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502
504화
갓즈나이츠와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제23차전 경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갓즈나이츠가 가져가게 되었다. 경기 결과는 2승 2무 1패. 5라운드로 가는 접전이었지만, 승부는 일방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벌어진 무승부는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몰락을 알려주는 듯한 결말이라 홈팬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수없이 돌진했지만, 계속해서 갓즈나이츠의 검방과 듀얼실더로 나선 범석에게 막히는 바람에 제대로 된 공격 성공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중반부에는 범석의 체술에 선봉인 이롤리타와 레비아가 차례로 당해, 선봉이 괴멸 직전에까지 이르는 수모까지 당했다. 결국, 이날 이후로 에이션트 워리어즈는 세간에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라는 평가를 당하며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갓즈나이츠라고 늘 잘나가지만 않았다. 사소한 무릎 부상을 당한 범석이 경기에 빠지는 바람에 26차전에서 다크 하이에나즈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던 것이다.
다행히 무승부를 이끌어내 승점 1점을 얻기는 했지만, 채플린 위스퍼와는 승점 3점 차이가 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제 갓즈나이츠는 1패를 안게 된다면 리그 2위로 추락하게 되었다.
“휴~ 이거 정말 아슬아슬한데…….”
집무실에 앉아서 삼월의 먼 하늘을 바라보는 범석이 난데없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 무섭게 치고 올라는 채플린 위스퍼 때문이었다. 그들은 후반기에 들어와 전승을 올리며 갓즈나이츠의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아직 3점을 앞서고 있다. 이 점수만 계속 유지하면 우승은 문제없다.’
현재는 리그는 30차전까지 이어진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경기는 8경기. 이 중에서 7승 1무를 얻는다면 자력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물론 꽤 어려운 미션임은 확실하지만, 현재의 팀 분위기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30경기를 치르는 동안 갓즈나이츠는 29승 1무의 성적을 올렸다.
범석이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낮잠이라도 잘 요량이었다. 26차전에서 얻은 뼈아픈 무승부는 모두 그가 부상을 당한 탓이었는데, 이는 계속되는 피로 누적이 빌미가 되었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휴식을 취해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것이, 갓즈나이츠가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여어! 이게 누구십니까? 범석 씨가 아니십니까?”
숙소로 가는 길. 뒤에서 자신을 호명하는 낯익은 한 사내의 목소리에 범석이 고개를 돌렸다. 갈색 톤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도 잘 알고 있던 자였다. 바로 제이드로 에이션트 워리어즈의 트레이드 담당자였다.
“아니. 제이드 씨가 아닙니까? 저희 팀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습니까? 지금은 이적 시즌도 아닌데요…….”
“하하하. 겸사겸사 찾아왔습니다. 에스더 단장님과 만나 긴히 상의할 것도 있고, 뭣 좀 확인할 것도 있고요.”
대충 짐작이 가는지 범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보나 마나 갓즈나이츠의 유망주들을 노리고 왔음이 분명했다. 근래에 GA컵과 리그 컵에 엘프 학교에 재학 중인 검투사를 몇몇 출전시켰더니, 온갖 파리 때가 훈련 캠프 안을 난리 치고 있었다.
“무슨 상의를 하려고요?”
“근래에 GA컵에 출전한 갓즈나이츠 검투사에 관한 얘기입니다. 바로 엘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말이죠.”
역시나 한 범석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에스더 보다는 에르피나가 더 잘 알 겁니다. 그녀가 총 책임자거든요.”
“아. 그 갓즈나이츠의 스카우터였던 그 엘프 말이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검투사 영입보다는 엘프 학교 건립 쪽에 관심이 있어서 말입니다. 혹시 그녀가 그쪽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까?”
범석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댔다. 건립에 관한 일은 범석이 대부분의 일 처리를 했다.
“경영이라면 어느정도 알겠지만, 건립 쪽은 모를 겁니다. 그런데 왜요?”
“사실 범석의 사업을 저희 이브라힘 회장님이 지대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계시거든요. 결과를 보니, 제법 좋은 사업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묻습니다만, 건립 쪽에 대해서는 누가 잘 아십니까?”
범석이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본격적인 판매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경쟁자가 생겼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참나 제이드 씨. 넉살도 좋으십니다. 그걸 저희에게 묻는다면 옳다구나 대답할 줄 알았습니까?”
“하하하. 하긴 그렇군요. 하지만 못 해줄 것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 왜요?”
“사실 지금 범석 씨가 계획하시는 사업은 시장 자체가 무궁무진합니다. 저희 검투계만해도 수십만 명의 엘프 검투사들이 종사 있고, 전 스포츠를 따져보면 족히 수백만에서 수천만에 이릅니다. 설마 그걸 범석 씨 혼자 독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신 것은 아니시겠죠?”
그건 아니었다. 범석도 한계란 있는 법. 그 모두를 홀로 독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조만간 경쟁자들이 출몰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하긴 그렇겠죠.”
“그리고 저희라고 경영 노하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갓즈나이츠보다 우수한 사무 능력을 갖췄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범석 씨가 설명해 주시지 않는다고, 이 사업에 뛰어들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솔직히 더욱 훌륭한 경영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자부합니다.”
범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브라힘 회장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그보다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앞에 있는 제이드만 해도 상당한 경영 및 사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네.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그래서요?”
“같이 공생하자는 얘기입니다.”
“글쎄요? 그게 과연 쉬울까요?”
“왜요? 저희가 파트너로서 또 선의 경쟁자로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아니요. 그것보다는 이브라힘 회장께서 이 사업을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나 걱정되서 하는 말입니다..”
“방금 말씀드렸을 텐데요?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말입니다.”
범석이 바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라, 명분과 힘이 있느냐는 얘기입니다.”
“명분요? 힘이요?”
“네. 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 이권단체와 싸워야 합니다. 저희야 규모가 워낙 작고 영세해, 그들이 건들지 않지만, 이브라힘 회장님 같은 거물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 든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래요? 그들이 누굽니까?”
“엘프 학교 총연합회 말입니다. 잘 아시죠? 엘프 유망주 스포츠 선수의 판매가 엘프 학교에게 얼마나 큰 수입처가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브라힘 회장께서 여길 건드릴 수 있을까요?”
하긴 엘프 학교 총연합회는 좀 부담이 되었다. 사실 그들의 덩치에 비하면 이곳 검투 계는 조족지혈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 세계 엘프 판매의 중간 단계를 차지하고 있는 이권단체이니, 그 위세는 실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마 그들이 엘프 공장에 자신들에게 대한 엘프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고 압력을 넣는다면, 이번 신규사업은 그대로 무너져내리게 되리라 예상되었다. 엘프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엘프 학교 총연합회의 눈치를 살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흐흠. 그렇군요. 그들이 있었군요.”
“그러니 냉수 먹고 속 차리십시오. 저처럼 작게 틈새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상당한 압력이 들어오게 될 겁니다. 괜히 쓸데없이 나서다가 저까지 똥물 튀게 하지 마시고, 조용히 지내십시오.”
머리를 박박 긁은 제이드가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하하하. 바로 그런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범석이 날카로운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
“그래도 해보시겠다는 겁니까?”
“범석 씨도 하시는 일, 못할 것도 없죠. 솔직히 작게 시작한다면 그들도 그다지 설레발을 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하긴 그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범석이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작은 규모였다. 그가 한 해 영입하는 엘프의 수는 고작 수십 정도. 이 수로는 엘프 학교 총연합회가 위기감을 가질 정도의 피해를 안겨주지는 않았다.
“뭐. 그렇기는 하지만, 저희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후후. 그 전에 현지화 정책을 펼쳐야겠죠.”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우리가 엘프 학교 총연합회의 회원으로서 활동하는 겁니다. 스포츠 선수만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범석 씨의 엘프 학교는 여느 다른 엘프 학교와의 차이는 없습니다. 기존의 엘프 학교에서도 프로 스포츠 선수될 만한 유망주를 비싼 값에 판매하기는 마찬가지니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인지 범석이 가만히 턱을 괴었다. 기존의 방식을 차용하면 엘프 학교 총연합회의 차별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쓸데없이 사업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그거야 손해만 나지 않는다면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으음. 괜찮은 방법이군요.”
“여기에 또 한가지. 앞으로 생겨날 경쟁자들을 저희가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아니 그건 어떻게요?”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가 힘을 합쳐 엘프 학교 총연합회의 중추를 차지하면 됩니다.”
“글쎄요? 그게 과연 간단한 일일까요?”
“좀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겁니다. 엘프 학교 총연합회의 위세가 대단한 이유는 막대한 구성원의 수 탓이지, 큰 힘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당연히 범석 씨와 이브라힘 회장이 힘을 합친다면, 내부에서 충분히 큰소리를 칠만한 세력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 점은 나름의 동의가 갔다. 이브라힘 회장이나 그는 상당한 인맥과 자금력이 있었다. 즉 군소 엘프 학교 이사장들과는 아주 질이 다르다는 얘기였다.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상당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어떻습니까? 그럼 함께 힘을 합치는 겁니까?”
“뭐. 그쪽에서 정 그리 원하신다면 한 번 생각해 보겠지만……. 여전히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뭘 말입니까?”
“다름이 아니라, 이브라힘 회장이 굳이 이 사업에 뛰어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런 사업을 하지 않아도 그분은 이 검투계에서도 한 목소리 내시는 분 아닙니까?”
“그게 다 위기감 때문에 그렇습니다.”
“위기감요?”
“네. 범석 씨 때문에, 이브라힘 회장님 가문의 수입이 크게 줄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그 부족분을 회복할 다른 사업이 필요합니다.”
“제가 뭘요?”
“검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에 자극을 받은 이브라힘 회장님께서 주식회사 성격의 팀을 모두 정리 처분하고, 개인회사 성격의 팀만을 운영할 생각이십니다.”
이제야 이해가 간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브라힘 회장이 거느리고는 있는 프로 검투 팀은 족히 수 백여. 개인 회사 성격 팀만을 경영할 요량이면 이 중 상당수를 처분해야 했다.
아무리 가족들이 많아도, 여기에 들어가는 엘프 검투사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럼 당연히 수입이 급감하니, 다른 수입처를 찾아야 함이 옳았다.
“그렇군요. 이러다가 이브라힘 계파가 무너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이미 대다수의 계파 원들이 저희 뜻에 동조해 자신의 팀들을 개인 회사 성격의 팀으로 변모시키거나, 새롭게 만들 생각을 하고 있죠. 대표적인 예가 하이에나그룹입니다.”
“그래도 세력 규모가 작아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텐데요. 이브라힘 계파에는 군소 프로 검투 팀만이 아니라, 많은 프로 검투팀을 거느리고 있는 스포츠 거부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미 통계적으로 같은 능력에 대비해서 개인회사 성격의 프로팀 검투사들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럼 이제 미래에 벌어질 사태는 너무도 자명한 일, 차라리 지금 체질 개선을 해서 살아남는 편이 낫겠죠. 후후후.”
범석이 착잡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갓즈나이츠의 등장으로 변모하리라고 예상했지만, 기존의 검투계가 이처럼 발 빠른 대응을 해올지는 몰랐다.
“이거 괜히 저희가 월드리그에서 1등으로 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파장이 큰데요.”
“후후. 그래서 저도 약간은 범석 씨가 원망스럽습니다. 원래는 변화에 대해 좀 더 기한을 두려고 했는데, 갓즈나이츠가 떡하니 월드리그 우승에 근접해 버리는 바람에, 다들 안달이 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 같은 밑의 사람들만 고생입니다.”
범석이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이거 죄송하게 됐군요.”
“뭐. 정 죄송하시다면, 이번 사업을 공유해 주시죠. 저희 같은 밑의 사람들이야 까라면 까는 것이기에 힘들어도 그다지 상관없지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을 겁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거든요.”
“왜요? 이브라힘 회장님께서 자른다고 합니까?”
“그야 당연한 수순이죠. 조직 규모가 작아지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나가야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브라힘 회장이 다른 사업을 찾는 겁니다. 다행히도 엘프 학교는 투입되어야 할 인원이 아주 많습니다.”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는 대표적인 인력 집중 산업이었다. 교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포츠 특성화 학교는 더군다나 그랬다. 갓즈나이츠 같은 경우에도 10여 명에 가까운 코치진이 투입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지? 도와줘야 하나?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나 때문에 여럿 잘리게 생겼는데, 이대로 모른척할 수는 없잖아. 게다가 혼자 먹을 수 있는 시장도 아니고 말이야.’
범석이 바로 제이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이대로 평생 엘프 학교 총연합회의 눈치만을 살피며 사업을 이어나갈 수는 없는 일. 차라리 이브라힘 회장과 손을 잡고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제법 권력 있는 인사이니, 큰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그는 곧 사업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 제이드를 데리고 다시 집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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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시간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