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5
45화
“한 30만 크랑 정도면 제가 잠자리용으로 데려갈 수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안 되겠죠?”
그러자 아놀드와 다이아나의 고개가 동시에 팍하고 올라갔다. 그녀로서는 혹시나 주인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기대를 한 것이고, 아놀드는 식충이를 제거하고 30만 크랑의 자금의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 탓이다.
“정말 구매할 마음이 있으신 겁니까? 솔직히 여기서 밝히지만 쟤는 할 줄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네. 커피 맛을 보아 대충 압니다. 하지만 프로검투사로 오랜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아마추어팀의 검투사로 활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저희 팀이 운이 좋게도 프로에 올라가면 효용가치가 없어지겠지만, 그 때는 말씀한 바대로 잠자리용으로 전환시키면 되는 것이고요.”
그때 빈센트의 입에서 뜻밖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100만 크랑! 그 밑으로는 절대 안 되네!”
인상을 찡그린 아놀드가 급히 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아, 아니 감독님. 도대체 왜이러십니까? 30만 크랑이면 요새 다이아나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워커옥션마켓에서 팔려나가는 가격보다 높습니다. 가뜩이나 팀에 자금이 모자란데, 구매의사가 있을 때 빨리 팔아넘겨야죠. 그렇게 비싼 값을 부르면 누가 사가겠습니까? 차라리 엘프시장에 가서 젊고 싱싱한 엘프를 하나 사고 말죠.”
“쟤는 사가. 전부터 봤는데 왠지 엘프 보는 안목이 거의 수준급에 오른 놈 같았거든. 거의 나를 찜쪄 먹을 정도로 말이야.”
그 말에 범석이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30만 크랑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중한 능력의 감독을 얻는가 싶더니 저 늙다리 감독이 방해를 놓고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쉬웠던 그가 따지듯 물었다.
“휴~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전에 나에게서 오스칼을 사가지 않았나? 보통은 그 꼴을 당하고 사갈 생각을 못하지.”
“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우연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연? 그럼 워커옥션마켓에서 에르피나를 구입한 일은? 그리고 방패 두 개를 들고 싸우는 거 뭐시냐? 그래 비너스란 아이를 구입한 일은 또 뭐지? 솔직히 비너스를 아이가 경기에 참가하는 모습을 봤을 때 크게 놀랐어. 올해 고작 처음 방패를 든 아이가 그 정도의 실력을 보이다니, 대단한 성장성을 지니고 있는 엘프였지. 만약 어느 정도 경험을 더 쌓았었다면 이번에 동시에 임대문의를 요청했을 정도일세. 그리고 엠마라는 개조인간 여야도 비록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기는 했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어. 그런데 이 모든 검투사를 자네가 선택했다는 거야.”
범석은 이제야 빈센트가 엘프 보는 눈이 좋다는 레이미의 말을 새삼 떠올렸다.
사실 이 게임 내에서는, 게이머가 상대의 시스템 메뉴를 열어 그 정보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처럼 특별한 기술이 아니었다. 에르피나의 특기처럼 잠시 바라보는 것으로도 상대의 능력치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이 존재했는가하면, 빈센트처럼 오랜 경험을 통해 안목을 갖추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과학적인 신체검사와 지력검사로 정확한 능력치를 뽑아낼 수 있는 테스트도 있었다.
그렇기에 범석도 쓸 만한 검투사들을 영입하는데 큰 에로사항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능력 좋은 엘프들을, 스카우터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대형프로팀에서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채가고 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그렇다고 치고요. 왜 제가 다이아나를 그 비싼 값에 사간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아주 간단하지. 솔직히 저기 다이아나라는 아이는 지도자적 기질이 매우 풍부한 아이일세. 감독만 된다면 팀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 당연히 자네로서는 탐을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실 100만 크랑을 부른 것도 내가 지금 임대문제로 부탁할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었지 아니었다면 그 몇 배를 불렀을 걸세.”
그때 아놀드가 급히 나서서 따지고 들었다. 그 말이 한 치에 오차도 없는 사실이라도 변으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스포츠팀과 엘프들의 상관관계 인해서였다.
모든 엘프들은 제조된 목적 때문에 남성을 크게 따르는 습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거의 일반적으로 모든 프로팀들은 감독을 선임할 때 필시 그 대상을 선수경력이 있는 개조인간 남자로 못 박고 있었다. 주인을 얻지 못하는 엘프들이 대리만족 삼아 남자감독을 주인처럼 따르던 탓이다. 그러니 엘프를 감독으로 삼는 일은 어불성설. 지금 빈센트의 말에는 큰 오류가 있었다.
아놀드는 이 점을 주지시키며 그를 설득해갔다.
“감독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스포츠클럽 관례상 감독은 필시 남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알아. 하지만 저놈의 팀은 달라. 모두 주인이 있는 엘프만을 팀에 들인다고 했으니, 감독이 특별히 남자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어. 즉 능력만 있으면 감독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뜻이야.”
범석으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려댔다. 너무도 정확히 콕 집어내서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리저리 재고했다가 다이아나의 이적이 취소되면 자신은 큰 손해. 어쩔 수 없이 100만 크랑 그대로를 바치기로 했다.
그는 양손을 머리위로 바짝 올리며 대답했다.
“하하하. 제가 완벽히 졌습니다. 100만 크랑을 드리겠으니, 다이아나를 저에게 넘겨주십시오.”
“후후. 순순히 인정하니, 그렇게 하지. 자 그럼. 아놀드팀장 자네는 다이아나의 이적문서를 작성하도록 해. 나는 다시 본 협상을 진행해야 하니까.”
졸지에 100만 크랑을 번 아놀드가 웬 떡이냐며 이적문서를 작성해 나갔다. 그는 아직까지 다이아나가 왜 그런 가격에 판매되는지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다이아나는 범석의 옆 좌석에 찰싹 엉덩이를 붙이고 갖은 아양을 다 떨었다. 드래곤나이츠팀 검투사들은 레이미와 자주 연락하며 지냈기에 갓즈나이츠팀에 가면 꼭 주인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들에게 있어 갓즈나이츠팀은 워커옥션마켓 이상의 꿈의 무대였다.
“범, 범석님. 이제 제 주인님이 되어주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나는 주인 없는 엘프는 안 써.”
이제 확답까지 받은 다이아나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꽉 꼬집었다. 하지만 통증이 오고 잠에서 깨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현실이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주인이 될 범석의 어깨에 슬며시 머리를 기댔다.
반면 그는 빈센트와 눈치싸움이 한창이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한 수 위인 듯 보이니 매사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럼 다시 본격적인 협상으로 들어가지. 나는 오스칼과 에르피아의 6개월 임대 조건으로 각각 280만 크랑과 390만 크랑을 제시하겠네. 출전 수당과 승리 수당은 게임당 각각 2만크랑, 포인트 수당은 5000크랑으로 하지.”
생각보다 높은 액수였다. 현재 드래곤나이츠팀의 최고 연봉자가 1100만 크랑을 받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어느 정도 대우를 해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빈센트는 자신들을 아마추어팀이라 무시하지 않고 본연의 실력만으로 가치를 평가한 듯 보였다.
뭐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겠지만, 범석은 그대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현물로 이뤄지니 빈센트가 제시한 금액은 모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 그에게는 오스칼과 에르피나가 어떤 가치로 인정받는가보다는 어느 검투사를 영입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으음.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현물거래이니 다 소용없는 얘기가 아닙니까? 어느 검투사가 거래의 물망에 오르느냐가 문제겠죠.”
“후후.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자 그럼 이 서류를 보게.”
범석이 서류를 받아들고는 세세히 그 내용을 살폈다. 그 안에는 총 7명의 검투사가 있는데 그 모두가 현 에어리어리그팀 주전으로 뛰어도 별 손색이 없는 엘프들이었다. 대부분이 레이미 정도의 실력자인데다가 개중에는 평균 능력치가 60대 후반에 육박하는 검투사도 눈에 띄었다. 이런 검투사들을 전력 외로 구분시키다니 역시나 드래곤나이츠팀이라 생각됐다.
서류를 접은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팀에서 제시한 데이터만 믿고 검투사를 고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봐야겠습니다. 제가 좀 외모를 밝혀서요. 하하하. 곁다리로 뛰는 모습도 보고 싶고요.”
“뭐. 그러지. 직접 얼굴도 못보고 검투사를 영입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자 가지. 지금쯤 다들 헬스트레이닝센터에 있을 걸세.”
범석과 빈센트가 나가자 그 뒤를 다이아나가 쫄레쫄레 따라갔다. 이에 혼자 있기가 멋쩍었던 아놀드가 잠시 서류기입을 멈추고 이들을 쫓아갔다.
사무건물을 나가 우측에 위치한 훈련 캠프를 찾은 이들이 헬스트레이닝센터로 들어갔다. 소속 검투사들이 기본적인 체력을 갈고 닦는 곳으로, 러닝머신과 벤치플러스등 여러 헬스기구가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범석은 이곳에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엘프들을 바라다봤다. 대략 20명이 넘는 인원으로 정보를 보니, 아마도 2군 검투사쯤으로 보였다.
‘호오. 다들 한 몸매 하는데. 역시나 엘프들이야.’
런닝머신에서 달리던 한 엘프가 그와 슬쩍 눈이 마주치더니, 속도를 한 단계 높이며 보다 빠르게 질주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엘프들도 훈련에 열성을 보이며 체력단련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 갓즈나이츠팀에서 검투사를 영입하러 온다는 소식을 소문으로 들어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선택만 되면 주인을 얻을 수 있기에 그녀들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덕에 범석의 눈으로 한 엘프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염과도 같은 붉은 머리칼을 지닌 엘프였는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한 움직임으로 벤치플러스에서 역기를 들고 있었다.
‘후후. 요것 봐라. 뭔가 있는가본데. 엘프가 감히 나를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
범석이 자세히 살피기 위해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순백의 피부. 그리고 갓 따온 잘 익은 자두 빛의 입술. 키는 엘프답게 커 한 170정도 되었고, 쫙 달라붙는 트레이닝복 사이로 비쳐지는 몸매는 완전히 예술이었다.
외모에서 흡족했던 그가 곧 에리카의 정보창을 넌지시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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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에리카.
구분 : 엘프(27년).
소속 : 드래곤나이츠 GC.
명성 : 810.
악명 : 0.
H유무 : 무.
스테미나 : 7000/7000.
사회성 : 60, 근력 : 71, 체력 : 70.
민첩 : 71, 균형감각 : 72, 지능 : 73.
정신력 : 72. 판단력 : 87, 재주 : 69.
운 : 60.
현재기량/잠재능력 : 70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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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팀 분석의 대가.
특이사항 : 8년 전 블루와이번즈GC팀에서 드래곤나이츠 GC팀으로 이적해옴. 그 동안 주전으로 활동해왔지만, 뛰어난 검투사의 영입과 서서히 떨어져가는 신체능력으로 후보를 거쳐 2군팀까지 전락했음. 주포지션은 중견으로 양손검에 특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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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썩 괜찮은데.’
나이는 27세로 전성기가 약간 지났지만 완숙한 검투사라고 할 수 있었다. 체력적인 조건은 대충 와이드리그팀 주전급이나 후보급 정도의 수치를 이루었고, 나머지 능력치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판단력이 87이나 돼 경기 중 예상외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크게 활약할 수 있어 보였다.
‘게다가 특성이 팀 분석의 대가라……..’
‘팀 분석의 대가’란 지정된 팀 전력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 능력으로, 상대팀의 장단점과 공략해야할 부분 그리고 검투사들의 단합도와 팀 충성도, 부상정도 등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주 유용한 특성이었다. 아마도 은퇴한 이후 상대팀 전력 분석관으로 임명하면 큰 도움이 될 듯싶었다.
‘썩 괜찮아. 돈만 많다면 꼭 사고 싶은데…….’
현재 범석의 검투사영입방침은 아주 뛰어난 잠재능력을 지닌 어린 엘프나, 나이가 들어도 은퇴 후 활용가치가 있는 노련한 엘프들이었다. 몸값도 저렴한데다가 당장 혹은 먼 훗날에 팀에 큰 기어를 할 테니, 아마추어리그에 머물고 있는 갓즈나이츠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영입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에리카는 그 범위 안에 극구 포함이 되는바 그로서는 무척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정도의 검투사라면 족히 천만 크랑 후반에서 이천만 크랑 초반으로 몸값이 형성된다는 점이었다. 임대비를 포함해도 범석이 구매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그 때 아놀드가 범석의 뒤로 다가오더니 살짝 한 마디 건넸다.
“혹시 에리카에 관심이 가십니까? 아직 전력 외로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대충 임대액에서 500~ 600만 크랑만 더 얹어 주신다면 못 팔 것도 없습니다.”
순간 범석과 빈센트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로 향했다. 한쪽은 호구를 바라보는 온화한 눈빛이었고, 또 다른 한쪽은 평생의 짐짝을 바라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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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운 여름날 몸 건강히 잘 보내시고요. 뜻깊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