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49
451화
마침내 리그 컵 결승 2차전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12만 명의 관중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라벨로시티 콜로세움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아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라벨로 시티 팬들이 1차전 경기에서 팀이 얼마나 처참하게 깨졌는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홈 경기에서는 리얼 히어로즈가 유리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당한 1무 4패의 성적이 기대를 접게 하였다.
1패나 2무만으로도 오늘 경기는 끝이 나게 되었다.
‘후후. 과연 오늘 누구를 출전했는지 봐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범석이 출전명단이 표시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전에 리얼 히어로즈 팀이 리그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발표했기에, 좀 기대가 되었던 탓이다. 만약 이들이 오늘 경기에서 주력 검투사를 제외한다면 승리 가능성은 무척 높았다.
그리고 그는 연이어 뜨는 리얼 히어로즈 팀 출전 검투사 명단을 보고는 입가에 희미한 호선을 그려내었다. 주력 모두가 빠진 데다가 출전 검투사 상당수가 후보급도 되지 못하는 검투사들이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상대 더그아웃에는 감독이 아닌 코치가 오늘 경기를 지휘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후후. 하긴 사흘 후에 벌어질 경기가 어디인지 빤히 알 테니, 주력을 출전시킬 수는 없겠지.”
현재 리그 1위 팀은 리얼 히어로즈였다. 채플린 위스퍼가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갓즈나이츠와 맞붙어 1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렸고 재수없게도 아멜리에가 휴식으로 빠진 사이 리그 7위 팀인 빅토리 세리에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1무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 차이는 고작 1점. 여기에 리얼 히어로즈는 나머지 2경기가 원정인데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가 바로 채플린 위스퍼와 갓즈나이츠였다.
반드시 이 두 경기에서 승리해야 하는 리얼 히어로즈에게 이번 경기에서 주력을 출전시킨다는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후후. 역시 작업을 건 보람이 있어.’
오늘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범석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 월요일부터 리얼 히어로즈팀에게 리얼시티 콜로세움을 전면 공개시킨 것이다. 당연지사 리얼 히어로즈로서는 기껏 한두 라운드를 펼치기 위해 시차와 지형에 적응할 시간을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 가능성이 없는 오늘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곧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창을 집어들었다. 1라운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범석은 입장 터널에 서서 모두를 향해 외쳤다.
“자! 오늘 경기는 1라운드에서 끝낸다! 모두 단단히 명심하고 경기에 임하도록 해라!”
“넷!”
잠시 후 그는 입장 신호와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푸석푸석한 모랫바닥에 중앙에 보이는 작은 오아시스. 이런 사막지형이 바로 라벨로시티 콜로세움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주변 기온은 적당해 경기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듯싶었다.
그는 움푹 파이는 모래 지면을 연신 밟아가면 오아시스 앞에 섰다.
우우우~ 우우우~
계속되는 홈팬들의 야유에 범석이 빙그레 웃었다. 워낙 입장객 수가 적은 터라 일방적인 응원에도 주눅 들일이 없었던 탓이다.
창을 어깨에 건 그가 본진을 빠져나오며 세이야에게 한 마디 내던졌다. 오늘 대장은 아겔리아지만, 지휘는 중견인 그녀가 하게 되었다.
“세이야. 잘해라. 상대가 약하다고 너무 방심하지 말고. 하여간 여기는 원정이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조심할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나는 프리롤을 뛰러 간다.”
“네. 수고하세요.”
곧 본진을 벗어난 범석이 오아시스 우측 측면에 섰다. 경기가 시작되면 빠르게 달려가 적진의 후위를 칠 예정이었다.
그는 상대 본진에서 떨어져 나오는 2명의 리얼 히어로즈 검방 검투사를 보고는 묘한 시선을 보냈다. 마치 장난감을 보는 듯한 어린아이의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
‘36번과 27번 검투사라…….’
그녀들은 리얼 히어로즈의 후보 후미 검투사로, 각각 W1과 W2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좀 실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충분히 자신을 상대로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 있을 듯싶었다. 하지만 상관이 없었다. 오늘 홀로 프리롤을 뛰기는 하지만, 그녀들을 공격할 사람은 자신 혼자가 아니었다.
– 삐이익! 경기 시작!
경기 시작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범석이 본진과는 정반대 방향인 우측으로 급속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에 36번과 27번 검투사도 좌측으로 크게 돌며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자. 간다!”
손에든 장창을 한 바퀴 회전시킨 범석이 그대로 도약하며 36번 검투사의 머리를 쪼개듯 내리쳤다. 이내 쾅하는 소리와 튕겨 나가는 방패와 함께 27번 검투사가 지면에 착지하는 그에게 빠르게 전진했다.
이에 범석이 뒷걸음을 치며 거리를 벌린 다음, 그녀의 종아리를 향해 창끝을 휘저었다. 하지만 27번 검투사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점프해 회피한 후 성큼성큼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 범석의 공격은 견제였을 뿐 특별히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기에, 쉽게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다시 방패를 주워든 36번 검투사가 27번 검투사 옆에 섰다.
“너무 나서지 마. 우리는 본진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범석 님을 막으면 돼.”
“나도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그녀들은 조금씩 측면으로 돌기 시작했다. 범석이 자신들 우측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본진 간에도 큰 충돌을 빚어지고 있었다. 갓즈나이츠가 방진으로 나선 리얼 히어로즈의 방진을 향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봉은 샤일라와 라피네. 그 뒤로 중견들이 힘을 보내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한 것과 달리 공격은 지지부진했다. 개개인의 능력과 수적으로 갓즈나이츠가 우세해 쉬이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리얼 히어로즈는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갓즈나이츠가 의도한 바가 컸다. 선봉 중 한 명인 티엘라가 멀찌감치 후미 쪽에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손에 쥔 검을 모랫바닥에 꽂아넣은 채 후미의 보호를 받으며 활을 꺼내 들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너무 잘해주고 있어.’
티엘라의 시선은 오아시스 건너편에 서 있는 36번과 27번 검투사 등에 꽂혀 있었다. 갓즈나이츠의 노림수가 상대 본진을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크를 나온 검투사를 해치우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얼 히어로즈의 마크맨들은 범석을 바라보며 등을 돌리고 있기에, 저격에 무방비로 있었다.
티엘라가 화살이 죄어진 활로 36번 검투사보다 상대적으로 뒤에 처져 있던 27번 검투사의 등을 겨누었다.
“뭐해! 피해!”
순간 리얼 히어로즈 본진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대장인 18번 검투사가 활을 겨냥하는 티엘라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외침에도 마크를 나간 검투사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주어가 빠져 있기에, 자신들에게 향한 메시지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내 티엘라의 손끝이 퉁겨지며, 빠르게 날아간 화살 하나가 27번 검투사의 등을 정확히 타격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시위를 당기더니 36번 검투사를 향해 다시 화살을 날렸다.
쉐에엑! 꽝.
그러나 2번째 화살 공격은 방패에 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타격음을 들은 36번 검투사가 확인차 고개를 돌렸다가, 27번 검투사가 쓰러지는 모습과 함께 또다시 날아오는 화살을 본 것이다. 그래도 전략 상 그다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범석이 바로 달려들며 36번 검투사의 허리에 그대로 창끝을 먹였던 탓이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무릎을 꿇는 36번 검투사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티엘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그녀 덕분에 이번 경기가 쉽게 풀릴 듯 보였기 때문이다.
“잘했다! 티엘라!”
그는 다시 오아시스를 돌며 리얼 히어로즈 본진 후방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티엘라가 다시 검을 뽑아들고 선봉으로 나서면 본격적인 돌파를 시작했다.
앞뒤로 적을 맞이한 리얼 히어로즈의 검투사들은 작금의 상황에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 댔다. 후보들만 출전한 터라 개개인의 전력도 떨어지는 마당에, 2명의 손실까지 보았다. 이대로 돌파까지 당한다면 자신들은 끝장이었다.
“모두 정신 차려!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돼!”
18번 검투사의 외침에도 리얼 히어로즈 검투사들의 기세가 계속해서 누그러져 갔다. 자신들이 출전했다는 자체가 팀이 경기를 포기했다는 뜻. 이대로 패한다고 해도 그녀들을 탓할 사람은 없었다.
뭐 그래도 갓즈나이츠를 상대로 선전을 펼친다면 팀에서 자신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겠지만, 지금은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능력이 그녀들에게 없었다.
“뭣들 해! 다들 밀어붙여! 돌파만 성공하면 리그 컵은 우리 거야!”
세이야의 외침으로 갓즈나이츠의 돌진이 아주 거세지고 집요해졌다. 선봉으로 나선 티엘라는 앞을 막고 있던 44번 검투사와 검을 맞댄 채 전진하며 서서히 밀고 들어갔고, 그녀의 측면에 선 샤일라는 거검으로 마구 내리치며 리얼 히어로즈 진형에 균열이 가게 했다.
이 사이를 파고드는 라피네는 좌우로 쌍검을 휘두르며 선두에 서 있던 29번 검투사를 공략해 들어갔다.
이윽고 후미에서 날아든 니키타의 비격창이 라피네의 헬멧 옆을 스치며 29번 검투사의 안면에 그대로 직격했다. 이에 중견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요시아가 곧바로 진입하며 중앙에 있던 18번 검투사와 맞서기 시작했다.
“꺄아악!!”
범석의 창끝 날에 23번 검투사가 끌려 나오며 바닥에 엎어졌다. 다행히 바로 옆에 있던 31번 검투사가 지원을 나와 범석의 이어지는 공격을 막아 무사했지만, 결코 다시 일어설 수는 없었다. 마침 중앙을 돌파하고 진입해 들어온 라피네의 쌍검에 등을 베인 것이다.
“돌파에 성공했어! 모두 각개격파해!”
세이야의 외침과 동시에 리얼 히어로즈 본진 중앙에 진입한 갓즈나이츠의 중견들이 각자가 점찍은 상대 검투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어지는 난전과 함께 들여오는 병장기 소리.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옴과 동시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속속히 자리를 박차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에서 자신들의 응원팀이 패하리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다. 후보만 출전한 상태에서 경기 초반 2명까지 당하고 진형까지 돌파당했으니, 승리를 기원하기가 어려웠다.
– 이런 패배를 직감한 리얼 히어로즈 홈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는군요. 무척 안타깝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 지난 리그 컵 결승 원정에서 패한 수모가 잊히기도 전인데, 이런 어이없는 경기 상황이 벌어지니 실망할 만도 하죠.
– 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오늘 경기를 후보이하의 검투사들만으로 치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 네. 맞습니다. 지금 리얼 히어로즈의 주력은 모두 리마 시티로 먼저 가 시차 적응을 하고 있죠. 리그 경기에 주력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현재 승점 1점 차이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얼 히어로즈로서는 반드시 이 점수를 지키고 싶어할 겁니다.
아나운서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설자의 설명은 원론적이기에 부정을 표할 수가 없었다.
– 하긴 그렇겠죠. 리그 컵을 들어 올리는 일보다 리그 우승이 더 달콤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 네. 특히나 리얼 히어로즈는 지난 10여 년간 우승한 적이 없었지 않습니까? 올해는 반드시 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어할 겁니다.
그 말과 동시에 범석의 창끝에 등을 타격 당한 18번 검투사가 고꾸라지듯 앞으로 넘어갔다. 대장인 그녀가 당했으니, 경기는 이대로 끝. 아나운서 바로 마무리 멘트를 던지기 시작했다.
– 역시 리얼 히어로즈가 패배했군요. 이로써 갓즈나이츠는 지금의 승리로 리그 컵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총상금 13억 5,000만 크랑을 받아가게 되겠습니다. 하여간 갓즈나이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네. 오늘 새로운 금자탑을 세운 갓즈나이츠에게 앞으로도 많은 행운이 따르기를 빌겠습니다.
라벨로시티 콜로세움 안은 어느새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패배한 리얼 히어로즈 검투사들이 돌아가자, 범석과 팀원들이 모두 경기장을 돌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탓이다. 이에 원정을 온 몇몇 원정 팬들이 흥분한 상태에서 경기장과 스텐드를 가로막는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마구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쳐댔다.
“잘했다! 갓즈나이츠! 드디어 리그 컵을 따냈구나! 대단하다!”
“짜식들! 내 평생 갓즈나이츠를 응원해 주마! 정말 잘했다!”
“갓즈나이츠! 내년에는 리그 컵뿐만 아니라 우승컵도 따내라!”
이윽고 경기장 안으로 행사요원들이 들어오며 시상대를 설치하고 은빛 형태로 된 리그 컵을 준비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곧 수여식이 시작되리라 생각한 범석은 팀원들을 진정시키고, 시상대가 마련된 경기장 중앙으로 나아갔다.
이내 입장 터널을 통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이브라힘 회장이 범석의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범석 군. 월드리그 컵 우승을 정말 축하하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자. 그럼 모두와 함께 단위로 올라가도록 하게. 곧 시상을 시작할 테니 말일세.”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범석이 시상대에 올라서자 이브라힘 회장이 옆에 행사요원들이 가지고 있던 메달을 집어들고 모두의 목에 하나씩 걸어주었다. 그리고 옆 탁자 위에 놓인 한 아름 만한 리그컵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촬영하러 온 기자들 앞에 선을 보였다.
“자. 이제 리그 컵 수여가 있겠습니다. 오범석 검투사 나오십시오.”
진행자의 외침으로 범석이 다시 단 아래에 내려오자 이브라힘 회장이 바로 리그 컵을 넘겨주고 뒤로 물러섰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와 갓즈나이츠 검투사들. 자신은 지금 빠져주는 것이 예의였다.
곧 범석이 리그 컵을 번쩍 들어 올리자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그는 한 번 좌우로 리그컵을 선보인 후, 뒤이어 나온 니키타에게 건네주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계속해서 리그컵이 휘하 검투사들 사이에서 이동되는 모습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작은 대회기는 하지만, 하여간 우승은 기쁜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머리를 식힐 때 전 온라인 마블 게임을 하는데, 여기서도 소설 소재가 나오네요. 정말 쓸 건 많은데, 몸이 안따라주니 문제네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