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5
15화 폭력배 소탕 (1)
석두의 예상대로 미리 주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결과, 예상치도 못한 소득을 거둬들이고 말았다.
첫 번째 때, 그러니까 명검 적월도를 털었을 때에 비해 족히 3배가 넘는 소득을 거둬들인 김석두 일행.
“혀, 형님!! 저희도 이제 부자입니다, 부자!!”
망치는 미소가 입가에 걸린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망치를 포함해서 핵심 조직원들도 너도 나도 기뻐하며 어깨춤을 추느라 바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단 두 명만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조직의 보스인 김석두와, 정보 담당인 쾌남이었다.
쾌남이야 돈에는 크게 관심도 없고, 그저 자신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남자였기에 이해한다 치지만.
문제는 김석두였다.
“형님은 기쁘지 않으십니까?”
망치가 슬슬 눈치를 보다가 석두에게 살짝 묻기 시작한다.
의자에 앉아있던 석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왜냐하면 얼마 전, 레이나의 발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 돈깨나 만진 거 같은데.”
TV를 보고 있던 레이나가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면서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석두에게 눈길을 던진다.
“그런데 어째서 한꺼번에 정보를 사지 않는 걸까?”
“의뢰 물품에 관한 정보 항목에 대해서 말인가?”
“물론. 돈은 그렇게까지 많이 들지 않아. 한꺼번에 구입하면 편할 텐데?”
“…글쎄.”
물론 이번 주식을 통해 대박으로 벌어들인 금액을 모두 투자하면 적어도 최소한 항목 4개 이상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석두는 추가적인 항목을 1개만 받는 걸로 합의를 봤다.
레이나의 입장에서는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인가 보다.
허나 석두의 입장에서는 이게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 해도 무방하다.
“나도 널 믿지 않으니까.”
“그래?”
“너도 인간을 믿지 않듯이, 나도 널 믿지 않는다. 비록 힘을 주기는 했지만, 언제 어디에서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지 모르지 않나.”
“과연, 그렇군.”
이들은 서로 파트너이면서도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레이나는 인간에게 힘을 주었지만, 그 인간들에게 배신을 당해본 경험이 많다.
그리고 석두는 세상에 배신당한 남자다.
“서로 불쌍한 입장이구만.”
레이나가 가볍게 웃어 보이며 다시 TV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의뢰품에 관해서는 아니지만, 궁금한 게 있다만.”
“궁금한 거?”
“질문에 대답해줬으면 좋겠군.”
직접적으로 묻는 석두의 말에 레이나가 잠시 고민을 한다.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지.”
“이 세계에는 너 말고 다른 드래곤이 존재하는 건가?”
사실 가장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레이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동면기에 접어든 드래곤 본체가 아니다. 바로 드래곤의 정신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그런 그녀 말고도 또 다른 드래곤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것일까.
“그 대답에 대해서는…….”
TV를 응시하고 있던 레이나가 답변을 들려준다.
“모른다고 해주지.”
“모른다고?”
“나도 정확하게 대답해주고 싶지만, 지금까지 다른 드래곤을 만나본 적이 없거든.”
“그 말은 곧 너를 제외한 드래곤들은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음을 뜻하는 거 아닌가?”
“그거야 모르지. 난 내 눈으로 직접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목격한 적이 없으니까. 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 성격이거든.”
“좋은 성격이로군.”
물론 빈말이 가득한 칭찬이지만 말이다.
“그게 묻고 싶었던 거야?”
“아마도.”
“부담 없이 물어봤다면 진작 대답해줄 수 있었을 텐데.”
“네 성격이라면 이런 질문에도 돈을 받을 줄 알았다.”
“날 완전 악녀로 보네.”
악녀 맞잖아.
라고 대답을 하려고 했던 석두였지만, 레이나에게 시비를 걸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확인되지 않은 드래곤이라…….’
사실 석두는 몇 가지 가설을 세우고 있었다.
레이나의 레어에서 보물을 훔쳐간 존재는 과연 인간일까?
평범한 인간이 드래곤의 레어에서 보물을 훔쳐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 레이나와 같은 드래곤의 힘을 지니고 있든가, 아니면 동족이든가.
둘 중에 하나라도 조건이 충족되어야 도난당한 드래곤의 보물에 대한 존재가 설명된다.
보물을 좋아하는 레이나의 성격으로는 절대로 허술하게 레어를 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갖 마법으로 도배를 했을 터인데, 그 레어를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훔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드래곤의 존재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되겠지.’
만약 그 드래곤이 레이나의 레어를 훔친 도둑이라면?
과연 석두가 그 드래곤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
석두도 겨우 레이나에게서 힘을 받은 존재에 불과하다. 아무리 석두가 날고 긴다고 해봤자 드래곤을 상대할 순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석두는 자이언트 건틀릿의 소유자들도 겨우겨우 제압을 했던 이력이 있다.
마법이 아니었다면 분명 오히려 석두가 당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렵군.’
앞으로 등장할 적들은 최소 드래곤의 힘을 지니고 있는 자들일 것이다.
그들과 맞서 싸울 일을 대비하려면 석두도 그만큼 힘을 길러야 한다.
‘조금 더 실력을 쌓아야겠어.’
고개를 끄덕인 석두가 의자에서 일어선다.
한편, 석두의 눈치를 보고 있던 망치가 드디어 반응을 보이는 석두에게 재차 말을 붙여본다.
“형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신 겁니까?”
“아니다. 잠깐 산책 좀 다녀오마.”
“아… 네. 다녀오세요.”
난데없이 웬 산책이란 말인가.
그러나 석두의 깊은 뜻을 망치의 부족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망치 스스로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석두를 보낼 뿐이었다.
인적이 드문 대낮의 공원은 생명들의 생기로 가득 차 있는 몇 안 되는 도심 속의 공간 중 하나다.
특히나 평일 오후이다 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다니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이라든지 노부부만 있을 뿐.
‘여기가 좋겠군.’
벤치 하나를 차지하고 눈을 감은 석두.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명상에 잠긴다.
최근 이런 식으로 심신을 단련하며 정신력도 쌓아가고 더불어 마나 서클을 순환시키며 점점 더 마나 운영에 대해서 깨달아간다.
드래곤의 심장을 지니고 있는 탓에 마나의 샘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문제는 석두가 이 마나의 샘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다.
마법이라는 생소한 힘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 석두가 곧장 클래스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마법 사용이 아직 제대로 익숙해지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푸른색의 아우라가 석두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마나의 형상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기 수련을 한 도사라든지 이런 사람들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대 과학 문명 속에서 그런 특이점을 가진 존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후우…….”
심호흡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마나를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천천히.
조급해하지 않으며 마나를 운영한다.
하나 이런 석두의 수련을 방해하는 소란이 공원 한쪽에서 발생한다.
“뭘 봐!!”
남자의 거친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딱 봐도 그다지 행실이 얌전해보이지 않는 남자들이 벤치를 차지하고 앉는다.
“이거 놔요!”
남자들의 손을 거칠게 뿌리친 한 여성이 남자들을 노려보며 고래고래 외친다.
“어린 아이에게 손찌검한 주제에 뻔뻔하게! 경찰이 두렵지도 않아요?!”
“경찰? 하! 그 애새끼가 먼저 우리한테 시비 건 것은 잊은 모양이구만?!”
“뭐라구요? 당신들이 노인분들 괴롭히니까 우리 아이들이 나서서 말린 거잖아요! 잘못은 그쪽이…….”
“이년이!!”
남자가 손을 들며 여자에게 폭행을 가하려던 찰나였다.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남자와 여자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제3자, 김석두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남자의 팔목을 잡는다.
“또 만났네.”
“다, 당신……!”
뒤에 서 있던 여성이 헛숨을 삼킨다.
얼마 전에 만났던 김석두라는 남자.
그리고 석두가 기억하고 있는 바로는, 이 여성은 분명 한세미다.
김진수의 악덕 회사 운영에 강제로 퇴사하게 되고, 고아원을 위해 돈벌이에 나선 젊은 여성.
“치킨집에서 만난 이후로 처음인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은근히 여러 번 마주쳤던 탓에 사실 세미도 마지막에 만났을 때가 언제인지 아리송하다.
한편, 태평하게 대화나 나누고 있는 두 남녀의 태도에 열이 받은 모양인지 조직원이 거칠게 석두의 손을 뿌리친다.
“이 미친 새끼가 쳐 돌았… 커억?!”
“넌 거기서 찌그러져 있어라.”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석두의 주먹이 그대로 녀석의 안면에 꽂힌다.
벤치 뒤로 거의 날아가다시피 나가떨어진 조직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은 두 조직원이 반사적으로 석두를 향해 달려든다.
“이 새끼가 오늘 한 번 제대로…….”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하라고 했잖냐.”
달려드는 조직원에게 오른손을 뻗는다.
그와 동시에 간단하게 시동어를 외치는 석두.
“윈드 브레이커(Wind breaker).”
우우우우웅-!!
석두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회오리바람이 두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날려 보낸다.
첫 번째로 나가떨어졌던 남자의 위에 두 남자가 겹겹이 쌓이자, 밑에 깔린 남자가 고통에 신음을 내뱉는다.
3명의 남자들을 바라보던 석두가 터벅터벅 걸어와 남자들을 응시한다.
“너희, 도끼파냐?”
“니, 니 녀석… 우리가 도끼파라는 걸 알고도 이런 짓을……!”
“잘됐네. 니놈들 보스한테 전해라. 이제부터 여기는 니들 구역이 아니라 내 구역이라고.”
“미친놈이 돌았나!”
3명이 엉거주춤 일어서려고 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래비티(Gravity).”
쿠궁!!
갑자기 3명이 그대로 지면에 달라붙어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바닥에 접착제라도 발라둔 건가?
하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몸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무거워져 일어나지 못한다는 그런 이질적인 느낌이 3명의 남자들에게 공포를 선사해주고 있었다.
“평생 땅바닥에 눌어붙어 살게 해줄 수도 있는데.”
“으으으……!”
이들은 마법이 뭔지 모르고 있다.
그렇기에 석두가 부리는 기묘한 술법에 더더욱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공포라는 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지레 겁을 먹은 이들에게 석두가 해줄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 해도 무방하다.
“썩 꺼져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마법을 해제한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옴을 느낀 남자들이 허겁지겁 도망을 치기 시작한다.
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석두에게 세미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무슨 수를 쓴 것일까?
손도 안 댄 거 같은데 갑자기 나가떨어지더니 남자들이 겁을 먹고 도망친다.
“자, 이제 해결됐지?”
“…….”
“수고비로 커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
남자들을 내쫓아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행동이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삥을 뜯을 줄은 몰랐는지 세미는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