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50
452화
갓즈나이츠는 26승 7무 5패의 성적을 얻어 최종 순위 4위로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매우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리그 우승을 차지한 채플린 위스퍼와는 승점 15점이나 차이나 있었다. 상당한 점수 차이로, 내년 시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이 노력이 필요할 듯 보였다.
푸른 창공을 나는 플라잉 카 안.
범석이 레베카와 나란히 앉은 채 어디론 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채플린 위스퍼팀의 연고지인 제온 시티였다.
오늘 리그 우승 축하연을 여는데, 그도 초대되어 지금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범석으로서는 남의 잔치에 얼굴을 디미는 것이 마땅치 않지만, 레베카의 보챔으로 하는 수없이 따라나서게 되었다.
“휴~ 하여간 부럽군.”
채플린 위스퍼는 마지막 2경기를 남겨놓고 극적으로 리얼 히어로즈를 젖히고 우승을 차지했다. 리얼 히어로즈가 시즌 막판 급격한 체력저하로 1무 1패를 당한 이유가 아주 컸다.
그도 그런 것이 춘계 시즌 내내 풀로 주력을 돌리며 36차전까지 전승을 올렸으니, 체력고갈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2경기다 원정이었고, 상대는 갓즈나이츠와 채플린 위스퍼였다.
결코, 쉬운 일정이 아니었다.
화사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레베카가 화사하게 웃으며 팔짱을 꼈다.
“범석 씨. 함께 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뭘. 어차피 모든 월드리그 팀 주요 관계자들이 초대된 터라, 원래 가야 했으니까.”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범석은 초대에 응하기까지 한참 투정을 부렸다. 같은 시기에 팀을 만들었는데, 채플린 위스퍼가 돈의 위력으로 먼저 우승을 차지했으니 배알이 꼴렸던 것이다. 하지만 연인인 레베카의 설득에 할 수 없이 손을 들고 따라나섰다. 그리고 장래의 처가에서 초대했는데, 무시하기도 좀 그렇기도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정말 가기 싫어했잖아요?”
“뭐 그렇지. 하지만 네가 원하는데 안갈 수는 없잖아.”
범석이 살짝 목덜미를 긁어댔다. 사실 아직도 채플린 위스퍼의 축전 마당에 꼭 가야 하는지, 아직도 고민이 되던 탓이다.
바로 데레사가 그 이유였는데, 처가에 다른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기가 좀 그랬다. 다행히 그녀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자리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고 해서 안심하고는 있지만, 여하튼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면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데레사 고것이 수작이 부리는 것 아니야? 나 엿 먹으라고 올 수도 있잖아. 분명 가능성은 많은데…….’
하지만 이왕 이렇게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벌써 그가 타고온 플라잉 카는 제온 시티의 한 호텔에 내려서고 있었다. 그는 정문 앞에 차가 안착하자 긴 한숨을 내리 쉬고는 레베카와 함께 내렸다.
그때 한 엘프 호텔리어가 뛰어오더니, 허리를 90도 숙이며 인사했다. 오늘 캡틴으로부터 범석도 초대손님이라는 사실을 들었기에, 냉큼 알아보고 마중을 나온 것이다.
“어서 오세요. 범석 님. 제가 연회장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이내 범석은 레베카와 팔짱을 낀 채로 호텔리어를 따라 6층 대연회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복도를 중심으로 많은 연회장이 있었는데, 범석이 한 열린 문 앞에서 다다르더니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그 앞으로 채플린 위스퍼 우승 축하연이라는 팻말이 서 있었던 것이다.
“여긴가 보네.”
“네. 그런 듯 보여요.”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엘프 호텔리어로 목적지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범석이 문 옆에 있는 테이블로 나아갔다. 손님 명부에 기재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왔으니, 왔다 갔노라 라며 알릴 필요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 범석님. 그리고 레베카님.”
테이블 앉은 직원들은 범석은 물론 레베카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바로 채플린 위스퍼 팀에서 파견 나온 사무원들인 탓이다. 과거 그녀는 채플린 위스퍼 팀 단장도 같이 역임했었기에, 팀 내 직원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들 반가워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네. 다시 뵙게 되어 저희도 무척 반갑습니다. 자 저를 따라오십시오. 지정석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안내한 자리는 연회장 단상 맨 앞에 두 번째에 있는 테이블이었다. 채플린 가문 사람들이 자리하는 장소였기에, 레베카는 범석을 인사시키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장래의 신랑감이니, 친지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최초로 향한 곳은 바로 채플린 회장과 그 형제들이 앉은 테이블이었다. 가문 내 큰 어른들이었기에, 가장 먼저 인사시킬 필요가 있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무심코 그녀를 바라본 채플린 회장이 밝게 웃었다. 레베카는 수많은 손주 중의 한 명에 불과하지만, 채플린 위스퍼가 오늘날 성공하는데 큰 보탬을 준 공이 있었다. 현재 감독인 빈센트도 데려왔고, 수많은 유망주를 영입해 팀의 기틀을 마련했다.
“어서 오너라. 레베카 아주 잘 왔다.”
“저기. 범석 씨도 데리고 왔어요.”
“오랜만입니다. 채플린 회장님.”
이에 채플린 회장이 손수 일어나 범석을 반겼다. 손주 사위가 될 자가 왔기에 예의를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과거 친우인 발바르 회장이 엽기에 가까운 장난을 쳐올 때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고, 이번에 채플린 위스퍼팀이 우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갓즈나이츠와 리얼 히어로즈와 격전을 벌일 37차전 당시, 회장은 가슴을 졸이며 TV를 시청한 적이 있었다.
만약 그때 갓즈나이츠가 패했다면 오늘날 채플린 위스퍼의 우승은 없었다. 채플린 위스퍼와 리얼 히어로즈의 38차전 경기 당시, 양 팀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씩을 가져갔다.
“이거 우리의 영웅이 왔군. 자네가 전에 리얼 히어로즈를 홈으로 불러들여 이긴 덕분에 우리가 편히 우승할 수 있었네. 정말 고마웠네.”
“아닙니다. 리그 경기라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자자. 이리 앉게.”
채플린 회장의 요청에 범석의 테이블 주변을 가득 메운 주변 인사들을 바라봤다. 다들 나이가 지긋이 들어있었는데, 자신들이 앉게 되면 이 중 두 명은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보아하니 채플린 가문의 원로급 인사들 같은데, 그런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
범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 자리는 따로 있어서요. 그리고 프리츠 사장님께 인사도 못했습니다.”
“아.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한 번 다시 들려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범석이 레베카와 함께 채플린 회장 곁을 떠나가, 다른 친지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레베카와 같은 촌수만 해도 수십 명. 인사하고 잡담을 나누는 사이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무렵. 어느새 찾아왔는지 프리츠 사장이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빠. 언제 왔어요?”
레베카가 다가오자 프리츠 사장이 밝은 표정으로 반겼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딸이었다. 그녀는 시즌 중에는 경기 출전으로 무척 바쁘기에, 쉬이 집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레베카 어서 와라. 우리 딸 그동안 많이 컸구나. 하하하.”
“에이. 아빠도 참. 그간 찾아가지 않았다고 삐치신 거예요?”
“삐치긴. 내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냐? 다만 섭섭할 뿐이지. 리마 시티와 제온 시티가 그리 먼 것도 아니고…….”
“호호호. 봐주세요.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모로 개인 생활하기가 어려운 때가 잦아요. 그건 한 조직을 이끄시는 아버지도 잘 아실 것 아니에요.”
프리츠사장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레베카는 너무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리마 시티와 제온 시티는 플라잉 카로 고작 몇 분 거리. 충분히 출퇴근으로 다닐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무슨 단체 생활? 낭군과 같이 살다 보니, 아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지. 이거 참나 서러워서야……. 하나밖에 없는 딸이 이리 무심하니, 아무래도 나도 자식 하나 더 가져야겠다.”
피식 웃은 레베카가 그의 옆에 바짝 앉고는 능글맞게 웃었다.
“그 나이에 늦둥이 보시면, 남들이 다 욕해요.”
“욕은 무슨. 나 아직 젊다. 밖에 나가면 아직 다들 젊은 총각인 줄 알아.”
하기야 그는 개조인간이라 겉모습만 보면 30대 초반의 사내라고 착각할 만했다. 멋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저 젊은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뭐가 그래도야? 나이 좀 속이면 남들이 알게 뭐냐?”
이쯤 범석이 나서서 인사했다. 계속 멀뚱멀뚱 서있자니, 멋쩍은 모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프리츠 사장님.”
“아. 우리 사위도 왔군. 자자. 앉게나.”
“네. 감사합니다.”
범석이 자리에 착석하자, 레베카가 슬며시 엉덩이를 이동시켜 그의 옆에 앉았다. 이에 더욱 삐친 프리츠가 불편한 심기를 밖으로 드러냈다. 하여간 딸자식 키워봐야 소용이 없었다. 시집을 보내 놓으면 집안 집기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 않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휴~ 아무래도 딸자식 하나 없는 셈 처야겠군. 나 원 참나 서러워서야…….”
눈치가 보인 범석이 레베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원래 그런 말에는 뼈가 있는 법이었다.
그녀가 투정을 부리며 프리츠의 옆으로 앉았다.
“아빠도 참 창피하게.”
“원래 나이가 들면 외로워지는 법이다.”
“아빠는 휘하 엘프도 많잖아요. 그것도 모두 검투사 출신이니, 대화도 잘 되고요. 그런데 뭐가 외롭다고요…….”
“후후. 엘프들은 너무 고분고분해서 따분하다. 원래 치고받는 맛이 있어야, 인생이 재미있는 법이란다.”
부녀간의 투정 부림에 안 되겠다 싶은 범석이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이거 계속 이러다가는 장인에게 단단히 찍힐 듯싶었다.
“그런데 프리츠 사장님. 아멜리에는 같이 안 왔습니까?”
“으음. 그 아이는 빈센트 감독과 더불어 오늘의 주인공이라 바쁘네. 그래서 지금 한창 단상에 오를 준비로 하고 있지.”
“아. 그렇군요. 하여간 뿌듯하겠습니다. 휘하 엘프가 가문의 팀을 우승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으니 말입니다.”
“뭐. 그야 그렇지만, 사실 난 마음에 안 들어. 아버님의 소원이라 그녀를 채플린 위스퍼 팀에 넣었지만, 자주 집을 비우니 내가 좀 외롭다네. 그리고 딸자식 하나 있는 것도 집안에 코빼기도 보이지도 않고 말일세.”
멋쩍은 표정을 지은 범석이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다른 휘하 엘프도 있을 것 아닙니까?”
“글쎄. 다른 엘프들은 재미없네. 사실 아멜리에는 전에 함께 월드리그 검투사로 활동하던 시절 나를 좀 많이 괴롭혔거든. 그래서 그 일로 골리는 맛이 좋아 가장 애정이 가는 엘프지.”
“그러십니까? 그럼 성격 더러운 엘프 하나 더 들이시죠.”
“글쎄? 그렇지 않아도 근래에 성격은 더럽지 않더라도 엘프 하나 더 들일까 고민하고 있네.”
“그래요.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들이시죠.”
프리츠가 난처한 표정을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댔다.
“그런데 너무 비싸.”
“그래요? 얼마나 하는데요.”
“한 60억 크랑 정도는 각오해야 하겠더군.”
범석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아니 무슨 엘프가 60억 크랑이나 합니까?”
“아. 빈센트 감독이 추천해준 엘프인데, 제법 유명세를 타는 아이 같더군. 하지만 손이 잘 안 가네. 과거 아멜리에를 구입할 때는 내가 하도 괴롭힘을 당해 복수심에 불타 질러댔지만, 그 아이는 아니거든.”
“그래요? 누군데요?”
“아마 자네도 잘 알걸? 프리시카라고 말일세. 빈센트 감독이 채플린 위스퍼가 계속 우승을 하려면 우리 가문 중 누군가가 그 아이를 꼭 구매해야 한다더군. 아니면 향후 2~3년 이내에 후회할 일이 필시 생긴다고 협박 아니 협박까지 했네.”
‘아. 이 영감탱이 정말! 하여간 평생 도움이 안 돼! 가려면 그냥 가지 언감생심 누구에게 눈독을 들이는 거야!’
울화가 치밀었지만, 범석의 표정은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여기서 화를 내버리는 자신만 팔불출이 될 뿐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걔는 좀 어려울 겁니다?”
“왠가?”
“알아보니, 프리시카 그 아이 누군가에게 단단히 찍혔더라고요.”
“그래?”
“하여간 단단히 복수할 계획으로 그녀를 구매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한 200억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건드려나 볼 겁니다.”
프리츠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60억도 부담이 상당한 데 200억 이라니? 자신은 결코 구매할 수 없었다. 아마 과거 아멜리에가 그 가격이 됐어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을 터였다.
“아니. 프리시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제이드라는 자와 짜고 그자를 아주 멋지게 빅엿을 먹였거든요. 다행히 운이 좋아 중간에 이들의 수작을 알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크게 당했을 겁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 그런데 대체 그녀를 구매하려는 자가 누구인가? 좀 궁금하군.”
“바로 접니다.”
프리츠만 두 눈을 깜빡거렸다. 이거 잘못했으면 엘프 하나를 두고 집안싸움을 할 뻔한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재산은 모두 레베카에게 물려줄 터이니, 자신의 돈이 바로 그의 돈이었다.
“이런. 큰 실수를 할 뻔했군. 사위가 노리는 엘프를 구입하려 했으니 말일세. 이거 빈센트 감독에게 단단히 따져야겠네.”
“뭐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아니 모르는 척 사겠다고 하는 편이 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래? 왠가?”
“아마 사장님께서 저를 핑계로 구매하기를 거절하신다면, 어떻게든 다른 채플린 가문 사람을 꼬드겨 구입하게 만들 테니까요. 사실 저와 빈센트 감독님은 사이가 좋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견제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평생의 짐짝이라니까요.”
그렇다면 입을 다물어줄 용의가 있었다. 사위가 복수심에 불타 일을 벌이는데, 장인이 방해를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능력이 되면 돕는 편이 레베카의 장래를 위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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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방금 집으로 돌아오며 비를 맞았는데, 홀딱 젖었습니다. 휴~. 그리고 창문을 열고 나가는 바람에 PC도 홀딱 젖었습니다. 부팅은 되지만, 가뜩이나 고물 PC라 걱정이 되네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