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81
81화
경기장 중앙에 선 갓즈나이츠의 주전들이 날카로운 눈매로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2진들을 바라봤다. 오늘의 사건과 함께 그동안 저들이 벌여온 작태가 떠오르자 분기를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그녀들은 들고 있는 검과 창을 꽉 쥐며 경기 시작시각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이익!
경기시작 신호와 함께 오스칼을 선두로 범석과 마틸다가 도강을 시도했다. 이를 뻔히 보고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금 구성한 방진이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도강을 방해하기 위해 몇몇 검투사를 전진배치했다가 당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번 라운드는 필시 패할 수밖에 없었다.
‘후후. 방진이라……. 무승부를 노리는 모양이군. 하지만, 뜻대로 될까?’
튼튼한 방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검방 검투사가 많이 필요했다. 반면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팀은 대부분 공격성향이 높은 검투사로 스쿼드를 구성해 놨다. 아무리 뛰어난 검투사라도 익숙지 못한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 이 틈을 강인한 힘을 지닌 오스칼이 파고들고, 자신이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충분히 분단시켜버릴 수가 있었다.
다만, 조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진형 중앙에서 서서 팀원을 지휘하는 로리아였다. 오랫동안 검투사 생활을 해왔으니, 방진에도 능숙할 테고, 동료에게 보호되니 잡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
“모두들 돌격해 들어간다! 절대로 물러서지 마라!”
“넷!”
갓즈나이츠의 돌진을 정면에서 받아낸 방진이 크게 일렁거렸다. 뒤이어 온 힘이 담긴 오스칼의 일격이 충돌지점을 강타했다. 쾅하는 소음과 함께 18번을 단 검투사가 뒤로 쭉 밀려났다. 하지만, 뒤에 자리 잡고 있던 로리아가 지지를 해준 탓에, 진형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모두. 집중해! 한치라도 실수했다가는 바로 진이 무너지게 돼!”
로리아의 다급한 음성에 동료 검투사들이 더욱 밀집하며 진형을 공고히 했다. 비록 숙련되지 못한 무구를 들고 있지만, 특유의 단결력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과거부터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에 몸담으며 함께 호흡해온 사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점점 뒤로 밀림은 물론, 간신히 가다듬은 진형에도 다시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이번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차이로 이런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주인을 위해 프로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엘프와 프로리그에 올라가도 그저 명예만을 얻는 엘프의 정신상태가 같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안드레아의 건으로 극심한 분노에 휩싸인 상태였다.
창. 차창. 콰쾅. 쾅.
궁지 몰려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진형에 기어이 사단이 터져 나왔다. 12번 검투사가 오스칼의 거검을 막기 위해 방패를 위로 들이댈 때, 범석이 재빠르게 무릎 부위를 베어버린 탓이다. 그녀는 경직되어는 다리로 쩔뚝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레이메이가 긴 창으로 발을 걸자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이때다 싶은 그가 곧바로 검을 거꾸로 쥐고 12번 검투사의 복부를 힘껏 찍었다.
“끼아악!!”
한 명의 행동불능으로 비게 된 전방으로 중앙의 검투사 하나가 앞으로 나가 메웠다. 방진을 깨기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손실된 인원이 꾸준히 채워지기 때문이다. 하나 혹은 둘이 당하면 중앙에 있는 검투사가 이를 채우면 되었고, 셋이 당하면 9명이 정 삼각형을 이루면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명을 잃어도 다시 8명이 2열 횡대로 다시 방진을 구성하면 그뿐이었다. 그렇기에 방진을 깨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돌파를 통해 철저히 분단시키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돌파해야 해! 모두 힘을 내!”
범석의 호령에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일제히 방진 중앙 두드렸다. 분노와 투지로 가능 찬 공격에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뒷걸음질을 칠 뿐 진을 흩트리지 않았다. 어설픈 진형과 무구라는 단점을, 오랜 프로리그 생활 동안 몸속으로 익혀왔던 경험으로 극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쉽지 않음을 느낀 그가 후미에 있는 비너스를 불러냈다. 그녀는 듀얼실더로 방어에 특화되었지만, 오후 3시가 훨씬 넘은 지금 ‘금성의 환상’의 특성으로 팀 내 3번째의 근력 보유자가 되었다. 돌파가 지지부진한 지금 뒤쪽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었다.
“비너스. 가장 선두에 서서 적진을 돌파해.”
“제가요? 전 후미인데요.”
“상관없어. 지금은 네 힘과 방어력이 필요하다.”
“네. 알겠어요.”
비너스가 양쪽 방패를 겹치고는 앞을 향해 무작정 달려나갔다. 단순한 돌파시도였지만 아주 효과만점이었다. 거검을 휘둘러 뚫는 오스칼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몸을 밀어 비집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쾅. 콰쾅. 쾅.
“얘는 또 뭐야! 어서 해치워!”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비너스의 돌파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지금까지 경기를 플레이해오면서 이렇게 무식하게 방진에 달려드는 검투사는 처음 봤다. 평소라면 얼씨구나 간단히 해치워버렸겠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자신들이 휘두르는 검과 창을 양손에 든 대형 타워실드로 손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공격할 구석도 보이지 않았다.
호기라고 느낀 범석이 오스칼과 마틸다를 향해 소리쳤다.
“오스칼, 마틸다! 지금이다! 비너스의 뒤를 밀어줘.”
그녀들이 바로 비너스의 등 뒤로 가 힘껏 밀기 시작했다. 범석을 비롯한 중견의 다른 검투사들은 그녀들이 포위되지 않도록 접전을 펼치며 압박해 갔다.
서서히 벌어지는 방진의 입구. 지금까지는 강한 힘을 지닌 로리아 뒤를 받쳐졌기에 버텼지만, 비슷거나 혹은 훨씬 높은 근력을 지닌 셋이 동시에 밀자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안 돼! 밀린다!”
결국, 로리아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앞뒤로 위치한 서넛의 검투사들도 도미노처럼 같이 넘어지며 방진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범석의 시선은 로리아에게 박혀 있었다.
“방진을 돌파는 나중이다! 먼저 바닥에 쓰러진 얘들부터 없애!”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몸을 일으키려는 로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만 제거하면 4라운드는 승리한 것이 다름없었다. 지금껏 오스칼이 갖은 애를 썼음에도 돌파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뒤에서 꿋꿋이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뭐해! 쓰러진 동료를 구해!”
대장 검투사의 명령에 그레이트 하이에나의 검투사들이 방진을 와해시키며, 앞으로 달려나왔다. 진형을 무너뜨리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지만, 로리아가 당하는 순간 이번 라운드가 끝임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들만으로는 오스칼을 앞장세운 갓즈나이츠의 돌파를 견뎌내기 어려웠다.
차창. 창. 쾅, 콰쾅.
치열한 난전이 사방에서 벌어졌다. 사방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던 비너스가 급히 에르피나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방진이 무너진 이후의 명령은 듣지 못했으니,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려는 생각에서였다.
에리카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28번 검투사를 해치우고는 범석에게 달려갔다. 로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기에, 뒤를 받쳐줄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다! 여기서 경기를 끝내자!”
고함을 내지른 범석이 몸을 일으키려는 로리아를 계속 압박해 나갔다. 7번을 단 검투사와 13번을 검투사가 달려들었지만, 에리카와 마틸다에게 맡기고는 그녀에게만 집중했다.
“야앗!”
로리아가 들고 있던 방패를 휘저으며 계속 바닥을 기었다. 그가 발 빠르게 공격하며 도저히 일어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의 등 쪽으로 음산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오스칼이 자신이 맡고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의 검투사를 해치우고 가세를 한 것이다.
이에 로리아가 방패를 들이대어 막았지만,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했다. 거검의 강력한 물리력에 방패가 퉁겨져 나가자 범석이 바로 카타나로 목을 그어버렸다.
“꺄아아악!”
서서히 몸을 경직시키는 그녀가 동료를 바라봤다. 이미 대부분이 쓰러지고 대장 검투사와 몇몇이 포위된 채로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척 봐도 패전을 면하기는 어려운 일,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포기할 때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나머지도 다 쓸어버려!”
남아 있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검투사들이 필사적으로 버티려고 했지만, 이내 하나씩 차디찬 바닥에 쓰러졌다. 뻥 뚫린 공간을 뚫고 무수히 날아오는 검 끝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얼마후 마지막 남은 대장 검투사조차 쓰러지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방송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려왔다.
– 대단합니다. 전력상 불리함을 안았던 갓즈나이츠가 4라운드 경기결과 3승 1패로 4강전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우와와와!
벌떡 일어나 환호를 보내는 갓즈나이츠의 팬들의 함성으로, 장내에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경기 시작 전 만에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걱정했을 만큼 막강한 전력의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를 깨고 4강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팬들로서,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잘했다! 꼭 4강전에서 이겨 프로리그에 진출해라!”
“갓즈나이츠! 통쾌하게 잘해줬다. 동부의 이방인 놈들의 콧대를 아주 잘 꺾어줬다.”
응원소리를 들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범석이 동쪽 응원석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부글부글 끓는 눈으로 쏘아보는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을 놀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관중석 맨 꼭대기 VIP룸에서 방방 뛰고 있을 줄리앙에게 조롱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승리로 그는 1년간 아마추어리그에 푹 썩어야 했고, 흑사회의 치려는 의도가 무산되었다. 아마도 꽤 열이 받았으리라 생각됐다.
그는 입구까지 나와 마중을 하는 다른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짐을 챙기고는 바로 경기장 밖을 나섰다. 사흘 후에 4강전이 있으니, 빨리 돌아가서 오늘의 쌓인 피로를 풀어야만 했다.
저벅. 저벅.
외부인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는 경기장 복도. 걸음을 분주히 옮기던 범석이 팀원의 수가 한 명 모자라는 것을 보고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다름 아닌 안드레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어디 갔어?”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이 아는 바를 간략히 설명했다.
“휴~ 주인님과 주전들이 경기하는 사이에, 먼저 짐을 싸들고 돌아갔어요. 만류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냥 보내줬어요. 괜히 남아 있던 다른 동료 검투사들과 불화라도 일어나는 날이면, 문제가 생길 요지도 있고요.”
“으음. 그래? 잘했어. 솔직히 엘프가 무슨 죄가 있겠냐. 다 그 줄리앙과 주인의 잘못이지.”
“하긴 그래요. 엘프들은 주인의 명령이라면 뭐든 하니까요. 그런데 말인데요. 안드레아를 어쩌실 건가요? 아마추어검투협회 측에 고발하실 건가요?”
“글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서 시끄럽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 물증이 없으니 역으로 우리가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그때 어딘가에서 낯설지 않은 한 남성의 목소리가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봐. 잠시만 멈춰보지.”
제자리에 선 그가 느릿하게 걸어오는 한 젊은 남성과 수행인으로 보이는 정장 입은 몇몇 인사들을 보더니 미간을 지그시 모았다. 결코, 대면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어. 줄리앙. 여기까지 무슨 행차 신가? 지금 준비해 놓은 샴페인을 깨기도 모자랄 판국일 텐데.”
조롱 어린 말투에 줄리앙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불끈 움켜쥐었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 잠시 노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농담할 기분이 아니다. 할 말이 있으니 따라와라.”
“훗.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간단명료하게 해. 너와 달리 나는 4강전 준비 때문에, 아주~ 할 일이 많거든.”
“여기서 할 말이 아니다.”
“그럼 나중에 전화로 해. 뭐 받을지는 의문이겠지만……. 후후후.”
자리를 뜨려는 그를 줄리앙이 붙잡았다.
“좋다. 그럼 다른 팀원들을 먼저 보내라. 그건 괜찮겠지?”
물끄러미 그를 한 번 바라보고 난 범석이 자신 소유의 엘프와 엠마를 제외한 모두를 먼저 보냈다. 무슨 얘기를 지껄이는지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됐지. 이제 말해봐.”
줄리앙이 슬며시 엠마에게 눈길을 주었다. 앞으로 할 얘기는 흑사회 멤버인 그녀가 들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저 아이는? 쟤가 있으면 곤란한 얘기인데.”
“후후. 그렇게 곤란하면 하지 마. 누구 덕분에 나 무척 피곤해서, 집에 얼른 가고 싶다.”
“내가 아니라 네가 곤란하다는 거다.”
범석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럴 일 없을 테니, 네가 지레짐작으로 염려할 필요 없다.”
“그래?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얘기하지. 당장에 흑사회와 손을 떼고 엠마를 팀에서 쫓아내라.”
그가 입가에 비웃음을 한껏 머금었다. 다 끝난 마당에 그딴 헛소리를 짓거리니 어이가 없었다. 이미 둘 사이에는 앙금의 골이 깊이 파여 있었다. 줄리앙은 모르지만, 당했던 범석은 절대 여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후후. 농담하지 마. 내가 왜 애꿎은 엠마를 쫓아내야 하지?”
“네게 아주 큰 선물이 돌아갈 테니까. 들어보면 꽤 만족할 것이다.”
걱정스러웠는지 엠마가 다가와 그의 옆에서 섰다.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에 약한 법, 혹시나 배신할까 두려웠다.
이에 등을 두드리며 안심시킨 범석이 줄리앙을 노려봤다. 그는 게임상의 이득을 위해 자존심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선물인지 모르지만, 안 푸는 것이 네 자존심을 위해 좋을 거다. 지난 사건들로 나 지금 상당히 열이 받은 상태거든.”
“네게 수억 크랑이 생기는 일인데도? 구미가 당기지 않나?”
“훗. 수억 크랑?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려면 당장 꺼져라. 하이에나그룹 전체를 줘도 사양한다.”
줄리앙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말하는 투로 보아 이제 회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무척 후회할 텐데?”
“후회? 너나 하지 마라. 내가 근래에 뒷골 당기는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 그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해줄 생각이니까. 오늘 경기는 시작에 불과하니, 단단히 각오해 둬라.”
줄리앙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기껏해야 아마추어 검투팀을 운영하는 자가, 하이에나그룹의 후계자인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하니 우스웠다. 마치 하룻강아지에게 짖음을 당하는 호랑이가 된 기분이었다.
“세상 물정을 아예 모르는 놈이군. 좋아. 확실히 뭉개 주마.”
“능력은 되고? 이번 일 처리를 보아하니, 제법 병신 짓 좀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안드레아를 이용해 뻘짓거리하는 건 아주 예술이었어. 덕분에 나야 편했지만…….”
줄리앙이 안면을 붉으락푸르락 만들며 뒤로 돌아섰다. 패장이 된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장담은 훗날 제대로 한 방 먹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나, 나중에 두고 보자. 반드시 오늘 일을 후회하도록 해주마.”
“후후후. 기대하고 있겠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오늘처럼 얼굴은 비추지 마라. 기껏 기껏 먹은 밥 얹히기는 싫으니까.”
발길을 멈칫거렸다가 다시 떠나가는 줄리앙의 몸이 심히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 이런 수모를 당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꽉 깨물고는 어딘가로 사라져 갔다.
이를 가만히 지켜본 범석이 휘하 엘프들과 엠마를 데리고 곧장 아론에게로 향했다. 3일 후에 있을 4강전을 위해 오늘 푹 쉬며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무척 덥네요. 입안에 땀띠 나는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며칠만 있으면 9월에 추석인데, 이렇게 더워서야…….. 이거 아무래도 기후가 완전히 맛이 갔나 봅니다. 정작 여름에는 시원하고 말입니다.
그럼 날이 선선해지는 그 날까지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내일 같은 시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