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8
18화 폭력배 소탕 (4)
도망친 5위의 행방은 안 봐도 뻔하다.
“크, 큰일입니다!!”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이닥친 뒤에 곧장 도끼파 조직의 보스, 김창민을 찾는다.
헐레벌떡 뛰어온 5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보스는?! 어디 있냐!!”
“지금 2층에서 중요한 미팅을 하고 계십니다.”
“지금 미팅이 문제가 아니야!! 빨리, 보스에게…….”
5위가 2층으로 향하려고 하는 순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양쪽에서 막는 두 명의 조직원들.
“보스가 아무리 급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2층으로 올려 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미친 새끼들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5위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지만, 조직원들의 표정은 냉랭했다.
“못 들으셨습니까? 아무리 서열 5위라고는 하지만 보스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그 이상의 난동을 부려 보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생긴다면 제아무리 당신이라 하더라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 새끼들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5위가 매섭게 조직원들을 노려본다.
힘으로 뚫고 지나갈 수는 없다.
그리고 이들의 말 그대로 보스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 누구도 2층으로 올려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그 누구도 올려 보내지 말라고 말했단 말이지.”
“……!!”
놀란 5위가 설마 하는 눈동자로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더군.”
5위와 기타 그의 부하들을 말 그대로 아작 내버린 석두가 싱긋 웃고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길…!”
“어떻게라니? 간단하지. 너를 보내고 그 뒤를 바짝 쫓아왔다. 그러면 되나?”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것보다도 말이야.”
석두가 주머니 속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든다.
방금 5위가 보스의 위치를 적어준 그 종이였다.
그러나 석두는 종이를 들고 과감하게 양쪽으로 쫙쫙 찢어버린다.
순식간에 종잇조각으로 변해버린 잔해들이 나이트클럽의 시끄러운 바닥 아래에 떨어진다.
“나에게 거짓말을 할 거 같아서 일부러 널 놓아준 거다. 그것도 몰랐냐?”
“……!”
“이곳 주소와 네가 적어준 주소는 확연히 다르더군. 혹시나 했는데 그게 역시나가 될 줄은 몰랐어. 이래서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니까.”
석두의 눈빛에 이채가 서리기 시작한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졸지에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며 사형 날짜를 기다리던 소시민.
그런 소시민이 이제는 독하게 바뀌었다.
드래곤과의 계약을 통해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 김석두.
그의 눈빛은 이미 괴도가 되어 있었다.
“과연, 그렇군요.”
중년 남성 두 명이 창민의 사업 기획안을 듣고 있었다.
이 일대에 세울 호텔 사업 관련한 기획안을 듣던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누구인가.
바로 도끼파 조직의 보스, 김창민이다.
그의 말을 거절했다가는 어떤 꼴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순간 야산에 파묻히는 꼴이 될 수도 있고, 자신들의 소중한 가족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창민의 수법은 실로 간단하다.
그저 단순하게 무력으로 협박하면 그만이다.
당신들의 소중한 사람을 잃기 싫다면 내 말에 따르라.
그게 바로 김창민이라는 남자의 수법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돈도 아니다.
심지어 권력도 아니다.
바로 ‘공포’ 그 자체다.
창민은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지금까지 모든 사업 파트너를 강제로 복종시켜 왔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도끼파도 나름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이들이 힘을 쓴다면 중년 남성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질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선택할 수 없는 절벽 위에 서 있는 느낌.
바로 이 미팅 자리가 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들께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선택합니다만.”
“으음…….”
확실히 창민의 말이 맞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안 된다면 그나마 김창민이라는 남자와 아군이 됨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도끼파를 등에 업는다면 분명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연합전선을 꾸리자는 표현도 될 수 있다.
이번 기획안은 말이 사업 기획서지, 사실은 연합 동의서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
두 남자가 눈빛을 교환한다.
그러더니 이내 펜을 드는 순간이었다.
“…음?”
묘하게 아까부터 자꾸 창민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는 뭔가 다른 이질적인 소리.
“잠시만.”
살짝 손을 뻗은 뒤 자리에서 일어선 창민이 천천히 계단으로 향한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장면은 바로 엉덩방아를 찧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서열 5위.
그리고 5위가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였다.
“저 녀석은…….”
순간 창민은 직감할 수 있었다.
녀석이다.
녀석이 바로 자신의 조직원들을 때려눕힌 김석두라는 남자임을!
창민의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석두도 2층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깔끔한 양복 차림에 차가운 인상이 강렬한 젊은 남성.
그러나 두 눈에는 강한 투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이봐.”
석두가 창민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며 직접적으로 묻는다.
“니가 이 조직의 보스냐?”
“그렇다면?”
“잘됐군. 4위부터 2위까지 일일이 때려눕힐 수고로움을 덜었으니 말이야.”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위해 한 걸음,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는 석두.
당연히 계단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남자가 손을 뻗어 석두의 행보를 방해하려고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그 순간.
“꺼져라.”
그의 한마디와 함께, 남자들의 거대한 덩치가 순간 뒤로 밀려나는 게 아닌가!
콰과광!!!
“헉……!”
두 덩치의 남성이 그대로 벽에 처박히며 강한 충격음을 선사한다.
나이트클럽 내부의 음악 소리보다도 더 큰 충격음이 사람들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자, 하나둘씩 석두가 서 있는 장소로 고개를 돌린다.
“꺄아악!!”
“뭐, 뭐야?!”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비명을 지르며 가게 안의 소란을 알린다.
순식간에 검은 양복을 입은 조직원들이 석두를 포위하지만, 석두는 그저 한숨만을 푹 내쉴 뿐이었다.
“나이트클럽이면서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영 엉망인데?”
“손님이 손님답게 굴지 않는다면 당연히 우리 쪽도 이렇게 나오는 수밖에 없더군.”
“그런가?”
석두의 말을 그대로 받아주는 창민이 살짝 턱으로 석두를 가리킨다.
그와 동시에 남자들이 한꺼번에 석두에게로 달려들기 시작한다.
하나 그 순간, 석두가 천장을 바라보며 외친다.
“니 차례다, 레이나.”
콰지지지직!!!
건물 천장에 순식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우르르 무너지는 게 아닌가!
쿠구궁!!
시멘트와 철근 덩어리가 그대로 가게 안에 떨어진다.
그와 함께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긴 머리의 여성, 레이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석두에게 따지듯 말한다.
“사람을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니야?”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말 하기냐?”
“일단은 겉으로 보면 사람이니까.”
“알았으니까 제대로 일이나 해라.”
“어떤 일을 하면 되는데?”
순진무구한 눈동자가 석두에게 갈구하듯 묻는다.
레이나도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사실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의뢰자는 명백히 김석두라는 남자다.
돈이 오고 간 계약을 통해 현재 석두는 레이나의 고용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내린 명령은 오로지 하나.
“저기 저 김창민이라는 남자를 빼고 도끼파 조직원 놈들은 다 손 좀 봐줘.”
“오케이.”
아주 간단명료하게 대답한 레이나가 빠르게 모습을 감춘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오로지 잔상만을 남긴 채 제자리에서 사라진 레이나였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 직후 석두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남자의 바로 앞에 나타난다.
“아니……?!”
놀란 남자가 순간 헛숨을 삼키지만, 이미 너무 늦은 반응이었다.
퍼억!!
레이나의 무릎이 정확히 남자의 복부에 꽂힌다.
체격 차이로 따지자면 레이나가 압도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무슨 일인지 남자가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진다.
“크윽!”
참을 수 없는 복통에 이리저리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하는 조직원.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파박!
또다시 모습을 감춘 레이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잔상만을 남긴 채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모습을 감출 때마다 들려오는 조직원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정확히 한 번의 타격으로 조직원들을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하나둘씩 점점 바닥을 뒹굴고 있는 와중에도 석두는 그저 창민을 바라볼 뿐이었다.
여유롭게 창민을 바라보고 있는 석두와는 다르게, 창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고작 작은 체구의 여성이 자신의 조직원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믿을 수 없다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미, 미친… 뭣들 하냐!! 고작 계집년 따위에게 손도 못 쓰고 당하는 게 말이 되냐!!”
“하, 하지만 보스…!”
5위는 이미 저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보스에게 소리치는 5위.
“도, 도망치셔야 합니다! 저 녀석들은 괴물입니다, 괴물!”
“닥쳐라! 괴물 따위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감히 나에게 대들고 두 다리 멀쩡히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참다참다 못한 창민이 속주머니에서 두 자루의 나이프를 꺼내든다.
한때 ‘쌍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그다.
오랜만에 자신의 주 무기를 꺼내들며 계단을 내려간다.
이미 레이나라는 여자에 의해 자신의 조직원들은 거의 과반수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방식에 석두는 헛웃음을 삼킬 뿐이었다.
‘마법을 쓰면 될 것이지, 굳이 직접 타격전으로 쓰러뜨리다니.’
아마도 그간 이렇게까지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일 만한 순간이 없어서 그럴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석두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다.
그녀는 드래곤의 정신체다.
마법 한 방으로 여기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증발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수고스러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석두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하나하나 부하들이 정체 모를 존재들에 의해 쓰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 공포는 배가 된다.
창민이 선택한 바로 그 방식이다.
공포로 인간을 지배한다.
공포에 지배당한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5위의 말 그대로 창민은 이 자리를 곧장 떠야 했다.
하나 보스의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는 양손에 쌍칼을 거머쥐고 석두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오늘… 내가 직접 제대로 요리해 주마!!”
“과분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구만!”
석두가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김창민은 본인이 직접 쓰러뜨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레이나에게는 일부러 조직원들만 쓰러뜨리게끔 말해두고, 창민만큼은 남겨두라고 말한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러뜨려야 이 보스를 김석두라는 남자가 접수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생성된다.
그것까지 고려하며 석두의 두 손에 마나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한다.