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78

480화

아늑하고 널따란 호텔 방 안. 범석과 데레사가 천연의 몸으로 서로 뒤엉켜 있었다. 이들의 피부는 붉은 조명 속에 은은한 핑크빛을 발하고 있었고, 데레사의 검은 머리칼은 뒤엉킨 채로 침대 위를 흘러다녔다.
간절한 표정으로 범석을 향해 입을 내미는 그녀. 하지만 그는 무시한 채 부드러운 여체의 피부를 거친 손길로 애무할 뿐이었다. 입안에 독약에 들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면 같이 죽게 되겠지만, 혹여 데레사가 해독제를 미리 먹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 자신만 저세상 길이었다.

‘휴~ 정말 긴장의 연속인데. 이거 장난이 아니야.’

여인을 안으며 범석이 이처럼 냉정함을 유지하기는 처음이었다. 재수 없는 게임 엔딩을 피하려는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왠지 흥도 동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여인과의 정사라고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범석 씨. 왜 키스를 거부하시죠?”

“그냥. 데레사 양을 아껴주고 싶어서요. 이해하시죠?”

나신으로 침대 위를 구르는데, 아낌이 어디에 있겠는가? 분명 아직도 자신을 경계한다고 생각한 데레사가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시간을 두고 그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오늘 크게 실패를 봤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요염한 시선을 지은 그녀가 범석의 허리를 미려한 양팔로 둘러싸며 세차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복부로 느껴지는 묵직한 거물을 확인하고는 눈가를 살짝 떨어댔다. 피부로 전해지는 끈적끈적한 액체의 느낌이 그리 소름이 끼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욱 당혹스러운 사실은 그의 애무로 자신의 음부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사실이다.

지금 데레사의 음모는 질척거리는 체액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 정말 간사하네. 나는 정말 싫은데, 몸은 이리 반응하니 말이야. 하지만 그만 죽이면 모든 일이 끝나는 일이야. 다시는 그 어떤 남자에게도 안기지 않을 거야. 그래 이번만이야.’

혐오감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데레사가 그의 애물을 허벅지에 끼고 감미로운 동작으로 문질렀다. 앞으로 할 말이 통하려면 그로 하여금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있음을 인식시켜야 했다. 그러니 어떻게든 범석을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범석 씨. 기분 좋아요?”

부드러운 데레사의 허벅지 피부를 느낀 범석이 살짝 몸을 떨었다. 확실히 기분은 좋았다.

“후후. 데레사 양. 이거 솜씨 좋은데요. 마치 오랫동안 밤을 함께해온 연인을 안는 느낌입니다.”

범석의 목덜미를 키스한 데레사가 그의 신체에 자신의 가슴을 비벼갔다.

“설마 벌써 제가 싫증이 난다는 뜻인가요?”

“후후. 설마 그럴 리가요. 데레사 양은 어느 남자도 범접하지 못한 처녀의 몸입니다. 신비롭기 그지없죠.”

“그럼요?”

“그만큼 편하고 사랑스럽다는 얘기입니다.”

그 말을 한 범석이 살짝 상체를 든 후, 둥근 형태를 이룬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며 그 감촉을 즐겼다. 정말 데레사는 그 어떤 여인보다 감미로운 피부를 소유한 여인이었다.

“하아~ 범석 씨……. 저도 당신이 좋아요.”

그녀의 신음 담긴 애정표현에 범석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연기력 하나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다.
여자는 애정과 분위기의 동물. 지금 그녀의 호감도를 보아 할 때, 이깟 애무로 진한 감동을 느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은 상관없었다. 아니 자신을 원하지도 않는 여인이 이리 몸을 바쳐온다고 생각하니, 묘한 정복감이 들었다.
그가 데레사의 상체를 껴안고는 번쩍 들어 올렸다. 활대 처럼 허리가 휘어진 그녀가 긴장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시, 시작할 건가요?”

“아닙니다. 봉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순간 범석이 그녀의 힙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양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얼굴을 바로 앞에 보이는 암흑의 숲에 혀를 내밀어 음순 사이에 고인 여인의 애액을 살며시 핥듯이 빨아내었다.

“어떻습니까?”

요상한 자세에서 음부를 적나라하게 보이기에 수치스러웠던 데레사가 고개를 돌렸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그는 계속 전위행위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범석의 의도를 빤히 아는 그녀로서는 화가 치밀었지만, 자신과 아버지의 미래를 위해 참고 또 참았다.
데레사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후후. 아무래도 말도 하지 싫은 모양이군. 오늘, 네 몸과 마음을 철저히 망가뜨려 주마.’

하지만 그의 의지는 얼마 안 가 사그라졌다. 혀 사이로 느껴지는 꽉 막힌 처녀의 성지를 확인하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음심이 들끓어 오르고 있었던 탓이다. 오랫동안 애무를 이어나가야 했지만, 애물의 시위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뭐. 어차피 한 번으로 끝낼 일이 아니니까.’

살며시 그녀의 허리를 내린 범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여체에 자신의 몸을 덮었다. 그리고 감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 돌린 데레사를 얼굴을 바라봤다.

“데레사 양. 제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네. 언제든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살며시 벌려지는 데레사의 양다리로 여인의 균열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범석은 바로 애물을 입구 사이에 위치시키고는 양손으로 긴장감에 살짝 들썩이는 그녀의 어깨를 꾹 눌렀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네.”

조용한 음성을 내뱉던 데레사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소중한 장소를 침입해 들어오는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그것은 단단히 가로막혀 있던 살결의 장막을 쭉 늘이더니, 여지없이 발기발기 찢어버렸다.
음부 사이로 흐르는 핏줄기의 느낌을 받은 데레사가 살짝 흐느꼈다. 하체에는 극심한 통증이 전해져오지만, 짐승보다 징그러운 범석에게 자신의 순결을 내어줘야 한다는 사실에 서러워 느낄 틈이 없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에게는 거추장스러운 것이지만, 그에게 바칠만한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흑.”

여전히 애물을 침입시키던 범석이 촉촉한 여인의 속살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힘없이 그의 관통을 받아들기는 하지만, 그 느낌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살짝 고개를 든 범석이 이제야 데레사의 눈물을 봤는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저 그가 여자의 눈물에 약할 뿐이었다.

‘이거. 내가 심했나? 쩝. 뭐 나중에 그만큼 사랑해 주면 되겠지.’

이제 데레사를 자신의 여인으로 인식하는 범석이었다. 저 처량한 모습이 아련해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녀의 감정이 자신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데레사 양. 뭐가 그리 슬픕니까?”

“흑. 아, 아니에요. 간절히 원하던 범석 씨의 사랑을 받아 너무나 기뻐서 그래요. 이제 전 평생을 통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흑흑.”

여전히 그녀의 입에서는 가증스러운 거짓이 흘러나왔다. 화가 날만도 하지만, 범석은 부드러운 손길로 데레사의 볼을 쓰다듬었다.

“저도 물론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윽고 애물을 끝까지 비집어 넣은 그가 완만한 허리동작으로 천천히 데레사의 속살을 즐겨나갔다. 그리고 왕복 동작과 함께 데레사의 시선이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푹퍽푹퍽. 푹퍽.

좁은 처녀지에서 음란한 소음이 흘러나왔다. 매가리가 풀린 몸을 한 그녀가 멍하니 근처 테이블에 놓여있는 꽃병만 바라보았다. 생기를 잃고 축 늘어진 하얀 백합을 보니, 동병상련의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치 않은 누군가에게 꺾여졌다는 처지 말이다.
그녀는 여전히 하체 안을 누비고 다니는 애물의 느낌에, 다시는 꽃꽂이 장식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아마도 그 모습을 본다면 오늘 일이 생생히 기억이 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헉헉. 데레사 양. 당신의 몸이 저를 흥분시킵니다. 정말 당신은 멋진 여인입니다.”

그가 내뿜어대는 뜨거운 호흡이 데레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가글까지 했기에 냄새는 나지 않지만, 그녀는 도저히 숨을 들이켤 수가 없었다. 그와 같은 실내에서 호흡한다는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데레사의 입에서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범석이 듣기에 감미로운 말 말이다.

“저, 정말요. 너무 행복해요. 흑흑.”

“헉헉. 그렇습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이 계속 엄습해왔지만, 데레사는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소리 없는 비명은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통증의 호소보다 극심했다.
그렇지만 더욱 고통스러운 일은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행위로 천상의 쾌락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계곡에서는 촉촉한 윤활제를 뿌려지며 그의 애물을 통해 묻어나오고 있었다. 정말 자신이 저주스럽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 안돼! 왜 반응을 하는 거야! 나는 저자와 오늘의 비참함을 저주한단 말이야! 제발 멈춰!’

하지만 그녀의 입은 감미로움을 외치고 있었다. 표정은 절정을 연기하고 있었고, 몸은 쾌락을 연기했다. 오늘의 목적은 그에 대한 저주가 아니라, 방심을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아앙! 아아! 버, 범석 씨. 저, 정말 미치겠어요. 대, 대단해요. 하아! 아앙!

열정적으로 허리를 흔들어대는 범석이 쾌락에 물든 시선을 데레사를 향해 내리깔았다. 하지만 그는 연기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범석을 감동시킬 만큼 대단했다. 그저 분위기에 취해 그런 것뿐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본능은 정직하리만큼 데레사의 몸을 심히 갈구하고 있었다.

‘이거 미치겠군. 정말 장난이 아니야.’

범석의 애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성지를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무리한 허리질이 그의 몸에서 펼쳐졌고, 서로의 접합면 사이에는 핏물 섞인 애액이 들끓어 방울지다가 이내 터져나갔다. 그리고 절제된 데레사의 교태는 방안을 메아리쳐 갔고, 여리디여린 여체는 철저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범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절정의 감촉이 등골을 타고 올라와 뇌리를 강타하고 있었던 탓이다. 참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추호의 자제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애물을 데레사의 깊숙한 곳에 묻고는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에게 만족감에 넘치는 미소를 던지고는 과감히 수문을 열어젖혔다.
이윽고 흘러드는 사내의 분출물에, 데레사는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오염되었다는 사실에 그녀의 이가 절로 악물렸다. 하지만 지금의 감정을 외부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관문에서 절대 무릎 꿇을 수는 없었다.

“아아~ 범석 씨의 사랑을 받아낸 제 자신이 정말 뿌듯해요.”

“저도 데레사 양을 가졌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합니다.”

범석은 여전히 그녀의 음부를 애물로 관통하고 있었다. 데레사는 이 거추장스러운 것을 당장에 떼어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제 그를 방심시킬 계책을 시행할 차례였다.

“그, 그런데 사실 저 할 말이 있어요.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범석 씨를 대면할 면목이 없어서 말해야겠어요.”

“네. 말씀해 보십시오. 저는 데레사 양의 말이라면 언제든 들을 용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미리 저를 용서해 준다고 말씀 주세요. 그 말을 듣지 못한다면 차마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모르겠지만, 그리하겠습니다. 그러니 말씀해 보십시오.”

그를 간절히 시선을 응시한 데레사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실은 아버지가 루카스 회장님이에요.”

범석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자신도 작업을 걸 때가 되었다.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닌데요.”

“아니 어머니께 제 부친에 관한 얘기를 듣지 못하셨나요?”

“아니요. 데레사 양의 부모에 대한 소식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내용이 다릅니다.”

“그, 그게 무슨 얘기세요? 내용이 다르다니요?”

“실은 데레사 양은 루카스 회장의 딸이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안젤라 여사님의 딸도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당신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였고요. 저희는 결혼해도 도덕적인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충격을 받았는지 데레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이 그들의 딸이 아니라니, 정말 믿지 못할 말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실은 데레사 양은 부모님은 따로 있습니다. 병원에서 착오로 아기가 서로 뒤바뀐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데레사 양이 10살 되는 해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안젤라 여사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친딸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간 키운 정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안젤라 여사님은 당신을 무척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마, 말도 안 돼요. 거짓말이시죠?”

“왜 그런 쓸데없는 거짓말을 말합니까? 유전자 정보를 확인해 보면 금세 나오는데요.”

데레사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거짓말 같은 말이 진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확실히 유전자 정보를 검사하면 밝혀질 내용이었다.

“화, 확실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안젤라 여사님도 도리상 루카스 회장님께 말씀드렸다고 하니, 가서 확인해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마, 말도 안 돼요……. 아버지는 제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요.”

“그래요? 그것참 이상한 일이군요. 안젤라 여사께서 저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만무한데…….”

데레사가 몸을 뒤적거리며 빠져나가려고 용을 썼다. 빨리 아버지에게 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자, 잠시만요. 저 좀 나갈게요.”

“그건 안 됩니다.”

“왜요!”

“그게 루카스 회장님이 그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좀 걱정됩니다. 친딸도 아닌 데다가 키운 정도 없는 회장이, 왜 아무 말도 없었을까요? 혹시 당신을 이용하려는 수작이 아니었을까요?”

“마, 말도 안 돼요! 아버지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저 갈 거예요!”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위험합니다.”

“저리 비켜요!”

그녀가 밀침에도 범석이 자세를 꿋꿋이 했다.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무슨 약속이요?”

“확인은 하되 회장님 몰래 확인하십시오. 당신이 진실을 알았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곰곰이 고민해보던 데레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성적으로 가만히 따져보니, 확실히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범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루카스 회장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 그렇군요. 그리하죠.”

“좋습니다. 그럼 가십시오.”

범석이 곧 그녀를 옥죈 손길을 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데레사가 힐끔 그를 노려본 후, 몸을 씻을 틈도 없이 호텔 방문을 나섰다. 어떻게든 빨리 진실여부를 가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