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4
14화 괴도 신드롬 (1)
오금서 회장에게서 털어온 물건들을 사무실 안에 진열해놓는 석두.
그가 훔쳐온 물건은 다름이 아닌, 회사의 각종 기밀 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서류와 USB였다.
“하긴, 현금이라든지 금 덩어리가 있을 리가 없지.”
석두도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런 중요한 물품이라면 굳이 회사에 보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기밀 서류가 더 회사 금고에 보관되기 적합한 물건일지도 모른다.
“자, 이걸 어떻게 한담.”
일단 가지고는 왔지만, 그 이후 이걸 어떻게 써먹는지가 더 고민이다.
아니,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망치야.”
“예, 형님.”
석두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망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혹시 그 중개업자 노인 말이다.”
“아, 노 회장님 말입니까?”
“그래, 노 회장. 그 사람한테 혹시 ‘정보’도 팔 수 있냐?”
“정보 말입니까?”
고민하기 시작하는 망치.
노 회장은 돈이 되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구입한다. 그리고 뒤가 잡히지 않게끔 신경을 많이 써주기도 한다.
그런 그라면 분명 뒷세계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정보도 사지 않을까.
“일단 물어볼까요?”
“한번 물어봐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쾌남에게 가서 지금부터 내가 적어준 회사 주식들을 가급적이면 전부 사들이라고 전해라.”
“주식 말입니까? 형님,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주식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투자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제 돈 좀 만지나 싶은데 괜히 주식으로 다 날리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저희 조직원 중에 주식으로 날려먹은 놈이 한두 놈이 아니라…….”
“잔말 말고 내가 하라면 해라.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도를 보여주는 망치가 황급히 석두가 건네준 종이 쪼가리를 가지고 석두의 방문을 나선다.
석두가 훔친 기밀 정보 중에는 타 회사의 기밀까지도 적혀 있었다.
석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분명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회사 정보가 왜 기밀 취급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곧 주식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돈 좀 만지면, 일단 사무실 좀 개조해야겠군.’
벌써부터 성공을 직감한 석두는 의자에 앉아 망치의 답변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대략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오호라.”
검은 정장 차림의 노 회장이 상당히 흥미롭다는 듯이 석두가 내민 서류들을 바라본다.
확인 차원으로 근처에 있던 그의 부하 남성이 내민 노트북을 통해서 USB를 꽂으려는 순간.
“함부로 노트북에 내용을 복사하면 곤란합니다.”
“크크큭. 과연, 그렇군.”
노 회장이 가래 낀 웃음을 내뱉으며 석두를 응시한다.
“나를 못 믿는 건가?”
“예, 못 믿습니다.”
“서운하군. 나름 거래 횟수도 많아서 그래도 신뢰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건만.”
“저는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그저 믿는 것은 제 자신뿐이니까요.”
“과거에 심한 배신을 당했나보군.”
“배신이라기보다는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렇군. 그 눈동자가 상당히 거칠어서 한 번 물어봤네. 버림당한 자의 이글거리는 그것과도 동일해. 허허. 그렇다면 내가 이해를 해야겠군.”
노 회장이 중절모를 고쳐 쓰며 망치를 바라본다.
“이 사무실에 컴퓨터가 꽤 많더군. 그중에 하나를 연결해 내용물을 내게 보여줄 수 있겠나?”
“그건…….”
망치의 시선이 석두에게로 향한다.
석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망치에게 허락의 시선을 보낸다.
그와 동시에 추가적인 조건이 붙게 된다.
“내용의 일부만 보여드리겠습니다.”
“현명하군. 내가 모든 정보를 외우고 갈 거라는 생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건가?”
“예. 죄송하지만 노 회장님은 얕봐선 안 될 인물이라고 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허허, 이 늙은이가 과대평가를 받고 있군. 아무렴 어떤가. 좋네. 거래의 기본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노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석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망치와 함께 사무실 바깥을 나선다.
마침 USB를 건네받은 쾌남이 컴퓨터 본체에 USB를 연결하자, 수많은 파일들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를 응시하던 노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제법 신빙성이 있는 기밀이로군.”
“어떻습니까. 구입하시겠습니까?”
“흐음.”
석두의 직접적인 물음에 노인이 잠시 망설이는 태도를 갖춘다.
이 행동이 오히려 정상이다.
석두가 회사 기밀이라고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 모든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은 아직까지 확인할 수 없다.
“잠깐 몇 가지 확인해 봐도 되나?”
“기밀 사항들을 외부로 퍼뜨리지 않는 선에서라면 가능합니다.”
“허허, 그러도록 하지.”
노 회장의 말에 자연스럽게 부하 남성이 스마트폰 하나를 건넨다.
이윽고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하는 노 회장.
신호음이 끝나자마자 노 회장이 몇 마디 질문을 던진다.
“그렇군… 음…….”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던 노 회장이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전화를 끊는다.
“좋아, 이 정보들은 내가 사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신 나도 한 가지 조건을 걸도록 하지.”
노 회장도 이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기 시작한다.
“오늘 본 정보는 절대로 외부에 퍼뜨리면 안 될 게야. 자네들도 내가 이 조건을 거는 이유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네.”
“물론입니다. 이 정보들은 이미 노 회장님의 것입니다. 저희는 오늘부로 이 정보에 대해서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지워 버릴 예정입니다.”
“그럼 자네가 미리 사둔 그 ‘주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건 그저 우연히 제 기분에 따라 샀을 뿐입니다.”
“…….”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석두는 기밀 정보가 담긴 서류를 보자마자 그 정보를 곧장 주식을 사들이는 데에 활용했다.
석두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정보를 노 회장이 모를 리가 없다.
“허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린 노 회장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긴,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나도 할 말이 없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 입금은 그 블랙카드로 하겠네. 그럼 다음에도 또 좋은 물건을 기대하도록 하지.”
노 회장의 뒤를 따라 두 명의 보디가드들이 사무실 문 바깥을 나선다.
거래 건수가 끝나자마자 석두는 곧장 나갈 준비를 마친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형님?”
“그래. 너희들도 오늘은 수고했다. 들어가서 쉬도록.”
“헤헤, 알겠습니다요.”
어차피 들어가서 쉬라고 말해도 이 사무실 바로 밑이 이들의 보금자리다.
조직원들은 대다수 돌아갈 집이 없기에 사무실에서 잠을 청하거나 아니면 이들이 이 빌딩으로 이사를 올 때 같이 구입한 밑 층수를 침실 혹은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석두를 믿고 따르는 이들인데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대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지배한다.
어차피 이번 주식을 통해서 석두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예정이다.
그 돈으로 우선 좀 더 넓은 사무실을 잡고, 그 이후에 석두도 개인적으로 신도림 근처로 이사를 올 예정이다.
땅값이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수입 역시 어마어마함을 뜻한다.
‘최소 억 단위는 벌 수 있겠어.’
석두도 얼마의 수입이 들어올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정보 싸움이라 했던가.
분명 이들에게는 많은 이득이 뒤따라올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레이나가 석두를 반긴다.
“어머, 늦었네.”
“일찍 온 편이야.”
지하철도 생략하고 공간이동 마법진을 통해서 곧장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그래도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받아라.”
석두가 조심스럽게 자이언트 건틀릿을 꺼낸다.
그에게서 자이언트 건틀릿을 받아 든 레이나가 한동안 검은 장갑을 들어 보이며 서서히 관찰을 시도한다.
설마 이번에도 모조품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석두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의뢰 일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제아무리 레이나가 석두에게 힘을 줬다고는 하지만 완벽하게 석두를 신뢰하는 건 아니다.
이미 레이나로부터 힘을 받은 인간들은 그녀를 배신했고, 그녀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석두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
비록 드래곤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드래곤의 정신체에게 이길 수 있다는 보장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한참 긴장하며 레이나의 행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석두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케이, 수고했어.”
“…진품이냐?”
“응.”
“그런 거라면 좀 시간 끌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군.”
“또 모조품일까 봐 긴장했나 보구나.”
“…….”
마음 같아서는 부정하고 싶지만, 이제 와서 부정해봤자 별다른 의미가 없을 거라고 판단한 석두이기에 레이나의 지껄임을 그대로 방치한다.
“어쨌든 수고했어. 이번 의뢰는 고생 좀 했나 보네.”
“모조품 정보가 사전에 있었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겠지.”
“그럼 정보 하나를 더 살래?”
“…아니, 그건 좀 미뤄두도록 하지. 지금 당장은 돈이 없으니까.”
“알았어.”
얼핏 보면 협력자 관계로 보이지만 석두와 레이나는 엄연히 갑과 을의 입장으로 정해져 있다.
물론 갑은 레이나.
그리고 을은 석두다.
레이나는 석두에게 새로운 인생을 부여했을뿐더러 힘까지 줬다. 보상에 대한 대가를 치루기 위해서는 레이나의 도난당한 보물을 훔쳐내야 한다.
물론 석두는 이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만한 힘을 얻게 된 자는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석두는 괴도 행세를 통해 그 책임을 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레이나의 보물을 모두 찾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면 된다.
“오늘 훔친 물건으로는 이득 좀 많이 보겠네.”
레이나가 마치 처음부터 모든 정황을 보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꺼낸다.
석두가 가볍게 혀를 차면서 소파에 앉는 레이나를 향해 질문한다.
“정보에 대해 알고 있나?”
“훔친 물건이 그 회사 기밀 정보라는 것 정도?”
“그 내용까지 알고 있다면 가급적이면 그 내용을 외부로 퍼뜨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나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아. 어디까지나 나는 내 도난당한 물건을 찾는 게 주 목적이지, 어마어마한 금은보화를 얻기 위한 게 아니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석두에게는 금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방식이 물론 기존에 레이나가 힘을 줬던 인간들의 사례를 통해서 얻게 된 결과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했기에 석두는 혀를 찰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허나 그런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부수적인 소득이 있기에 지금까지는 별다른 부담이 느껴지진 않는다.
이제 곧 있으면 주식으로 인해 거대한 수익도 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나중에 정보 칸 두 번째 항목을 사도록 하지.”
“그래, 잘 생각했어. 역시 의뢰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고생을 덜 하지.”
레이나가 손가락을 퉁기면서 석두의 판단에 칭찬을 더해준다.
이번 모조품 사건을 통해서 석두는 다시 한 번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