기로 승패로 가리기에, 기존의 승리 방식과 달리 진행하고 있었다. 다른 경기라면 일단 3승이나 2승 2무만 거머쥐면 남은 라운드에 상관없이 승리를 얻게 되지만, 리그컵은 홈과 원정을 합쳐 10라운드 소화해야 하기에 첫 번째 경기에서는 무조건 5라운드를 뛰어야 했다.
만약 범석이 홈의 이점을 살려 이번 경기에서 5승 모두를 챙긴다면, 다음 원정 경기에서는 1무만 해도 리그컵을 들어 올릴 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5라운드를 연속해서 뛰면 체력적인 부담이 크기에, 이 또한 리얼히어로즈에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셋째는 월드 리그 우승 경쟁이야.’
현재 리얼 히어로즈는 30승 1무 3패를 기록하면 리그 1위인 채플린 위스퍼를 승점 4점 차로 바짝 뒤쫓고 있었다. 4경기를 남은 시점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점수 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남은 네 경기 중 채플린 위스퍼는 리얼 히어로즈와 갓즈 나이츠와의 원정 경기를 남겨놓은 탓이다. 비록 갓즈나이츠가 리그 네 번째의 전력을 유지하고는 있다지만, 범석과 티엘라의 존재로 홈에서는 최강이었기에 전문가 대다수는 채플린 위스퍼의 약세를 점치고 있었다.
만약 그 경기에서 갓즈나이츠가 승리하고, 최종전에서 리얼 히어로즈가 그들을 꺾는다면 리그 우승 순위가 뒤바뀌게 되었다.
이를 봤을 때 오늘 경기 초반 자신들이 연속으로 라운드 승수를 따낸다면, 리얼 히어로즈의 전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월드 리그 우승 위해 리그 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승산이 없는 리그 컵을 욕심을 부리며 체력을 낭비했다가는 월드리그 우승의 가능성을 스스로 박차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님. 초반 3연전만 승리하면 리그 컵이 우리 것인걸. 잘 아시죠?”
다가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는 다이아나로, 범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검투계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 초반 3패를 당하면 리얼 히어로즈는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체력 소모가 심한데, 가능성이 떨어지는 리그 컵을 위해 더욱 체력을 고갈시킬 이유가 없겠지. 그럼 저들은 남은 리그 경기 그 자체가 가시밭길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초반 저들의 방어를 어떻게 뚫는가에요.”
다이아나는 리얼 히어로즈가 방진으로 일관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바로 방어였기 때문이다.
숲 지형의 불리함을 알고 있을 테니, 함부로 공격하기도 어려웠고, 체력을 낭비하지 않는데에 방진만 한 것이 없었다. 최강을 노린다는 자존심을 굽혀야 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이들이 최강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체력을 아껴야 했다.
“잘 되겠지. 네 작전이 나쁘지는 않으니까. 성공만 한다면 1라운드는 우리 거다.”
“하지만 걱정돼요. 자칫 저들이 눈치채고 입구를 틀어막는다면 오히려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그녀의 걱정에 범석이 피식 웃으며 대했다.
“후후.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으니 염려하지 마라. 우리 홈 콜로세움의 특징이 중앙의 시내를 덮고 있는 숲 지대로, 양 팀 모두 상대 팀의 움직임을 볼 수 없다는 거다. 리얼 히어로즈가 1라운드 초반에 우리의 의도를 알아채고 막기란 어렵다.”
“그렇다면야 좋겠지만요…….”
“아. 참나 너도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우리 정말 걱정해야 할 점은 티엘라가 얼마나 잘해 주느냐다.”
은근슬쩍 자신의 활을 손질하는 티엘라를 바라본 다이아나가 슬며시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녀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던 까닭이다.
사실 다이아나는 감독으로서 범석의 숲 전투 능력보다, 티엘라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가 사기적인 숲 적응력을 보이지만, 상대가 지레 겁을 먹고 숲에 들어가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 한 능력이었다.
물론 원거리에서 비도로 저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느리기에 검방들이라면 쉬이 막아낼 수 있었다. 반면 티엘라는 범석보다 숲 전투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세계 최고 기량의 궁술을 지니고 있었다.
화살은 비도 보다 더욱 빠르고, 세밀한 공격이 가능했기에 상대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다. 이 덕분에 티엘라는 홈에서만큼은 범석보다 성적이 좋았고, 현재 검투사 순위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낼 수 있었다.
“티엘라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팀 내 누구보다 잘해주고 있으니까요. 정말 홈에서는 그녀만큼 믿음직스러운 검투사도 없는 거예요.”
“후후. 하긴 그렇지.”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켰다. 전광판에 검투사 이름이 나열되는 것으로 보아 곧 경기가 시작될 듯 보였던 탓이다. 리그 컵 결승전은 그에게 많은 명성과 돈을 가져다줄 터이기 때문에, 아주 기대가 되었다.
“자. 다이아나. 그럼 가봐야겠다.”
그가 말하는 사이에 장내 방송으로 입장 대기를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이에 다이아나가 승리의 기원을 목소리에 담아 말했다.
“그럼 꼭 1라운드에서 승리해 주세요.”
“알겠다. 반드시 승리하지.”
헬멧을 머리에 착용한 범석이 더그아웃 밖으로 나가 맨 앞에 섰다. 그리고 콜로세움 천장의 밝은 라이트 빛을 쭉 바라보고는 한번 길게 심호흡을 쉬었다. 오랫동안 검투 경기를 경험했다지만,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그는 출전 신호와 함께 경기장을 쪽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범석 씨! 잘해요!”
경기장으로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한 여인의 외침 소리에, 범석이 인상을 푹 구겼다. 목소리를 들어보아 데레사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 뻔질나게 자신의 경기를 찾아와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곤 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본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데레사 같은 미녀가 성원을 보내온다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속마음은 아니니 문제였다. 아마 생각건대 속으로 저주만 보내지 않아도 다행이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은 범석이 데레사에게 손짓으로 화답하고는, 다시 경기장 중앙을 향했다.
– 이런 오늘도 데절트 스콜피언즈의 데레사 단장님이 리마 시티 콜로세움을 찾았군요. 너무 열성적인데요.
–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경기도 그렇지만, 오범석 검투사와 데레사 단장의 핑크빛 사랑도 기대가 됩니다. 후후후.
중계진의 멘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범석이 급히 경기장 중앙의 숲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나무가 무성히 자라나 있기에, 데레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시합 전에 그녀의 응원을 들으면 그리 맥이 빠질 수가 없었다.
그는 팀원들을 나무 사이사이에 도열시키고는 조용히 얘기했다.
“다들 오늘 작전 잘 알지?”
“넷!”
“모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잘해야 한다.”
“넷!”
범석의 시선이 이내 티엘라에게 돌아갔다. 이번 1라운드 작전의 성공 여부는 그녀에게 달렸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티엘라. 이번에 확실히 해야 한다.”
“네. 걱정하세요. 늘 해오던 일이기에, 실수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후후. 그래. 그럼 너만 믿는다.”
그녀의 장담에 안심한 범석이 지그시 상대편 진형 쪽을 바라봤다. 그쪽도 숲이 무성하기에 잘은 보이지 않지만, 간간이 그 사이로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때 긴 호각 소리가 경기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 삐이익! 경기 시작!
티엘라가 나무를 타는 동시에 범석과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뒤로 급격히 물러나며 숲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일제히 철교 쪽으로 내달리며 진형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동 중이라 크게 흐트러져 있었지만,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진형을 맞추는 일보다는 빨리 적의 영역에 이르는 것이 중요했다.
“모두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철교에 도착한 범석이 멀리 보이는 상대편 쪽 진입로를 바라봤다.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리얼 히어로즈가 방어로 일관하리라 생각되었다. 공격하려 했다면 벌써 모습을 보이고도 남음이 있어야 했다.
‘후후. 그럼 우리의 승리다!’
철교를 지나 숲길을 빠져나온 범석이, 제법 멀리서 방진을 구성한 채 서서히 뒤로 물러서는 리얼 히어로즈의 검투사를 바라보고는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작전이 성공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늦을세라, 모두에게 다음 명령을 쏟아내었다.
“자! 모두! 리얼 히어로즈의 뒤를 선점한다!”
덩달아 신이 난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범석의 뒤를 바짝 따랐다. 다이아나가 세운 전략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들어맞고 있었던 탓이다.
그럼 승리는 자신들에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이대로 후방을 점거하게 되면 리얼 히어로즈 검투사들은 티엘라를 등에 지고 자신들과 맞서야 했다.
즉 저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는 리얼 히어로즈도 충분히 알고 있는 일. 대장인 셀리아가 다급히 모두에게 외쳤다.
“안 돼! 빨리 외벽으로 이동해야 해!”
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빠르게 진입해 들어온 갓즈나이츠가 이미 후방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셀리아가 전방에 있는 동료에게 숲을 주시하라고 명령한 후, 뒤로 돌아섰다. 선봉들이 위치한 후방 검투사로 상대의 주력을 막는 것이 우려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지금 진형 전체를 회전하거나 검투사를 스위치 시킬 수 없었다.
진형이 흐트러지는 틈에 갓즈나이츠가 진입을 시도하면 꼼짝없이 난전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숲에서 웅크리고 있는 티엘라의 저격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지금은 불안하지만, 팀 동료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일단 판은 마련되어졌지만, 어떻게 요리해야 하나.’
유리한 고지를 점거했지만, 범석의 행동은 극히 조심스러웠다. 리얼 히어로즈의 검투사 구성원은 아주 대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프리롤을 뛰는 티엘라로 하나는 적었다. 함부로 공격해 들어갔다가는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었다. 아직 라운드 초반이니, 상황을 주시하며 경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자자. 언제든 내가 명령하면 돌진할 수 있도록 모두 집중해라.”
그 사이 리얼 히어로즈는 어떻게든 담장 부위로 이동하기 위해, 온갖 기동으로 갓즈나이츠 본진을 교란시켰다.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포위진형을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진은 이동이 느리기에 추행진을 구성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갓즈나이츠의 마크를 쉬이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움직여대라. 그럴수록 허점이 드러날 가능성은 커지니까.’
이동 시 가장 큰 부담은 진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리얼 히어로즈는 유리한 고지를 되찾기 위해 기동하고 있지만, 역으로 갓즈나이츠의 공격의 빌미가 되는 행동일 수 있었다.
이에 셀리아가 손을 들어 모두를 멈추게 했다. 갓즈나이츠가 워낙 철저히 앞을 막고 있기에 포위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었고, 후방에 위치한 동료 검투사들도 걱정되었다.
이들은 티엘라의 저격을 막기 위해 뒤로 돌아서 있기에, 눈으로 팀의 이동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만큼 호흡을 맞추기 어려우니, 조만간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런 안 되겠어. 지금은 딱히 다른 방도가 없어.’
미간을 지그시 모은 셀리아가 이제 모험을 걸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니, 상대의 의표를 찔러 지금의 상황을 모면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불안 요소는 티엘라야. 그녀가 후방에서 저격을 준비하고 있기에, 함부로 움직이기 어려워. 게다가 후위 동료가 전부 뒤로 돌아서 있기에 이동도 힘들고, 결정적으로 갓즈나이츠의 본진이 돌진 시 힘을 실어줄 수도 없어. 여러모로 보나 티엘라의 제거가 우선이야.’
결론을 내린 그녀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조용히 동료 둘을 불렀다.
============================ 작품 후기 ============================
지금 스완지 시티와 선더랜드의 축구를 보고 있는데, 스완지 시티 이거 대단하네요. 비록 재수가 없어 한 골을 먹히기는 했지만, 패싱 플레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하여간 기성용이 팀 하나는 제대로 골랐네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