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59
461화
‘휴~ 역시 장난이 아닌데. 이거 잘못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당하겠어.’
프리시카와 라카미의 연합 공격에, 범석은 등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납게 공격해오는 그녀들의 연합공격을 보니, 앞으로의 상황이 그다지 용이하게 풀리지는 않으리라 예상되었다.
그 모습에 기가 살았는지 프라시카가 더욱 거세게 검을 휘저으며, 그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범석 님. 이제까지의 자신감은 다 어디 가신 거죠? 마치 꼬랑지를 만 강아지 같아서 가련해 보이는군요.”
노기가 머리까지 치솟을 만한 조롱이었지만, 범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의 검을 받아내었다. 아니 입가로 여유로운 미소까지 내보이고 있었다. 지금 그의 뇌리 속에는 프리시카의 말을 고스란히 입력시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안 있으면 수백 배로 고스란히 되갚아 줄 수 있었다.
“후후. 그래 계속 까불어라. 나중에 아주 단단히 후회할 테니까.”
“여전히 큰 소리이시군요. 그런 말씀은 저희를 이기고나 하셔야죠.”
“뭐. 딴에는 그렇기는 하네.”
범석이 그녀의 검을 피해 크게 뒤로 물러나고는 라카미가 내지르는 검끝을 창대를 쳐냈다. 그리고 양팔을 크게 끌어당기며 반월날 부위로 바닥을 힘껏 긁어버렸다. 이윽고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빠르게 회전하는 창끝이 프리시카의 검에 튕겨나더니, 공격을 가하려던 라카미의 안면 쪽으로 날아갔다.
“언니! 위험해요!”
프리시카의 외침으로 정신이 번쩍 든 라카미가 간신히 검을 역으로 세워 시퍼런 기운을 뿜어내는 창날을 막았다. 이대로 범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면 그대로 당할 뻔했던 터라, 뒤로 주춤거리는 라카미의 표정에는 잔뜩 긴장감이 가미되어 있었다.
게 다리를 집으며 천천히 프리시카에 다가선 그녀가 조용히 읊조리듯 말했다.
“범석 님. 역시 보통 검투사가 아니야. 전에 내가 어이없이 당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
“맞아요. 범석 님은 자키드 님이나 아멜리에 언니와 달리 공격 형태가 아주 노련하고 자유분방해요. 평상시처럼 생각하고 넋 놓고 들어가다가는 순식간에 당해요. 일단 완벽히 방어 태세를 갖춘 후, 여유가 있을 때 공격하는 것이 좋아요.”
“으음. 아무래도 그렇듯 보여.”
라카미가 더욱 프리시카의 옆에 붙고는 검을 중단에 세웠다. 자신은 방어에 치중할 생각이었다. 보아하니 자신보다 범석을 더 연구한 듯 보이니, 공격은 그녀에게 일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쩝.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군. 라카미를 먼저 해치워야 하는데, 저리 뒤로 물러나 있으니…….’
범석이 입맛을 다셨다. 프리시카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은 바로 라카미의 제거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방어에 치중한 채로 꿈쩍도 않고 있었다. 공격을 담당하는 프리시카보다 방어를 하는 라카미를 해치우기가 더 어려운 일. 여간 곤란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여유를 부릴만한 시간이 없었다. 지금 본진 간의 전투에서 에이번드가 켈로트에게 다소 밀리고 있었다.
범석이 둘을 맡고 있기에 수적으로 하나 우위에 있지만, 개개인의 실력이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져 그다지 효용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하나가 당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급속도로 전세가 기울어질 것이었다.
그럼 금세 경기가 종료될 터, 어떻게든 프리시카의 건을 시급히 마무리해야 했다.
그 사이 본진 간의 전투를 살핀 프리시카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나저나 갓즈나이츠도 꽤 발전했군요. 아무리 수적으로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에이션트 워리어즈와 메넥스 오딘즈의 연합 팀인 켈로트 대표팀을 상대로 저리 버티니 말이에요. 그것도 다른 대표팀 차출로 주요 검투사가 몇 명 빠져나간 상황에서 말이에요.”
“다들 유망주들이니 하루하루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아마 2~3년만 착실히 커 나가면 모두 검투계에서 한 명성 얻을걸.”
“네. 그렇겠네요. 암만 봐도 앞으로의 검투계는 갓즈나이츠가 홀로 휘어잡을 것 같아요. 제 예감으로는요.”
범석이 창대를 허리쯤에서 가로로 눕혔다. 기분 좋은 말이지만, 지금 그녀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후후. 그런데 그런 쓸데 없는 소리할 시간도 있고, 너 참 여유롭다.”
“그렇게 보였나요? 이거 실례했군요. 검투계 최강의 검투사를 앞에 두고 여유를 부렸다니, 정말 부끄러워지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비웃음 끼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범석이 최강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들 둘이 붙으면 상대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만큼 1대 다수의 싸움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좋아. 그럼 이쯤에서 다시 시작하지.”
힘껏 땅을 박찬 범석이 전력을 다해 프리시카의 이마를 향해 창대를 내리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팔로 전해지는 검의 진동을 느낀 그녀가 긴장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 지난 일 년 새 그의 신체능력이 더욱 향상됐음을 깨달은 탓이다. 아무래도 이제는 홀로 그를 상대하기란 어려울 듯싶었다.
‘역시 범석 님은 대단해. 저 검술 솜씨에 이만한 힘이라니, 가히 최강이라고 불릴 만한 해. 이제 자키드 씨나 아멜리에 언니도 저분에는 한 수 접어줘야 할 거야.’
프리시카는 이제 그를 자키드와 아멜리에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지난 시즌 범석이 그들과 싸워 우위의 실력을 보인 데다가, 지금 자신이 맞서 싸워 보니 여느 누구보다 상대하기가 버거웠던 것이다.
정말 여기서 더 성장세를 보인다면, 검투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바로 그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S0급 검투사의 탄생 말이다.
‘정말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야. 역대 최강의 시대에서 나도 한 이름을 올릴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여기서 끝내서는 안 돼. 어떻게든 저들과 상대할 실력을 쌓아야 해. 아니면 그저 그런 검투사로 역사에 남게 될 테니까 말이야.’
어느새 프리시카는 작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전 같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최강의 자리를 빼앗아 갔던 범석과 자키드, 아멜리에를 원망했겠지만, 이제는 전혀 달랐다.
얼마 안 있으면 주인을 얻게 될 테니, 본연의 검투사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저런 실력자들을 상대로 최강의 자리를 다툴 수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그녀에게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다.
프리시카가 곧 호쾌한 동작으로 검을 뻗으며 범석을 공략해 들어갔다.
“이야앗!”
긴 궤적을 그리는 프리시카의 검을 허리 숙여 피한 범석이 바로 몸을 날려 라카미의 다리 쪽에 창대를 걸었다. 하지만 항시 공격에 대비하고 있던 그녀는 살짝 뒤로 피하고는 프리시카의 옆에 섰다. 라카미는 여전히 방어에 치중할 생각이었다.
그때 범석의 귓가 스피커에서 여인의 비명이 들려왔다. 상황이 궁금해 뒤로 돌아보려고 했지만, 연속적으로 검을 내리치며 다가오는 프리시카와 라카미로 불가능했다.
지금 그는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항시 들어왔던 목소리였기에, 방금 비명을 지른 상대가 오스칼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쳇. 역시나 오스칼은 이런 중요 경기의 주전 선봉으로는 모자라……. 이거 샤일라의 빈 공간이 너무 큰데.’
오스칼은 현재 W2급의 검투사. 강자이기는 하지만, 켈로트 대표팀을 상대로는 모자란 감이 많았다. 게다가 그녀는 거검을 주로 사용하고 있기에, 돌파에는 유용하나 재빠른 잔수에 쉽게 당하는 단점이 있었다.
당연히 범석으로서는 이라트로 간 샤일라의 빈자리가 너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녀만 있었다면 클라크 감독이 오스칼을 선봉에 세우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쉬움으로 시간 낭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하나가 쓰러진 이상, 이제 에이번드 대표팀 본진은 급격히 무너져 내릴 터였다. 가부간에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프리시카의 공략은 물 건너갔다.
‘역시 육참골단의 묘리밖에 없나?’
조금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지금 빨리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본진이 무너지면 1라운드는 보나 마나 패배이니, 앞으로 일정이 골치 아파졌다.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빨리 프리시카의 공략을 마무리하고 본진을 도우러 가야 했다. 날카롭게 눈매를 빛낸 범석이 급히 뒤로 물러나 창대를 오른손으로 쥔 다음, 왼손으로 허리에 착용하고 있던 카타나를 쭉 뽑아들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갈 테니 각오해라.”
그의 손에서 회전하는 검과 창을 바라본 프리시카가 피씩 웃었다.
“호호호. 일검일모라? 무구를 동시에 두 개 든다고 과연 저희를 쉽게 이길 수 있을까요?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검투사는 쌍검사가 됐겠죠. 범석님도 잘 아시죠? 무구 2개를 사용하면 공수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으로 힘과 집중력이 분산되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후후. 당연히 알지. 하지만 너희를 쓰러뜨리는 데에 이만한 것이 없으니, 채택한 것 아니겠냐?”
그 말에 프리시카가 조심하라며 슬며시 라카미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의 호언장담에 뼈가 들어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런 범석을 허투루 상대하다가는 크게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주눅이 든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는지, 그녀가 크게 소리치듯 말했다.
“이거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한 번 와보시죠.”
“그러지 뭐.”
그 말을 한 범석이 창대와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전가했다. 그리고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그녀들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뒤이어 이어지는 여러 번의 충돌음과 함께 그의 검 끝이 프리시카의 허리를 향했다.
청명한 소리와 함께 검이 막힌 뒤, 크게 뒤로 튕겨져나가자, 그가 창을 회전시키며 그녀의 안면에 반월날을 날렸다.
“그걸로는 안 되죠!”
상체를 젖혀 범석의 공격 궤적을 피한 프리시카가 그의 허리 쪽을 향해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동시에 라카미도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며 그의 안면에 검끝을 찔러넣었다.
차창. 창.
지금은 범석을 가운데로 하고 좌우로 프리시카와 라카미가 교차하는 형상이었다. 이 상태로 불꽃이 튈 정도로 힘 싸움을 벌이는 그가 인상을 마구 찡그렸다. 아무리 신체적으로 크게 도약했다고 하지만, S급 검투사 둘의 힘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런 그를 본 프리시카가 불안한 낯빛을 했다. 극히 불리하다는 사실을 잘 알만한 범석이 이처럼 힘 대결을 벌여오니 이상했던 것이다. 뭔가 노리지 않았다면, 이딴 저급한 수를 쓰지는 않았을 터였다.
‘도, 도대체 이유가 뭐지? 이런 바보 같은 짓은 아마추어 검투사도 안 해! 뭔가 노리는 것이 분명해!’
그러는 사이에도 프리시카와 라카미의 검이 거의 그의 몸에 다다르고 있었다. 여기서 좀 더 밀어붙여 슈트에 날이 다음 그대로 긁어버리면 범석은 여지없이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서, 설마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할 셈인가?’
지금으로서는 그 수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렇듯 지근 거리에서는 서로의 검이 맞닿고 있으니, 어느 한 분위만 내어주어도 쉬이 자신들 중 하나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창백한 얼굴을 한 그녀가 라카미를 향해 소리쳤다. 자신이 노림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 탓이다. 어차피 같은 값에 뼈를 노린다면 중요한 부위를 노리편이 나았고, 그 대상은 실력이 더 뛰어난 자신일 수밖에 없었다.
“라카미 언니! 범석 님이 나를 노리고 있어요!”
순간 찰나에 가까운 힘의 공백을 느낀 범석이 창대를 틀어 프리시카의 검을 쳐낸 다음 그대로 라카미를 가슴을 향해 뻗었다. 아주 빠른 기습이지만 그녀는 급히 칼자루를 빗겨 쳐 막아냈다.
프리시카에 경고를 들어던지라,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뻗어오는 프리시카의 검을 막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던 그의 검이 그대로 허리 쪽을 향해 파고들자 미처 대비할 수 없었다.
이윽고 라카미의 허리에 검으로 인한 강력한 타격음이 들려왔고, 프리시카의 검은 범석의 어깨 아래 부위에 막혔다.
퍽. 퍽.
어이가 없던 라카미가 두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꿇었다. 이에 당황스러웠는지 프리시카가 멍한 시선으로 한쪽 팔을 축 늘어뜨린 범석을 바라봤다. 그의 전략은 눈치챘지만, 대상이 라카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내 그녀의 입에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일은 벌어졌지만, 여전히 지금의 상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 어째서 제가 아닌 라카미 언니를 노리신 거죠?”
“아? 방해가 돼서. 좀 귀찮았거든.”
프리시카가 머리를 마구 흔들었댔다. 그딴 말로 이해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설마 제가 아닌 처음부터 라카미 언니를 노릴 작정으로 오른팔을 희생했다는 말인가요?”
“응. 맞아.”
“어째서요?”
범석이 슬며시 자리를 이동했다. 행동불능 상태에서는 외부의 말이 들리지 않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라카미에게서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가 따라오는 프리시카를 향해 검끝을 세우며 말했다.
“속 편히 너와 싸우기 위해서 말이야. 나는 오늘 너를 크게 혼내줄 예정이거든.”
황당한지 프리시카가 헛웃음을 흘려댔다. 한쪽 팔로 자신을 어찌해보겠다니, 어이가 없었다.
“재미있군요. 그 상태에서 절 혼내주겠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엉. 나 화나면 아주 무섭거든. 버릇없는 엘프 하나 엉덩이 쳐줄 정도는 된다.”
“뭐. 그렇다고 치죠. 그런데 도대체 제가 뭐가 버릇없다는 거죠?”
“너도 알잖아. 지난 이적 기간에 제이드 씨와 짜고 나를 엿먹이려고 했던 사건 말이야. 게다가 오늘도 아주 말하는 본새 제법 거창하고 말이야. 하여간 넌 내게 단단히 찍혔다는 것만 알아둬라.”
프리시카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엘프로서 주인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뭐가 잘못된 건가요? 그리고 범석과 저는 적이에요. 당연히 이런 말장난쯤은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범석이 전혀 아니라는 듯 검끝을 흔들어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덕분에 그는 큰 손해를 입을 뻔했다. 여기에 대한 일은 반드시 응당한 보답이 따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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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좀 다녀왔습니다. 신작을 쓰기 위해서 전문 서적을 읽을 필요가 있는데,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가보니 일단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책은 내용을 보고 사는 편이 낫더라고요. 인터넷은 편하기는 하지만, 선택의 폭이 좁아서 책 사는데에는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