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45
447화
“힐데와 딜리아는 내가 신호를 보내면 프리롤로 나서서 티엘라를 요격해.”
힐데와 딜리아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셀리아의 명령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아주 위험한 작전이었다.
이에 딜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 언니 괜찮겠어요? 둘이나 빠져나가면 본진이 위험해 질 수도 있어요. 수적으로 하나가 모자라게 되니까요.
“상관없어. 어차피 너희 둘은 뒤로 돌아서 있기에 방진을 유지하는데,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아.”
– 하지만 저희가 가면 후미 둘이서 저희 본진 뒤를 막아야 해요. 그럼 티엘라가 저격 시도가 용이해져요.
“나도 알아. 하지만 팀원들을 믿어. 아무리 화살이 빨라도 우리 후미 둘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딜리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리얼 히어로즈의 후미 둘은 에텔과 레이아로 각각 세계 검투사 순위 21위와 30위를 차지하고 있는 출중한 검투사였다. 아무리 티엘라의 화살이 빠르고 날카롭다고는 하지만, 대비만 하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막아내리라고 생각했다.
– 하긴 그렇겠네요. 하지만 범석 님은 어떻게 막을 건가요? 저희가 티엘라를 잡으러 숲으로 들어갔다가는 바로 뒤쫓아올 거예요.
그래서 이번 작전이 위험했다. 범석이 뒤쫓아 가 숲으로 진입하게 되면 딜리아와 힐데는 행동불능에 빠져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염려 마. 우리에는 에우리네가 있으니까. 그녀를 내보낼 테니 충분히 마크할 수 있을 거야.”
딜리아가 머뭇거리니 이내 대답했다. 에우레네가 범석을 이기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검방을 쥐고 있는 이상, 마크는 가능하리라 생각되었다. 그녀는 후방 중견으로 검방을 그 어떤 무구보다 잘 다루었다.
– 좋아요. 그럼 언제든 신호를 보내세요.
“좋아. 그럼 지금 출발해!”
순간 딜리아와 힐데가 진영을 빠져나갔다. 이를 본 범석이 급히 그녀들을 뒤쫓았다. 정글전의 대가인 티엘라가 지리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딜리아와 힐데가 요격을 가하면 쉬이 저격을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럼 지금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중간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빠져나온 에우리네가 앞을 막아서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세계 검투사 순위 6위에 오른 검투사로 범석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사실 쓰러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 프라시카보다 까다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에우리네. 이거 오랜만이네.”
에우리네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옆으로 선 자세에서 좌우를 살폈다. 아직 딜리아와 힐데가 숲 지형으로 진입하기 이전이기에, 자칫 티엘라의 저격이 자신에게 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티엘라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자세를 풀며 범석에게 집중했다.
“그러네요.”
“후후. 그런데 설마 혼자 나를 상대하겠다고 나온 거야?”
“네. 마크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범석의 눈길이 살짝 옆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빠져나오자 양 본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기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수적으로 하나만 모자랄 뿐이니, 개개인의 실력이 우위에 있는 리얼 히어로즈로서는 충분히 갓즈나이츠의 본진을 도모해 볼 수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갑자기 내가 키포인트가 되어 버렸어.’
본진 간의 전투와 티엘라와 힐데, 딜리아의 싸움은 거의 호각이었다. 티엘라가 홀로 싸우기는 하지만, 숲을 기반으로 한다면 충분히 둘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본진 간의 전투가 약간 불안하지만, 쉽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문제는 자신과 에우리네의 승부였다.
전력이 비슷하다는 얘기는 누군가 실수해 당한다면, 급격히 전황이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뜻. 자신이 그녀를 쓰러뜨리기 전에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자칫 1라운드가 어렵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그럼 전략을 달리해 볼까?’
범석이 즉각 전략을 달리하기로 했다. 굳이 상대의 의도에 놀아날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그가 바로 새로운 명령은 팀 내에 하달했다.
“리자. 본진을 빠져나와 티엘라를 지원한다.”
– 괜찮겠어? 그럼 본진간의 수적 차이가 동일해지는데요? 그럼 저희가 불리해져요.
“상관없다. 그런 사소한 불리함은 내가 가세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고, 숲 전투만 종료되면 전세는 크게 역전된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해.
– 네. 알았어요. 그럼 행운을 빌게요.
즉각 본진에서 빠져나온 리자가 숲을 향해 내달렸다. 그녀가 빠져나간다면 본진의 전세가 나빠지지만, 숲 전투에서의 차이보다는 크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숲에서 살아왔던 리자도 정글전의 대가였기에, 티엘라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힐데와 딜리아를 이른 시간 내에 제압할 수 있었다. 범석이 에우리네를 상대하면서 본진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만 조율한다면, 이번 라운드는 갓즈나이츠의 승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때 에우리네가 다급히 그에게 달려들었다. 리자가 숲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범석을 옴짝달싹 못하게 해, 본진 간의 전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그렇게 서두르면 안 되지.”
범석이 가볍게 카타나를 휘두르자 에우리네의 검끝이 허공에서 궤적이 변했다. 안면 옆을 스치는 날카로운 기운에도 그는 빠르게 전진하며 그녀의 방패에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크게 휘청거린 에우리네가 잠시 뒤로 물러나 중심을 잡고는 다시 한번 그를 향해 내달렸다.
창. 차창. 쾅.
연이어 터져 나오는 타격음. 범석은 그녀의 공격을 적절히 막으며 본진의 상황을 틈틈이 체크했다. 이들도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한 탓이다. 덕분에 흥분한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응원의 열기를 높이기 시작했다.
“갓즈나이츠! 반드시 이겨서 리그컵을 들어 올려라!”
“이번에 절대 지면 안 돼!”
경기장 안이 소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대장인 셀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들의 본진이 동등한 수의 갓즈나이츠 검투사를 몰아붙이고는 있지만, 숲의 전투가 걱정된 것이다. 방금 보낸 힐데, 딜리아가 당해버린다면 이번 1라운드의 패배는 너무도 자명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또 동료를 숲 전투에 참가시키면 우리는 수렁에 빠지게 돼. 그렇다고 보내지 않으면 힐데와 딜리아가 너무 위험해.’
리자는 W1급의 검투사지만, 범석이나 티엘라와 마찬가지로 정글전에 능숙했다. 그녀를 제압하려면 적어도 둘을 또 보내야 할 터, 본진의 전투가 우려되었다.
물론 지금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보내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랬다가는 본진 간의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 갓즈나이츠 본진이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에우리네까지 마크해 버리면, 범석이 숲 전투에 참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숲의 전투는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리고, 경기는 이대로 종료되게 되었다.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돌진해! 빨리 본진 간의 전투를 끝내야 해!”
이내 전투는 전면전으로 돌변했다. 본진 간의 전투는 이제 난전으로 변하며 양 팀의 대장까지 나서서 전투에 참여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져갔다. 지금 리얼 히어로즈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수는, 난전 속에서 갓즈나이츠의 대장인 세이야를 잡는 일이었다.
‘쳇. 역시 리얼 히어로즈의 대장답군.’
맹렬히 검을 휘두르며 에우리네를 압박하는 범석이 미간을 좁혔다. 역시 최강을 노리는 검투팀의 대장답게 형세를 읽는 눈이 매우 날카로웠다. 지금 셀리아는 최선의 선택으로, 갓즈나이츠를 압박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뒤로 물러서며 본진들이 맞붙는 전투의 현장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이제는 갓즈나이츠의 본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니, 자신이 더는 프리롤을 뛸 이유가 없었다.
세이야와 등을 맞댄 그가 에우리네를 정면에서 맞이했다.
“빨리 와라!”
그가 손짓으로 도발하자 에우리네가 빠르게 검을 내질렀다. 전혀 주저함이 없는 기세가 담겨있어 제법 매서웠다. 그는 검을 역으로 꺾어 막아내고는 힘껏 로우킥을 날렸다. 검방의 위력적인 공격은 느리지만 안정되고 우직한 전진에서 비롯되는바, 균형을 흐트러뜨려 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내 퍽 하는 소리와 휘청거리는 에우리네가 다급히 몸을 추스르며 뒤로 물러났다. 검방은 방패로 하방 시야가 가려있기에, 하체의 공격에 매우 취약했다.
과격한 동작을 가미해 공격해온다면 모를까 저런 식의 빠른 잔 공격에는 쉽게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몸을 더욱 굽히며 방패에 의지할 뿐,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로우킥으로 행동불능에 빠지는 자는 거의 없었다.
“범석님. 저에게 그런 약한 모습을 보여도 되나요? 체면이 영 말이 아니실 텐데요.”
“후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지. 이겨야 하거든. 내가 본진이 무너지는 일만 막는다면 갓즈나이츠는 반드시 승리한다.”
“오호 그러세요? 그런데 범석 님이 언제부터 그런 팀플레이를 하셨던 거죠. 이거 재미있는 있는 일인데요.”
범석의 플레이 스타일은 자유분방함이었다. 그는 적절한 팀 전략보다는 개인의 호쾌한 일전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선호했고, 전투 방식도 극히 예측 불허했다.
덕분에 획일화된 틀에 갇힌 기존의 검투사들로서는 그를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는데, 역으로 갓즈나이츠 팀플레이를 깨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은 철저한 팀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그를 많이 연구했던 에우리네로서는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범석이 피식 웃으며 왼쪽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후후. 리그 컵에는 큰돈이 달렸거든. 난 돈 앞에서 언제나 정직해.”
그녀가 피식 웃었다. 하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리그 컵에는 많은 돈이 달렸다.
“후후. 하긴 그렇겠네요. 하지만 쉽게는 가져갈 수 없을 거예요. 저희 리얼 히어로즈는 만만한 팀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우리 홈에서는 틀리지. 내가 약간만 버텨준다면, 우리 팀이 반드시 승리하거든. 티엘라와 리자가 제법 매운맛을 보여줄 테니까.”
그 말에 에우리네가 표정을 경직시키고는 맹렬한 기세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확실의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 자신이 여유를 부리고 있다가는 팀이 패배했다. 어떻게든 숲 전투가 끝낼 때까지 범석을 자신에게 묶어 두고 있어야 했다.
에우리네의 재공격을 범석이 어렵사리 막아냈다. 보통 때라면 쉽게 그녀를 상대할 수 있겠지만, 지금 그의 등 뒤에는 세이야가 서 있었다. 함부로 몸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행동에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차. 차창. 캉.
계속되는 연격을 받아내던 범석이 에우리네가 다가오자 힘껏 방패를 차 몸을 열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파고들며 어깨로 민 다음, 그대로 안면에 칼자루를 잡은 주먹으로 펀치를 먹였다. 이윽고 검으로 내리던 찰라, 되돌아온 방패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이거 제법인데. 고개가 뒤로 젖혀져 시야를 잃은 상태인데도 내 공격을 막고 말이야. 역시 에우리네인가?’
에우리네는 자신과 자키드, 아멜리에가 등장하기 이전 세계 순위 3위에 올라있던 뛰어난 검투사였다. 검방을 주무기로 다루고는 있지만, 공격력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킬포인트도 만만치 않았고, 방패로 안정성을 극대화했기에 데스 포인트는 극히 낮았다. 그런데 지금 이점이 바로 범석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본진의 열세를 커버하며 싸우는 상황에서 그녀의 방어능력은 여간 귀찮지가 않았다. 다른 S급 검투사라면 방금 공격에 쓰러졌어야 정상이었는데, 그녀는 모양새가 어떻든지 간에 잘 막아내고는 다시금 달려들고 있었다.
‘쳇. 이거 정말 까다롭군. 쓰러뜨리기가 쉽지 않아.’
그는 에우리네의 차징을 그대로 온몸으로 막아내고는 검은 든 손으로 힘껏 밀어내 거리를 벌렸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신체적으로 거의 완성단계에 있기에 이런 몸싸움에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범석은 뒤이어 날아오는 검을 막아내고는 급히 왼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엎어치기를 하려는 찰라, 심한 압박감에 그만 제대로 기술을 시전하지 못했다. 에우리네가 커다란 방패를 세워 공기의 저항을 만들어내 내리쳐지는 충격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그녀는 이내 땅에 양발을 딛고는 급격히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마침 동료인 아스라에게 당해 쓰러지는 카젤라를 바라보더니, 빙긋 웃었다.
“후후. 이제 저희에게 유리해졌네요. 이제 조만간 승부는 결정 날 거예요. 저희라면 모를까 지금의 갓즈나이츠는 한 명의 손실은 아주 크니까요.”
범석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표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조금 전 티엘라로부터 고무적인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지금 티엘라는 리자를 쫓는 딜리아와 힐데를 아무도 모르게 뒤쫓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곧 이들은 모두 제거된다는 사실과 다름없었다. 숲에서 티엘라에게 등을 보이고 무사할 수 있는 자는 자신이 유일했다.
“과연 그럴까?”
그때 세이야의 입에서 비명과도 명령이 터져나왔다. 통신으로 힐데가 화살 공격에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딜리아도 리자를 놓친 상태에서 엄폐물에 은신하고 있던 터라, 추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전투 중지! 다들 진형 가다듬어! 곧 티엘라의 저격이 시작될 거야!”
그 말을 들은 모든 리얼 히어로즈의 검투사들이 패배를 직감했다. 지금은 난전 중이라 쉬이 몸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들은 뒤쪽으로 숲을 두고 있기에, 티엘라의 저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방패를 들었다고 해도, 등까지 보호할 수는 없었다.
순간 파공음을 내며 날아온 한 개의 화살이 그대로 에텔의 등에 그대로 타격하고 튕겨져나갔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리얼 히어로즈 검투사들은 등이 저격수에게 노출상태에서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 법. 모두 2명씩 짝을 짓는 2인진을 구성했다. 두 명의 검투사 서로 등을 맞대고 싸우는 방어진형으로 배후 공격을 적절히 막을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자주 채택했다.
============================ 작품 후기 ============================
드록바가 한 달만에 상하이 선화 팀에게 전격해지를 당했다네요. 이유가 높은 급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데, 그럼 데려오지를 말았어야죠. 한달도 못돼서 계약해지를 시킬 정도라면, 이미 작정을 했다는 뜻인데 이거 너무하네요. 쯧쯧쯧.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