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55
457화
에이번드는 카즈빈 대표팀과의 월드컵 본선 조별 경기에서 3승 1무로 승리를 거두었다. 1라운드 승리 이후 숲 전투를 벌여나가자 카즈빈으로서는 도저히 상황을 역전할 수가 없었다.
결국, 에이번드는 2라운드에서 상대 팀의 머뭇거림으로 1무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3, 4라운드에서 내리 따내며 첫 번째 월드컵 본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그 후 에이번드는 차례로 곤다르와 하루둠을 깨며 3승으로 A조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16강 전에서 발리케 대표팀을 만나 완벽한 승리를 따내며 준준결승 전에 진출했다. 8강전의 상대는 예상대로 켈로트 대표팀.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메넥스 오딘즈 검투사가 주축이 된 팀이기에, 에이번드로서는 꽤 까다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 우리의 에이번드 대표팀이 파죽지세로 4연승을 거두며 대망의 8강전에 올랐습니다. 우리 대표팀 검투사들 아주 잘해 주고 있는데, 승리의 요인이 뭡니까?
대표팀 훈련 캠프 숙소에서 느긋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범석이 TV를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편안히 휴식을 취하며 여가를 즐기는 방법에는 독서와 TV시청이 있는데, 그는 전자에 취미가 없었다. 뭐 뉴스도 취미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월드컵 관련 소식이 이어지기에 관심이 갔다.
그는 화면 속에서 객원으로 초청된 에이번드 프로검투계 관계자의 입을 주시했다.
– 네. 한 마디로 실력입니다. 에이번드 대표팀은 8강전에 오를 실력이 되기에, 8강전에 올랐을 뿐입니다. 그래도 굳이 요인을 찾자면 지난 겨울 새롭게 단장한 리마 시티 콜로세움을 들 수 있겠죠. 오 범석 검투사와 티엘라가 있는 한, 그 누구도 숲 속 전투에서 갓즈나이츠에게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 하긴 그렇겠군요. 저도 그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리마 시티 콜로세움을 두고 다른 대표팀이나 원정 팬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건 말도 안 되는 제기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리마 시티 콜로세움의 숲 지형은 현재 포레스트 엘프즈의 홈인 파피란시티 콜로세움에 비하면 그 면적이 훨씬 작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따져봤을 때 이러한 숲 지형을 갖춘 콜로세움도 상당히 많고요. 물론 이러한 지형을 오범석 검투사와 티엘라가 아주 능숙하게 활용한다는 점이 다른 대표팀에게 고민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토로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 검투 경기의 묘미 중 하나는 지역마다 각기 특성 있는 지형을 가진 홈 콜로세움입니다. 이 정도의 숲 지형도 용납하지 못한다면, 아예 규정을 다 뜯어고치자는 얘기죠.
그 말에 뉴스 캐스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번드 지역 언론이기에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었고, 관계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 후후. 그렇군요. 리마시티 콜로세움의 지형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면 평지에서만 경기하자는 얘기나 다름없을 테니까요.
– 네. 상대에게 유리하다고 지형을 바꾸라고 한다면, 그 소리나 다름없죠. 그럼 검투 경기 정말 재미없어집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검투 경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둥근 공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즉 우연보다는 강팀과 약팀의 실력 차로 승부가 갈릴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약팀에 이득을 주기 위해 각 팀마다 원하는 홈 콜로세움의 지형을 가지게 했는데, 만약 이런 규정을 없애 보십시오? 그럼 강팀만이 이득을 얻게 되겠죠.
– 하긴 그렇겠군요. 자. 그럼 다음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에이번드 대표팀의 전망이 어떻겠습니까? 8강까지는 일단 안착했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설지 궁금하군요.
– 글쎄요. 무척 어려운 질문이군요. 8강 전에 오른 팀들은 하여간 강팀들이기에 누가 승리를 할지 가늠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에이번드는 8강전에서 켈로트 대표팀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4강전에서 아르칸을 만날 공산이 아주 큽니다.
바로 이번에 월드리그 우승을 차지한 채플린 위스퍼의 검투사들이 주축으로 있는 팀이죠. 그리고 결승전에는 이번 월드컵 본선의 최대 다크호스인 이라트와 맞붙을 가능성이 아주 많습니다. 아마도 에이번드 대표팀이 얼마나 더 올라가게 될지는 저도 두고 봐야 알겠습니다.
– 아. 그렇겠군요. 네. 알겠습니다.
가볍게 멘트를 마친 캐스터가 객원으로 온 검투계 관계자에게 인사하고는 카메라 정면을 바라봤다. 다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 다음 소식은 발리케 지역 훌리건들의 사고 소식입니다. 그들은 어제 응원팀이 패배하자 난동으로 부리며 저희 에이번드 팬들과 리마시티 곳곳에서 패싸움을 벌였는데, 오늘도 그 사태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만약에 있을 폭력 사태에 대비해 항상 유의해 주시고, 누군가 시비를 걸어도 대응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며 뉴스 화면으로 어제의 난동 사건이 디스플레이 됐다. 단체로 몰려다니며 공공기물 파손하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패싸움을 벌이는 사람들. 그리고 손에 몽둥이를 들고 진압을 나온 경찰들과 대치하는 자들의 모습도 보였고, 포승줄에 묶어 줄줄이 끌려가는 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휴~ 어제 정말 대단했지. 하여간 발리케 지역 훌리건들은 대단하다니까. 우리 리마 시티 팬들이 밀릴 정도니 말이야.’
발리케 지역의 스포츠 팬들의 과격성은 세계적으로 크게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이런 세계적인 대회가 있다면 으레 관광차 단체로 몰려와서 행패를 부리다가, 팀이 패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저렇듯 난동을 부려 지역 경찰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다행히 진압대가 미리 알고 대기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거의 폭동 수준으로 변하여 이곳 리마 시티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터였다. 덕분에 범석도 발리케 대표팀과 맞붙으며 승리보다는 승리 이후를 더 걱정했을 정도였다.
“뭐. 경찰들이 알아서 하겠지.”
범석이 곧 TV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식사시간이 거의 다되어 가던 탓이다.
문밖으로 나선 그가 샌들 밑창을 바닥에 질질 끌며,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층에 도착했을 무렵, 복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한 여인을 바라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몇몇 중 경호장비를 착용한 엘프들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좀 뜻밖의 인물이라 그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마가렛이 왜 여기에 와있는 거지?’
마가렛은 MR보안의 사장으로 대표팀 훈련 캠프 안을 돌아다닐 만한 인사가 아니었다. 궁금했던 범석이 숙소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서는 그녀를 불렀다.
“여어 마가렛! 여기 웬일이야!”
그의 외침을 들었는지 길을 재촉하던 마가렛이 고개를 돌렸다.
“범석 님? 정말 우연이네요.”
“아니 우연이나 마나 네가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이곳은 대표팀 관계자만 출입 가능하단 말이야.”
“아. 그게 좀 그렇게 됐어요. 렉스터 경정님께서 부탁을 주셔서요.”
“경정님이? 무슨 일로?”
“경찰들을 도와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월드컵으로 경찰들이 조직을 풀가동을 하는데, 여기에 발리케 지역의 훌리건까지 난동을 부려 좀 손이 모자란 모양이에요. 그래서 지원차 MR보안 경비원과 경호원을 데리고 왔어요.”
범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대규모의 행사가 벌어지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치안이 나빠지는데, 경찰 자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어제 사건까지 벌어졌으니, 외주를 줄 만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너도 계속 여기 있는 거야?”
“아니요. 전 이곳 치안 담당자와 업무상 얘기가 있어서 온 것뿐이에요. 대표팀 훈련 캠프라 좀 까다롭거든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훈련 캠프에서는 시합 전 갖가지 전술 전략에 대해 훈련을 하기에, 외부인의 출입에 대해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MR보안 직원들이 치안을 위해 왔다지만, 여러모로 조사할 것이 많을 터였다.
“그렇군. 그럼 금방 가겠네.”
“네. 방금 만나서 이야기를 다 끝냈고. 시내에 배치한 직원들에게도 가봐야 하거든요.”
“시내? 거기에 MR보안 직원이 가 있어?”
“네. 지금 저희도 풀가동하고 있어요. 지금 시내는 발리케 지역 훌리건들 때문에 장난 아니에요. 거의 폭동 일보 직전이라니까요.”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정말이야? 어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진압대가 대부분 처리한 것 아니야?”
“아니에요. 어제는 못 모르고 날뛴 몇몇을 잡은 것이 고작이에요. 사실은 오늘이 바로 진짜죠.”
“아니. 왜?”
“어제는 진압대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탓에, 발리케 지역 훌리건 대부분이 조용히 물러났거든요.”
“그래? 그럼 된 거 아니야?”
마가렛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그게 그렇지만은 않아요. 사실 발리케 지역 훌리건들이 난동을 부리는 데에는, 분노의 표출보다는 하나의 축제라고 보는 시각이 옳아요. 발리케 대표팀이 패한 것으로 그들의 경기는 끝났지만, 월드컵의 끝은 대규모 폭동사태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딴 말이 어디 있어?”
“저로서도 이해가 도저히 안 가지만, 그들은 월드컵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을 발리케 지역 훌리건의 전통을 지키는 일이라는 비장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어요.”
그 말에 범석이 허탈한지 혀를 찼다. 폭력사태가 무슨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축제처럼 여긴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뭐. 그런 작자들이 다 있냐?”
“뭐. 세상 살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요.”
범석이 입맛을 다시더니, 은근슬쩍 마가렛을 쳐다봤다. 폭동 사태가 벌어지면 진압대가 출동해 거하게 싸움이 붙을 터, 제법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식사 후 내일 아침까지는 일정이 없으니, 잠시 짬을 내어 구경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가렛. 나도 가면 안 되냐?”
“아니 범석님이 거기를 왜요?”
“아이. 세상에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어디 있냐? 한번 구경가고 싶어서 그래.”
마가렛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하지만 범석님은 대표팀 검투사잖아요. 쉽게 나올 수 있나요?”
“물론이지. 나는 무한 외출증이 있단 말이야. 그리고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잖아. 팀의 일로 급히 가봐야 한다면 웬만하면 보내준다.”
“으음. 그래도 꽤 위험할 텐데요. 그리고 자칫 취재를 나온 기자들에게 걸리시면 여러모로 곤란하실 테고요.”
“상관없어. MR보안 진압 복장을 껴입으면 되잖아. 헬멧 안면실드까지 썬팅이 되어 있으니, 기자들이 나를 알아볼 리가 없잖아. 안 그래?”
하긴 MR보안 진압복은 시위대가 알아볼 수 없도록 썬팅이 되어 있어, 정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범석이 이를 착용한다면 기자들은 안심해도 좋았다.
“뭐. 그렇기는 한데,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시려면 어쩌시려고요?”
“에이 무슨 그런 걱정을 해. 난 단지 뒤에서 구경하는 것뿐인데. 그리고 설령 충돌이 벌어졌다고 해도, 진압복까지 입은 내가 일반인을 상대로 싸우다가 부상당할 것 같아?”
“하긴 그렇기는 하지만……. 뭐. 좋아요. 대신 진압 차량 안에서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세요. 그리고 10시 전에는 들어가 주신다고 약속해 주시고요.”
범석이 살짝 머뭇거렸다. 싸움 구경보다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직접 싸움에 참여하는 일이었다.
“꼭 그래야 하냐?”
“당연하죠. 범석 님은 저희 에이번드 대표팀의 주축 검투사에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가 지역민을 볼 면목이 없게돼요. 약속해주시지 않는다면, 절대 데리고 갈 수 없어요.”
저리 완강한 모습을 보이니, 범석도 어쩔 수 없었다. 마가렛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싸움은커녕 구경하러 가지도 못했다. 일단은 그녀의 말을 듣는 편이 좋았다.
“쩝 알았다. 그럼 데리고 가주는 거지?”
“네. 알겠어요. 대신 오늘 일은 절대 비밀이에요?”
“크크크. 염려하지 마라. 그건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이다. 그럼 난 가서 외출 신청을 하고 올 테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라.”
“네. 그럼 빨리 오세요.”
흥에 겨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숙소로 다시 올라간 범석이 손쉽게 외출증을 끊어서 다시 내려왔다. 검투사 영입 건을 핑계로 대니 순순히 외출을 허락한 것이다. 갓즈나이츠의 전력 강화는 곧이어 다음번 월드컵 대표팀 전력의 향상을 의미하니, 감독인 클라크로서는 도움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곧 마가렛과 함께 플라잉 카를 타고 리마시티 번화가로 향했다.
“자. 다들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 경찰들의 지원요청이 오면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말이야.”
마가렛의 외침에 100여 명의 MR보안 요원들이 서둘러 진압봉과 투명 쉴드를 착용하고는 줄을 맞춰 도열 했다. 이들이 위치한 곳은 번화가로 들어가는 북쪽 길목 옆에 있는 학교 운동장이었다.
지금은 만약에 있을 훌리건들이 북쪽 시내를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지만, 경찰이 지원을 요청하면 언제든 출동해야 했다.
검은 색 진압복을 착용한 채 마가렛의 뒤에 서 있던 범석이 따분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쩝. 훌리건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잖아.”
“네. 아마도 저희는 훌리건들 코빼기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지원업무가 주이니까요.”
범석이 진압봉을 바닥에 대고 이리저리 긁적여댔다.
“그럼 재미없어지잖아?”
“그건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경찰들이 무사히 진압을 완료하면 저희가 나설 이유가 없거든요.”
“왜? 우리도 나서면 더 편히 진압할 것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만, 돈이 문제죠. 저희가 진압을 위해 출동하게 되면 추가적인 비용을 경찰에서 지급해야 해요. 위험수당 같은 것 말이에요. 당연히 경찰로서는 부담스럽죠.”
범석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렇다면 그가 이곳에 온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범석이 굳이 외출증까지 끊으며 MR보안의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싸움구경을 위해서였다.
============================ 작품 후기 ============================
갑자기 모기가 늘었네요. 한 여름에는 많이 없더니, 지금은 거의 편대로 날아다닙니다. 아 이거 참나……. 날씨 시원하니 아무래도 모기도 살맛 나나봅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