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자이언트 건틀릿(Giant Gauntlet) (6)
중개업자 노인을 통해 김진수와 오금서의 관계를 파악한 석두는 일말의 여지 없이 곧장 조직원들을 데리고 오금서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 건물로 향한다.
제과업체로서 다양한 식품을 생상하고 있는 ‘티오제과’.
하지만 최근,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이 검출되 최근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지만, 돌아온 거라고는 솜방망이 처벌뿐이었다.
분명 모종의 뒷거래가 있으리라.
“돈을 가진 자들 중에서 뒤가 구리지 않은 녀석이 없는 거 같습니다요.”
망치의 말에 심히 공감한다는 듯이 석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15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빌딩을 바라보던 석두는 잠시 고민을 해본다.
마법으로 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봤자 아무런 쓰잘데기가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 빌딩에 잠입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선 건물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 했던가.
전반적으로 회사의 건물을 바라보던 석두가 잠시 머리를 굴려본다.
남은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길어봤자 3일이 고작이다.
“흠…….”
고민을 하던 석두가 망치를 포함해 조직원들을 부른다.
“오늘은 이만 철수한다.”
“예?!”
그렇게 기세 좋게 왔는데, 오자마자 철수라니.
순간 할 말을 잃은 조직원들이었지만, 석두가 조직원의 리더이니 말을 거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죽치고 앉아봤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오지 않아. 내일 다시 온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망치.”
거대한 덩치를 뒤뚱거리며 다가온 망치가 석두 앞에 등장한다.
“무슨 일이십니까, 형님?”
“넌 앞으로도 계속해서 애들에게 괴도와 우리 조직에 관한 거는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 절대로 기밀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선 안 된다. 그리고 설사 새어나간다 하더라도 너와 나, 그리고 쾌남이 알고 있는 사실까지 바깥으로 알려져서는 안 될 게야.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형님. 그리고 저를 오랫동안 따르던 녀석들이라서 그렇게 쉽게 배신할 녀석들이 아닙니다. 믿어주십시오!”
물론 신뢰란 정말 좋은 단어다.
그러나 그 신뢰의 두께에 따라 그 사람을 믿어도 좋을지, 안 좋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나 앞으로 괴도로 활약할 석두라면 더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음 날.
점심식사를 해결한 민철은 망치를 불러 자신이 어제 저녁에 지시한 내용을 확인한다.
“정신교육은 계속 확실히 해두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당분간 애들한테는 전폭적으로 자금이라든지 물질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줘라. 필요하면 아끼지 말고 줘.”
“그래도 됩니까?”
“신뢰라는 건 직접 눈으로 보여지는 성과가 있어야 더더욱 두터워지는 법이다. 돈으로 환심을 살 수 있다면 그 돈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조직원들이 그만큼 나에게 충성을 한다면, 우리는 믿을 만한 부하의 숫자를 늘리는 꼴이 되니까.”
결국 돈으로 사람을 사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것보다 내가 어제 지시한 또 한 가지는 어떻게 되었지?”
“아, 그거는 문제없습니다. 조만간 예정된 시간 내에 녀석들이 알아서 행동할 예정입니다.”
“좋아. 그럼 슬슬 출발하도록 하지.”
“예, 형님!”
“쾌남은 해킹을 통해서 최대한 녀석들의 감시망을 흐뜨려라. 단, 우리의 위치가 발각될 거 같으면 그 자리에서 그만둬도 좋다.”
“…예…….”
기운 없는 대답을 내뱉은 쾌남이 다시 우렁차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전혀 딴 사람이 되는 쾌남을 바라보며 석두는 저게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그럼 다시 한 번 가보자!”
석두의 지시와 함께 또 다시 괴도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망치와 함께 매복한 상태에서 다수의 무리들이 회사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자들의 등장에 경비원이 순간 겁을 먹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가 그 유명한 티오제과 아니오?”
“맞습니다만…….”
“견학 좀 하러 왔수다.”
“겨, 견학이요?”
“우리도 사업 좀 할까 하는데, 이 회사를 롤 모델로 삼으려고. 불만 있수?”
“안 될 말씀을…….”
“안 되긴 뭘 안 된다는 거요?! 거참 쩨쩨하게 그러긴가?”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단 말로…….”
경비원이 슬쩍 다른 경비원에게 눈치를 주자, 행동파로 보이는 젊은 경비원들이 조직원들을 향해 다가온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허, 왜들 이러는 거야!”
남자들이 거칠게 몸싸움을 유도한다.
그 순간, 난동을 부리는 남자들의 무리 속에서 제법 왜소한 체격을 보유하고 있는 한 남자가 슬쩍 손을 놀리기 시작한다.
한편, 경비원 중에서도 제법 계급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겁니다!”
“아따, 무섭게 나오는구만. 알았어, 가면 되잖아, 가면!!”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데려온 애들과 함께 빌딩 바깥으로 자진해서 걸음을 옮긴다.
그와 동시에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던 망치와 석두에게 다가온다.
“망치 형님, 하라시는 대로 했습니다만…….”
“수고했다. 자, 여기 오늘 일당이다.”
“헤헤, 이런 일 있으면 언제라도 불러주십시오. 완전 껌입니다.”
망치가 오늘 하루 섭외한 친한 동생놈들에게 두툼한 봉투를 건네준다.
녀석들이 알아서 흩어지자, 끝까지 남아있던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석두에게 다가온다.
“여기 ID카드입니다.”
“수고했다, 번개.”
“이정도야 식은 죽 먹기보다도 더 쉽습니다요. 낄낄.”
망치가 거느리고 있는 조직원 중 소매치기 1인자라 불리는 남자, 별칭은 번개라 불리고 있으며 손이 워낙 빨라 그런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제법 나이도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없으며, 여자에게 관심은 많지만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바르게 살아갈 의향은 없어 보인다.
하긴, 만약 그런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면 애초에 망치가 이끄는 도둑 조직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 카드만 있으면 보안이 걸려 있는 사무실은 웬만하면 통과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접근하실 겁니까?”
마침 망치도 궁금해하던 점을 번개가 대신 물어봐준다.
ID카드를 훔쳐오긴 했지만 이들이 이 카드를 실제로 쓰려면 회사 직원이 되는 수밖에 없다.
직원 혹은 고용인이 되어야 회사 내부를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닐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감시하고 있는 CCTV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제아무리 해킹의 천재라 불리는 쾌남이라 하더라도 티오제과 본사 건물 전체를 해킹할 수는 없다.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역으로 위치를 추적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했다.
결국 이들이 회사 직원이 되어야만 마음대로 건물 내부를 활보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건 걱정 마라.”
석두는 단 한 마디로 이들의 불안감을 날려 보낸다.
방금 전, 다수의 젊은 경비 직원들이 있음을 알아차린 석두는 그들이 바깥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로비에서 계속 직원으로 경비 일을 하고 있는 다른 경비원들과는 달리, 이들은 아르바이트 신분으로서 대학생들이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지원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 녀석들, 도대체 뭐래.”
“그러게 말이야.”
2명의 경비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빌딩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석두의 시야에 포착된다.
가급적이면 혼자 있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거기까지는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노릇이다.
“망치, 지금이다.”
-예, 형님.
전화상으로 대답을 한 망치가 차를 운전하며 중간에 정차한다.
“거기 아저씨, 여기 주차장 입구가 어디에요?”
“아, 잠시만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혹시나 이 회사 직원이라 생각을 한 모양인지 담배를 피우던 알바생 중 한 명이 황급히 망치가 타고 있는 차량을 향해 달려간다.
그사이를 노려, 석두가 빠르게 남은 알바생에게 득달같이 달려든다!
“슬립(Sleep).”
시동어를 외치면서 알바생의 등에 손을 뻗는다.
그와 동시에 알바생이 낯선 감촉을 느끼기도 전에 그 자리에 그대로 허물어지듯 쓰러진다.
알바생을 받아 든 석두가 이윽고 손을 알바생 위에 올려놓으며 또 한 번 시동어를 외친다.
“메모리 스캔(Memory scan).”
민우와의 대결 이후로 수행에 수행을 거듭해 6클래스까지는 상승시켰지만, 그래도 드래곤의 심장을 지니고 있는 거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아직 클래스가 낮은 탓에 그다지 많은 기억을 습득할 수 없지만, 그것으로 족하다.
클래스가 낮다 하더라도 5클래스에 비해서 능력이 상승한 효과는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우선 이번 작전에 필요한 메모리 스캔의 기능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하루밖에 기억을 훔쳐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1주일 정도는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다.
어차피 이들이 하는 일은 하루하루 고정되어 있다. 단순한 패턴을 파악하기만 하면 석두는 완벽하게 알바생으로 위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행 중 다행인지 이 알바생은 들어온 지 3일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아직 안면을 제대로 익히기 전이었다.
그렇다면 대충 외형만 이매진 마법을 사용해서 바꾸면 금세 이 청년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일에는 운수도 좋아야지.”
메모리 스캔을 마친 석두가 근처에 숨어 있던 번개를 부른다.
“이 청년이 깨어나려면 5시간 정도 있어야 하니까 미리 집에다 옮겨놓도록.”
“수면제라도 먹이신 겁니까?”
“굳이 그런 의약품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은 된다. 여튼 신분을 조사해서 얌전히 옮겨놔. 괜히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번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조직원들과 합동해 남자를 옮기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그전에 알바생의 작업복을 벗기는 석두.
알바생의 복장을 손에 얻은 뒤 근처에서 옷을 대충 갈아입은 후에 마지막으로 이매진 마법을 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아마 알바생처럼 보일 터.
“잠시 연기를 하면 되겠지.”
본인의 기준으로는 그다지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외형이 똑같고 게다가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도 없으니 얼추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그대로 건물 안으로 진입한 석두가 익숙하게 ID카드를 사용해 지하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른다.
“어이, 알바생. 여기서 뭐하고 있어.”
로비에서 대기하던 경비원 한 명이 도중에 석두를 발견했으나, 그가 석두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이매진 마법의 효용을 그대로 체감한 석두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잠깐 화장실 좀 가려고요.”
“쯧쯧, 후딱 가. 괜히 회사 내에서 얼쩡거리다가 높으신 분들한테 걸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을 찾는 척하며 경비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로서 회사 내부 진입에 성공.
이제부터 남은 일은…….
‘오금서 회장과 자이언트 건틀릿을 찾아내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