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56
458화
주변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MR보안 요원들은 언제든 북쪽 길목을 막을 수 있도록 길가에 대기하고 있었고, 마가렛은 꾸준히 경찰들과 통신으로 대화하며 사태를 파악해 나갔다.
이 시간까지 발리케 지역 훌리건들은 아주 조용했다. 연락을 받기에는 대략 이천여 명가량이 리마 시티 콜로세움 광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비교적 차분하다고 했다. 이 정도 수라면 사고가 터져도 지금의 경찰들로 제압할 수 있으니, MR보안 요원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예상되었다.
통신을 끊은 마가렛이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범석에게 다가섰다.
“아무래도 오늘 조용히 넘어갈 것 같은데요.”
“쳇. 정말?”
“네. 발리케 지역 훌리건들이 다른 때와는 달리 꽤 조용히 시위를 벌이고 있데요. 그리고 난동 참여자도 지난 월드컵 때 일어난 사건 때보다 그 수가 훨씬 적고요.”
“그래? 얼마나 되는데?”
“고작 이천도 안 된데요.”
그가 넌지시 마가렛을 쳐다봤다.
“으음. 그 정도면 꽤 많은 것 아닌가?”
“아니에요. 아주 적은 편이에요. 알아보니 4년 전 월드컵 본선 때는 만 명 가까이 집결했다고 하더라고요.”
“헐. 아니 원정인데 만 명 가까이 집결해? 그게 가능해?”
“당연히 가능하죠. 고속 플라잉 카를 타고 오면 2시간이면 오는데, 그 정도도 숫자야 충분하죠. 예전에는 다른 지역 훌리건까지 난동에 참여하는 바람에 3만 넘게 모인 적도 있었어요.”
범석이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에서야 월드컵 관람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장난이 아니게 들기에 어렵지만, 이곳은 달랐다. 시외버스 비용만 감수하면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 수 있으니, 참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렇겠군. 그런데 왜 이렇게 훌리건의 수가 준 거지?”
“아마도 어제 시위가 초기에 진압된 원인이 큰 모양이에요. 비록 체포된 사람은 별로 없지만, 하루가 지났으니 훌리건들도 흥이 많이 떨어졌겠죠.”
“쩝. 그렇군. 이거 너무 아쉬운데……. 구경거리 좀 있나 왔더니, 헛걸음만 하게 생겼으니 말이야…….”
“뭐. 어쩔 수 없죠. 상황이 이런 걸요. 하여간 범석 님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보아하니 저희는 계속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듯 보이는데요.”
범석이 진압봉을 옆 간이 테이블에 걸치고는 애꿎은 바닥만 발로 걷어찼다. 싸움 구경도 없는데, 계속 여기에 있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숙소로 돌아가 발 닦고 잠이나 청하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글쎄. 이만 숙소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네. 하긴 저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때 테이블 위의 통신기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이에 마가렛이 다가가 스위치를 켜고는 홀로그램 화면을 띄웠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화면 속에 나타난 자는 조금 전 마가렛과 통화했던 경관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까의 평온함은 어디로 가고 다급한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 이봐! MR보안! 북쪽 진입로에서는 훌리건들이 몰려들지 않나!
“저희 쪽으로요? 설마 중앙 쪽 방어 라인이 뚫렸나요?”
– 그게 아니야! 지금 중앙 쪽 훌리건들은 미끼야! 주공은 외부 쪽에서 치고 들어오는 놈들이야! 지금 놈들은 우리 경찰들을 포위할 생각인 것 같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북쪽 멀리에서 요란스러운 함성이 들려왔다. 사잇길마다 몰려나온 훌리건의 수는 이내 대략 삼천까지 늘어나 있었다. 주인을 따라왔는지 엘프들도 상당수 껴있음을 봤을 때. 여기 100명의 요원들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듯 보였다.
“네. 오고 있어요! 어떻게 할까요!”
– 막아야 해! 그쪽까지 뚫리면 중앙에 있는 우리 경찰들이 후퇴할 곳이 없어! 지금 남쪽에서 치고 들어온 훌리건들이 순식간에 우리 이동차량 모두를 점거했고, 북서쪽과 서쪽, 동쪽에서도 다 치고 들어오고 있어! 반드시 막아야 해!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범석이 앞으로 나서려는 MR보안 요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해! 다들 일시 물러난다!”
이 소리를 들은 화면 속에 있던 경관이 버럭 소리 질렀다. MR보안이 물러나면 경찰들은 끝장이었다.
– 무슨 소리야! 너희가 도망치면 우리는 어떻게 해!
급히 테이블로 다가온 범석이 통신기를 집어 들고는 소리쳤다.
“여기 있는 수로는 저들을 못 막습니다!”
– 그래도 막아! 안 그러면 우리는 끝장이야!
인상을 찡그린 범석이 마가렛의 손목을 잡고 옆에 있던 학교 담을 넘었다. 훌리건 무리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뇨. 저희가 당하면 정말 끝장입니다! 그럼 그쪽이 탈출할 길이 영영 사라지게 되니까요.”
– 쌍!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모든 MR보안 요원들이 학교 담을 넘은 모습을 본 범석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 경찰 전력이 얼마나 됩니까?”
– 일반 경관 2,500명에 엘프로 구성된 기동대 500명이다.
“그럼 빨리 지금 북쪽 진입로로 오십시오.”
– 젠장 할!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
“잘 됐습니다. 빨리 이쪽으로 후퇴하십시오. 그럼 저희가 타고 온 차량으로 경관님들의 뒤를 쫓는 훌리건들의 앞을 잠시 막겠습니다. 그때 저희가 연합해 북쪽 진입로로 들어선 훌리건을 앞뒤로 치는 겁니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기에 경관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 좋다! 너희 말대로 하지. 그럼 우리는 계속 북쪽 진입로로 간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범석이 마가렛이 바라보자 그녀가 얼른 그 의도를 알아듣고 수송용 버스로 달려갔다. 옆에서 작전을 들었던 터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곧 빠르게 하늘로 치솟은 MR보안의 버스들이 남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 사이 범석은 담 위로 살짝 얼굴을 내밀고는 훌리건들이 모두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마가렛. 어디까지 허락돼?”
“허락되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진압 시 폭력 수위 말이야. 어느 한도가 있을 것 아니야?”
“글쎄요? 이번 경우는 거의 폭동수준이니까 최소한 골절상까지 용납하지 않을까요? 서……. 설마? 범석님도 진압에 참여하시게요?”
“후후. 그럼 어떻게 해?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들이 위기에 처했다는데……. 민주 시민으로서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지.”
마가렛은 그의 언사에서 진심이 묻어나오지 않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범석은 마치 작금의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버, 범석 님은 사흘 후에 시합이 있잖아요. 이런 곳에서 체력을 낭비해도 돼요?”
“상관없어. 가볍게 몸만 풀 거니까.”
“하, 하지만……. 어떻게 민간인을……. 그리고 범석 님은 우리 회사 직원도 아니잖아요.”
“아니긴 왜 아니야? 엄연히 이사 명부에 당당히 등록되어 있는데. 회사가 위기에 빠졌으니, 당연히 이사로서 발 벗고 나서야지.”
하긴 그는 MR보안의 주식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이사 명부에 올라 있었다. 직원은 아니지만, 관계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지만 말이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빨리 돌아가 주세요. 여기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후후. 너나 여기에 있어. 우리 예쁜이가 다치면 내가 마음이 아프니까. 그럼 잘 있어라.”
안면 실드를 올린 범석이 그녀의 이마에 살짝 뽀뽀하고는 바로 담을 뛰어넘었다. 대화하는 사이에 모든 훌리건이 남쪽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내 눈치를 살피던 요원들이 마가렛의 무언의 명령을 받고는 그를 따라나섰다. 고집 센 범석을 막기보다는, 보안 요원들로 옆을 지원하게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혼자 간다면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모두 추행진을 구성하고 급속 전진한다!”
범석의 명령에 뒤를 따르는 요원들이 어색하나마 추행진을 구성했다. 이들 모두는 프로 검투사로 활약한 전적이 있거나 아마추어 검투팀에서 활약을 하고 있기에, 대충이나마 추행진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먼저 앞서 나간 훌리건과의 거리를 바짝 좁히고는 그대로 뒤를 쫓기만 했다. 경찰들이 보일 때까지는 최대한 충돌을 피하는 편이 좋았다.
“뭐야? 아까 도망간 보안 요원들이 우리를 쫓고 있잖아! 뭐해! 다들 멈춰 봐!”
뒤를 힐끔 바라본 한 훌리건으로 MR보안 요원들의 추적이 발각되었다. 이내 놈들의 꽁무니에서는 수백의 인파가 떨어져 나오더니, 범석의 앞길을 막아섰다. 쪽수를 믿었는지 아니면 분위기에 취했는지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있었다.
“뭣들 해! 얘들 별것 아니다! 당장 해치워 버려!”
이윽고 큰소리를 빵빵 친 놈 남자들은 뒤로 물러나고, 수십의 엘프들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이에 범석이 한심한 시선으로 뒤에서 자신들을 노려보기만 하는 사내를 바라봤다. 아무리 자신들이 엘프 타격대로 구성되어 있지만, 부랄 두 쪽 찬 놈들이 저리 휘하 엘프들에게만 기대니 어이가 없었다.
짜증이 난 그가 번쩍 든 손을 내리며 모두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자. 다 쓸어버린다! 모두 돌격해!”
맨 앞에서 돌진해 들어가는 범석이 마침 자신에게 달려드는 붉은색 머리칼 엘프의 무릎을 힘껏 방패로 내리찍었다.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엘프를 밀어낸 그가 뒤이어 다가오는 푸른색 머리칼의 엘프를 어깨를 진압봉으로 찌르고는 힘껏 무릎 부위를 걷어찼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그녀의 오른쪽 팔을 잡고는 그대로 역십자로 꺾어버렸다.
“꺄아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범석과 MR보안 요원들은 파죽지세로 훌리건 엘프들을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주인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지만, 잘 훈련받고 좋은 장비로 무장한 보안 요원을 상대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곧 상황은 정리되었고 훌리건 엘프들은 형편없는 몰골로 바닥에 쓰러져 고통의 신음을 흘려댔다.
“좋아! 이제 저 내시 같은 놈들을 해치운다!”
범석과 MR보안이 다가오자 인간 훌리건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동료가 있는 남쪽으로 줄행랑을 쳤다. 몇몇은 자신의 엘프가 걱정되었는지 남아있었지만, 감히 길을 막지 못하고 주변 건물이나 골목길 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본 범석이 이내 긴 한숨을 내쉬고는 버럭 소리쳤다.
“뭣들 해! 빨리 자기 엘프들 데리고 인근 병원으로 가! 미적거리면 누워있을 침상도 없을 거다! 내가 곧 병원이 미어터질 정도로 환자를 보낼 테니까 말이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주인들이 나와 휘하 엘프들을 찾아 부축했다. 그리고 삼삼오오 짝을 짓더니, 전자수첩을 꺼내 콜택시를 부르고 있었다. 아마도 이만 돌아갈 모양이었다.
이에 범석이 대원들의 대열을 정돈하고는 다시 쾌속 전진을 시작했다. 지금은 경찰들을 구원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했다.
우와아아아! 우와아아아!
“경찰 놈들을 다 쓸어버려! 모두 돌격해!”
“그래! 놈들을 다 잡은 다음. 오늘 리마 시티를 점거하는 거다!”
범석이 다시 꽁무니를 따라붙자, 경찰과 충돌을 빚는 훌리건 무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천이나 되는 자신들의 숫자를 믿는 것인지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지만, 얼마 안 가 비명을 질러대며 처참하게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경찰들의 수도 삼천이나 되니 훌리건들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물론 남쪽 저편으로 까마득할 정도의 훌리건 무리가 뒤를 쫓고 있지만, MR보안 차량의 무인 기동에 막혀 멈춰있는 상태였다.
지금 25승 버스 다섯 대와 장비 차량 2대가 좌우로 빠르게 왕복하며 위협을 하는 터라, 훌리건 본진이 쉬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여기서 대기한다!”
범석이 뜻밖에 돌진을 포기했다. 경찰들이 훌리건들을 밀고 이 자리로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현재 그가 서 있는 장소는 양쪽으로 골목길이 나 있는 사거리였다. 여기서 경찰들과 함께 훌리건들을 앞뒤로 압착해 버리면, 놈들은 골목길을 따라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물론 포위 공격에도 계속 저항할지 모르겠지만, 저들은 전문 싸움꾼이 아니었다. 심기가 약한 한둘이 도망을 치기 시작하면 파도에 쓸리는 모래알갱이처럼 흩어지다가 결국 골목으로 달아날 터였다.
잠시 후 계속 밀린 훌리건들이 골목길에 다다랐을 무렵. 범석이 모두와 함께 돌격해 들어갔다.
“자 모두! 죽지 않을 정도만 패버려!”
그와 MR보안 요원들이 들이닥치기가 무섭게 좌우에 있던 몇몇 훌리건들이 골목길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 범석과 맞붙다가 혼이 난 놈들이었다. 순식간에 수십의 엘프들이 전멸한 모습을 지켜본 터라, 차마 대적해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다 싶은 범석과 MR보안 요원들이 무자비하게 진압봉을 휘두르며 차례로 훌리건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단지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범석이 앞장서며 길을 뚫고 있기에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젠장! 이 자식들은 또 뭐야!”
“뭐해! 막아!”
방금 소리를 내지른 사내 앞까지 당도한 범석이 바로 대퇴부를 향해 힘껏 진압봉을 내리쳤다. 가히 인간으로서 받아낼 만한 충격이 아니기에, 놈은 처참하게 부러진 다리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하하하! 너희 이제 다 죽은 거다!”
범석의 광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MR보안 요원들이 과감하게 전진해 들어가며 훌리건들을 쓸어버렸다. 앞뒤로 거센 공격을 받게 된 놈들은 얼마 안 가 자신들의 불리함을 깨달았는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할! 모두 도망쳐! 일단 흩어졌다가 본진과 합류해서 다시 공격한다!”
이내 썰물처럼 골목길로 사라져가는 훌리건들. 겨우 포위망을 뚫게 된 경찰들이 부리나케 북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 체면에 훌리건들에게 쫓긴다는 것이 창피한 일이지만, 수적으로 밀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그들의 뒤를 쫓는 훌리건들은 족히 2만이 넘어섰고, 그 중 수천은 철부진 주인을 따라나선 엘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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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왔더니 정신이 없네요. 이만 자러 가야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