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498
500화
“자. 모두 간다! 빨리 경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범석의 외침에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상대 팀 방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오늘 상대는 현재 리그 꼴찌를 달리고 있는 레드 엘리펀드즈. 프리시카와 티엘라등 주요 전력이 휴가차 빠진 와중에도,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이미 1, 2라운드에서 승리를 기록했고, 지금 상대 팀 검투사들은 오스칼과 라피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며 진형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버텨야 해! 절대 진입을 허락해서는 안 돼!”
대장인 1번 검투사의 간곡한 외침에도 레드 엘리펀드즈의 검투사는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갓즈나이츠라는 강팀을 상대해 승리를 얻기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그녀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현재 갓즈나이츠는 전승. 시즌이 진행되다 보면 간혹 한 번 패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것이 자신들로 말미암아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끼아아악! 안 돼!”
처절한 비명과 함께 레드 엘리펀드즈의 진형이 관통되었다. 이에 갓즈나이츠의 중견들이 중앙으로 진입해 들어오며, 돌격력에 못 이겨 넘어진 7번과 2번 검투사를 단숨에 해치우고, 난전을 벌여나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상대 팀 검투사 모두를 쓰러뜨린 후, 긴 포효를 터트렸다.
– 이거 대단합니다. 갓즈나이츠가 시즌 22차전 경기도 승리를 얻어갔습니다. 이러다가 리그 역사상 최초로 전승으로 리그 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지 기대가 됩니다.
– 네. 그렇습니다. 이런 기세라면 못 할 것도 없죠. 하지만 전승 우승이 가능하냐는 말에는 여전히 저는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일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결국에 가서는 모두가 뒤에 가서는 실패를 맛보았거든요. 한 해 38번 시행되는 리그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니까요. 특히나 이번 시즌 상대들은 만만치 않습니다. 갓즈나이츠가 강한 만큼 채플린 위스퍼나 리얼 히어로즈도 상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후반 시즌에 들어서며 모든 팀이 체력에 부담을 안고 싸우는데, 갓즈나이츠는 유독 심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교체 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해설자의 발언에 아나운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 하긴 그렇군요. 리그 경기에다 리그컵. 얼마 전에는 월드리그 팀들이 GA컵까지 뛰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 모든 경기를 뛰다 보면 확실히 지치죠. 오늘만 해도 갓즈나이츠가 주요 전력을 빼고 경기를 치르지 않았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강자의 여유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갓즈나이츠의 단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만큼 주요 자원의 체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다음 경기를 치르는 일이 버겁다는 뜻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승리의 기쁨을 안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범석에게서 긴 한숨이 튀어나왔다. 중계진들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하위팀인 레드 엘리펀드즈를 상대하면서, 주요 전력들을 다 뺀 이유가 바로 체력 관리였다. 그동안 휘하 검투사를 계속 늘려왔고 이번에 대여 검투사를 팀에 가세시켰지만, 여전히 모자란 감이 많았다.
‘역시나 리그 컵과 GA컵은 후보로 출전시켜야겠지. 리그에 집중하지 않으면, 자칫 이번 해 우승이 물 건너갈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현재 채플린 위스퍼와 리얼 히어로즈도 갓즈나이츠를 따라잡기 위해 컵대회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후보급 검투사로 내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라고 콧대를 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4강 전 인근까지 가면 모를까? 일단은 주력을 아끼는 편이 좋으리라 판단되었다.
‘좋아. 이번 GA컵과 리그 컵에는 후보 검투사들과 일부 8세 이하 팀을 혼용한 시스템으로 치른다.’
생각을 정리한 범석이 더그아웃에 돌아가 짐을 챙겼다. 다음 주에 치를 시합은 에이션트 워리어즈와의 원정 경기. 딴에는 부담스러운 팀이니, 빨리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늘의 피로를 푸는 편이 좋았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아론에 몸을 싣고 훈련 캠프로 돌아가는 범석이 품 안에서 울려오는 벨소리에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간이화면에 뜬 번호는 마가렛의 것.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연인의 연락을 싫어할 리가 없지만, 오늘의 그녀라면 좀 얘기가 달랐다. 돌아가면 만나는 데 굳이 지금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식의 긴급연락이면 종종 짜증 나는 소식이 전해지고는 했다.
하지만 그는 활짝 핀 얼굴로 화면을 띄웠다.
“마가렛. 그래 무슨 일이야?”
– 범석 오빠. 요새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역시나 한 범석이 차분히 말했다.
“아니 뭐가 이상한데?”
– 루카스 회장의 움직임이 수상쩍어요.
“루카스 회장이 왜?”
– 근래에 계속해서 과거 흑사회의 끄나풀들을 모으고 있어요.
피곤했는지 범석이 좌석을 뒤로 젖히며 편히 누웠다. 흑사회의 끄나풀들은 대다수 공직, 재계에서 한가락 하는 작자들이었다. 과거의 흑사회라면 모르겠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루카스 회장이 오란다고 꼬리를 흔들면 갈 자들이 아니었다.
“끄나풀들이? 걔들은 할 일도 없데? 그냥 조용히 그 자리에서 밥이나 벌어 먹고살지. 왜 또 거길 기어들어가는데? 그 노친네에게 뭐 먹을 게 있다고 말이야.”
– 그게 대부분 하릴없이 노는 작자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범석이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흑사회 끄나풀들은 건드리지 않았잖아?”
– 그렇기는 한데요. 흑사회가 무너지며 직장을 잃은 자들이 꽤 있어요.
“누군데?”
– 흑사회 조직 관리 사무원들과 무력 조요.
“그렇군. 흑사회가 해체됐으니, 당연히 관리 사무원들은 잘렸겠지. 그런데 무력 조들은 누구야?”
– 전에 저희를 습격한 작자들이요.
아마도 전에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시 범석과 마가렛은 루카스 일당에게 납치되어 암살당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기원의 응답’ 특기로 무사히 탈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루카스 회장이 호출한 일단의 무리로부터 또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흑사회의 무력 조였다.
“뭐야? 걔들 잡혀 들어갔잖아? 불법 무기 소지죄와 살인미수로 말이야. 걔들도 특사로 나왔어?”
– 아니 그자들 외에 또 다른 무력 조들이 있었어요.
“몇 명정도인데?”
– 모두 합치면 한 100여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 쌍! 그 노친네. 그렇게 당했으면 알아서 꼬리 내리고 구들장이나 비비고 있어야 할 것 아니야! 가뜩이나 내가 완전히 보내버릴까 놔둘까 고민 중에 있는데 말이야.”
– 후후.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대체 왜 모았데?”
– 일단 외적으로는 경비회사 건립이 목적인 것 같아요.
“내적으로는?”
– 암만 봐도 오빠를 노리는 것 같아요.
범석의 얼굴이 보기 좋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월드리그 우승을 목표로 경기를 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한물간 노친네와 또 놀아줘야 한다니 벌써부터 한숨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확실해?”
– 100% 확신해요.
“어째서?”
– 지금 파견 나간 저희 쪽 정보원 2명이 범석 오빠 정보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고, 한 명은 최근에 데레사 양의 행적을 살피는데 파견됐어요.
범석이 묘한 시선으로 마가렛을 쳐다봤다. 뭔 소리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정보원이 나와 데레사 양의 뒤를 왜 캐는데?”
– 아. 파견 나간 곳이 바로 루카스 회장의 경호회사라서 그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쪽에서 우리 정보원을 왜 쓰는데?”
마가렛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정보원이 흑사회 무력 조 출신이라서 그래요. 흑사회가 해체될 당시 무일푼으로 쫓겨나서 조직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평생을 조직을 위해 일했는데 한순간에 버림을 받았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그때 혹시 몰라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일심회 정보원으로 매수해놨어요. 어차피 저희도 회사를 키워야 하기에, 그런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범석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루카스 회장 밑으로 자신의 조직원들이 암약하고 있다니, 정말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후후. 그래?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 전에 저희가 그들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요. 그래서 보험 차원에서……. 아시죠?
“그렇군. 하긴 당시 네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아주 대단했지.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으니까.”
– 네. 아주 운이 좋아 살아남았죠. 하지만 다음에도 또 운이 있으리라고는 보장하지 못하죠.
“그래. 하여간 잘했다. 그럼 내가 할 일은 뭐지?”
마가렛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후후.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평소처럼 지내시면 돼요.
“정말 믿어도 되냐? 루카스 회장 보통내기 아니다.”
– 네. 걱정하지 마시고, 믿고 맡기세요. 이미 모든 조치는 다 취해 놨어요.
“알았다. 그럼 나는 신경 끈다.”
전화를 끊은 범석이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머릿속을 잠념으로 가득 채웠다. 아무리 자신들 조직원들이 끼어있다지만, 자신과 데레사에 미행이 있다는 사실이 그리 깨름칙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일단 마가렛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녀도 보통 인물이 아니니, 잘해내리라 생각되었다.
일주일 후. 범석은 갓즈나이츠 팀원들을 데리고 세노사이드 시티 콜로세움으로 갔다. 현재 4위인 이들과의 원정이 부담스럽기 했지만, 범석은 나름 차분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근래에 전력이 많이 떨어진 팀이라, 다른 상위권 팀보다는 상대하기 훨씬 쉬웠던 탓이다갓즈나이츠, 채플린 위스퍼, 리얼 리어로즈의 급성장세와 주요 검투사의 손실은 과거의 월드리그의 맹주였던 그들을 초라한 그저 그런 팀으로 만들어놨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됐다.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전력 다운은 주력에 한한 것이지, 교체자원과 후보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주력 전에서 비기기라도 하는 날이면, 오늘 시합이 꽤 어렵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반드시 유리한 1, 3, 5라운드를 잡아야 승리를 확정시킬 수 있었다.
“자. 가자!”
범석과 팀원들이 관계자 입구로 들어서려는 찰나에 사방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 프리시카에게 향한 것들이었다.
워커 옥션 마켓을 통해 갓즈나이츠에 왔던 그녀로서는 팀의 이적에 대한 아무런 선택권도 없었지만, 홈팬들은 적이 된 자신들의 전설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만 팀에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지금의 성적저조는 없었을 터였다.
“배신자 프리시카! 물러나라!”
“여기는 무슨 낯짝으로 왔냐! 썩 돌아가라!”
흉흉한 주변 분위기에 범석이 프리시카의 옆에 섰다. 갑작스럽게 홈팬들이 달려들면 자신이 나서려는 것이다. 괜히 그녀가 자기 방어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면 여러모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바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미리 파견 나온 보안요원들이 철저히 홈팬들을 막으며 무사히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탓이다.
‘휴~ 이거 장난 아니네…….’
범석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프리시카를 바라봤다. 과거의 신봉자들이 저주를 퍼부어대니, 정신적인 충격이 있으리라 생각된 것이다.
“프리시카 괜찮냐?”
“네. 괜찮아요.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좀 섭섭해하기는 하지만, 프리시카는 대체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미 이런 일을 예측하고 있었던 데다가, 이제 그녀는 세노사이드 팬들의 검투사가 아닌, 범석의 휘하 엘프였다. 상심할 시간이면, 어떻게든 오늘 경기에서 이길 생각을 하겠다는 것이 솔직한 프리시카의 심정이었다.
범석이 다행이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다행이다. 하지만 경기 중에 정 힘들면 말해라. 시합에서 빼줄 테니까.”
“아니 괜찮아요. 사실 그리고 저는 이런 야유에 힘들어할 정도의 검투사가 아니거든요. 타지 팬들의 이런 심리전은 항상 있던 일이라, 아주 익숙해요.”
프리시카는 과거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최강 검투사였다. 덕분에 원정지에서 심리전 차원에서 많은 야유가 쏟아져 들어왔고, 그녀는 이를 잘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얻었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전혀 문제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후후. 그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네. 주인님.”
안심한 범석이 모두를 데리고 검투사 대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더그아웃으로 나아갔다.
벤치에 가방을 내려놓은 범석이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다이아나? 어때 괜찮겠어?”
전략 문서를 살피던 다이아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암만 봐도 저희가 유리한 듯 보이기는 하는데요. 2, 4라운드가 영 껄끄러워요. 이때 지게 되면, 좀 부담스럽거든요.”
“쩝.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우리 주력이 모두 이기면 상관없잖아? 그리고 나나 프리시카는 어차피 한 라운드를 더 뛰게 될 테니, 2, 4라운드 중 하나는 따내지 않겠어?”
“네. 틀린 말은 아니세요. 아무리 2진이라도 주인님과 프리시카가 끼면 전력이 크게 상승되니까요.”
범석이 차분히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반드시 우리가 이길 테니까. 그리고 설령 한게임 비기거나 진다고 채플린 위스퍼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아니잖아.”
“후후. 하긴 그렇죠. 하지만 혹시 나중 일은 모르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죠. 채플린 위스퍼는 강팀이라 추격의 끈을 마련해 주면 살벌한 기세로 뒤를 쫓아올 테니까요.”
“그야 아멜리에가 있는 팀인데 오죽하겠어? 워낙 단체전에 강한 아이라……. 나도 좀 께름칙하다.”
“거기에 팀 구성도 여느 상위팀 못지않게 탄탄하고요.”
범석이 다이아나의 안면에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자. 이제 채플린 위스퍼 얘기는 이만하자. 오늘의 상대는 에이션트 워리어즈다.”
“네. 에이션트 워리어즈죠.”
다이아나가 경기장 반대쪽에 보이는 상대 더그아웃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우승으로 가는 또 하나의 고비. 그녀는 오늘 기필코 승리해, 저들을 자신들의 리그 우승의 발판으로 삼을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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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시간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