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81
483화
“헐. 뭔 돈이 그리 많냐? 복권이라도 당첨됐냐?”
범석이 피식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후후. 어떻게 그리 잘 아냐? 사실 내 휘하 엘프 중의 렌카라는 아이가 있는데, 지난주에 1등 당첨 복권을 내밀더라. 공동 당첨이라 45억밖에 되지 않지만, 꽤 도움이 된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그래. 왜 세금 관련 서류라도 보여주랴?”
줄리앙이 억울한지 발을 동동 굴렀다.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금덩어리에 코가 깨진다더니, 범석이 바로 그 짝이었다.
“젠장 할! 뭔 놈의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하냐!”
범석이 그를 지그시 노려봤다. 그건 자신이 할 말이었다.
“그 말은 하이에나 그룹의 후계자인 네가 내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넌 태어나면서부터 엄청난 복권에 당첨된 거잖아? 안 그래?”
하긴 그랬다. 줄리앙은 부모 잘 만난 덕에 그간 호강하고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에휴. 말을 해도 꼭 그 따위로 하냐? 그래. 나 부모 잘 만났다. 어쩔래?”
“어쩌긴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는 얘기지. 후후.”
“쳇. 그래 너 잘났다.”
범석이 슬며시 다른 엘프를 살피더니,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너도 프리시카를 영입하려고 온 거냐?”
“뭐. 그렇지. 그녀만 영입하면 우리도 내년 우승을 노려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포기해라. 괜히 우리끼리 피 흘릴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걔는 나에게 떨어진다.”
줄리앙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확실히 자신이 자금력이 밀리기는 했다. 그는 현금 자산만으로도 자신이 준비한 금액의 배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차이는 훨씬 벌어졌다.
하지만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사실 프리시카에게 자신이 준비한 돈 이상을 퍼붓기란 어려웠다.
“뭐. 네가 모든 돈을 쏟아 붇는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준비한 금액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오 그래? 줄리앙 정말 대단하네. 그녀를 구입하려고 320억 크랑이나 준비해놨어?”
“320억을 모두? 너 돈이 썩어나냐! 프리시카를 사려고 그 돈을 어떻게 쏟아부어!”
줄리앙이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슬그머니 눈치를 살폈다. 대부분 프리시카에게 관심을 둔 저명인사들이었다. 그들도 돈이 많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정도의 돈을 프리시카에게 쏟아부을 의향은 없었다.
이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범석이 실내에 있는 모두가 들릴 정도로 톤이 높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프리시카에게 320억을 왜 못 쏟아붓지?”
“그게 그렇잖아? 프리시카는 평균적으로 고작 5~6년밖에 활동을 못해. 그녀 정도의 검투사가 한해 연봉이 2억 5,000만~3억 크랑 가까이 됨을 봤을 때, 거둬들일 수 돈이 최대 18억뿐이 안된다고. 아무리 무시 못 할 유명인이라는 명함이 달려있어도 경매가는 60~70억이 고작이야. 그런데 그 큰돈을 어떻게 투자하냐!”
범석이 천천히 다가서더니, 줄리앙의 어깨를 도닥거렸다.
“후후. 네가 아직 세상을 모르는구나. 한 물건의 가격은 제화의 가치로 결정 날 때도 있지만, 구매자의 필요에 의해서도 결정 난다. 가령 24시 편의점의 물건값이 슈퍼보다 비싼 이유가 바로 그거지. 이번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녀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으니, 그 돈을 퍼붓는 거다.”
“도대체 무슨 가치?”
“그녀를 영입하면 곧 열리게 될 새로운 시즌에서 우리 갓즈나이츠가 우승할지도 모른다.”
“뭐. 그렇기는 하겠지. 그런데?”
“난 갓즈나이츠의 세계 제패가 그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난 기업가가 아닌 스포츠인이거든. 솔직히 내가 돈을 벌 생각이었으면, 검투 팀을 만들지 않고 기업을 경영했을 거다.”
그 말에 줄리앙이 멍하게 뜬 눈을 깜빡거렸다. 저런 말을 하니 딱히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돈 자기가 알아서 쓰겠다는데, 자신이 왈가불가할 것이 없었다.
“휴~ 그래 너 잘났다. 평생 리그 우승해서 우승컵 끼고 잘 먹고 잘 살아라!”
“후후. 그렇지 않아도 그럴 거다.”
범석이 휘파람을 불며 다음 엘프를 살폈다. 주변에 모인 인사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주눅이 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예감이 좋았던 것이다.
‘하긴 저들이 320억 크랑을 투자할 리가 없지.’
여기서 판매되는 엘프 스포츠인은 경매 물건이기는 하나, 다른 보석과 미술품과 달리 재산적 소장가치가 없었다. 물론 그녀들을 옆에 끼고 다니면 자랑거리는 되지만, 이를 위해 320억이나 되는 돈을 퍼부을 자는 없었다.
물론 경매 도중 열이 받아 무리하면서까지 따라오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거금이 알려진 순간 달라질 터였다. 이미 알고 있으니, 자신이 나서기 시작하면 아예 포기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엘프를 살핀 범석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데레사를 불렀다. 쓸만한 아이가 없었던 탓이다.
“데레사 다 살펴봤다. 이만 내려가자.”
그는 곧장 데레사와 함께 지하에 있는 대회의실로 다정스레 팔짱을 끼고 내려갔다. 다만 줄리앙이 눈치 없이 따라붙는 것이 문제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프리시카를 사들일 경쟁자이니, 옆에 붙여놓고 있는 편이 좋았다. 혹시 장난을 친다면, 바로 협박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맨 앞으로 가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던 터라, 경매장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에 범석이 맨 앞좌석을 차분히 차지하고 앉아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러기는 30분여 후. 텅 비어 있던 경매장이 방문객들로 들끓었다. 또 경매가 시작되려는지 무대 위에 사회자가 나와 모두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경매에 참가해 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도 보아서 잘 아시겠지만, 오늘 검투 부분에서 특별한 매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세계 최고의 검투사로 있었던 프리시카입니다. 그럼 이제 경매를 시작할 터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자! 먼저 첫 번째로 나올 매물은 프로 야구 월드 리그 스타로 30년간 활약을 했던 드와라입니다. 나와주세요!”
호명과 함께 포수 장비를 착용한 붉은 머리칼의 한 엘프가 무대 밖으로 나왔다. 질리엄 볼즈라는 중위급 월드리그 야구팀의 핵심급 선수로, 나름의 인지도가 있기에 장내가 다소 일렁거렸다.
“안녕하세요. 드와라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하며 그녀가 근처에 있던 경매 참가자들을 향해 들고 있던 사인볼을 던졌다. 자신을 구매해달라는 직접적인 표시였다. 어떻게든 오늘 판매만 되면 주인을 얻기에, 그녀로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야구공을 받은 한 30대 쯤 보이는 신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전자수첩을 들어 자리에 있던 케이블과 연결했다. 경매에 참여하겠다는 의사였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드와라의 시작 가는 4억 크랑입니다.”
그러자 바로 띵똥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대 위에 펼쳐진 홀로그램 화면으로 4억 크랑과 함께 18번 표시가 선명하게 기재되었다. 방금 사인볼을 받은 그 신사였다.
곧이어 192번 테이블 참가자가 4억 3,000만 크랑을 제시하며 경쟁이 붙더니, 얼마 안가 드와라의 몸값이 6억 1,000만 크랑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인지 192번 테이블 참가자가 고개를 저어댔다. 그 이상을 부르기가 좀 어려웠던 탓이다.
어차피 다른 아이들도 많으니 아직은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자! 다음은 없으십니까? 그럼 딱 10초만 세겠습니다. 10, 9, 8……., 2, 1. 제로! 축하합니다! 18번 테이블 손님께서 드와라를 구매하셨습니다!”
기뻤는지 드와라가 바로 내려가 18번 테이블의 신사를 꽉 껴안았다. 그가 바로 30년간 기다린 자신의 주인이었다.
이를 본 범석이 피식 웃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경매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막상 어여쁜 엘프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괜히 외모에 반해 단추를 눌렀다가는 수억 크랑 이상이 날아갈지 모르니, 관심을 끄는 편이 좋았다. 프리시카는 메인 매물이기에 클라이맥스인 가장 마지막에 나오니, 한참이나 남았다.
이후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범석은 가만히 팔짱만 낀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 많이 기다셨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오늘 최대의 매물인 프리시카입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검투사로, 그녀에 대해서는 제가 딱히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모르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분은 참가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분은 절대 구매할 수 없을 테니까요.”
프리시카의 입장에 앞서 사회자가 경매 참가자에게 도발하고 있었다.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하나의 장사 수단이었다. 다들 돈이 많은 양반이라, 자존심을 긁어놓으면 그만큼 참가 열기가 커졌다.
그는 오시하는 눈빛으로 좌중들을 둘러보더니, 곧 무대를 향해 두 손을 벌리며 프리시카를 호명했다.
“프리시카 양! 나와 주세요!”
곧 실내의 조명이 꺼지며, 대기실 입구로 서치라이트가 비쳤다. 그리고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당당한 자세로 프리시카가 걸어나왔다. 이제껏 없던 무대효과로, 주최 측이 얼마만큼 그녀에 대한 기대가 큰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그녀는 가지고 나온 검을 현란하게 휘둘러대며 자신을 알린 다음, 무대 중앙에 섰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범석을 보더니, 아주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주인이 될 자가 그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프리시카라고 해요. 오늘 저를 사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활기찬 표정을 지은 사회자가 청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얼마나 자신감 넘치는 멘트입니까? 아마 오늘을 놓치신다면 여러분들은 크게 후회하실 겁니다. 자. 그럼 이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프리시카의 시작 가는 42억 크랑입니다.”
조용한 가운데, 카운터 하나가 올라갔다. 9번 자리에 앉아있던 줄리앙이었다.
범석의 위협을 듣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니 제시라도 해본 것이다. 이내 287번 테이블이 화면에 쓰이며 금액이 45억 크랑으로 올라갔다.
3억 크랑이나 되는 거금이 한꺼번에 뛰었지만,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는 듯 114번 테이블에서 46억 크랑을 제시했다. 뒤이어 213번 테이블에서 48억이 제시되더니, 또다시 287번 테이블에서 프리시카의 거래가를 50억 크랑으로 올려놓았다.
그때 줄리앙이 슬그머니 버튼에 손을 올려놓으며 옆좌석에 앉아 있던 범석의 눈치를 살폈다.
“야. 너 안 하냐? 꼭 프리시카를 구매한다며?”
“뭘 벌써 들어가냐? 대충 다들 떨어져 나가면 그때 붙어야지. 괜한 떨거지들이랑 붙자니 자존심이 상한다.”
긴 한숨을 내쉰 줄리앙이 살며시 손을 내려놓았다. 범석의 얼굴에 서린 자신감에 그만 기가 죽은 탓이다. 괜한 떨거지가 되기 싫으면 이쯤에서 빠지는 편이 좋았다.
“오! 213번 손님! 51억 크랑을 제시하셨습니다. 이거 대단하군요.”
사회자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52번 테이블에서 52억 크랑이 나왔다. 그 경매 참가자는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가 다시 55억 크랑으로 거래가가 뛰자, 바로 고개를 떨궜다.
이를 본 데레사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호호호. 범석 씨. 저분 52억 크랑만 제시하려고 52번에 앉았나 봐요. 대단한 결심인데요.”
“후후. 하긴 이런 경매로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종종 있으니까. 아마 전에 대책 없이 지르다가 큰코다쳤나 보지.”
믿거나 말거나 한 소리지만, 범석이 데레사의 말에 맞장구치며 농담을 늘어놓았다. 친근한 대화는 호감도를 올리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곧 그의 웃음소리가 끝을 맺었다. 더는 거래가가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다음은 없으십니까? 그럼 딱 10초만 세겠습니다. 10, 9, 8…….”
순간 8번 테이블 표시와 함께 프리시카의 몸값이 60억 크랑으로 상승했다. 이번에는 범석이 지른 것이다.
이어 사회자의 활기찬 목소리가 크게 터져 나오며 경매장을 울려 퍼졌다. 범석의 제시로, 주최 측이 원하는 판매가에 이르게 된 탓이다.
“자! 60억 크랑이 나왔습니다. 이제 더 없습니까!”
이때 멀리 422번 테이블에서 65억 크랑이 제시되었다. 갑작스러운 5억 크랑의 상승은 범석도 긴장될 정도였다. 비록 120억 크랑의 돈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그도 부담되었다.
‘대체 누구지? 꽤 자신만만한데. 하지만 질 수 없지.’
범석이 바로 70억 크랑을 불렀다. 좀 많은 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곧 80억으로 불어나는 프리시카의 거래가.
이번에도 422번 테이블이었다. 당혹스러웠던 범석이 슬그머니 데레사를 쳐다봤다. 혹시나 그녀가 사람을 써 장난질을 친 것이 아닌가 의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비록 화면에는 경매 참가자가 테이블 별로 표시되지만, 내부에는 미리 배정된 초청 번호가 있었다. 지역 워커 옥션 마켓과 달리 이곳은 많은 돈이 오가기에, 참가를 하기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한데 최소 한 달 전에 신청해야만 비로소 이 번호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당연히 그녀가 작업을 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범석이 다시 85억 크랑으로 거래가를 올리며 화면을 주시했다. 이제부터는 그도 아주 큰 부담이 되었다.
“8, 85억 크랑이 나왔습니다. 더, 더 없습니까!”
사회자의 목소리를 떨리고 있었고, 청중은 조용했다. 피 말리는 돈질에 그들은 숨죽여 사태를 주시했다. 이제 곧 월드 워커 옥션 마켓 사상 최대 금액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입을 떡하니 벌리며 일제히 일어나 뒤돌아 봤다. 자그마치 100억 크랑이나 나왔던 탓이다.
“대체 누구야? 프리시카를 100억 크랑에 사겠다는 사람이? 미친 작자가 또 한 명이 있었나?”
다름 아닌 주인공은 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앞에 아이를 끼고 앉아 있었는데, 깔깔 웃어대며 옆에 있는 여성과 농담을 주고받는 여유까지 보내고 있었다.
보통 대범하지 않고서는 저러지 못했다. 100억 크랑이라면 웬만한 중견기업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기에, 아무리 돈 많은 작자라도 함부로 제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여성으로, 프리시카를 향한 구매욕구는 더욱 낮을 터였다. 아니 사실 여기 온 이유가 뭔지도 궁금할 정도였다.
============================ 작품 후기 ============================
아. 어제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셨나봅니다. 아직도 속이 쓰리네요. 크윽. 아. 다음부터는 정말 자제좀 해야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수고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