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85
487화
첫 번째 탐색 주간 범석은 원하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가 알아보는 검투사는 W1급. 센트럴 리그팀에서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래도 보조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
바로 쓸만한 유망주들 말이다. 당장 후보로도 쓸 수 있고, 훗날에는 썩 괜찮은 활약을 할 터라 구미가 당기는 아이들이었다.
정 없다면 이들 중 괜찮은 아이를 골라, 머릿수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튼 시티 콜로세움. 썬 라이트닝즈와 블루 로우즈팀의 경기를 관전하고 나온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유망주 하나를 탐색해내기는 했지만, 만족할 만한 능력은 물론 뛰어난 성장성도 없었다.
“이번 주간도 이것으로 끝이군…….”
함께 거닐고 있던 데레사가 말했다.
“네. 그렇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리마 시티로 돌아가실 건가요?”
“글쎄. 어쩔까요?”
범석이 답변을 미뤘다. 리마시티로 돌아가는 일은 그리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주도 그냥 돌아갔다가, 다른 여인들 때문에 데레사에 대한 호감도 공략이 그리 진전이 없었다. 일단은 계속 둘만의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런 그에게 데레사가 말했다.
“그냥 돌아가시죠. 이제 다음 경기까지는 또 며칠 기다려야 하는데, 계속 여기서 미적거릴 수는 없잖아요? 또 범석 씨도 돌아가서 할 일이 많을 테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주간은 별 수확이 없어서 왠지 아쉽군요.”
“그래도 지금 저희가 할 일은 없어요.”
하긴 지금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만들어내야 했다. 그는 잠시 곰곰이 고민하며 묘수를 찾아 보았다. 계속 여행할 방법 말이다.
‘이거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네.’
가장 적당한 방법이 리그 컵인데, 안타깝게도 다음 주부터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전혀 없지는 않았다.
“아! 곧 경기가 열리긴 하겠군요.”
“무슨 경기요?”
“GA컵이요.”
그 말에 데레사가 풋 하고 웃었다. 물론 GA컵이 중요 경기이기는 하지만, 지금 시기에 참여하는 팀들은 모두가 에어리어 리그 팀이나 아마추어 팀이었다. 당연히 시간 낭비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지금 GA컵 경기를 봐서 뭐해요? 다들 하위팀들이라고요.”
“그렇지만 괜찮은 검투사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W1급 이상의 검투사는 절대 없을 걸요? 근처 다른 상위팀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간혹 유망주가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위팀들의 유망주는 성장하려면 오랜 기간이 소모되고, 저희의 본래 목적은 유망주를 찾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범석 씨도 잘 아실 텐데요?”
범석이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명분이 필요할 듯싶었다.
머리를 긁적인 범석이 멋쩍은 미소를 지엇다.
“하하하. 그렇군요.”
데레사가 당당히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네. 아주 잘 아시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돌아가야겠죠?”
“그게 좀……. 할 일이 있어서요.”
“무슨 할 일요?”
‘낸들 아냐.’하고 속으로 생각한 범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적당한 핑곗거리가 없었다. 하지만 곧 뭔가 떠올리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좀 억지라 통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크로얄 시티에 갈 일이 있었네요.”
“아크로얄 시티요? 거긴 왜요?”
“마침 찾아야 할 사람이 있거든요.”
“찾아야할 사람이라뇨?”
“게이드를 사칭하는 자요.”
데레사가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는 그를 바라봤다. 그녀도 귀가 있기에 게이드라는 자를 알고 있었다. 지난번 자신들 차량을 가로막은 그 좀도둑이었다.
“그자를 범석 씨가 왜 찾아야 하는데요?”
“당한 것이 있으니 복수해야죠.”
“하지만 그자가 한 일은 그저 저희 차량의 앞을 가로막은 것뿐이잖아요. 그런데 복수라뇨?”
“그렇지만, 큰 사고가 날뻔했죠. 그때 자칫 충돌해서 저희 차에 문제가 생겼다면 추락했을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그럼 뻥!”
과장되게 폭발 장면을 몸소 연출하는 범석으로, 데레사가 묘한 눈빛을 지었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아마 만에 하나라는 표현을 이때 적용하면 적당할 듯싶었다.
“지금 억지를 부리는 것 아시죠?”
“억지라뇨?”
“모든 사람이 그깟 일로 복수한다고 하면, 아마 이 세상은 지금쯤 피로 얼룩져 있을 걸요?”
역시나 한 범석이 어색한 웃음을 흘려댔다. 좀 억지긴 했다.
“후후후. 하긴 그렇네요.”
“네. 그럼 대체 이러시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솔직히 범석 씨 아까부터 좀 이상했어요. GA컵을 보러 가지 않나, 이번에는 게이드라는 자에게 복수한다고 하고……. 혹시 팀으로 복귀하기 싫으신 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요?”
“사실은 좀 게이드를 모방하는 자의 정체가 궁금해서 그럽니다. 좀도둑이기는 하지만, 뭔가 행동도 이상하고. 또 하는 짓도 귀엽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서 어쩌려고요? 잡아서 경찰에다 넘기시려고요?”
범석이 손사래를 쳤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저 정체만 확인하고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물어보기만 하면 그뿐입니다.”
“결국, 호기심 문제라는 얘기라네요?”
“굳이 따지고 들자면 그렇죠.”
데레사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 좋아요. 그건 그렇다고 쳐요. 어떻게 잡으실 건데요?”
“제가 잡을 겁니다.”
“아뇨. 제 말뜻은 130만이나 사는 도시에서 아직 경찰도 못 잡은 도둑을 어디 가서 찾을 거냐고 묻는 거예요.”
범석이 살며시 한쪽 입꼬리를 추어올렸다.
“굳이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찾아오게 하면 되죠.”
“어떻게요?”
“그건 차차 조사하다 보면 나올 겁니다.”
입맛을 살짝 다신 데레사가 고개를 흔들어댔다. 저리 우기니 들어주자는 것이다.
솔직히 자신이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한 시간 이후의 미래를 아는 능력이 있기에, 그 작자가 어디에 나타날지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단점이 있어 시간을 잘 맞춰야 하지만, 그 작자의 행동 패턴을 잘만 파악하면 가능해 보임직도 했다.
“좋아요. 대신 그자를 잡으면 돌아가는 거예요?”
“네. 물론입니다. 후후후.”
“그럼 빨리 아크로얄 시티로 가시죠. 가서 할 일이 많을 테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득의의 표정을 지은 범석이 그녀와 함께 곧장 아크로얄 시티로 향했다. 이제 데레사와 있을 시간을 번 데다가, 자신을 모방하는 자를 잡게 된 것이다.
그는 가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며 그자에 관한 상황을 살폈다. 행동패턴과 특이사항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도착할 때쯤 몇몇 괜찮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첫째는 그자의 등장 패턴이 3일 주기라는 점이다. 물론 하루에서 늦게는 며칠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꾸준히 또 3일 주기를 유지했다. 그리고 이틀 간격으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 점만을 봤을 때 놈은 3일이라는 기간에 대해 뭔가 알 수 없는 제약이 받는 듯싶었다.
둘째는 활동 시간대였다. 그자는 주로 정오부터 한 시. 저녁 6시부터 7시까지의 시간을 이용했는데, 이때는 암만 봐도 식사시간 때였다. 그렇다는 얘기는 단체 생활 탓에 행동이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는 유출된 CCTV영상에서 드러난 모습을 봤을 때, 상당한 무술과 괴력의 보유자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십 수명의 엘프 경비병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손쉽게 제압하고 위기를 벗어나는데, 범석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예상하건대 상위급 월드리그 검투사 정도의 실력은 지닌 듯 보였다.
넷째는 제법 머리가 똑똑하다는 것이다. 목격자의 분포지를 확인해 봤는데, 아크로얄 시티 콜로세움 전체에서 골고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리 130만 명이 사는 도시라고는 하지만, 지역마다 인구의 분포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모든 지역에 골고루 나타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근거지를 숨기기 위해 작업을 걸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한적한 시내 거리를 걷던 범석이 곁을 따르던 데레사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싸움꾼이 분명하겠죠?”
“네. 그렇겠죠. 아니라면 그런 실력을 보유할 수 없을 테니까요. 아마 오랫동안 재야에서 무술을 연마하거나, 검투계 혹은 무투계에서 활동한 자가 분명할 거예요. 그리고 지하세계나 폭력조직에서 활동하는 자일 수도 있고요.”
그럼 너무 광범위했다. 많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펴야 할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그자는 오랫동안 활동해왔음에도 아직 경찰에 잡히지 않고 있었다. 철저히 꼬리를 숨기고 있음이 확실했다.
“역시나 찾는 일보다는 찾아오게 할 필요가 있겠군요.”
“네. 저도 그편이 낫다고 판단되지만, 방법은 있나요?”
그 점이 좀 문제였다. 지금까지 입수한 정보로는 딱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차차 생각해봐야죠.”
그 말에 데레사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라면 놈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주로 3일이라는 주기를 통해 점심과 저녁 시간을 이용하니, 서너 번만 특성을 활용하면 한 번쯤은 걸릴 터였다.
“범석 씨가 제 말만 믿는다면, 딱히 그럴 필요가 없을 듯도 보이는데요.”
“아니 어떻게요?”
“제가 놈이 나타날 장소와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방법은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
범석이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그는 데레사의 특성을 알고 있었기에, 그 방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도 운만 좋으면 당장에, 아니더라도 한 달 정도라면 놈이 나타날 곳을 파악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하하.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이죠. 대신 부탁이 있어요.”
“네. 말씀해 보십시오.”
“이번에 그자를 잡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여행을 중지해 주세요.”
범석이 은근한 시선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절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아니 왜요?”
“피곤하기도 하고 또 가서 갓즈나이츠 팀의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이 여행으로 괜한 시간만 허비하는 듯 보여서요.”
“하지만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번에 괜찮은 검투사 하나만 더 영입하면, 갓즈나이츠의 올 시즌의 우승전망이 크게 밝아집니다.”
“네.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그자를 잡게 되면 그 요건이 충족되니 이번 여행의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어째서요?”
“아주 간단해요. 영상을 봤는데, 그자는 저로서도 탐을 낼만한 상당한 실력자예요. 아마 영입만 한다면 갓즈나이츠 팀에 무척 도움이 될 걸요?”
그 의견은 범석도 동의했다. 그만한 실력이라면 굳이 검투 경험이 없더라도 충분히 경기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바로 프리롤 말이다. 그럼 어느 정도 스쿼드에 여유가 생기니,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자는 범죄자 아닙니까?”
“그러니 더욱 잘됐죠. 어차피 경찰도 아직 그자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니, 신고를 빌미로 협박해 팀에 가세시켜도 별 상관이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경찰이 눈치채도, 범석 씨와 친분이 있는 렉스터 씨를 통해 무마시킬 수 있잖아요.”
“하긴 그렇기는 하지만…….”
그가 갈등 어린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본 데레사가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고요. 그냥 저 혼자 잡아서, 데절트 스콜피언즈의 검투사로 만들면 그만이죠.”
순간 범석의 손길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이전까지는 데레사의 호감도 작업을 위한 핑계로 그자를 둘러댔지만, 실력을 보고나니 얘기가 달라졌다.
확실히 그자는 팀에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성별을 모른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확인해보면 금세 알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조건을 특별히 들어줄 이유도 없었다. 현장에서는 놓친 후, 몰래 쫓아 근거지만 파악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럼 훗날 찾아가 영입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대신 확실히 도와주셔야 합니다?”
“후후. 물론이죠. 저만 믿으시면 한 달 안에 잡게 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럼 데레사 양만 믿겠습니다.”
이후 범석은 게이드를 사칭하는 자를 잡기 위해 여러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도심 중앙 호텔에 근거지를 잡고, 성능이 뛰어난 공중이동식 슈트도 구매했다. 또 몰래 마가렛에게 연락해 상당수의 직원과 추적 차량을 아크로얄 시티에 배치해 만약에 대비했다.
이제 데레사가 그자의 출몰위치와 시간만 언질해주면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후. 그녀에게서 반길만한 정보가 나왔다.
“출현지는 아크로얄 시티 북부 고급 주택가의 닐슨 씨 댁 저택이에요. 시간은 대략 30분 후고요.”
“후후. 고맙습니다. 그럼 전 놈을 잡으러 갈 테니, 데레사 양은 푹 쉬고 계십시오.”
“네. 행운을 빌겠어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선 범석이 호텔 방을 나섰다. 그리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하고는 공중이동식 슈트를 착용했다.
그는 곧 차량을 출발시키자마자, 마가렛에게 연락을 넣었다. 정확한 닐슨 씨의 저택을 알지 못했기에, 도움이 필요했다.
“마가렛. 북부 고급 주택가의 닐슨 씨 댁 저택이다. 빨리 알아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마가렛이 검색을 하고 바로 위치를 파악했다.
– 네. 알아냈어요. 지금 네비게이션에 입력시킬 테니 확인해 보세요.
곧이어 범석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정확한 지점이 붉은색 표시로 지도 위에 떴기 때문이다. 이제 놈은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확인했다. 그럼 너는 그 기점을 중심으로 추적 조를 배치한 후 대기하고 있어라. 혹시 놈을 놓치면 연락할 테니, 언제든 추적 조를 출발시킬 준비를 하고. 알았지?”
– 네.
통신을 마친 범석이 곧장 아크로얄 시티 북부로 날아갔다. 30분이나 남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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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