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82
484화
“도대체 누구지?”
범석도 정체가 궁금한지 사회자가 정신없어하는 틈을 타 일어난 뒤를 돌아다 봤다.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 여성이었는데, 좀 낯이 익은 여인이었다.
‘서, 설마……. 로사와 그 친구들?’
로사와 그 친구들은 월드컵 기간 중 만나 밤을 함께 지새운 여인들이었다. 원나잇을 지새우고 헤어진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최고급 VIP객실을 한 달 동안 빌려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때 머리가 희끗희끗 거리는 잘 차려입은 노신사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어왔다.
“오범석 검투사님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희 로사 아가씨와 친우분들께서 이제 그만하시잡니다.”
범석이 날카로운 눈매로 그를 쏘아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만 이번 경매 건을 포기하라는 얘기입니다.”
“훗. 지금 장난하십니까? 저는 절대 프리시카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프리시카를 포기하시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만…….”
범석이 일그러진 표정을 풀고 노신사를 쳐다봤다.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저희 아가씨들은 프리시카를 그다지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 경매에 참가한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범석 님께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럼 제가 원을 들어주면 프리시카를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것도 아주 싸게요.”
범석이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슬며시 고개를 로사에게 향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던 탓이다.
만약 이 노신사의 말이 거짓이라면 자신은 넋 놓고 프리시카를 놓치는 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녀들이 딱히 프리시카를 원할 리가 없었다. 광적으로 검투 경기를 즐긴다고는 하지만, 100억 크랑씩이나 돈을 들여 그녀를 데리고 올 리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넘겨 줘야 하나?’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100억 크랑 이상은 무리였다. 줄리앙에게 320억 크랑을 모두 쏟아부을 것이라고 당당히 외치기는 했지만,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정말로 쏟아붓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가 지금까지 예상하는 프리시카의 몸값은 아무리 나가도 70억 크랑 정도였다.
“제가 그래도 해보겠다면 어쩌겠습니까?”
“아마도 어려울 겁니다. 범석님은 혼자지만, 저희 아가씨들은 셋입니다. 유명하시지는 않지만, 다들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동산과 재력을 보유하고 있으신 분들이죠. 그냥 좋게좋게 가시죠.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하면 될 뿐인데, 굳이 큰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범석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르는 사람들이었다면 죽자사자해볼 수도 있는 노릇이었지만, 그녀들은 한때 자신과 함께 밤을 지새운 사이였다. 괘씸하지만, 그때의 정을 봐서 일단 물러나 줄 용의가 있었다.
“뭐. 그렇다면 일단은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후후. 잘 생각하셨습니다. 절대 후회 없는 결정이 될 겁니다.”
고개를 끄덕거린 범석이 노신사가 돌아가자 팔짱을 낀 채 앉아 침묵을 유지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탓이다. 로사가 뭘 바라는지 모르지만, 일단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경매는 곧 끝이 났고, 프리시카는 로사에게 넘어갔다.
‘휴~ 미치겠군. 이거 정말 미안하네.’
프리시카의 원망스러운 눈길을 바라본 범석이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녀를 사간 사람은 로사. 비록 다른 남성을 가상주인 삼는 방법이 있지만, 여성을 원주인으로 삼는 것이 그리 탐탁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반드시 그녀를 사겠다고 말한 범석이 이번에 경매를 포기했다. 당연히 원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에게로 로사가 붉은 머릿결을 휘날리며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범석 씨. 정말 반가워요.”
“반갑나 마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건 나중에 얘기하시고요. 일단 가시죠. 할 얘기가 아주 많아요.”
그가 로사의 뒤에 숨어있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를 발견하고는 표정을 풀었다. 5살쯤 되어 보였는데 겁을 먹었는지, 엄마 품에 숨어있었다.
“뭐. 좋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실까요?”
“근처 카페를 예약해 놓은 곳이 있어요. 그쪽으로 가시죠.”
“네. 그럼 그러시죠.”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로사를 따라 경매장을 나서고는 곧 시민문화회관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데레사를 줄리앙과 함께 급히 돌려보내고는 그녀가 안내하에 고급카페를 찾아갔다. 로사와의 연인 관계가 알려지면 호감도 상승에 문제가 생길 것이기에, 보내는 편이 나았다.
범석이 앞에 있던 물컵을 들이마시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대체 제가 이곳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겁니까?”
차를 시킨 로사가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건 저희도 몰랐어요. 우연이었죠. 사실 저희는 젤시의 개인 검술 선생님을 구매하러 왔거든요.”
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로사였다.이에 범석은 꼬마 여자아이의 이름이 젤시임을 알게 되었다.
“훗. 대단하시군요. 월드리거 출신의 검투사를 검술 선생님으로 삼다니요.”
“우리 젤시는 소중하니까요. 나중에 프로 검투사가 될 텐데, 하찮은 선생에게 개인 교습을 시킬 수는 없잖아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젤시의 검술 선생님만 사가면 됐지, 왜 제 경매를 방해한 겁니까?”
“그게 오전에 우리 집사가 검투사 대기실에서 범석 씨를 봤는데, 프리시카를 극구 원하고 있다고 귀띔을 해주더군요. 그래서 예정을 바꿨어요. 갑자기 욕심이 생겼거든요.”
범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312호실에서 한 말이 로사에게 전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슨 욕심이요?”
그녀가 양옆으로 앉아있는 라일리와 에프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저희는 검투를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 자식들이 아주 훌륭한 검투사가 되었으며 하는 바람이 있죠.”
“그럼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훌륭한 검투사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신체가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죠.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희 셋의 유전자는 그다지 개조신체와 맞지 않아요.”
대충 의도를 파악한 범석이 게슴츠레한 눈을 떴다. 지금 그녀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성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모의 형질이 무척 중요했는데, 그는 최고의 신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뭐 덕분에 재능있는 아이를 갖기 위한 미녀들의 대시가 줄을 이어 좋았지만, 이런 식의 난관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제. 아이를 낳고 싶은 겁니까?”
“네. 아주 잘 아시네요. 바로 그거에요.”
범석이 딱히 부정을 표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들에게 아이를 갖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원한다면 들어줬을 소원이었다. 이 상황에서 허락해야 한다는 점이 찜찜하기는 하지만, 프리시카가 달린 일이니 못 해줄 것도 없었다.
“뭐. 원하신다면 그리하도록 하죠.”
“정말 고마워요. 범석 씨라면 들어줄 줄 알았어요. 호호호.”
범석이 손가락을 들어 그에 따른 조건을 제시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네. 말씀해 보세요.”
“아이는 자연적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극구 원하는 바였기에 로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랑을 통해 얻은 아이를 배앓이로 낫는 편이 더 정이 갈듯싶었기 때문이다. 젤시는 그러지 못해, 그 점이 내내 아쉬웠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는 하나가 아닙니다.”
“하나가 아니라뇨?”
“월드리그 급 검투사로 성장할 만한 아이가 나올 때까지, 여러분은 매번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즉 아이를 낳자마자 또다시 가임기간이 되시면 저를 찾아오시는 얘기입니다.”
그 말에 로사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체개조시술을 하는 나이는 최소 성인이 되는 20살이잖아요? 그때까지 계속요?”
“네. 그렇습니다.”
로사가 사색이 된 얼굴로 친구인 리플리와 에프리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말대로라면 20년간 꼼짝없이 아이만 낳게 생겼기 때문이다. 아마 어림잡아도 열에서 열댓은 될 터였다.
“꼭 그래야 하나요? 어차피 하나 둘만 낳아도 계속 신체 시술을 시키면 원하는 능력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렇지는 않죠. 누가 압니까? 태어나는 아이 모두가 여러분의 형질을 크게 받을지 말입니다. 그럼 뜻한 바를 이룰 수 없으니, 오늘 거래에서 큰 손해를 입는 것이 되겠죠.”
“그렇기는 하지만, 좀 고민이 되네요.”
범석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들을 노려봤다. 방금 제시한 조건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여인을 안을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그가 이 게임을 하는 목적중 하나였다.
“아니 그런 결심도 없으시면서, 오늘 프리시카를 통해 장난질을 치신 겁니까? 이거 어이가 없군요.”
“그, 그렇지는 않지만…….”
“그럼 하십시오. 솔직히 로사 씨나, 리플리, 에프리 씨에게는 손해가 아니지 않습니까?”
친구들과 잠시 눈짓으로 의견을 나눈 로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만 따져보니 손해는 아니었다.
“알겠어요. 범석 씨가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는데, 저희가 마다할 이유는 없겠죠.”
“후후. 좋습니다. 이제 더는 다른 조건이 없습니까?”
“아니요. 아직 한 가지 더 있어요.”
“네. 말씀해 보시죠.”
“앞으로 태어날 저희 아이들에게 검술을 가르쳐주시고, 후견인이 되어 주세요. 훌륭한 검투사가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범석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에게서 태어날 아이는 자신의 자식. 원한다면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좋습니다. 그리하도록 하죠. 그럼 프리시카의 몸값에 관해 얘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얼마면 드리면 그쪽에서 만족하시겠습니까?”
“경매 시작가인 42억 크랑요.”
그럼 이들이 손해 볼 금액은 58억 크랑이었다. 셋으로 나누면 19억 크랑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꽤 큰 금액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손해를 본 것도 없으니 가감없이 들어주는 편이 좋았다. 원래 프리시카의 예상가는 60억 크랑. 18억 크랑이나 이득이었다.
“좋습니다. 그리하도록 하죠. 자 그럼 이제 다 된 겁니다?”
“네. 저희는 불만 없어요.”
범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이상한 트레이드 협상이었지만, 좋은 결과를 맞이했으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로 그는 현지 애인 셋을 아내급으로 격상시켰고, 프리시카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이만 프리시카에게 가시죠. 아무래도 오늘 내로 거래를 마무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당장요? 꽤 급하시네요?”
“후후. 곧 시즌이라서요. 조직력을 가다듬기 위해 그녀를 빨리 데려가고 싶습니다.”
“아. 그렇겠네요. 알겠어요.”
이후 이들은 다시 경매장에 대기하고 있는 프리시카에게로 갔다. 그녀는 당시까지만 해도 꽤 꿍해 있었는데, 범석의 설명을 듣고는 기뻐하며 안겨왔다. 여성인 로사를 주인으로 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정이야 어떻든 온전한 주인만 얻으면 될 뿐이었다.
세노사이드의 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던 범석이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안겨있는 여인 넷을 가만히 바라봤다. 바로 오늘 구매한 프리시카와 함께한 로사, 에프리, 리플리였다.
‘후후후. 프리시카가 드디어 내 것이 되는구나…….’
프리시카는 검투사 순위 4위에 해당하지만, 5위인 라카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출중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영입으로 갓즈나이츠의 전력은 그 어떤 팀과 비견해도 뒤지지 않게 되었으니, 다음 시즌은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진정한 관심사는 프리시카 그 자체였다. 수려한 외모와 완벽한 여체를 지닌 그녀는 오늘 밤 자신을 즐겁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로사와 에프리, 리플리도 함께였다. 그녀들은 젤시까지 집사 편에 보내가며 아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네 명의 여인을 품에 안은 그가 득의의 표정으로 오늘 머물 호텔방을 찾아갔다.
“자. 다들 들어가시죠. 프리시카도 들어오고.”
방에 들어선 범석이 주변을 살피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화려한 장식품과 고풍스러운 침대와 가구. 뭐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숙박비는 많이 물었지만, 충분히 값은 하는 듯 보였다.
그가 욕실 문을 열더니, 환하게 웃었다. 제법 넓은 욕조가 눈길을 끌던 것이다. 미리 준비된 듯 거품이 끓고 있었는데, 저 안이면 넷이 목욕을 즐겨도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프리시카가 살며시 그의 뒤에 붙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버, 범석님. 언제쯤 시작하실 건가요?”
“후후. 뭘 그리 서두르냐? 일단 먼저 씻자.”
프리시카가 은근한 시선으로 범석의 눈치를 살피더니,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하긴 그의 품에 안기기 전에 정갈히 몸단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예쁨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그녀를 바라본 범석이 로사를 향해 손짓했다.
“로사 씨. 같이 씻죠. 욕조가 꽤 넓습니다.”
“후후. 그러죠. 애들아. 가자.”
살며시 미소를 지은 로사가 에프리, 라일리와 그를 따라 욕실로 들어갔다. 전에 한 번 그를 경험한 터라, 욕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여인을 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옷을 벗어 나신으로 변모한 그녀들이 차례를 샤워하기 시작했다.
“범석 씨. 먼저 들어갈게요.”
프리시카 다음으로 샤워를 마친 로사가 욕조에 몸을 담갔다. 욕실은 넓지만, 대중목욕탕이 아닌지라, 샤워기가 둘뿐이 없어 남자인 그가 가장 나중으로 밀렸다.
로사의 여체에 음흉한 눈빛을 선사한 그가 샤워 물로 미역 중인 라일리의 뒤태를 바라보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흠뻑 젖은 긴 머리카락을 뒤로 찰랑거리는 모습이 그리 매력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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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