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53
455화
월드컵 본선 개최일이 며칠 앞둔 시점. 대표팀 훈련 캠프에서 야외훈련을 마친 범석과 대표 검투사들이 감독인 클라크의 부름에 전략실로 향했다. 몸이 피곤해 빨리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월드컵 본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투정을 부릴 수가 없었다.
계단형 강의실을 연상시키는 한 실내. 범석이 휘하 엘프들을 이끌고 클라크와 코치진들이 앉아있는, 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고는 감독의 말을 기다렸다.
“다들 왔나?”
“네. 다 왔습니다.”
대충 주변을 훑어본 클라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좋다. 오늘 다들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이유는 간단한 주지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이번 대회 조 편성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
“네. 아주 잘 알죠.”
범석을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주 상식적인 내용이었기에 모를 리가 없었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팀은 모두 32개 팀으로 A~H조로 조당 각각 네 팀이 배정되어 있었다. 갓즈나이츠는 개최지로 말미암아 A조에 배정되어 있었는데, 여기에는 월드리그 팀인 볼케이노 파이어즈 검투사들이 주축으로 있는 카즈빈 대표팀과 곤다르 대표팀, 하루둠 대표팀이 포함되어 있었다.
B조는 채플린 위스퍼 검투사들이 주축으로 있는 아르칸과 고르안, 텔브스, 데르스가 있었고, C조는 포레스트 엘프즈 검투사들이 주축으로 있는 지두와 리뉴, 무로바, 자이아가 있었다. 그리고 D조는 리얼 히어로즈 검투사가 주축으로 있는 이라트와 토카스, 테모리아, 루고 팀이 배정되었고, E조는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메넥스 오딘즈가 주축으로 있는 켈로트와 아다나, 크룬, 사라카 대표팀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 F조에는 다크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가세한 렌들리와 부르가, 브라크, 플로나 대표팀이 있었고, G조는 빅토리 세리에즈 검투사들이 포함된 세리에와 울리에, 엔카, 블리다 대표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H조는 데빌 스프릿즈 검투사들이 가세한 차이만을 비롯해, 발리케, 엘마로니, 타오이네 대표팀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에이션트 워리어즈 팀의 레이나가 큰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레이나는 바로 E조의 켈로트 대표팀 소속이었다. 이 팀은 이번 월드컵 본선 대회에서 이라트 대표팀 다음으로 에이번드의 강력한 우승 경쟁자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바로 에이션트 워리어즈 팀과 메넥스 오딘즈의 검투사들이 혼합된 만큼, 막강한 검투사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이나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한단다. 세계 순위 34위의 출중한 검투사인 그녀는 아주 요주의의 인물로, 갓즈나이츠로서는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별 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의 부상이 왜 반가우냐? 바로 그들과 8강 전을 치를 공산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에이번드와 켈로트 대표팀은 모두가 우승 후보였기에, 16강 이하에서는 그다지 떨어질 공산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참고로 에이번드 대표팀이 포함된 A조 중 나머지 둘은 센트럴 리그 팀 검투사들이 주축이었고, 또다른 한 팀은 지난 월드 리그 시즌에서 8위를 한 볼케이노 파이어즈 검투사들이 가세해 있는 카즈빈 대표팀이었다. 그리고 16강전 붙을 공산이 아주 큰 팀은 H조의 2위 팀이었는데, 그들은 지난 월드 리그 시즌에 간신히 강등을 면한 일루젼 메지션즈의 검투사들이 포함된 발리케일 가능성이 컸다.
“나쁜 소식은 아니군요. 후후.”
범석에 웃음기 어린 말투에 클라크가 특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레이나의 부상으로 에이번드 대표팀이 득을 본 것은 사실이었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지나치게 좋아하지는 마라. 켈로트 대표팀은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메넥스 오딘즈의 혼합팀이다. 그만큼 검투사 층이 두터우니 검투사 하나쯤 빠진다고해도 그다지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후후후. 그래도 레이나의 빈자리를 채우기란 어렵죠. 하여간 세계 검투사 순위 34위에 해당하는 아이니까요.”
“으음.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만한 아이의 빈공간을 메우기란 상당히 어렵지.”
“후후. 당연한 얘기죠.”
오른손으로 탁자를 짚은 클라크가 범석을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켈로트에는 프리시카와 노련한 라카미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주인을 얻은 이롤리타도 무섭게 성장하며 치고 올라오고 있다. 아무리 홈 콜레세움이 우리에게 극히 유리하다고는 하나, 전력이 다운된 우리로서는 쉽사리 이길만한 팀이 아니다.”
클라크가 전력이 다운되었다고 말하는 이유는 몇몇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다른 지역 대표팀으로 나가 있기 때문이다. 숲 지형에 밝은 리자를 비롯한 샤일라, 젤소미나 등으로 이들은 모두 스덴 시티와 라벨로 시티를 고향으로 하고 있었다.
덕분에 에이번드 대표팀은 그만큼 전력이 떨어졌고, 앞으로 어려운 경기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범석은 그다지 염려 없다는 듯 여유롭게 코를 파고 있었다.
“몇몇 빠졌다고 해도, 저희가 켈로트에게 밀리지는 않습니다. 여유롭게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들 팀에는 내가 방금 언급한 S급 검투사 셋과 함께 지난 시즌 초반까지 S급 검투사로 있던 레비아가 있다. 그리 만만한 팀이 아니다.”
“후후. 그중에 하나를 빼면요?”
“하나? 누구?”
“프리시카요. 걔는 아마 1라운드 이후로는 전혀 힘도 못 써보다가 저희에게 당할 겁니다.”
클라크가 관심 어린 시선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프리시카는 켈로트 대표팀의 에이스. 시즌 초반 정신적인 문제를 겪으며 팀에 근심을 끼쳤지만, 중반 이후로 예전의 기량을 되찾으며 다시금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중추로 거듭나고 있었다.
만약 그 아이를 쉽게 제압할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8강전은 보다 용이하게 흘러가게 되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프리시카를 견제할 방법이 있다는 얘기인가?”
“네. 그것도 아주 간단히요.”
“그 방법이 뭐지?”
“그건 비밀입니다. 저희 갓즈나이츠 팀의 기밀이 포함된 얘기라, 외부로 흘러나가면 안 되거든요.”
그렇다면 더 이상의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대표팀이라고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 갓즈 나이츠의 기밀을 누설하라고 부탁하기란 어려웠다. 그리고 자신들이 몰라도 프리시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네가 프리시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지?”
“네. 저만 믿고 확실히 맡겨주십시오. 그럼 해결됩니다.”
“알겠다. 그럼 너만 믿지.”
클라크가 단상 위에 놓인 서류를 펼치더니 다시금 말했다.
“다음으로는 이라트 대표팀에 관한 내용이다. 이들의 최종 대표팀 선발진 명단이 최근에 변화가 있었다.
바로 왕과 해밀턴이 포함된 일이다. 이들은 시즌 초반까지 W3급의 그다지 볼일 없는 검투사였지만, 최근 급격한 성장으로 W2급의 성적을 내며 대표팀에 가세했다. 다만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아무리 이들이 W2급으로 올라섰다고 해도, 이라트 대표팀 검투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다.
”
이라트 대표팀은 이번 대회 최강 팀으로 가히 환상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 안타깝게 준우승에 그친 리얼 히어로즈 검투사들이 고스란히 모두 가세해 있고, 여기에 갓즈나이츠에서 차출된 샤일라, 리자, 젤소미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크 하이에나즈의 자키드까지 가 있으니,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지사 갓 W2급 올라선 왕과 해밀턴이 대표 검투사로 선발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범석은 다른 관점인지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이 자들은 프로 경력이 고작 4~5년밖에 되지 않은 유망주에 불과하니까.”
“후후. 이 자들이라……. 혹시 이분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알고 있다. 저명한 검도계 인사였다가, 신입 드래프트를 통해 검투계에 진출한 사람들 아닌가?”
“아시면서 무시하십니까? 이분들 검투 경험이 짧아 성적이 별로 좋지는 못하지만, 아마 검을 든 날짜를 따지면 모든 현역 검투사 모두를 뒤져봐도 따라갈 자들이 없을 겁니다. 고작 아멜리에쯤이나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왜 그분들이 성적이 좋지 않을까요?”
“그야. 신체적인 요인과 검투 경기에 대한 센스가 없기 때문이겠지. 신체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나름 시간이 걸리고, 검투 경기는 단체전이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검도계에 종사하고 있던 그들로서는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테니까.”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크의 설명은 다 맞았다.
“네. 그렇죠.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제외된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 같습니다.”
“어떤 단점 말인가?”
“가령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만을 수행한다는 것이죠.”
순간 클라크가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범석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알아들었던 모양이었다.
왕과 해밀턴은 W2급에 해당하는 검투사들이지만, 이라트 대표팀의 후보 중에 W2급 검투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충분히 이들을 대용할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굳이 대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문제지만, 월드컵의 한가지 승부 룰을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졌다. 바로 무승부 시 승부대결로 승리를 결정짓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1대1 대결이 펼쳐지므로, 개인전에 강한 왕과 해밀턴의 쓰임세는 아주 높아졌다.
“그럼 설마 이라트 대표에서 승부대결을 노리고 이들을 포함했다는 거냐?”
“네. 그렇습니다. 저도 개인전에서는 천하무적인 것처럼, 그분들도 아마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리라 생각됩니다.”
그 말에 클라크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전이라지만, 신체능력이 출중한 다른 엘프 검투사들을 놔두고 굳이 그들을 출전시킬 필요가 있을까? 알다시피 이라트 대표팀에는 상당한 실력을 지닌 검투사들이 무수히 많다.”
“물론 많죠. W0급 이상만 해도 14명이나 되니까요. 여기에 자키드 씨까지 포함되었으니, 가히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왜 이라트 대표팀 감독이 그들을 승부대결에 끼워 넣는다는 거지?”
범석이 바로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뭐긴 뭐겠습니까? 저를 노리는 거죠.”
“아니, 어떻게 그들이 너를 노린다는 거지?”
“엘프 검투사들은 검투사가 된 지 30년이 안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연륜과 수가 짧기 마련이죠. 그럼 아무리 신체적으로 뛰어나도 1대1이라면 저에게 몇 수 안에 당합니다. 하지만 해밀턴님과 왕님은 틀리죠. 그분들은 기나긴 세월 동안 검을 수련해왔기에, 그만큼 연륜과 수가 깊습니다. 그래도 저를 이길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버티고자만 한다면 쉽게 안 당합니다.
”
단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린 클라크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그럼 그자들은 네 체력의 소모를 목적으로 한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다음은 너무도 빤하니 잘 아시겠죠?”
“하긴 보나 마나 자키드가 네 앞에 나서겠지.”
클라크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솔직히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이라트 대표팀은 에이번드 대표팀보다 전력상으로 우위에 있었다. 개개인의 실력이 월등히 우수할 뿐만이 아니라, 자키드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티엘라의 저격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다지 믿음직스럽지가 않았다. 저들에게도 숲 전투의 대가인 리자가 가세해 있었던 까닭이다. 만약 리자를 선두로 마크맨을 딸려 보낸다면 티엘라도 쉽게 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클라크가 선택한 방법은 팀 전체가 완전히 숲을 기반으로 싸우는 일이었다. 아무리 저들에게 리자가 있더라도 범석이 있는 숲에 들어온다면 손쉽게 전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라트 대표팀이 미치지 않고서야 범석이 진을 치고 있는 숲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그는 숲의 대가만 있다는 포레스트 엘프즈를 홀로 괴멸시킨 괴물이었다. 이에 이라트 대표팀과의 경기는 무승부로 종료될 가능성이 아주 많았고, 자연스럽게 승부대결로 이어지게 되었다.
‘으음. 범석이만 있다면 승부대결은 어떻게 될 줄 알았는데…….’
현재 예상되는 이라트 대표팀의 승부대결 포지션은 자키드, 해밀턴, 왕, 에우리네, 아스라였고, 갓즈나이츠는 범석, 티엘라, 니키타, 레자리스, 요시아였다. 만약 세계 검투사 순위 6위와 13위인 에우리네와 아스라가 범석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쓰러뜨리고, 해밀턴과 왕이 그의 체력을 손실시킨다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자키드와의 승부에서 큰 난관이 예상되었다.
아무리 범석이 그보다 다소 강하다고 알려졌기는 하지만, 이는 같은 체력을 기반으로 할 때의 얘기였다.
‘하여간 스덴 시티가 문제군. 휴~’
스덴 시티는 30만의 아주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세계 검도계의 성지나 다름없는 지역이었다. 세계 검도 협회의 총본산이 있을뿐더러, 심신을 연마하기 좋은 아름다운 주변 풍경과 자연환경으로 상당수의 유명 검사들이 이곳을 고향처럼 여기며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갓즈나이츠의 주요 멤버인 리자와 젤소미나가 그 지역 대표팀으로 뛰고 있었고, 자키드를 포함한 왕과 해밀턴까지 가세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신인 드래프트 본격화되는 마당이니 계속 이 도시에서 출중한 검투사들을 배출할 것이 뻔했다.
아마도 에이번드의 최대 강적을 꼽자면 스덴 시티가 포함된 이라트 대표팀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지금이나 먼 훗날 모두를 따져봐도 말이다.
긴 한숨을 내쉰 클라크가 회의를 종료하고 모두 해산시켰다. 중대한 사실을 알았으니, 급히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제가 IMF 이전으로 시간이동하는 꿈을 꿨습니다. 하여간 인간 패턴 빤하더라고요. 다른 현대물 소설처럼 가장 먼저 로또부터 떠올리더라고요. 그리고 번호가 기억나기는커녕 아직은 로또가 나올 때가 아님을 알고, 바로 주식으로 옮겨가더라고요. 하하하. 좀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했으면 제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요. 가령 IMF를 막아보려고 하는 행동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