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60
462화
“후후. 물론 네 입장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범석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던 프리시카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런 정신 공격도 경기의 일부였다. 여기에서 평정심을 잃으면 자신만 손해였다.
그녀가 손에 든 검으로 범석을 겨누며 말했다.
“범석 님이 그리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시합은 계속해야겠죠?”
“뭐. 그렇겠지. 원하다면 와라.”
프리시카가 좌우로 스텝을 밟더니 이내 지근 거리에서 점프해 범석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빠르고 세밀한 공격이지만 그는 최대한 집중해 방향을 읽고는 그대로 검면을 쳐내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뒷걸음치며 재차 이어지는 가로 베기를 피해냈다.
맹렬한 바람 소리가 가슴 부위를 스치자, 그가 다시 몸을 날렸다. 프리시카의 검이 오른쪽 어깨로 날아들고 있었던 탓이다. 오른팔은 못 쓰지만 막는 일쯤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범석은 바로 부분 행동불능이 된 팔뚝으로 그녀의 검을 막고는 그대로 자신의 카타나를 내질렀다.
“어딜요!”
상체를 뒤틀며 옆으로 회피한 프리시카 다시금 살짝 검을 들어 올린 후, 그대로 휘둘렀다. 강한 공격이 아니었기에 범석은 여유롭게 막아내고는 빠른 로우킥으로 그녀의 무릎을 타격했다.
살짝 휘청거리는 프리시카. 범석이 곧바로 발을 바꿔 그대로 그녀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러나 이미 프리시카는 공격범위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미리 알고 회피한 것이 틀림없다고 예상한 그가 힘껏 뒤로 점프했다.
‘역시. 만만치가 않군. 아무래도 공격을 다변화해야겠어.’
안면 가까이까지 검끝이 뻗어 나오고 있음을 확인한 범석이 간담을 쓸어내렸다. 프리시카의 대응능력에 놀란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나왔음이 확실해 보였다.
그가 살짝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프리시카를 바라봤다. 이제 작업을 시작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후후. 이거 대단할걸. 가히 장난이 아니야. 자칫 실수하면 도리어 내가 당하겠어.”
“자칫이 아니라, 오늘 범석 님은 저에게 확실히 당할 거예요. 한쪽 팔뿐이 사용하지 못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면, 검을 내려놓고 검투계를 은퇴해야죠. 안 그래요?”
“호오. 그래? 다행이군. 덕분에 내 마음이 편해졌네.”
프리시카가 의아한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
“아니 왜? 범석 님께서 마음이 편해진다는 거죠?”
“아주 간단해. 내가 이번에 이긴다면, 굳이 양심의 가책을 무릅쓸 필요가 없거든. 네가 스스로 검투계를 떠나겠다고 말했으니 말이야. 안타깝지만 오늘 경기가 바로 네 마지막 무대가 될 거다.”
콧방귀도 뀌지 못할 황당했던 프리시카가 그를 노려봤다.
“흥.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군요. 누구 마음대로 제가 검투계를 떠나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욧!”
“누구긴. 앞으로 네 주인이 될 자의 마음대로지.”
순간 불안감을 느낀 프리시카가 살짝 입술을 떨었다.
“아, 앞으로 제 주인이 될 사람요?”
“그래. 바로 나 말이다.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난겨울부터 월드 워커 오션 마켓에 출입하며 너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매에서 바로 프리시카, 널 구매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 아니 왜요?”
범석이 입가에 비릿한 웃음기를 머금었다.
“흐흐흐. 당연히 복수지. 나는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거든. 지난겨울 네게 당한 이후로, 편히 밤잠을 이룬 날이 없었다. 단단히 각오하는 편이 좋을 거다.”
얼굴이 칠흑빛이 된 프리시카가 뒷걸음질을 쳤다. 그가 어떤 복수를 해올지 몰라 두려웠던 것이다.
“저, 절. 구매해서 어쩌시려고요?”
“간단해. 너를 은퇴시킨 후, 평생 주인 없이 살게 할 거다. 바로 독수공방 신세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거지.”
큰 충격을 받은 프리시카가 몸을 휘청거렸다. 엘프에게 있어 주인 없이 살다 죽는 인생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마, 말도 안 돼요! 제 몸값이 얼마인 줄이나 아세요? 지금 범석님은 그 돈을 그대로 허공에 날리시겠다는 건가요?”
“못할 것도 없지. 너도 잘 알다시피, 나는 최초로 개인회사 성격의 검투 팀을 만들었다. 즉 구매하는 즉시 몸값이 1/3로 떨어지는 검투사 트레이드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뜻이지. 그런데 복수를 위해 몸값 모두를 포기하는 짓을 못할까 봐 싶어서? 그럼 네가 단단히 착각한 거다.
경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반드시 너는 내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 거다.”
“아, 아니 거짓말 마세요! 지금 절 쓰러뜨리기 위해 속임수를 쓰시는 거죠!”
범석이 검끝을 바닥으로 향하게 다음 광소를 뿜어댔다.
“흐흐흐. 거짓말이라고? 난 이미 너를 구매하기 위해 100억 크랑 정도의 현금을 마련했고, 만약을 대비해 200억 크랑을 대출할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다. 뭐. 네가 정 못 믿겠다면 근자에 우리 팀을 방문해라.
그럼 자금 준비를 마쳐놓았다는 서류를 보여줄 테니까. 아니 그럴 게 아니라 그냥 1라운드를 마치고 돌아가 메일을 살펴라. 내가 팀 사무실에 연락해 관계 서류를 보내라고 할 테니까.”
이쯤 되자 프리시카도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서류를 당장 보여준다고 하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득한 기운에 뇌리를 점령당한 프리시카가 다시금 되물었다.
“저, 정말 그럼 범석 님이 제 주인님이 되시는 건가요?”
“후후. 그럼 당연하지. 다만 한 가지. 서류상의 주인만으로 남는 점이 네가 서글픈 일이겠지만 말이다…….”
프리시카가 입을 꾹 다문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엘프로 태어나, 주인 없이 수십 년간을 검투사로 생활해온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꿈의 무대라고 생각하고 있던 월드 워커 옥션 마켓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바짝 세우고 있는 악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로서는 절망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흑흑. 너, 너무해요.”
살짝 마음이 약해진 범석이 거칠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여기서 말을 물렸다가는 오늘의 승리는 물 건너갔다.
“흠흠. 다 네가 자처한 일이니 원망하지 마라. 자. 그럼 다시 시작해야지. 마지막 피날레를 어영부영 보낼 수는 없잖아.”
프리시카가 간신히 검을 들어 올렸다. 좌절감에 빠져 싸울 힘도 없지만, 경기는 지속해야 했다. 아직은 확실한 내용이 아니니, 최선을 다해 싸워야 했다.
“흑. 조, 좋아요. 가죠. 단단히 각오하세요.”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프리시카를 바라보며 범석이 살짝 긴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힘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검을 한 번 받아보고는 득의의 표정으로 일관했다.
겉모습만 그럴싸할 뿐이지, 알맹이는 텅 비어있었다. 지금 프리시카의 검세는 힘만 있을 뿐, 기교는 전혀 섞여 있지 않았다.
뭐랄까? 그저 의무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다고 표현할 만할까? 하여간 이 정도면 후보인 엠마에게도 쉽게 당하게 되었다.
‘좋아. 제대로 먹혀들었어. 오늘 경기는 이제 가능성이 있다.’
범석이 날아오는 검을 쳐낸 다음, 가로 무릎을 날려 프리시카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아주 제대로 먹힌 타격이었기에, 그녀는 몸을 휘청거리며 옆으로 밀려났다. 이때다 싶은 그가 날카롭게 제어한 검끝을 내리며 그녀의 안면을 공격했다.
깡 하는 소리와 튕겨 나가는 범석의 검. 몸이 열릴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았다. 재차 이어지는 그녀의 공격이 엉뚱한 안면으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바로 자신의 카타나를 되돌린 후 막은 다음, 발로 프리시카의 복부를 찼다.
“으윽!”
충격에 프리시카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뒤로 물러났다. 이때다 싶은 범석이 측면으로 돌아 그녀의 엉성한 반격을 피한 다음 그대로 목 부위를 카타나로 내리쳤다.
완벽한 타격음이 들린 이후, 프리시카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홈팬의 함성과 함께 범석이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아쉽게 됐네. 마지막 경기에서 이런 추태를 보였으니 말이야. 그럼 나는 급해서 이만…….”
이 말을 한 범석이 급히 본진 쪽을 향해 달려갔다. 운이 좋아 오스칼 이후로 추가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크게 밀리고 있는 상태였다. 지원이 없다면 곧 무너져 내릴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가서 측면을 지원해야 했다.
“범석 님이 온다! 모두 조심해!”
범석이 다가오자, 켈로트 대표팀 본진이 크게 흔들렸다. 그를 제압하기 위해 무리를 감수하고 보낸 프리시카와 라카미가 모두 당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전으로 그가 오른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상태에서도 프리시카는 단숨에 해치웠다. 이들로서는 범석을 상대하기가 상당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대장인 테를리가 전면에 서 있던 칼라스를 향해 외쳤다.
“이롤리타! 가서 범석님을 막아!”
이내 이롤리타가 진형에서 빠져나오더니 범석의 앞에 섰다. 그녀는 세계 검투사 순위 10위에 올라있는 막강한 검투사. 그로서도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면 에이번드 본진의 부담감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맹렬한 기세로 검을 휘두르며 이롤리타를 공격해 들어갔다.
“이롤리타! 각오해랏!”
여러분 충돌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양 진영이 사력을 다해 전투를 벌여나가고 있었다. 상황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백중세. 순간의 실수가 1라운드의 결과가 판가름날 수 있기에, 검투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대장으로서 에이번드를 진두지휘하던 세이야가 힐끔 자신들과 떨어져서 싸우고 있는 범석을 바라봤다. 비록 한쪽 팔을 못 쓰고 있지만, 그녀의 주인은 이롤리타와 대적하며 다소 우위의 기세를 점하고 있었다. 단번에 제압하지는 못할 듯 보이지만, 확실히 지지는 않을 듯 보였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비겨야 하나? 승부를 걸어야 하나?’
1라운드의 최선의 결과는 무승부. 그런데 범석의 활약으로 지금 그 기반이 확실히 잡혔다. 이런 백중세라면 누군가 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무승부로 마감할 수 있을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8강 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자신들이 이기는 편이 좋았다.
에이번드는 2진급이 무척 약하기에, 2, 4라운드에서 패배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1라운드를 자신들이 따간다면 2라운드에서 패해도, 양 팀의 성적은 같았다.
‘자. 만약 승부를 본다면, 무슨 전략이 좋을까?’
현재 에이번드는 수적으로 켈로트 대표팀에게 하나 앞서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양 팀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난전이 벌인다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난전 시 한 명의 우위가 상대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다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난전을 유도하면 분명 켈로트 대표팀의 누군가는 바로 누군가는 2대1의 승부를 펼쳐야 할 테니, 여기서 승부가 빨리 나버리면 전세는 가차 없이 우리에게 기울어질 거야. 물론 그전에 다른 동료가 당하면 곤란한 일이지만, 오늘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모험을 걸어야 해. 좋아. 한 번 해보자.’
결심한 세이야가 앞에 서 있던 니키타를 불렀다. 그녀는 비격창이 있기에 진형을 이탈하지 않고도, 이롤리타를 공격할 수 있었다. 즉 어느 정도 상황을 살필 수 있니, 이번 전략의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니키타 언니. 언니는 이롤리타의 공격에 전념하세요.”
“세이야. 괜찮겠어?”
“상관없어요. 만약 운이 좋아 이롤리타를 잡으면 우리가 승리고요. 그리고 실패해도 저들은 그녀를 보호해야 할 검방 검투사 하나를 내보내야 하니, 잠시 생길 열세는 금방 복구할 수 있어요.”
“알았어. 그럼 잠시 기다려. 어차피 하는 일이니, 제대로 된 기회를 노려야지.”
“네. 그건 언니에게 맡길게요.”
고개를 주억거린 니키타가 비격창을 날릴 준비를 했다. 덕분에 본진 선두가 밀리는 감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차분히 기회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잠시 기다림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범석이 이롤리타를 밀어붙이며 본진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도 언제든 여유가 생긴다면 가차 없이 켈로트 대표팀 본진을 칠 생각이었기에,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1라운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켈로트 대표팀 검투사 하나를 더 쓰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지, 지금이다!’
순간 니키타가 창끝을 옆으로 기울이며 이롤리타를 겨누었다. 범석의 공격으로 그녀가 등을 보이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완벽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곧 그녀는 맹렬한 기세로 비격창을 날렸다.
“이롤리타 뒤를 봐!”
한 동료의 외침에 이롤리타가 급히 고개를 되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향해 날아오는 창끝을 보고는 기겁하며 상체를 틀었다. 하지만 니키타의 비격창은 아주 좋은 장점이 있었다. 창대를 놓지 않기에 언제든 방향을 틀 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곧 미세한 조정을 받은 니키타의 창끝이 살며시 틀어지며 이롤리타의 옆구리를 향했다.
“젠장 할!”
화급히 검을 되돌려 창대를 쳐내는 이롤리타. 하지만 그 선택은 추운 날 언 발에 오줌을 놓는 일과 다름없었다. 그녀의 앞에는 바로 범석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한쪽 팔을 쓰지 못하지만, 전혀 손도 쓸 수 없는 이롤리타를 베지 못할 리가 없었다.
곧 그의 검에 머리를 정확히 타격 당한 이롤리타가 중심을 회복하지 못한 채 먼지가 날리는 바닥에 쓰러졌다.
“레비아! 가서 범석 님을 막아! 칼라스는 그녀의 뒤를 보호하고!”
테를리가 두 검투사를 마크맨으로 내보내는 모험을 걸었다. 한 명이라도 아쉬울 판이지만, 이롤리타가 어이없게 쓰러지는 장면을 보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곧 켈로트 본진의 붕괴를 가져왔다.
세이야가 카젤라와 베르티아를 지원을 보낸 것이다. 이에 테를리는 계속해서 마크맨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 가서는 난전으로 변모했다.
이후 경기는 너무 빤했다. 2명이나 수적 열세가 나는 상황에서 난전이 벌어졌으니, 켈로트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곧 그들은 차례로 동료를 잃더니, 얼마안가 전멸을 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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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몸살 감기에 걸린 듯싶습니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오한이 오네요. 에고에고 오늘은 일찌감치 자야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