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자이언트 건틀릿(Giant Gauntlet) (7)
“…….”
사무실에 앉은 채 고민에 휩싸인 오금서.
일단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서 다수의 청년 알바들을 고용함과 동시에 보디가드들도 배치를 해뒀지만 그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 녀석은… ‘보물’의 존재를 알고 있어.”
가면을 쓴 남자, 괴도.
그는 분명 ‘보물’을 지니고 있는 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난 너희들의 보물을 훔치겠다.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물건.
그걸 가리키는 건 분명 드래곤의 레어에서 빼온 보물밖에 없다.
“귀찮게 하는군…….”
오금서의 미간이 점점 찡그려진다.
혹시 보디가드 중에 괴도가 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임시방편으로 보디가드들은 사무실 바깥에 위치하게끔 배치를 시켜놓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돈 앞에서 혈육의 정을 무시하며 잔혹해지는 사람들을 오금서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이걸 써야겠군.”
오금서는 무의식적으로 양 손에 자이언트 건틀릿을 장착한다.
거인의 근력을 지닌 아이템.
이것만 있으면…….
괴도 따위는 자신의 힘으로 무찌를 수 있을 터.
오금서 또한 소싯적 각종 무술을 익히며 나름 몸을 단련해온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몸의 건강을 위해서 기본적인 운동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비록 체력으로는 젊은이에 뒤처질지 모르나 그것은 자이언트 건틀릿으로 해결하면 된다.
한 방 한 방이 치사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뽐내는 아이템 아니겠는가.
제대로 한 방만 맞추면, 제아무리 괴도라 하더라도 금방 나가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군.”
자이언트 건틀릿 덕분에 평정심을 찾은 오금서가 여유롭게 담배를 피운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건물 내는 비흡연이라고 써 있던데.”
“……!”
놀란 오금서가 주변을 둘러본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그’가 등장했다.
흰색의 가면을 쓴 남자.
“괴도 등장이다.”
스스로를 괴도라고 칭한 남자가 오금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석두가 오금서 앞에 등장하기 얼마 전.
쾌남에게 오금서가 자주 사용하는 사무실이 위치한 최상층의 감시카메라를 해킹하게끔 지시를 내린 뒤 수월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석두는 미리 준비해온 가면을 꺼내든다.
어차피 CCTV와 각종 경보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낮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이유로 경보기를 켜두지도 않았을 거라는 허점을 찌른 것이다.
무난히 복도로 이동하던 석두는 보디가드 2명과 마주하게 되었다.
“음?”
“누구냐, 넌.”
보디가드 중 한 명이 석두를 보자마자 발걸음을 이동시킨다.
딱 봐도 흰색 가면을 쓰고 있는 폼이 영 수상해 보인다.
석두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이면서 보디가드에게 말한다.
“도둑이다.”
“……!”
반사적으로 보디가드들이 총구를 겨누려 하지만 석두는 그것보다도 빠르게 양손에 맺힌 마법을 발동시킨다.
“썬더볼트(Thunderbolt)!!”
콰지지지직!!
강렬한 스파크가 빠르게 보디가드 2명을 향해 뻗어나간다.
“크으으윽!!”
짜릿한 침음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심지어 다른 한 명은 소변까지 지려버린다.
적당히 기절할 정도로만 감도를 조절했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되는 모양인가 보다.
하기사. 마음껏 공격 마법을 활용했던 적은 얼마 전 자이언트 건틀릿 모조품을 지니고 있던 민우와의 혈전이 전부였다.
‘마법 활용 수련도 잊지 말아야겠군.’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게 된 석두는 2명의 보디가드를 지나친다.
그리고 품 안에 있던 총을 꺼내본다.
이게 진짜 총인지, 아니면 위협용 총인지를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다.
확인 결과는 매우 간단했다.
“실탄이 들어 있어.”
대한민국에 총기라니.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실탄을 지니고 있는 보디가드들을 영입한 것인지 모르겠어나 석두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까지 보물이 소중한 것인가.
아니면 김진수에 관한 뉴스가 괴도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런 위험한 짓까지 벌이는지 모르겠다.
“여튼 이런 건 회수하는 편이 좋겠군.”
총기를 회수한 뒤 석두는 다른 보디가드들 역시 손쉽게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총기가 있다는 정보를 미리 습득한 순간부터 석두는 거침없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다만, 상대를 죽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어차피 이들은 멋대로 고용되어 온 자들이다. 굳이 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석두는 오금서가 있는 사무실 문 앞에 선다.
이윽고 발로 사무실의 문을 걷어차며 처음으로 오금서와 대면한다.
“괴도 등장이다.”
석두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금서기 키득키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예전부터 운동을 해온 남자라 그런지 체격은 제법 큰 편이었다.
“네가 그 괴도라는 녀석인가.”
“보시다시피.”
“그런데 이걸 어쩌나. 바깥 녀석들을 쓰러뜨렸다 하더라도 나에게서 쉽게 이 물건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일 터인데.”
이미 자이언트 건틀릿은 오금서의 양 손에 장착되어 있었다.
민우를 상대할 때와 같은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석두는 겁먹지 않는다.
이미 민우라는 시련을 경험했기에 상대하는 법도 안다.
타이밍을 노려 마법을 날린다.
녀석이 당황할 때, 그때를 노려 자이언트 건틀릿을 회수하면 된다.
그러나 오금서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튀어나온다.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모양인가 보더군.”
“……!”
“뭘 그리 놀라나. 네가 그 민우라는 학생을 쓰러뜨린 게 기억이 안 나나 보군.”
모조품을 빼앗았던 석두.
그는 민우를 쓰러뜨릴 때 마법을 사용했다.
그 흔적이 뒤늦게 오금서에게 목격된 모양인가 보다.
“설마 마법이 실존할 줄이야. 조금 놀랐어. 아니, 애초에 들은 적은 있지만 직접 마법을 부리는 자와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군. 하하하!”
“나이에 맞지 않게 꽤나 촐싹거리는 웃음소리군.”
“그래서 거래처 녀석들이 나와 마주하는 걸 싫어하더구만!!”
오금서가 빠르게 석두를 향해 뛰어간다.
묵직한 체격이 쿵쿵거리며 석두에게 다가오지만, 석두는 끝까지 오금서의 행동을 응시한다.
금서의 주먹이 석두의 안면에 휘둘러지자, 그때가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한 끗 차이로 회피에 성공한 석두.
그러나 뒤이어 금서의 두 번째 주먹질이 휘둘러진다.
부우우우웅!!
바람조차 뭉개버릴 듯한 묵직한 펀치가 이번에는 석두의 복부를 노린다.
어퍼컷 공격이었지만 이번에도 석두는 옆으로 스텝을 밟으면서 아슬아슬하게 피해낸다.
“도망만 다니는 건가? 방송에서 그렇게 호쾌하게 범행 예고까지 한 남자답지 않은 행동이군.”
“과도한 칭찬 덕분에 몸이 움찔거리는걸.”
상대방의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오금서가 노리는 건 바로 근접전이다.
석두를 도발시켜 계속적으로 근접전을 벌이려 하는 녀석의 수작에 석두가 넘어가면 말 그대로 석두의 패배가 된다.
제아무리 마법으로 어느 정도 응수가 된다 하더라도 자이언트 건틀릿의 위력을 얕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민우와의 결전이 이럴 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얌전히 샌드백 신세나 되시지!!”
또다시 시작되는 금서의 연속 펀치.
일반인과 다르게 주먹이 제법 매섭다.
‘평범한 녀석은 아니군.’
필히 무술을 습득했던 경험이 있으리라 판단한 석두가 이번에도 한 끗 차이를 벌리며 피한다.
헤이스트를 이미 걸었기 때문에 몸동작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그러나 6클래스 마법의 스트렝스만으로 저 자이언트 건틀릿을 근력으로 압도하기에는 힘들다.
모조품이 5클래스 마법을 웃도는데 진품은 적어도 6클래스 이상의 상위호환일 터였다.
섣불리 힘과 힘으로 맞서려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회피 행동을 하는 석두.
반면, 괴도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업(Up)된 모양인지 금서는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금서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자이언트 건틀릿이 상승시켜주는 인간의 신체 능력은 근력에 불과할 뿐이지, 결코 체력이 아니다.
“허억…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 금서가 석두를 노려본다.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금서의 공격을 피한 효과가 드디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맞을 듯하면서도 맞지 않는다.
그 연출이 더더욱 금서를 초조하게 만든 것이다.
석두가 노린 것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공격을 감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금서에게 ‘잘 하면 맞출 수도 있다!’라는 희망감을 계속해서 심어줬다.
어차피 자이언트 건틀릿을 소유한 자라면 분명 이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방만 맞추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한 방이 맞춰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한 방을 노리기 위해 알게 모르게 주먹을 휘두르게 되고, 그 덕분에 체력이 점점 방전되어 간다.
시간은 결국 석두의 편이다.
“제아무리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체력이 무한은 아니지.”
“큭…….”
“그러니까 얌전히 그걸 넘…….”
“웃기지 마라!!”
금서가 최대한 힘을 쥐어짜내 방심하고 있는 석두를 틈타 주먹을 휘두른다.
바로 안면까지 나아가는 금서의 주먹 한 방!
이번에는 닿는다!
녀석에게 제대로 자이언트 건틀릿의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후우웅!
“…아니…?!”
분명 맞았다고 생각했던 석두의 모습이 마치 안개마냥 사라지는 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는 금서였지만, 석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해보시지, 노인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금서.
그의 눈동자에는, 자신의 의자 위에 앉은 채 다리를 꼬고 있는 괴도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았잖아? 그럼 당신이 여태 상대하고 있던 그 괴도의 모습이 ‘허상’이라는 것 정도는 생각해 봤어야지.”
“너, 너……!”
“그리고 미안하지만, 잘 시간이야.”
허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흰색 연기가 되어 금서의 체내로 흡입된다.
가뜩이나 체력이 부족해 거칠게 호흡을 내쉬던 금서는 의도치 않게 환상이 남긴 연기를 잔뜩 들이마시게 된다.
이윽고.
“괴도, 네 이녀… 석…….”
쿵!
거대한 체격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허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슬립 마법을 시전한 석두는 천천히 걸어가 다시 한 번 오금서가 제대로 잠이 들었는지 확인한다.
뒤이어 손에 장착된 자이언트 건틀릿을 꺼내든다.
“이번에야말로 진품이겠지.”
복제품은 분명 1회 한정이라고 했으니 이건 틀림없이 진품이다.
더 이상 똑같은 고생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냥 가기는 좀 섭한데.”
기왕 온 비밀 창고다.
여기서 털 수 있는 거라면 터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그럼 괴도답게 본업으로 들어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