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7
17화 폭력배 소탕 (3)
얻어맞고 돌아온 도끼파 3인은 조직으로 돌아오자마자 예상치 못한 수난을 겪어야 했다.
퍼억!
“윽?!”
하필이면 석두에게 맞은 곳을 또 강타당한 조직원이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바닥을 뒹군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얼굴 위로 덕지덕지 미세 먼지가 달라붙지만, 조직원은 더러움보다는 고통이 더 신경 쓰이는 모양인지 자신을 발로 걷어찬 남자를 바라본다.
“왜, 꼽냐?”
“아, 아닙니다, 형님!”
“씨발, 도끼파 소속이라는 새끼들이 비실비실한 녀석한테 처맞고 돌아다니질 않나. 그래가지고 니들이 도끼파라고 할 수 있겠냐?”
퍼벅!!
“컥……!”
다시 한 번 이어지는 발길질.
남자가 바닥으로 나가떨지며 용서를 구하지만, 이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는 자비가 없었다.
“애들 제대로 교육시켜라. 다음부터 이런 일 발생하면 니들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 형님!”
남자의 말에 다른 조직원들이 우르르 달려든다.
그 뒤, 창고에는 비명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도끼파의 보스, 김창민은 이들의 비명 소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짜증나는구만.”
창고 바깥으로 나온 창민이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윽고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며 불을 붙인다.
부하들이 맞고 돌아왔다는 건 둘째 치고, 어떤 녀석이 과연 이들에게 시비를 걸었을까가 사실 더 궁금하다.
게다가 부하 녀석들의 말에 의하면 상대는 고작해야 1명이라고 했다.
“어떤 새끼인지 얼굴이 궁금하군.”
신도림 일대에서 세력을 뻗고 있는 조직.
도끼파 산하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조직들이 즐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세만 떼어먹고 살아도 충분히 조직 운영비는 나온다.
최근에는 나이트클럽 산업에 푹 빠져 있어 제법 돈독이 오른 마당에 적절한 스트레스 풀이 상대도 나타났다.
“한번 수소문을 해볼까.”
날파리 한 마리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창민에게 있어서는 모처럼 등장한 사냥감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괴도 집단의 본거지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된 석두는 오늘도 집에서 백조 생활을 하고 있는 레이나를 바라본다.
“나 왔다.”
“왔어?”
속옷에 탱크톱 차림으로 자유분방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던 레이나가 가볍게 손을 흔든다.
매번 이런 식이다.
돌아오면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과, 석두가 돌아오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TV에만 열중하는 모습.
최근에는 통신 판매에 맛을 들인 모양인지 다수의 택배 상자들이 방구석 한켠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뭘 주문했냐.”
“압력 밥솥이라는 걸 샀지.”
“그걸 뭐하러. 이미 있는 물건이잖아.”
“디자인이 좋아보였거든.”
“…….”
레이나는 과소비가 매우 심한 편이다.
심지어 물건을 사두기만 할 뿐이지 그걸 사용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물건을 구입하는 기준은 오로지 디자인 하나다.
“독특한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구만.”
압력 밥솥이 예쁘게 보이다니 말이다.
하긴, 드래곤으로서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레이나의 시선에는 예쁘게 보일지도 모른다.
둥그스름한 것이 색상도 다양하고.
“…….”
한동안 레이나를 바라보던 석두가 슬쩍 물을 마시는 척하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 드래곤 맞지?”
“물론.”
“그럼 어째서 인간계의 돈이 필요한 거지?”
“필요? 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나?”
“그런 적은 없지.”
“그렇다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궁금한데.”
“…아니다.”
석두가 자신이 잘못 짚었다는 듯이 말을 정정한다.
본래 이런 식의 태도가 더더욱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법이다.
“굉장히 안 좋은 언행이로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석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다시 물 한 모금을 들이켠다.
의뢰 품목을 제시하면서 석두는 이런 궁금증을 품곤 했다.
의뢰 품목에 관한 정보 항목을 얻기 위해서는 돈을 달라는 게 레이나의 제시 조건이었다.
실제로도 돈을 줬지만 말이다.
물론 가끔 저런 식으로 과소비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분명 석두가 준 금액으로 따지자면 저건 소비 축에도 들지 않는다.
‘저 녀석은 돈이 필요한 거야.’
물론 신뢰의 증거라는 셈으로 돈을 요구하지만, 신뢰의 증거는 다른 것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아주 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바로 ‘마법을 통한 계약’ 아니겠는가.
최근 석두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늘면서 상호 간의 계약을 마법이라는 형태로 묶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석두가 그녀를 배신할 조짐이 보일 거 같다면 그전에 미리 ‘계약’이라는 형태로 석두를 묶어두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녀는 석두에게 자유를 주면서 동시에 항목을 개방하기 위해 돈을 바치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
레이나의 목적이 혹시 의뢰 품목을 되찾는 거 말고 다른 목표도 있다면?
그리고 그게 돈에 연관되어 있다면?
레이나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
그 이유는 명확하게 존재한다.
‘드래곤의 레어……!’
레이나의 레어가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사실 석두는 그렇게까지 상세히 알고 있지 않다.
레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대략 판타지 무협 소설을 읽어본 사람으로서는 동굴 형태에 각종 마법이 보완으로 걸려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소는 사실 지구상에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이라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허나 레이나의 레어는 이미 그녀의 보물을 훔친 괴도에게 위치가 발각되었다.
그렇다면 레이나는 혹시…….
‘돈을 필요로 하는 레어를 구상하고 있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석두는 진작부터 계획하고 있던 한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어이, 레이나.”
TV를 보고 있던 레이나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듯이 석두를 바라본다.
“오늘따라 나를 상당히 귀찮게 만드는데?”
“귀찮게 할 이유가 있으니까.”
“뭔데. 이번에도 아까처럼 의문만 자아내는 행동이라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레이나의 물음에 석두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너 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 없냐?”
아무리 석두가 마법을 배웠다 하더라도 사실 세 자리 숫자에 근접하는 조직원들을 전부, 그것도 혼자서 상대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경험 부족과 능력 부족이 발목을 잡는 일이다.
그러나 석두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홀로 도끼파 조직 사무실을 찾게 되었다.
콰과광!!
발로 사무실 문을 박차면서 안으로 입성한 석두.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한동안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조직원들이 이제야 자리에서 일어서며 석두에게 다가간다.
“넌 뭐하는 새끼야! 이…….”
“아가리 좀 다물어라.”
캉!!
석두의 말 그대로 남자들의 입이 전부 강제로 닫힌다.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와 함께 발언권을 전부 빼앗긴 조직원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 벌어지자 조직원들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략 사무실에 존재하는 남자들의 숫자는 10명 정도.
“…거기, 너.”
석두가 손가락으로 한 남자를 가리키자, 순간접착제를 발라놓은 듯이 입술과 입술이 꽉 다물어져 있던 남자의 입이 드디어 떨어진다.
“푸하아!!”
코로 숨을 쉬면 되었을 텐데, 당황한 남자들은 입으로 숨을 쉬려고 노력을 했었나보다.
“이 조직의 보스가 누구냐.”
“그, 그걸 내가 말할 리가….”
“한 번 더 입을 다물게 해줄까?”
“……!”
순간 얼어붙은 조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로 그때였다.
“……!!!”
강제적으로 입을 봉인당한 남자들이 합심을 해서 석두에게 한꺼번에 덤벼든다.
각목에 나이프에.
말 그대로 흉기란 흉기는 다 긁어모은 듯한 그런 분위기였다.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는 녀석들이군.”
조직원들의 행동에 잠시 한탄한 석두가 손가락을 튕긴다.
“윈드 스톰(Wind storm).”
우우우우웅-!!
매서운 칼바람이 석두의 주변을 휘감기 시작한다.
마치 석두의 주변에 소용돌이가 치는 듯한 칼바람이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나가떨어지게 만든다.
콰과광!!
뒤로 튕겨 나간 조직원들이 닫힌 입 때문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뒹굴기 시작하자, 유일하게 석두의 마법에서 풀려났던 조직원이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뒷걸음을 친다.
결국 도망이라는 선택지를 고른 남자가 창문을 깨고 바깥으로 뛰어내린다.
“멍청한 녀석이군.”
한숨을 내쉰 석두가 천천히 창문 난간에 선다.
위치상으로는 3층.
잘못 떨어지면 뼈에 금이 갈 수도 있는 그런 높이다.
두 다리에 마력을 불어넣은 석두가 쿵! 소리와 함께 안전하게 지면에 착지하며 남자를 찾는다.
사무실 안에 널브러져 있는 조직원 중 한 명을 붙잡아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제 와서 다시 되돌아가는 게 더 귀찮다는 판단이 들어선다.
그리고 왠지 석두가 처음으로 지목했던 그 남자가 제법 간부인 티가 났다.
물론 꼴사납게 도망가는 건 간부로서의 체면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지만 말이다.
“…….”
살짝 눈을 감고 마나의 아우라를 주변에 퍼뜨린다.
족히 20미터는 될 법한 반경.
사람은 각자 고유의 마나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그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할 뿐.
“저기 있군.”
석두의 마나 레이더에 포착된 남자가 식겁한 채 최대한 자신의 인기척을 숨기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미 그의 위치는 석두의 뇌리에 각인된 지 오래였다.
“도끼파 조직이라면서 재활용 쓰레기통 안에 숨다니. 상당히 꼴사납구나.”
“……!!”
“내가 찾아갈까, 아니면 니 발로 기어 나올래? 선택권을 주마.”
“…….”
석두의 선택권 강요는 어찌 보면 상당히 치욕스럽다고 할 수 있다.
남자로서도.
그리고 도끼파 조직원으로서도.
부스스 소리와 함께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체념한 듯한 얼굴로 석두를 바라본다.
“묻는 말에 대답하면 험한 꼴은 안 볼 거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우선 니 녀석이 사무실 안에 있던 녀석들 중에서 제법 계급이 좀 있어 보이던데. 간부냐?”
“그, 그렇습니다…….”
“역시 그랬군. 서열은?”
“그, 그게… 5위…….”
“쯧쯧, 5위란 녀석이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가? 도끼파인지 쌍검파인지 모르겠지만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오는군.”
한눈에 봐도 아부 좀 잘 떨어서 올라간 녀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녀석들이 조직을 배신하기 더 쉽다.
아첨가란 것은 본래 기회주의자일 확률이 제법 크니까 말이다.
“네 녀석들의 보스는 어디 있지?”
“자, 자택에 계십니다…….”
“집 위치는?”
“…….”
“아, 외우기 귀찮으니까 써서 나에게 주도록. 이래봬도 기억력이 별로라서 말이야.”
오들오들 떨던 남자가 자신의 수첩을 꺼내 펜으로 보스의 주소를 적기 시작한다.
종이를 건네받은 석두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오케이. 약속대로 풀어주마.”
“가, 감사합니다!!”
남자가 떨리는 발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도망간다.
그때, 뒤에서 한 여성이 슬쩍 석두에게 질문한다.
“저렇게 멀쩡히 돌려보내도 돼?”
“일부러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일부러?”
“그래. 나중에 때가 되면 다 알 거다.”
도망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석두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만을 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